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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5

   [ 정말 사기만 늘고 있는 거 아니냐? ]

   “찍찍.”

     

   크라슈는 부외자들의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으며 미소를 유지했다.

     

   바이오렌은 타고난 의심이 많은 이였다.

   오히려 선의로 대해봤자 그녀는 의심하며 더더욱 물러설 뿐이었다.

     

   그야, 당연한 이야기였다.

   흐르는 피의 절반이 세계 침식자인 그녀는 어느 누구든 항상 경계한 채로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마황의 자식이라고는 하나 마황은 그녀를 적극적으로 챙기지 않았다.

     

   ‘마황에게 바이오렌은 흥미 대상일 뿐이었으니까.’

     

   세계 침식자와 인간이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 흥미를 위해 그는 기꺼이 세계 침식자인 결계사를 데려와 아이를 배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바이오렌이었다.

     

   흥미 조건을 채워 버린 바이오렌은 더 이상 마황에게 가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재화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니 살 요건은 충족해 주었다.

     

   그렇게 바이오렌은 홀로 자라나야 했다.

     

   ‘하여튼 마법사라는 것들은.’

     

   호기심과 탐구의 끝에 달해 있는 것이 마법사라는 작자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생물이 지닌 존엄성이나 넘지 말아야 할 선들도 탐구심 하나 때문에 넘어 버리고는 했다.

     

   그렇기에 세계에서 가장 미친놈들을 꼽으라면 매번 열 손가락 전부에 마법사들이 뽑혔다.

   크라슈는 이래서 마법이라는 학문을 탐탁지 않아 했다.

     

   마법의 정점인 마황조차 이런 미치광이인데 다른 이들이라고 크게 다를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크라슈는 줄곧 자신과 함께 회귀한 붉은 마녀 아벨라가 줄곧 거슬렸다.

     

   크라슈에게 있어 그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었으니까.

     

   크라슈는 그 생각은 이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지금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몰두하게는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지금은 당장 눈앞에 있는 바이오렌부터다.

     

   “간단해. 다른 세계 침식자가 나를 인지 할 수 없는 결계를 만들어 주면 된다.”

   “……뭐?”

     

   바이오렌은 또다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누가 봐도 지금 이게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크라슈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내가 세계 침식자의 표적이 되어 있어서 말이지. 그걸 좀 막을 거다.”

     

   광도제를 통해 상황을 엿보고 있던 흑마녀는 크라슈를 두 눈으로 보았다.

   더불어 자신이 발하임의 막내아들이라는 것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함부로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크라슈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일련의 정보들이 너무 수상쩍기 때문이다.

     

   광도제의 앞에 싸우던 크라슈는 세계 침식의 힘을 자유자재로 다뤘다.

     

   그 점마저도 의심할 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크라슈가 보여준 지금까지의 행보는 정보를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더더욱 이상함을 느끼게 할 것이었다.

     

   ‘거기에 지금쯤이면 에벨아스크부터 시작해 크림슨가든도 내 곁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겠지.’

     

   세계 침식의 신을 창조한다는 대의를 지닌 흑마녀다.

   실수 한 번이 일을 그르칠 수 있는 마당.

   당연히 신중해질 수밖에 없겠지.

     

   ‘라이 형님의 아들을 선뜻 납치할 수 있을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

     

   그러니 흑마녀는 지금까지 크라슈에게 접근하지 않고 동태만 살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길지는 않을 거야.’

     

   흑마녀라면 머지않아 정보를 조합하고, 접근하겠지.

     

   ‘그게 거래의 형태일지 납치의 형태일지는.’

     

   전부 크라슈가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달려 있었다.

     

   그러니 그걸 위해서 바이오렌의 결계술이 필요했다.

     

   정보를 모으려 접근한 인물을 직접 살필 수 없다면.

   당연히 더 의미심장하게 보일 테니까.

     

   ‘나는 익시온 놈들이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변수 덩어리가 돼야 한다.’

     

   크라슈가 바이오렌을 직시했다.

