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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6

       

       

       

       

       

       “아르야아아!!”

       

       나는 인형 가게에서 나오자마자 여관으로 돌아가 아르의 이름을 부르며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레오오온!!”

       

       아르도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내 텐션에 맞춘 느낌으로 두 팔을 번쩍 들고 나에게 두두두 달려와 나를 껴안았다. 

       

       “벌써 돌아와써?”

       “응. 근데 다시 나갈 거야.”

       “또 나가는 고야? 힝.”

       

       아르가 또 자길 두고 어딜 가냐는 듯 시무룩한 눈을 했다. 

       

       나는 귀여운 아르의 표정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번엔 아르랑 같이 나갈 거야. 그러니까 와이번 모드로 변신해 볼래?”

       “우응!”

       

       아르는 왜 딸내미 모드가 아닌 말랑콩떡 모드로 변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내 말대로 폴리모프를 했다. 

       

       “뿅!”

       

       성장 단계로 치면 2단계.

       주둥이가 조금 튀어나온, 용과 와이번의 경계 정도에 있는 모습으로 변한 아르가 폴짝 점프해 내 품에 안겼다. 

       

       “히히, 요거 오랜만이당. 레온 품에 쏙 들어가니깐 넘무 포근해.”

       

       아르는 간만에 내 품에 안겨 좋다는 듯 내 팔에 뺨을 부볐다. 

       

       토닥, 토닥.

       

       “뀨우.”

       

       옛날에 해 주던 것처럼 가볍게 손으로 엉덩이를 토닥여 주자, 아르는 행복한 표정으로 뀨 소리를 냈다. 

       

       “실비아 씨도 같이 가시죠.”

       “저도요?”

       “네. 아마 후회 안 하실 걸요.”

       “그럼 가야죠.”

       “오디 가는 고야?”

       “그건 비밀.”

       “힝!”

       

       ***

       

       비밀이라곤 했지만 바로 근처였기 때문에, 목적지의 정체는 금방 탄로났다. 

       

       <마글렛의 인형 가게>라는 간판을 읽은 아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우아…! 인형 가게는 첨 와 보…쀼우!”

       

       아르는 내 품에서 종알종알 말을 하다가 내가 가게 문을 엶과 동시에 말을 못 하는 와이번인 척 쀼 소리를 냈다. 

       

       “쀼우…! 쀼!”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여기저기에 진열되어 있는 인형들을 본 아르의 입이 떡 벌어졌다. 

       

       “쀼!”

       

       아르는 진열대에 가까이 가고 싶다는 듯 팔을 뻗었다. 

       

       “그래, 그래. 아르야. 구경 좀 해 봐.”

       “쀼우.”

       

       아르를 안은 상태로 진열대에 다가가자, 아르는 귀여운 각종 동물 인형들을 빛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특히 아르는 가장 비싼 70실버짜리 곰인형을 똘망똘망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비싼 건 역시 잘 알아본다니까.’

       

       …진짜 살까, 저거?

       

       “홀홀홀. 만져 봐도 된단다. 아가야.”

       “할머니…!”

       

       어느새 안쪽 방에 있던 주인 할머니가 나와서 뒷짐을 진 채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역마가 참 귀여우이.”

       “하하, 고맙습니다. 얘가 호기심이 많아서요.”

       “쀼우!”

       

       아르는 만지게 해 줘서 고맙다는 듯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바로 커다란 곰인형을 이리저리 만져 보았다. 

       

       “쀼!”

       “보들보들 푹신푹신해?”

       “쀼우우.”

       “하하, 그래. 내가 보기엔 아르가 더 귀여운데.”

       “쀼, 쀼우.”

       

       아르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좋은 듯 헤에 웃더니 다시 인형을 놓았다.

       

       “그래, 모델을 데려온다고 그러더니 그 사역마가 모델이었던 모양이로구먼. 홀홀.”

       “하하, 맞아요.”

       

       내 대답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구먼. 이리 들어오시우.”

       “쀼우?”

       

       갑자기 모델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자 아르는 고개를 갸웃했다. 

       

       “후후. 있어 봐, 아르야.”

       

       나는 씩 웃으며 아르를 데리고 할머니를 따라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이쪽에 앉혀 보겠수?”

