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66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나는 다시 이들의 면면을 살폈다. 솔직히 말해서 이게 지금 현실인가 좀 의심스러웠으니까. 미래의 재상, 장군, 대장장이, 상인, 창술교관, 외교관 등등..황국의 차세대를 이끌어갈 주역들이 죄다 내가 교육할 부대에 모여 있다는 게 말이 돼?

         

       “재상해, 자네는 어째서 금의위에 지원했나?”

         

       일단 나는 재상해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이 부대의 구성원들 면면이 다 위인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거물을 고르자면 단연 재상의 위에 오르는 이 재상해다.

         

       그리고 가장 이질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딱 봐도 그렇잖아. 재상이란 직위 자체가 문관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데 미래의 재상이 금의위 시험에 지원했다니.

         

       “제가 받는 처우가 불합리하다 느꼈기에 금의위에 지원했습니다.”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가 없군.”

         

       재상해의 답변은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었다.

         

       “저의 악산재가는 항상 문인을 배출해온 명가입니다. 그러다보니 무공경지가 일류에 올랐음에도 모두 저를 서생으로 취급하더군요. 물론 서생이라고 불릴 만한 학식도 갖추었지만 말입니다.”

         

       “뭔 소리야 이게.”

         

       “저는 제 능력을 합리적으로 평가받기를 원합니다. 관직은 썩어 빠졌습니다! 관습, 인맥, 연공서열! 사람의 능력보다도 다른 요소들을 우선하니 그런 취급을 참고 인내하느니 차라리 실력과 공적을 중요시하는 군에 투신하는 것이 낫지요.”

         

       음.

         

       그래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했다. 차라리 묻지라도 말걸 정말 끔찍한 사고방식이로군. 이 녀석이 정말 재상이 되기는 하는 걸까? 가문명을 듣지 않았다면 동명이인일지도 모른다고 행복회로라도 돌렸을 텐데.

       

       정신이 혼미한 답변을 듣고 나니 다른 이들을 캐물을 기력이 싹 사라졌다. 

         

       “그래. 알았네. 자네들 만나서 반가웠군.”

         

       “충!”

         

       조가주의 경례를 받아준 나는 곧바로 송창식을 찾아갔다. 송창식은 나를 한번 힐끗 보고는 처리하던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나에게 무슨 용무가 있는가?”

         

       “외람되오나 제가 맡은 부대 말입니다. 정말로 금의위에 걸맞지 않은 자들입니까?”

         

       송창식은 붓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잠시 나를 탐색하던 송창식은 여상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들은 금의위가 될 수 없는 확실한 결격 사유가 있는 자들일세. 물론 금의위 선별시험은 아주 공정해야 하지. 그들은 1차 선별시험인 부대 단위의 선발에서 자연적으로 탈락할 걸세.”

         

       “혹시나 묻겠습니다. 방금 하신 말씀은 자연스럽게 개입해 탈락시킨다는 뜻입니까? 아니면 이미 탈락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까?”

         

       송창식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허허허. 자네 갑자기 왜 이러나? 애초에 시험에 그런 부정한 개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알 법한 사람이 말일세.”

         

       그건 맞는 말이었다. 시험 자체는 무조건 투명하고 공정하게 치러져야 한다. 기껏해야 사람 좀 쳐내겠다고 시험 전체를 조작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할 수 있지.

         

       “…아무래도 교육생 면면을 보니 좀 불안해서 말입니다. 눈에 총기가 도는 자들이 있던데 덜컥 합격이라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요.”

         

       송창식에게서 예상한 그대로의 답변이 돌아와서 한숨을 쉬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이런…자네에게 이런 말까지는 하지 않으려 했지만…이리 사람의 담이 작아서야.”

         

       송창식이 손짓으로 나를 부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교관들에게 자신의 훈련생이 합격하는 것은 중요한 요소라네. 어떤 훈련생을 배출했느냐에 따라 교관의 지도력 역시 평가받으니까 말일세. 기본적으로 동창의 선별 시험 내용은 비밀이지만 다년간 교관을 한 이들은 아무래도 출제 경향 같은 것을 파악할 수밖에 없지.”