   그녀는 여러 의미로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야, 발하임의 막내가 대뜸 세계 침식의 힘을 보여주더니.

   이제는 세계 침식자의 눈을 피해야 한다고 하니 사고가 못 따라갔던 것이다.

     

   “……너 말이야.”

     

   이내 바이오렌은 입술을 꾸물거리다가 스리슬쩍 물었다.

     

   “혹시 어머니 쪽이 세계 침식자야?”

     

   그녀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그녀가 지닌 의문은 한 번쯤 해볼 만한 의문이었다.

     

   자신이 그랬듯이, 크라슈 또한 세계 침식자의 피가 흐르고 있고.

   그러한 이유 탓에 세계 침식자와 연관이 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은연중 혹시나 자신과 같은 동류를 만난 게 아닐까라는 기대감이 알게 모르게 섞여 있었다.

     

   망망대해의 외딴섬이 다른 섬을 발견하면 반가운 건 당연한 거였다.

     

   그것을 보고 크라슈는 잠시 고민했다.

   크라슈도 하려면 선의의 거짓말을 해줄 수 있었다.

     

   그러나 구태여 그런 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나중에 밝혀지고 나서 느낄 배신감이 더 클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니, 두 분 다 세계 침식자와는 연관이 없다.”

   “아, 그래…….”

     

   다음 말을 들은 순간 바이오렌의 눈에 아쉬운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동류라는 것에 본인 또한 자각 없이 집착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자신의 상황을 알아줄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그래서인지 그녀는 실망감을 감추기 힘들었다.

     

   “하지만.”

     

   크라슈는 아까 전과 같은 흑염을 손에 두른 채 천천히 손안에 굴렸다.

     

   “네가 세계 침식으로 인해 갉아 먹히고 있는 것이 어떤 건지 정도는 알고 있다.”

     

   크라슈는 눈인형과 각종 장치를 이용해 세계 침식의 광증을 억눌렀다.

     

   세계 침식은 인간에게 있어서 극독이다.

   그러니 그 또한 세계 침식이라는 독이 얼마나 악독한지 잘 알았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네가 세계 침식에 맞서지 않을 수 있게 도와줄 거고.”

   “…….”

     

   공감의 결핍.

   혼자 늘 외딴섬으로 지낸 바이오렌이다.

     

   어느 사람의 도움도 받을 수 없이 홀로 서기만이 가능했던 그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건 생각 이상으로 크게 다가왔다.

     

   자신과 같은 고난을 겪고, 버텨낸 이가 있다.

   그것 하나는 의외로 인간을 굳건하게 만든다.

     

   크라슈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바이오렌에게 일부러 접근한 것이기도 했다.

     

   「세계 침식자든지, 인간이든지, 썅, 어느 곳에도 소속 못 되는 나한테는 둘 다 부질없어.」

     

   홧김에 외치던 그녀의 말을 떠올린 크라슈는 바이오렌을 응시했다.

     

   “…….”

     

   바이오렌이 침묵을 고수한 채 크라슈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자신의 상황을 처음으로 공감해줄 수 있는 이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네가 나한테 거래를 제안한 건, 개떡 같은 내 성격상 순순히 도움을 안 받아들일 거라 생각해서 그런 거냐?”

     

   그리고 다음 말은 여러모로 그녀다운 말이었다.

     

   “마음대로 생각해라.”

     

   바이오렌이 양 주먹을 꾸욱 쥐었다.

   한참을 침묵하던 그녀는 꽁지깃으로 묶어 놓았던 머리를 손으로 탁하니 풀었다.

     

   그러자 은발의 머리카락이 사라락하고 풀려나갔다.

     

   원래 자신의 머리색을 보면 자꾸만 자신이 결계사의 자식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일부러 올려 묶었던 머리였다.

   하지만 왜인지 이제는 아무래도 좋아졌다.

     

   그녀가 턱을 치켜들며 흥하고 콧방귀를 내쉬었다.