       “네. 잠깐만요.”

       

       나는 내 품에 안겨 무슨 일인지 설명해 달라는 듯 나를 커다란 눈망울로 빤히 올려다 보고 있는 아르에게 말했다. 

       

       “아르야, 이 할머니가 이제부터 아르를 모델로 해 가지고 엄청 귀엽고 보들보들 폭신폭신한 인형을 만들어 주실 거야. 내가 제일 비싼 원단으로 주문 제작을 맡겼거든.”

       “쀼우…!”

       

       아르 인형을 만든다는 말에 아르가 눈을 끔벅거렸다. 

       

       “쀼우, 쀼?”

       “응. 아르가 앉아 있으면 할머니가 아르를 보면서 만들어 주실 거야.”

       “쀼우. 쀼우우.”

       “응?”

       

       하지만 아르는 생각보다 엄청 기뻐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왜 그래, 아르야? 인형은 싫어? 아르마블 때 아르 모형 만들어 준 걸 좋아하길래 인형도 좋아할 줄 알았는데….”

       “뀨우우.”

       

       아르는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자신을 안고 있는 내 손을 꼬옥 잡고 주물거렸다. 

       

       “쀼우.”

       

       아르는 ‘구거는 레온이 직접 만들어 조서 조은 고야. 아르랑 똑가치 생긴 인형은 조치만, 그래두 레온이 직접 만들어 주는 게 조아.’ 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그걸 왜 잊고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였다.

       

       아르가 돈으로 따지면 얼마 하지 않는, 세공되지도 않은 루비 원석을 소중하게 아공간에 보관한 이유.

       

       그건 바로 내가 아르에게 선물해 준 첫 보석이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나도 처음에는 내가 만들어 준 모형을 좋아하는 걸 보고 인형도 만들어 줘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인형 가게에 와서 할머니의 솜씨를 두 눈으로 보고 나니, 내가 직접 만드는 건 아무래도 저 정도 퀄리티가 절대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주문 제작을 하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던 것이다. 

       

       ‘할머니 실력으로 만든 인형 퀄리티라면 아르도 내가 직접 만든 것보다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내가 바보지.’

       

       기왕이면 예쁜 인형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내 욕심이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나만의 욕심이었던 모양이었다. 

       

       “왜 그러우?”

       “하하. 할머니, 아무래도 아르, 이 아이는 제가 직접 만들어 주는 게 좋나 봐요.”

       “홀홀홀. 아주 둘의 사이가 끈끈한 모양이구먼. 알겠수다.”

       “네에, 죄송해요. 그럼 원단만….”

       

       아니, 잠깐.

       

       문득 다른 방법이 생각난 나는 원단을 꺼내던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 혹시 저한테 인형 만드는 법 가르쳐 주실 수 없을까요?”

       

       ***

       

       “이렇게 원단을 펴 놓고, 먼저 이걸로 자를 부분을 표시하면 된다우.”

       “이렇게요?”

       “오옳지. 그대로 날 따라 잘라 보시우. 그렇지. 젊은이가 손재주가 좋구먼.”

       

       결국 내가 택한 방법은 할머니의 코칭 아래 내가 직접 아르 인형을 만드는 것이었다. 

       

       방식은 간단했다.

       

       원단을 두 개 사서 할머니 앞에 하나, 내 앞에 하나 놓고 할머니가 하는 시범을 보고 따라하는 것.

       그리고 중간 중간 요령을 가르쳐 주시는 대로 익혀 나가면서 완성해 나가는 것이었다.

       

       “이런 체형의 인형을 만들 때에는 이렇게 꼬리부터 만드는 게 좋다우.”

       “그렇군요…!”

       

       물론 아무리 보고 따라해도 정확히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오랜만에 해서 조금 서툴어진 바느질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는 아르는 굉장히 행복해 보였다. 

       

       “쀼우, 쀼♪♬.”

       

       아르는 할머니가 마련해 준 푹신한 방석 위에 앉아, 내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지 않을 때는 콧노래를 부르며 꼬리로 방석을 톡톡 치며 기다렸다. 

       

       “저도 만들어 봐도 돼요?”

       “실비아 씨도요?”

       “네에. 막상 기다리고 있으니까 저도 해 보고 싶네요.”

