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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6

    <166 – 문단속을 하지 않으면 벌어지는 일>

     

    먹물을 들고 신나서 방으로 돌아와서는 그리던 마법진을 마저 완성시켰다.

    고인물 지식으로 이미 전부 외운 마법진에 재료까지 모두 갖춰놓고 열심히 스탯석을 먹어 모은 마나를 사용하면 짜자잔!

     

    <저주마법진>

    <귀속의 저주 – 망령의 반지 귀속>

    <구속의 저주 – 망령의 이탈사거리 제약>

     

    <티토소가의 우정반지(귀속)>

    등급 – 유니크6급

    설명 – 티토소가의 변치 않는 우정을 기리며 유령파파가 건네준 선물. 기존 반지착용자가 원치 않으면 다른 인물은 반지를 착용해도 효과를 얻지 못한다.

    효과1 – 생명력게이지 확인

    효과2 – 생명력 전달

    효과3 – 다른 반지소유자와 20m 이내에 있을 시, 모든 능력치 상승

    효과4 – 효과1의 발동을 무효로 하는 대신 유령군집체(가짜 린)을 반지에 보관한다.

    효과5 – 효과2의 발동을 무효로 하는 대신 유령군집체(가짜 린)을 반지 주변 20m 너머로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

    감정가 – 금화 150매, 15000포인트

    복잡한 과정을 거쳐 아이템에 가짜 린을 귀속시키고 이동 가능한 사거리도 바짝 조여 놓았다.

    아이템 등급은 역으로 감소했지만 가짜 린이 생명력 전달기능을 대신할 정도로 크게 도움이 되는 전투력이 높은 유령은 아님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다.

     

    “…20m도 너무 긴가?”

     

    방구석에 반지를 내려놓고 가장 멀리 떨어진 대각선 방구석에 앉아보니 아슬아슬하게 20m를 넘겼다.

     

    스르륵.

     

    반지에서 나온 가짜 린이 두 발로 걷다가 휘청거리고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사거리 제약이 영적인 사슬로 유령의 보행능력에 제약을 걸자 걷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엉금엉금 바닥을 기는 모습이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꾸욱.

     

    발목이 사슬에 당기는 느낌에 어느 순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가짜 린.

     

    “20m야! 너무 멀리 돌아다니면 싱이 걱정하니까 앞으로는 그 범위 안에서만 지내야해. 알았지?”

     

    무표정한 얼굴로 올려다보는 가짜 린의 얼굴이 어째서인지 조금 화난 것처럼 보였다.

     

    퍽퍽.

     

    “아얏, 아얏! 때리지 마. 때리지 마아!”

     

    주먹으로 퍽퍽 머리를 때리는 가짜 린.

    유령이면 허공을 휙휙 지나가야 할 주먹이 생명력을 보급 받은 탓인지 <실체화>를 일으키며 진짜로 타격감이 느껴지는 주먹질을 날려댔다.

    전문적으로 권법을 훈련한 건 아니기에 엄청 아픈 건 아니지만 잼잼펀치나 솜털주먹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데미지가 들어왔다.

     

    “씨잉. 잠 못 자면 키 안 큰단 말야!”

     

    가짜 린은 보란 듯이 한쪽 다리를 들며 사슬을 어떻게든 하라고 시위했다.

    물론 그런다고 풀어줄 내가 아니었고, 결국 밤새도록 유령한테 시달렸다.

    근데 잠을 안 자고 밤을 지새다보니 문득 괜한 의문이 하나 떠올랐다.

     

    ‘먹물 구하러 나갈 때 내가 문을 잠갔던가?’

     

    에이. 뭐 괜찮겠지.

    누가 들어왔으면 응애 만드라고라가 응애응애 울면서 알려줬을 테니깐.

    분명 아무 일도 없었던 게 틀림없다.

     

     

    * *

     

     

    헤스티아는 요리에 그다지 조예가 없었다.

    용병의 요리란 언제나 신속한 조리와 높은 열량을 우선으로 한다.

    사냥한 짐승고기나 각자 가져온 재료를 솥에 무더기로 부어넣고 형체가 뭉개질 때까지 푹 끓여서 만든 잡탕국이야말로 용병의 소울푸드.

     

    ‘모처럼 오크노디에게 감사의 의미로 요리를 대접해주려고 하는데 이런 걸로는 어림도 없어!’

     

    본래라면 버서커 클래스의 특성 상 친구 하나 없이 고독하고 외로운 아카데미 생활을 했을 자신이지만 학년공동수석인 오크노디의 비호 덕분에 헤스티아의 아카데미 생활은 꽤 나쁘지 않았다.

