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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6

       시즌 말. 희로애락이 모두 극한까지 치닫는 시기.

        

       업데이트 따위는 기대도 하지 않게 되어버린 옛날의 나오나에서 유일한 축제가 있다면, 바로 이 세기말이었다.

        

       이 시기에조차 성실하게 게임에 임하며 본인 실력의 한계를 찾으려는 사람들도 존재하기야 했다만, 한 줌도 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세기말 아닌가. 

        

       이미 본인이 원하는 티어에 도달한 사람들이 몇 할.

       

       원하는 티어는 아니나, 며칠 남지 않은 시간 내에 결코 뚫어낼 수 없는 티어에 도달한 사람들이 또 몇 할.

        

       이들은 대부분 나오나를 잠시 떠나 다음 시즌을 기다렸고- 설혹 흥미가 가는 다른 일이 없어 돌아오더라도, 대개 편안한 마음으로 게임을 즐길 뿐이었다. 내 실력의 한계야, 뭐. 다음 시즌에 찾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미련과 욕심을 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슴팍에 다는 훈장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을 상식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이니. 하물며 그 훈장이 마패처럼 기능하는 마당에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번 시즌의 성과는, 다음 시즌 내내 사용될 ‘내가 ㅇㅇ 출신인데 넌 티어 어디냐’ 필살기의 위력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니, 버스를 타서라도 본인의 실력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티어를 달성하고 싶은 사람이 다시 몇 할.

        

       심지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아이디를 남에게 맡긴다는 사마외도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게 있었으니-

        

       시즌 말 듀오 컨텐츠가 제법 인기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인터넷방송을 그리 즐겨보지는 않았지만, 지튜브에 올라온 영상들 정도는 보곤 했다. ‘응급 구조대’ 따위의 방제를 단 방송인이, 듀오로 시청자의 승급전을 캐리(혹은 역캐리)하는…….

        

       개인적으론, 큰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컨텐츠로는 흥미롭지만. 평생 듀오를 할 것도 아닌 이상에야, 남의 힘으로 얻어낸 티어에 무슨 의미가 있겠어.

        

       결국, 자신의 힘으로 뚫어내야 하는 법이다.

        

       * * * *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논란을 잔뜩 해명하고, 자숙을 선언한 방송으로부터 약 이틀.

        

       설마 정말로 6개월 동안 자숙을 하겠냐고 애써 웃던 시청자들의 불안감이 점차 고조될 무렵에, 이예나의 방송은 예고 없이 켜졌다.

        

       언젠가 약속했던 바와 같이 방송 공지가 올라오기는 했다. 공지 업로드와 방송 시작 시간의 시차가 몇 초에 불과하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었지만.  

        

       암묵적인 합의 하에 누구도 지적하지 않는 문제점이었다.

        

       《아. 잘 들리시나요.》

        

       『아 하~』

       『6개월 존나 빠르네』

       『자숙 어디감』

       『논란 많은 스트리머시네요』

       『시간 존나 빠르네요』

       『잘 들려요!!』

       『ASMR해주세요』

       『따 하』

       『또 음악 틀고 방종하면 뒤진다 진짜』

        

       언제나와 같은 인사말과 함께 시작된 방송 화면에는 모닥불이 떠올라 있었다. 검은 배경에 덩그러니 그려진 모닥불. 조금씩 일렁이는 것이, 동영상인 듯도 싶은 그림이었다.

        

       《자숙 기간 동안 배경화면을 준비해봤어요. 예쁘지 않나요. 굳이 나오나 할 것 없이 이것만 보고 있어도 될 것 같아. 오늘은 같이 모닥불만 볼까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제발 농담할 때는 농담이라고 고지해주면 안 될까】

        

       울먹거리는 목소리의 도네이션이 시청자들의 심경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설마, 아무리 그래도 정말로 하루 방송을 배경화면 구경으로 채울 리야 없겠지만. 30~40분 정도, 오카리나나 연주하며 저 모닥불 영상을 구경하는 그림은 너무나 쉽게 떠오르는 것이었다.