       “만들어서 아르 주려고요?”

       “아뇨, 제가 쓸 건데요?”

       “…….”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좋아요. 대신 원단은 실비아 씨 사비로 사야 해요.”

       “…안 그래도 그럴 거였거든요?”

       “하하, 농담이에요. 제가 살 테니 맘껏 쓰세요.”

       

       잠시 후에는 실비아도 옆에서 아르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이구, 아주 참하고 예쁜 아가씨가 손재주도 뛰어나구먼. 둘이 부부인가 보우?”

       “앗, 네에. 맞아요.”

       

       볼이 조금 붉어진 실비아가 대답했다. 

       

       “홀홀. 보기 좋구먼. 음, 거기는 이렇게 바늘을 넣어 갖고….”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쀼아움….”

       

       가만히 앉아 있기도 지친 아르가 커다랗게 하품을 할 때쯤.

       

       “완성이다!”

       “저도요!”

       “홀홀. 고생 많았구먼.”

       

       나와 실비아는 아르 인형을 완성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나이스, 실비아 씨한테 이번엔 퀄리티 안 밀린다!’

       

       아르 모형 때는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엔 혼신의 힘을 다해 할머니의 가르침을 흡수해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사실 아르한테 공유 받은 「습득」 특성을 이용한 거긴 했지만, 아무렴 어떤가. 

       

       중요한 건 내가 한 땀 한 땀 직접 만든 아르 인형이 완성됐다는 거다. 

       

       ‘이렇게 했는데도 할머니가 우리 가르쳐 주면서 시범용으로 만든 아르 인형에 밀리는 걸 보면 할머니 실력이 진짜 대단하긴 하네.’

       

       하지만 아르는 역시 퀄리티보다는 내가 직접 만든 아르 인형이 더 좋은지 즉시 덥썩 껴안으며 쀼 소리를 냈다. 

       

       “아유, 귀여워. 아르가 아르를 안고 있네요.”

       

       심지어 크기도 실물과 일대일 비율로 만든 것이었어서, 아르가 귀여운 인형이 된 자신을 꼭 안는 것 같아 너무나도 귀여웠다. 

       

       “헤헤, 저도 이제 대리만족 할 수 있어요.”

       

       실비아는 자신이 만든 아르 인형을 안고 쓰다듬으며 아르를 보았다. 

       

       …마치 굴비 한 번 보고 밥 한 번 먹고 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했지만.

       

       아무튼, 다들 행복한 것 같으니 오케이 아니겠는가.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거 강의료도 내야겠는데요.”

       

       나는 주머니에서 3골드를 꺼내 내밀었다. 

       

       “에구, 원단 값이 2골드도 안 되는디 무슨 3골드를 준다고 그러우. 괜찮수.”

       “받아 주세요. 감사해서 그래요.”

       “아이고, 안 되우. 덕분에 오랜만에 귀여운 모델로 작업을 할 수 있어서 늘그막에 아주 즐거웠다우. 내가 고맙지.”

       

       할머니가 3골드를 절대 받지 않을 기세로 거절하자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어떻게 드려야 거절을 안 하실까…. 아! 저거다.’

       

       나는 문득 진열대에 있는 곰인형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저 곰인형도 아까 아르가 맘에 들어했으니 사는 걸로 하고, 3골드 받으세요. 아니, 받아 주세요.”

       “홀홀…. 젊은이는 못 말리겠구먼. 알겠수. 정말 고마우이.”

       

       할머니는 마지못해 3골드를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우리는 인형 가게를 나왔다. 

       

       나는 아르를 안고, 아르는 아르 인형을 안고, 실비아는 곰 인형과 아르 인형을 양 팔에 안은 채였다.

       

       우리는 떠나기 전, 인형 가게를 마지막으로 돌아보았다. 

       

       “어, 저거!”

       

       나는 가게 유리창을 가리켰다.

       유리창 안쪽, 곰인형이 있었던 빈 진열대 자리.

       

       “쀼우!”

       

       할머니가 시범을 보여 주면서 만들었던 아르 인형이, 그 자리에 새로이 놓여 두 팔을 활짝 펴고 있었다. 

       

       언젠가, 누군가가 사 가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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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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