   표독스러운 표정과는 별개로 그녀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진 느낌이었다.

     

   망망대해 위에 외딴섬이 아니라는 것 하나가 생각보다 그녀의 마음속에 깊이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걸 어떻게 만들라는 거냐? 내 세계 침식도 감당 못 하고 있는데.”

   “하하.”

     

   크라슈는 그 말을 듣고는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의 웃음소리의 바이오렌이 살짝 눈을 치켜뜨자 크라슈는 악의 섞인 웃음을 잔뜩 지었다.

     

   “그럼 아쉽게도 다음 달에는 다시 껍데기를 뒤집어써야겠지.”

     

   사람답게 살고 싶으면 어떻게든 만들어 오라는 소리였다.

   바이오렌의 얼굴에 황당함이 서렸다.

     

   방금까지 도와준다더니 뭐니 하더니 한순간에 저런 태도다.

   참으로 기가 막혔다.

     

   하지만 타고난 성질이 반항적인 그녀의 마음을 지피기에는 아주 적합한 말이었다.

     

   “씨앙, 그래, 해, 하자고. 내가 네놈 뒤로 넘어갈 만한 거 만들어 올 거니까! 이미 독이 든 사과도 깨물었는데 뭐든 못하겠냐!”

     

   악 소리를 내지른 바이오렌이 몸을 휙 하니 돌려 터벅터벅 걸어갔다.

   평소와는 다르게 다리가 짧은 탓인지 가다가 넘어질 뻔하긴 했지만 꿋꿋하게 잘 갔다.

     

   대신 그녀의 얼굴에는 의지가 가득 차올라 있었다.

   끝이 없어 보이는 길에서 드디어 이정표가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크라슈는 자기 얼굴을 주물렀다.

   의미심장한 표정을 하느라 얼굴이 땅겼기 때문이었다.

     

   [ 맨날 짓는 표정인데 왜 힘든 척하는 거냐? ]

     

   크림슨가든의 이야기는 못 들은 척하기로 했다.

     

   [ 그래서 그 시약에 섞은 건 뭐냐. ]

     

   바이오렌의 세계 침식을 안정화한 부분은 크림슨가든도 납득이 안 간다는 반응이었다.

     

   크라슈의 말은 그럴싸하긴 했지만, 크라슈가 세계 침식을 다룬 건 어디까지나 눈인형과 비술 극혈침독 덕분이다.

   바이오렌에게 눈인형을 심을 수도 없는 노릇인 만큼 마땅한 해결 법이 없었던 것이다.

     

   크라슈는 크림슨가든의 물음에 덤덤히 해결법을 이야기해주었다.

   왜냐하면 딱히 특별한 것도 없었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바이오렌 녀석은 애초에 처음부터 결계술에서는 거의 완성 단계에 올라 있었어.”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결계술을 연구했던 바이오렌이다.

   거기에 마법까지 만난 결계술은 크라슈의 말마따나 완성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런 바이오렌에게도 단점은 있었다.

   마법과 결계를 혼합한 새로운 결계술에 도달하긴 했지만, 시약 쪽 지식이 부족했다.

     

   “그러니 사용되던 시약의 재료만 바꿔도 결과가 판이하게 바뀌어.”

     

   달링에게 약을 만들어 달라고 했던 이유도 그런 이유다.

   우연히 달링이 만들어 두었던 심문 약을 시약이라 생각한 바이오렌이 사용하다가 나온 결과가 이거였으니까.

     

   즉, 사실 따지고 보면 크라슈는 거래를 제안할만한 거래 대상조차 못 되었다.

   이번 일을 해결한 건 순전히 달링 덕이니 말이다.

     

   [ 천성이 사기꾼이로군. ]

   “이용할 수 있는 걸 전부 이용하는 것뿐이잖냐.”

     

   어쨌든 누이 좋고, 매부 좋으면 되는 법 아니겠나?

     

     

   * * *

     

     

   그렇게 바이오렌과 거래를 하게 된 이후.