        

       《농담……농담이에요. 오늘은 할 일도 있고. 다음 방송으로 아껴둘게요.》

        

       -흐흫

        

       그리 말하며 살짝 웃는 사이, 채팅창은 여느 때와 같이 혼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웃음소리에 환호하는 이들부터, 제발 지랄하지 말고 나오나 키라고 시위하는 이들, 그리고 도적 강의 언제 하냐는 유입들까지.

        

       이예나의 팬을 자처하는 이들에게는 몹시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소위 말하는 ‘유동층’은 방송에 오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방송 시작으로부터 겨우 3분. 벌써 찾아온 이들은 불규칙한 이예나의 방송에 익숙해진, 예전부터 팔로우 알림만 기다리던 이들 뿐이다.

        

       그런 이들만 모였는데도 시청자수는 5,000명에 육박했다. 스트리머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의 체급을 여실히 보여주는 시청자수. 어그로가 튀어 몰려든 사람들을 한 웅큼씩 방송에 착석시켜온 결과였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6개월 존나 빨랐네요 선생님 자숙 선언하신게 분명 진짜 엊그제 같은데】

        

       《음……그런가요. 충분한 자숙시간을 가지고 돌아왔는데…… 시차가 조금 있나 보네요.》

        

       『어디 명왕성에 사세요?』

       『시차?;』

       『코런갑다 해라』

       『얜 진짜 일부러 이러는 거 같아』

       『아니 아무도 자숙하라고 안 했다고』

       『자숙하라고 했으면 이 악물고 안 했을 걸』

        

       자신에게 여전히 쏠려 있는 관심의 크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곧 여기저기에 좌표가 찍혀 몰려올 유동들은 알바 아니라는 듯이, 이예나는 시청자들과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뿐이었다.

        

       -쪼르륵.

        

       《또 술 쳐마시냐……억울하네요. 물이에요. 음주측정기라도 하나 장만해야 하나.》

        

       그렇게 잠시 시간을 보내는 사이, 시청자 수는 빠르게 폭등하고- 채팅창에서 나오나는 언제 하는지 묻는 이들의 비중 역시 급등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처음 보는 아이디들. 아이러니하게도, 클린하고 평범한 아이디들이었더랬다.

        

       ‘카풀하며웨하스먹는아따먹’이나, ‘폐지에불지르는아따먹’, ‘아크따먹아따먹’, 따위의 아이디들은 오히려 기존 시청자들이었으니. 팬을 자처하는.

        

       이름과 숫자로 조합되거나, 흔한 단어들로 구성된 닉네임들이 채팅창을 가득 메웠다. 한 눈에도 인터넷방송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닉네임들이다.

        

       이들이야 말로 평소 생방송 따위는 찾아보지 않던, 진정한 의미의 유동층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응~ 좆오좆 절대 안 해~』

       『오카리나로 기강 좀 잡죠』

       『방장님 목소리 너무 예뻐요』

       『방제 도적 강의인가요???』

       『이분 티어 어디에요??』

       『나오나 안 하심?』

       『더로리 8시간쯤 땡기자』

       『개미 좀 털어야겠는데 이거』

       『유입 존나 많네』

       『나오나OST – 더로그 오프닝 – 마왕 – 더로그 전투브금 – 나오나 픽창브금 – 프리스타일 – 퀸메이커 OST 풀코스 연주 갑시다』

        

       그런 일반인들의 방문을 침공 비슷한 무언가로 받아들이는 원주민들은 잔뜩 심술을 부리고 있었으나, 그들로서도 내심 기대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이렇게나 고객이 많이 몰려왔으니, 오늘은 나오나를 하겠지- 하고.

        

       그런 기대에 부응하듯이 나오나 아이콘을 향해 마우스를 움직이던 이예나는, 느긋하게 채팅창을 위아래로 살피기 시작했다.