         

       “거기에 1차 시험은 부대별 단체전이 될 것이고 자네의 부대는 다른 부대보다 한 명 부족한 상태로 진행될 것일세. 부대원의 평균 역량은 물론이고 부대의 인원마저 타 부대에 비해 열세인 상황에서 교관인 자네까지 초짜이니…자네 부대와 자네가 일치단결해서 절차탁마한다고 할 지라도 합격권에 들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일세.”

         

       “음. 그렇습니까.”

         

       “그렇다네. 이제 좀 안심이 되는가.”

         

       안심은 개뿔.

         

       인원수? 평균 능력치? 장난해? 어벤저스도 왕복으로 따귀를 칠 초호화 인원 구성이다.

         

       조가주를 봐라.

         

       어제는 조가주 외에 나에게 경례를 올리는 놈 하나 없이 멀뚱히 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오늘 가 보니까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경례를 올렸다.

         

       조가주가 저들에게 군기를 주입했다는 명확한 증거였다.

         

       누가 대장으로 지정해 준 것도 아니었다. 그냥 자칭 임시 대장이 권위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런데도 조가주는 하루만에 성과를 냈다.

         

       저런 인재들이 우글우글한 것이 현재 내 부대의 실정이다. 교육의 질이나 고작해야 한 명 부족한 인원 따위로 내 부대가 탈락한다고? 너무나 낙관적인 예측일 뿐이었다.

         

       대체 이 시기의 금의위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내가 교육해야 할 부대가 차세대 황국 드림팀이 되어있냐고.

         

       지금 당장이라도 송창식에게 따지고 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사실 따지고 든다 치더라도 할 말이 없었다.

         

       금의위 제독 앞에서 저들은 미래 황국을 이끌어나갈 동량들이니 금의위 따위나 시키면 나라가 망한다고 해? 아니면 지금 조치한 훈련부대 편제 따위로는 막을 수 없는 미래의 위인들이니 시험에서 고의로 낙방시켜 달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역사에 굵직한 업적을 남길 인물들이라고 지금은 그냥 반짝임이 있는 젊은이에 불과하니 설득할 소재 자체가 없다 할 수 있었다.

         

       “음…알겠습니다. 뭐 불안하면 제가 열심히 하면 되겠지요.”

         

       “하하하! 그렇지. 잘 부탁하겠네 외부 고문.”

         

       “예.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내 팔자가 그러면 그렇지 뭐. 이번 일 역시 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모양이다.

         

       *** ***

         

       “흐음.”

         

       “제독, 외부고문이 뭐라 말을 하셨습니까?”

         

       “뭘 알고 저러는 것인지…”

         

       “예?”

         

       금의위 제독 송창식은 아들이 보내는 의문 어린 시선을 무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황궁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 모르는 송창식은 호천안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지금의 사태에 대해서 잘 몰랐다.

         

       송창식이 이번 사태에 대하여 명확하게 아는 것이라고는 고작해야 낭인 한 사람을 위해 황제 폐하가 직접 나섰다는 사실 하나 뿐.

         

       ‘뭐 하는 작자지? 사마염 태수와 함께 공은 세운 것은 알겠으나…’

         

       황제가 주시하는 자이니 당연히 범인은 아니라 생각했지만….

         

       금의위 시험은 지방의 인재들이 중앙으로 진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였다. 금의위처럼 정기적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시험이 열리는 중앙 관직은 거의 없었다.

         

       지방에서도 공적을 쌓으면 중앙으로 올라올 수 있는 제도는 마련되어 있으나 이는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일이었다.

         

       지방이라고는 해도 그 지역에서는 엄연히 황군이고 굳이 중앙에서 성공하겠다는 특별한 마음을 먹은 자가 아니라면 애써 쌓아올린 지방의 기반을 두고 중앙으로 올라올 일은 별로 없었으니까.

         

       아직 자신의 자리가 확고하지 않으며 연줄이 부족한 젊은 인재가 중앙의 요직을 차지할 수 있는 길은 금의위가 유일하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기본적으로 금의위 시험에 탈락해도 지방에서 골라 보낸 인재들이니 각자 재주를 지니고 있기 마련이지.’

