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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6

       “마력 패턴이 거의 동일합니다.”

       

        마키나, 대륙에서 가장 발전된 문명을 지닌 자유도시.

         

       그 지하에 위치한 대공동에, 두 명의 복면인이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의 발에 맞춰 무수한 기계장치들이 움직이며 거대한 철문을 열어젖힌다. 꽤나 높은 위치에 있는 모양인지, 복면인들이 지나갈 때마다 긴장한 기색으로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숙인다.

         

       “누구와?”

       “1년 전 쯤에 9번 도로에서 있었던 폭발 사건 기억하십니까? 그때 혹시나 해서 잔존 마력을 기록해놨었는데, 거의 일치합니다.”

       “신분은 확인했나?”

       “예. 근데……거기서 조금 문제가 생겼습니다.”

         

       잠시 눈치를 보던 복면인이 말을 잇는다.

         

       “금탑주의 제자입니다.”

        “……뭐?”

         

       복면인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아무리 그들이 대륙 제일가는 암살단이라고 한들, 금탑주 멜리나를 건드리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마법의 정점. 200년 동안 제국을 홀로 수호해온 그 노괴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변장했을 가능성은?”

        “마력 구속구를 채우고 잔존 마력이 모두 소멸할 때까지 지켜봤습니다만, 외적인 변화는 없었습니다.”

        “……제대로 꼬였군.”

       

        복면인은 철장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한가운데에 쭈그려 앉아, 생각에 잠긴 여인의 모습.

         

       그런 그녀의 주변에는 전문 고문업자들이 고문 도구를 꺼내며 킬킬거리고 있었다.

         

       저대로 내버려둔다면 분명 좋은 꼴은 못 보겠지.

         

       금탑주의 제자에게도, 그리고 자신들에게도.

         

       “……제국의 노괴에게 책 잡힐 일 없도록 극진히 모셔라.”

        “예.”

         

       상관의 말에 복면인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그대로 뛰쳐나가 고문업자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가히 순간이동에 가까울 정도로 빠른 속도.

         

       갑자기 나타난 복면인의 모습에 고문업자들이 고개를 숙인다.

         

       “무, 무슨 용무로 이런 누추한 곳에 오셨습니까?”

       “치워라.”

        “예. 안 그래도 당장 치우려고 했습니다. 원래 이런 곱상한 년들은 손톱 몇 개 뽑아주기만 하면 금방…….”

         

       요점을 완전히 잘못 짚은 고문업자들의 말에, 복면인의 표정이 확 찌푸려졌다.

         

       “……내가 말을 실수했군. 귀한 분이니 다른 곳으로 옮겨드려라.”

       “예?”

       “두 번 말해야 하나?”

       “아, 아니요. 그럴 리 있겠습니까. 다만……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해서 말입니다. ‘다른 곳’이 어딘지도 알아야 하고……헤헤.”

         

       복면인이 얼굴을 쓸어내리며 입을 열었다.

         

       그의 눈동자는 더 없이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라시아.”

       “예.”

         

       고문업자들의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그들의 직속 상관인 관리자의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실력이 뛰어나다기에 데려왔건만, 주제도 모르는 버러지들인 줄은 몰랐습니다.”

       “알면 당장 치워라.”

        “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십니……!”

       

       그제서야 라시아의 기척을 느낀 고문업자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그들의 육체는 땅바닥에 구르고 있었다.

         

       촤악!

         

       순식간에 세 명을 절명시켰는데도, 라시아의 단도에는 한 방울의 핏물도 묻어있지 않았다.

         

       라시아는 품 속에 단도를 집어넣은 다음,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

         

       복면인은 대답하지 않은 채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의 관심은 더 이상 실수를 저지른 부하를 향해 있지 않았다.

         

       ‘이쪽에는 관심도 없군.’

         

       코 앞에서 사람들이 죽었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모습.

         

       ‘괜히 그 노괴의 제자가 아니라는건가.’

         

       하긴, 올리비아가 이 자리에 잡혀온 이유도 평범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텅텅.

         

       철장을 두드리는 소리에 올리비아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바닥이 차지요? 더럽기도 하고.”

        “…….”

       “아무래도 착오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원하신다면 지금 당장 격에 맞는 곳으로 안내하도록 하지요.”

         

       올리비아는 철장에 등을 기댄 채로 피식 웃었다.

         

       “격에 맞는 곳이라…….”

         

       작금의 시간대는 제국력 995년.

         

       악마사냥꾼의 단서를 이용해 연쇄살인마의 몸 속에 들어 있던 바포메트와 마주했던 년도가 994년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들이 이렇게 경계심을 드러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전후 사정을 제대로 모르는 그들은 사건 현장에 남아 있던 마력만 보고 그 주체가 자신이라고 오해하고 있을 테니까.

         

       바포메트가 쉴새없이 뿜어냈던 지옥의 불길. 일대가 일순간에 전소될 정도였으니, 자유도시 마키나를 본진으로 두고 있는 이들도 만만찮은 피해를 입었겠지.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파악한 올리비아가 미소를 띄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죠.”

       “……예.”

         

       이렇게 곧바로 수락할 줄은 몰랐던 까닭인지, 대답이 살짝 늦다.

         

       철컹하는 소리와 함께 두꺼운 철장 문이 열린다. 바깥으로 나오기 무섭게 달라진 마력의 질감. 아무래도 겉보기와는 다르게 평범한 철장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공간 격리에, 마력통제까지. 처음부터 고위 술사를 잡아두기 위한 아티팩트였네.’

         

       올리비아는 복면인을 향해 양 손을 내밀었다.