        

       《시즌 종료가 이제 이틀 남았네요. 다들 플레티넘은 달성하셨나요. 음, 안 하셨다는 분들이 계신데……그러면 방송 보실 때가 아니지 않나. 제가 도와드려야…….》

        

       불만섞인 음색. ‘실버여서 포기했어요ㅠㅠ’라는 채팅을 남긴 아이디를 잡아낸 이예나가 잠시 말을 흐렸다. 이내, 임시 차단 위에서 맴도는 마우스. 그녀가 생각하는 ‘도와주는 방법’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움직임이었다.

        

       -간절합니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센세 듀오 구조대 컨텐츠 안 하십니까 2승2패 진짜 간절합니다】

        

       -10배간절함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제가 진짜 간절합니다 숫자로 보이는 간절함입니다】

        

       물론,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도움은 달랐지만.

        

       기행들과 별개로, 이예나의 실력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방송을 켜고 챌린저를 찍은 데 더하여, 프로게이머조차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좌표를 찍은 사람 아닌가. 게다가, 안 그래도 양학하기에는 좋다고 알려진 도적 장인이다.

       

       듀오만 할 수 있다면, 그 누구보다도 안정적으로 플레티넘에 데려줄 것이 분명했다.

        

       -도와주세요제발 님이 5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선생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지금도 친구들이 골딱이냄새난다고 놀리는데 앞으로 1년을 당할 생각하면 죽을 것 같습니다】

        

       경쟁이라도 하는 양 금액을 올려가며 쏟아지는 도네이션들.

       

       조금 전까지 그녀가 읊조리던 말들이 듀오 컨텐츠를 시작하기 위한 빌드업이라고 확신하는 모양새였다. 여타 방송인들이 그러했듯이.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그러면 듀오를 해볼까요’ 따위의 멘트는 들려오지 않았다.

        

       -최고에오도적도적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선생님 저는 원래 플레티넘에서 살던 몸이었는데 지난주부터 하루에 10판씩 도적을 하다가 시궁창 같은 골드에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제발 저를 불쌍히 여겨 다시 제 고향으로 데려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평소 돈에 흔들린 적 없던 이예나의 성향을 고려하여, 구구절절한 사연을 쓰는 이들까지 점점 늘어나던 시점.

        

       《후원 감사합니다. 부흥운동에 유용하게 쓸 예정이에요. 음……경쟁 입찰은 하지 마시고. 너무 많이 후원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도움은 당연히 드릴 거니까. 다만……혹시, 그런 말 들어보셨나요.》

        

       그리 말하며 도네이션에 제동을 건 이예나는 잠시 뜸을 들이며 목을 축였다.  놀랍게도, 정말 물이었다. 기존 시청자 중 누구도 그리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추운 사람에게 불을 피워주면 몇 시간 따뜻하고 말지만, 직접 불을 붙여주면 남은 평생이 따뜻하다고 해요.》

        

       『???』

       『죽인단 거자나;;』

       『좀 인간의 마음을 가져주세요』

       『센세……?』

       『아니』

       『논란이 부족해져서 그럼?』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물고기를 주면 한 끼를 먹지만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면 어쩌구 아님……?】

       

       합당한 의문을 제기하는 도네이션에, 이예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카메라가 켜져있었다면, 그런 그녀의 입에 조그마한 미소가 걸려있는 것이 보였으리라.

        

       《물고기 잡는 방법……이라고 하면, 팀이 도적에 맞추지 않아도 게임을 이기는 방법이겠네요. 정석이기는 해요. 배우는 데 오래 걸려서 그렇지. 이제 겨우 이틀 남았는데……어느 세월에 배우나요.》

        

       그러나 이예나의 카메라에는 아직도 당연하다는 듯이 청테이프가 감겨있었기에- 시청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건 단호한 목소리 뿐이었다.

        

       《우리는 불을 붙이는 방법을 배울 거예요. 일단 도적을 고르고, 팀이 도적에 맞추도록 만듭니다.》

        

       필요 이상으로 결의에 차 있는.

        

       《일단, 픽창에서 모두의 생각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방법부터 실습해볼까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우혁_969 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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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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