    한때 시비를 걸었던 상대인 격투가 롯토도 같은 조로 지내면서 데면데면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고, 다른 조원인 지고쿠도 서로를 동료로 인정했다.

     

    “잘해줘.”

    “갑자기? 뭐를?”

    “오크노디 그 꼬맹이가 널 곧잘 따르잖아.”

     

    해적선장모를 쓰고 시큰둥한 얼굴로 총 한 자루와 칼 하나를 찬 채로 아카데미 곳곳을 종횡무진 돌아다니는 사략해적 지고쿠.

    그는 걸걸한 성격과는 별개로 오크노디를 아끼는 마음만큼은 자신과 같았다.

     

    “알고 있어. 오크노디에게는 충분히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래서 직접 만든 요리라도 한 끼 대접해줄 생각이야.”

    “오. 너도 요리 할 줄 아냐? 맛 좀 보자. 시식평은 해줄게.”

     

    헤스티아는 야심만만하게 야영 도중에 시간적 여유가 있고 물자가 풍부할 때 하는 요리를 선보였다.

    솥에 모든 재료를 쏟아붓는 야만적인 잡탕국이 아닌 불에 고기를 직접 굽는 ‘굽기’ 요리!

     

    지글지글.

     

    잘 익은 고기는 누린내가 물씬 풍겼다.

    대충 소금간을 치기는 했지만 학식에 비하면 허접한 퀄리티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먹을 수는 있네.”

    “시비 거는 거냐?”

    “오크노디가 맛을 따질 것 같냐? 먹을 수만 있으면 먹겠지. 애초에 돌도 먹는데.”

    “…그러네.”

     

    지고쿠의 시식평에 용기를 얻은 헤스티아.

    그녀는 오크노디가 돌아올 시간에 맞춰 밖에서 미리 구운 고기를 꼬치에 꽂아 꼬치구이를 준비했다.

     

    ‘내가 만든 요리를 먹는 모습을 보고 싶어.’

     

    이왕이면 직접 만나서 요리를 건네주고 싶었지만 오크노디의 귀가는 꽤 늦었다.

    오늘도 밖에서 자기만 아는 이상한 뭔가를 하고 오겠거니 싶어지던 즈음, 창밖에서 스산한 기운과 함께 해골마가 이끄는 뼈 마차가 정차했다.

    큼지막한 자루를 들고 마차에서 내리는 오크노디와 어두컴컴한 마차 속에 우두커니 앉은 채 그녀와 친구를 배웅하는 수상한 사람.

     

    “…대체 뭘 하고 온 거야?”

     

    묻고 싶은 말이 산더미 같지만 너무 치근덕거리면 오크노디가 싫어할지도 모른다.

    소심한 마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설이는 사이, 오크노디가 재차 외출을 해버렸다.

     

    ‘에휴. 그냥 음식이나 방문 앞에 놓아두자.’

     

    상급반 학생들이 모인 복도인데 설마 누가 뺏어먹지는 않겠지.

    설령 뺏어먹더라도 하나 먹으면 제 자리에 돌려놓고 싶어지는 맛이기도 하고.

    방문 앞에 접시를 내려놓는데 오크노디가 깜빡했는지 제대로 닫히지 않은 문이 보였다.

     

    “얘도 참 칠칠맞게. 정신을 어디에 두고 온 거야?”

     

    그런 무서운 마차를 타고 왔으면 정신을 마차에 두고 내릴 만도 한가 생각하며 문을 닫으려는데 문틈 사이로 이상한 광경이 보였다.

    바닥에 그려진 수상한 문양의 그리다 만 무언가.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되는데.

    분명 오크노디가 화를 낼 텐데.

    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인간은 금기를 범하고는 한다.

     

    ‘살짝만 보려는 거야. 진짜 살짝만.’

     

    되도 않는 합리화를 하며 연 방문.

    드러난 바닥을 보고 헤스티아는 충격을 받았다.

    마법진이 있었다.

    한 눈에 봐도 불길한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방에, 정체불명의 수상한 마법진이.

     

    ‘오크노디… 너 정말 악마군주라도 되려는 거야?!’

     

    헤스티아는 재빨리 방에 들어와 문을 닫았다.

    다른 사람이 이 광경을 보면 안 된다.

    그보다 이런 짓을 해서도 안 된다.

    대놓고 수상한 마법진이라니.

    악마소환의 마법진일까?

    몸이 으스스하다.

    방에서 저주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정말 예사롭지 않았다.

    다 그리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로 스산한 기운을 내는 마법진이라니!

     

    “응애.”

     

    소리가 들린 것은 정신을 차리고도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어두컴컴한 실내.

    그 한편에 자리한 수상한 액체가 들어있는 물병.

    그 안을 느릿하게 둥실둥실 떠다니는 사람의 얼굴을 지닌 기묘한 생물체.