         

       첫 시작은 동창이 끊었다. 금의위 지원자들의 정보를 살피다보니 동창에 어울리는 인재들을 발견했고 탈락자들 중에서 몇몇을 동창으로 흡수했다.

         

       인재 맛을 본 동창은 ‘탈락자라고 해도 지방에서 고르고 고른 인재인데 그 재주를 요긴하게 쓰는 것이 황국 입장에서 이득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기했고 유경과 송창식은 그 의견에 동의했다.

         

       동창이 제시한 의견을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지방의 인재를 공개 채용하는 시험을 대폭 늘리는 것이 정답이었으나 권신들과의 전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궁여지책으로 금의위에 지원한 인재 중에서 쓸만한 자들을 골라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십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다보니 지방에서도 재능이 있는 자들은 탈락자라도 중앙에서 채 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야 금의위에 낙방해도 어떤 식으로든 중앙에 자리 잡는 인재들이 꾸준히 나왔으니 금의위와 동창이 아무리 입을 다물어도 눈치를 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지방관들은 그냥 인재다 싶으면 금의위 추천서를 써서 중앙으로 올려 보냈다. 금의위 시험을 보러 가서 금의위가 되면 좋은 일이고 금의위가 안 되더라도 꿩 대신 닭이라도 잡는 이들이 많았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금의위 지원자들은 매해 늘어났고 지원자들의 평균 수준도 꾸준히 상승했다.

         

       물론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구잡이로 인재를 빨아들인 단점 역시 생겨났으니 누가 봐도 다른 분야로 빠져야 할 인재들이 시험에 지원하고 합격하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출난 인재들은 자신의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내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런 이들을 걸러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탈락부대였다.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이들이 갑자기 금의위 시험에 지원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마음을 굳게 먹은 자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말 금의위에 뜻이 있는 이들은 6개월을 기다려 재시험을 치르면 그만.

         

       ‘보통은 3,4수 정도는 거쳐서 금의위가 되는 이들이 일반적이니까. 한번 낙방한 정도야 큰 흠결도 아니지.’

         

       그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황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유경이 온전히 황국을 장악하면 없어질 폐단이기도 했고.

         

       아무리 사마경휘와 유경이 호천안을 신경 쓴다 하더라도 이런 폐단까지 이야기해 주었을 가능성은 낮았다.

         

       그렇다면 호천안은 스스로 부대의 위화감을 찾아낸 것일까.

         

       송창식은 자신의 아들이자 동시에 부관인 송안성에게 물었다.

         

       “부관. 외부고문이 훈련생들과 오래 어울렸나?”

         

       “아닙니다. 어제도 곧바로 퇴근하셨고…오늘도 제독님을 찾아온 시간을 생각해보면 훈련생들과 오래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훈련생들이 인재라는 것을 간파했다라.

         

       “그랬단 말이지…”

         

       송창식은 호천안의 모습을 떠올렸다. 설명에 납득하고 물러서는 모양새가 아니었으니 그 나름대로의 대책을 강구해 지금의 사태를 타파하려 들겠지.

         

       “흥미롭구만.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겠어.”

         

       아무래도 이번 금의위 선별은 지켜보는 맛이 있겠군.

         

       송창식은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 ***

         

       송창식이 미소 짓고  호천안이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흑묘 소저.”

         

       “네?”

         

       “저…아무래도 호 낭인님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찻집에서 차를 마시던 혁기린은 흑묘에게 자신의 심정을 고백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닉네임을 변경했습니다.

    앞으로는 ‘0382’가 아니라 ‘검은주사위’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숫자 네 자리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기억하기 쉬운 작가명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변경했습니다.

    앞으로는 0382가 아니라 검은주사위로 찾아뵙겠습니다.

    꾸우벅.

    *[최신화]님께서 [5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언젠가 호천안이 사자후로 [GAL!]을 시전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후원 감사합니다!

    [크리슴]님께서 [3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신규 후원자님이시로군요! 글이 입에 맞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언의 후원이니 맛이 좋아서 후원해 주신 것으로 멋대로 해석하지요. 오홍홍.

    후원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