   바이오렌은 매일 같이 크라슈를 찾아왔다.

     

   “야, 썅, 이번엔 성공했다!”

     

   크라슈가 무학 훈련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손에 목걸이 하나를 들고 온 바이오렌이 서 있었다.

     

   크라슈가 아르솔더 프레아와 제국파 일원을 박살 낸 이후.

   그를 건드리는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잘못 건드렸다간 화를 면치 못할 것을 모두가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런 크라슈에게 막말을 내뱉는 바이오렌을 보며 아이들은 처음에 경악을 금치 못 했다.

     

   하지만 크라슈는 그에게 딱히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한 듯 그를 대하는 걸 보고, 아이들도 어느새 바이오렌을 익숙하게 여겼다.

     

   게다가 그가 바이오렌 세드니라는 것이 밝혀진 덕도 컸다.

     

   바이오렌이 숨기려고 해도 교수가 출석을 확인할 때 이름을 부르니.

   아카데미에서 당연히 정체가 탄로 날 수밖에 없었다.

     

   그 거대한 바이오렌의 속에 이런 귀여운 꼬맹이가 있었다고 하니.

   한동안 아이들의 입에 무척이나 오르내렸다.

     

   그래도 시간이 흘러 이제는 좀 잠잠해지긴 했지만.

     

   “귀엽다. 바이오렌, 이거 먹을래?”

   “언니가 쿠키 챙겨 왔어!”

     

   타고난 외형 탓에 여성진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특히, 무학과 여성들은 바이오렌을 특히 귀여워했다.

   근육투성이에 거친 이들이 많은 무학에 비해 손때 하나 안 묻은 바이오렌은 무척이나 대비 됐기 때문이다.

     

   “씨발, 뭔 지랄들이야!”

     

   물론 바이오렌 본인은 기겁하며 소리쳤지만 말이다.

     

   크라슈는 그런 바이오렌을 위해 여성진들을 뚫고 지나갔다.

   다행히 그들은 크라슈가 다가오자 냉큼 피했다.

     

   그와 엮여서 좋을 건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줘봐.”

     

   크라슈는 바이오렌의 목걸이를 받았다.

   그러고는 자기 목에 낀 뒤 브로치를 바라보았다.

     

   [ 보인다. ]

     

   세계 침식자의 눈을 피할 수 있다면 크림슨가든의 눈도 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크림슨가든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안 돼.”

     

   즉, 실패작이라는 소리였다.

     

   크라슈는 목걸이를 풀어 바이오렌에게 건넸다.

   그러자 그는 ‘젠장.’ 하면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을 한 눈치인 듯 그녀는 그대로 바로 돌아서서 뛰어 가버렸다.

     

   승리욕이 강한 녀석 다웠다.

   완성될 때까지는 계속 저렇게 가져오겠지.

     

   좋은 자세다.

     

   ‘표정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네.’

     

   처음에는 자신의 본래 모습이 어색해서인지 바이오렌은 무척이나 쭈뼛거리는 태도를 보였었다.

   오죽하면 남들에게 자신이 바이오렌이라 알려지는 것을 걱정까지 했겠는가.

     

   하지만 점차 자기 모습에 익숙해지고, 남들의 평가도 편해지기 시작하자 바이오렌도 서서히 지금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적응은 그녀에게 있어 상상 이상으로 크게 다가왔다.

     

   늘 껍데기를 쓰고 살았기에 사람에게 진실하게 다가가는 법을 몰랐던 그녀다.

   특히, 세계 침식이 자신을 갉아 먹고 있다는 점 탓에 매일같이 죽을 고비를 넘기며 결계술만 연마 해야 했었다.

     

   당연히 그녀의 인간관계는 단 하나도 제대로 이루어진 게 없었고, 그런 인간관계를 쌓을 시간조차 없었다.

     

   그러나 세계 침식이 안정되고, 본래 모습을 유지하게 될 수 있게 되고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우선, 주변의 평가를 좀 더 진실하게 들을 수 있었다.