    헤스티아는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지 않으면 비명을 지를 것 같았으니까.

     

    ‘오크노디… 대체 방에서 뭘 키우는 거야!!’

     

    만드라고라는 초희귀 식물.

    실물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나름 베테랑 용병에 속하는 헤스티아조차 알지 못했다.

    애초에 대부분의 용병은 만드라고라를 안전하게 뽑는 방법도 모른다.

    생긴 것을 모르는 이는 차라리 낫다.

    어설프게 아는 자들은 이 값비싼 식물을 캐겠다고 객기를 부리거나 잘못된 지식에 의지하여 채집을 시도했다가 귀에서 피를 흘리며 죽는다.

     

    몰라서 욕심 부리지 않고 살거나.

    알아서 욕심 부리다가 죽거나.

     

    극단적인 양자택일에서 헤스티아는 전자에 속했다.

    그녀에게 만드라고라는 미지의 생물.

    식물의 몸에 인간의 얼굴을 지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인간적인 무언가였다.

     

    “너… 서, 설마 사람이야? 사람이었는데 그런 몸에 갇혀버린 거야?”

    “응애.”

    “뭐라고 말 좀 해봐!”

     

    만드라고라는 잔뿌리를 들어 무언가를 가리켰다.

    헤스티아가 가져온 접시였다.

     

    “이거? 이걸 원해?”

     

    팡팡.

    수면 위를 잔뿌리로 두들기며 얼른 접시를 제 앞에 내려놓을 것을 종용하는 만드라고라.

    접시를 내려놓은 헤스티아는 꼬치구이를 집어들고 뜯어먹는 만드라고라의 모습에 저것이 사람이라고 철썩같이 믿었다.

     

    “오크노디가 널 이렇게 만든 거야?”

    “응애.”

    “아니야?”

    “응애.”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헤스티아는 응애 만드라고라의 뜻을 대략적으로 간파해내었다.

    외지에서 도끼 한 자루 들고 이형의 몬스터와 마주쳤을 때, 눈치로 상대의 다음 동작이나 적의를 읽어낼 줄 모르는 용병은 오래 살지 못한다.

     

    <기능 – 눈짐작>

    <기능 – 때려 맞추기>

     

    오크노디가 만든 괴물은 아니다.

    응애 만드라고라의 반응은 오히려 오크노디가 구출을 했다는 것에 가깝다.

    그렇지만 한때 사람이었지만 인간의 모습을 잃어버린 이런 끔찍한 실험체를 오크노디는 대체 어디서 데려온 걸까?

    헤스티아는 하나밖에 떠올릴 수 없었다.

    면회.

    집사.

    재단.

    한 편의 드라마가 헤스티아의 머릿속에 펼쳐졌다.

    늦은 시각.

    오크노디와 면회를 했다고 전해졌던 집사.

    그에게 오크노디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같이 오기로한 친구는 어디 있냐고?”

     

    해맑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오크노디.

    그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집사가 물병을 꺼낸다.

     

    “아아… 이것 말인가?”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

    오크노디와 마찬가지로 재단에서 길러졌을 예비장학생.

    그러나 합격한 오크노디와 달리 친구는 아카데미에 합격하지 못했다.

    그 대가가 이것.

    인간의 외형을 상실해버린 참혹한 결과다.

    비통한 마음에 절규를 금치 못하는 오크노디.

    그런 그녀에게 집사는 잔혹한 경고를 하는 것이다.

     

    “재단의 뜻을 거스르지 마라. 다음은 네가 이런 꼴이 될 수도 있다.”

     

    집사는 떠나고 그녀는 괴물이 된 친구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리고 찾기 시작한다.

    수상한 마차에 탑승하는 한이 있더라도 친구에게 걸린 저주를 반드시 풀겠다고.

     

    ‘방 안의 음산한 저주의 기운도, 수상한 마법진도, 이 늦은 시간에 방문을 닫는 것도 깜빡하면서 급히 외출을 한 것도 전부 친구를 위해서였구나!’

     

    왈칵 눈물을 참으려 안간힘을 쓰는 헤스티아.

    찰팍찰팍.

    다 먹은 꼬치를 접시에 내려놓은 만드라고라의 모습에 헤스티아는 접시를 수거하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약속하고야 말았다.

     

    “고기가 먹고 싶었지? 다음에도 또 줄게…”

     

    오랜만에 접하는 배양액 외의 음식에 신이 나서 물장구를 치는 만드라고라.

    그 천진난만한 모습에 헤스티아는 끝내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황급히 방을 뛰쳐나갔다.

     

    “응애.”

     

    이상, 오크노디가 문단속을 하지 않아 벌어진 하룻밤 사이의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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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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