         

       “이것도 풀어주실래요? 제가 기억하기로 그쪽 사람들을 죽인 적은 없는 것 같아서요.”

        “생각보다 뻔뻔하시군요. 당신이 3지부를 뒤집어 놓은 게 어제 일입니다만.”

       “하지만 아무도 안 죽었잖아요.”

       “예……그랬지요.”

       

       복면인이 이를 악무는 소리에 올리비아가 피식 웃는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왜 이런 철장에서 눈을 떴던 것인지.

         

       암주를 만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유독 살벌한 방법이 하나 있었다.

         

       지부 하나를 통째로 뒤집어 놓는 것.

         

       극단적인 방법이었지만, 그만큼 확실한 방법이기도 했다.

         

       물론 이 방법을 사용하려면 암주의 분노를 잠재울 수단 또한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런 수단을 강구하지 않고 지부를 엎어 놓으면, 그 자리에서 모가지가 잘려 나가거나, 목숨을 저당 잡혀 평생 암살단이 사용할 아티팩트나 만드는 신세가 될테니까.

         

       “아무리 당신이 금탑주의 제자라고 한들, 두 번은 없습니다.”

       

        다시 한 번 날뛰면 그 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인다는 소리였다.

         

       “이해했어요.”

         

       복면인은 그런 올리비아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열쇠를 꺼내 구속구를 해제했다.

         

       후욱……!

         

       순식간에 공동 전체가 올리비아의 마력으로 물드는 기이한 광경. 그 방대한 양에 순간 압도당한 복면인이 움찔거린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복면인은 그렇게 말하며 올리비아를 이끌고 엘레베이터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도 중세에 머무르고 있는 다른 도시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술력.

         

       ‘이건 매번 탈 때마다 신기하단 말이지.’

         

       그 기술의 집약체가, 일개 지하조직의 본부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들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우웅!

         

       못해도 지하 10층 깊이 정도를 내려가자, 그제서야 엘레베이터가 멈춰선다.

         

       돌아다니는 사람은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조용하기 그지 없는 복도.

         

       그 끝에 위치한 가죽 의자에, 한 남자가 뒤돌아 앉아 있었다.

         

       “이만 가봐도 좋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올리비아의 옆에 서있던 복면인이 그림자로 화해 사라진다.

         

       “그래, 그 쪽이 우리 지부를 뒤집어 엎은 간 큰 마법사로군.”

         

       올리비아는 물끄러미 암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낮게 가라앉은 듯, 사나운 기운이 그의 주변에서 꿈틀거렸다.

         

       현실의 암주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섬뜩한 위압감. 올리비아는 그것이 레벨에서 비롯된 차이임을 직감했다.

         

       작금의 암주는 올리비아보다 레벨이 높을 테니까.

         

       “나를 만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쓴 것 까지는 좋았다. 소문답지 않게 성향이 꽤나 과격하군. 아니지, 오히려 멜리나의 제자다운건가?”

       “스승님을 아시나 보네요.”

       “잘 알지. 내가 너를 당장 죽이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그 일환이니까.”

       

       암주는 다리를 꼬며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내가 널 살려보내야 할 이유를 설명해라. 날 납득시키지 못한다면……그다지 좋은 꼴을 보지는 못할거야.”

        “스승님이 두렵지 않으신가 보네요.”

        “멜리나는 위험한 마법사지. 하지만 암살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야. 오히려 동부의 무왕 쪽이 꺼려지는군.”

         

       상성 차이라는 뜻이다.

         

       그동안은 아가레스 같은 고위 악마들을 상대하는 모습만 보여줘서 상대적으로 약해 보였을 뿐, 암주는 절대 약하지 않다.

         

       대인전만 생각한다면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였으니 말이다.

         

       “…….”

         

       올리비아가 입을 다물고 있자, 암주는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흘렸다.

         

       “이래서 뒷배경만 믿고 날뛰는 것들은…….”

       “당신이 스승님께 빚을 졌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때까지도 쳐다도 보지 않고 있던 암주가, 천천히 의자를 돌려 올리비아를 마주했다.

         

       “……백 년도 더 된 일을 알려주다니, 생각보다 아끼는 제자였던 모양이군.”

       

       암주는 혀를 차며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러자, 올리비아의 등 뒤에 굳게 닫혀 있던 엘레베이터의 문이 띠링하고 열렸다.

         

       “그 빚을 쓴다면 보내주는 것이 맞겠지. 가라, 이걸로 빚은 없는 거라는 말도 함께 전하도록.”

       

       하지만 올리비아는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오히려 암주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그거 말고, 조금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고 싶은데요.”

         

       암주가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까닥였다.

       

       “그 전에.”

       

       슥……!

       

       올리비아의 기척이 사라지며, 순식간에 암주의 등 뒤로 이동했다.

       

       멈칫거리는 암주의 뒷덜미를 움켜쥔 올리비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 이게 무슨 짓……?!”

       “언제까지 구석에서 지켜만 보실건가요?”

       

       올리비아의 손에서 냉기가 번들거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녀의 시선은 서재 방향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다음 순간.

       

       [준치는 되는군.]

       

       올리비아에게 붙잡혀 있던 암주의 신형이 물처럼 녹아내림과 동시에, 서재 한쪽 구석에서 복면을 쓴 사내가 나타났다. 

         

       [멜리나가 좋아할 만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 뚜알기가 조아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꾸준한 후원! Ilham Senjaya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 백구와 재구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sigren 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후원 감사드립니다! 계속 군만두가 마려운 작가가 될 수 있도록 2023년에도 노력하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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