   껍데기를 뒤집어썼기에 남들의 평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그녀도 겨우 솔직한 반응을 보일 수 있었다.

     

   그것은 마음속 어딘가에 부서졌던 여러 감정들을 되찾는 데, 생각보다 도움이 되었다.

     

   더불어 결계술에 매일 같이 노력하느라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수 없었던 상황이 해결되었다.

   그 덕분에 그녀는 주위의 여러 가지에 눈을 돌릴 수 있었다.

     

   그 효과는 상상 이상으로 그녀에게 여러 변화를 가져와 주었다.

     

   오죽하면 크라슈가 부탁한 세계 침식자의 눈을 피하는 결계를 만들면서도 그녀는 시간이 남아돌 지경이었다.

     

   그때서야 그녀는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챘다.

   크라슈가 부탁한 이 일은 목표가 사라진 그녀에게 자칫 공허함으로 작용할 수 있었던 것을 채워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사실은 알게 모르게 그녀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크라슈!”

     

   그래서인지 그녀는 매일 이 시간이 꽤나 보람찼다.

     

   “다시.”

     

   크라슈가 매몰차게 다시를 외칠 때 이가 갈리긴 했지만, 다음에는 어떻게 개량해야 할지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콧대를 눌러줄 나날이 살짝 설레기도 했다.

     

   어째선가 세상이 점차 넓어 보이기 시작했다.

   인생에 있어 이토록 충실한 삶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다시.”

     

   오늘도 다시를 외친 크라슈에게서 빼어 들듯 펜던트를 받아낸 그녀는 돌아서며 뛰어가다가 멈췄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리자 그의 곁에는 여러 이들이 어느새 몰려들고 있었다.

     

   그는 사람을 불러들이는 재주가 있었다.

   자신만큼이나 투박스러운 면이 있는 그지만.

   그 내면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의 곁에 있는 이들은 잘 알았다.

     

   크라슈는 자신과 유사한 점이 많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자신도 저렇게 살 수 있는 게 아닐까.

     

   “……하하.”

     

   어째선가 어이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잠시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웃겼다.

     

   하지만 그만큼 그녀는 자신 스스로가 안정되어 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반면에 그녀의 마음속에 다른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결국에는 자신은 크라슈가 부탁한 결계를 완성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의 자신은 어쩌면 걷잡을 수 없는 공허함에 빠지지 않을까.

   자기 삶의 목표는 오직 생존이었으니까.

     

   어머니가 떠나고, 아버지에게 버려진 자신에게 삶의 목표란 무엇일까.

     

   “바이오렌.”

     

   그녀가 은연중에 그런 생각을 하던 나날.

   크라슈는 여느 때처럼 다시를 외친 뒤 가려던 바이오렌을 불러 세웠다.

     

   “어머니를 찾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바이오렌의 눈동자가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결계를 완성한 뒤에 한 번 더 나를 찾아와라. 단서를 줄 테니까.”

     

   어머니를 찾는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녀의 입술이 뻐금거렸다.

   대체 넌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냐는 의미였다.

     

   하지만 크라슈는 별말을 하지 않고, 돌아섰다.

   그 뒷모습을 멍하니 보던 바이오렌은 시험작으로 만든 펜던트를 꽈악 쥐었다.

     

   “독심술이라도 익힌 거야 뭐야…….”

     

   그러나 왜인지 마음속에 무언가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일부러 의도를 한 것인지 아니면 결계의 완성을 재촉하기 위함인지 잘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텅 빈 마음속의 공허함을 채워주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쪽팔리게.”

   

   

   

   

     

   후하고 숨을 내쉰 바이오렌이 몸을 돌려 달렸다.

   힘이 빠져나가던 그녀의 눈동자는 다시금 의지에 타오르고 있었다.

     

   언젠가 세계 침식자 결계사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결계술로 창공의 세대에 자리를 잡을 그녀.

     

   바이오렌 제블람.

     

   그녀의 내면이 성장해 나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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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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