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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7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엄마가 나를 놔두고 떠나는 꿈.

       

       

       “엄마가 돈 벌어 올테니까, 얌전히 기다려야해. 알겠지?”

       

       

       거짓말.

       

       

       “돈 많이 벌어와서, 우리 딸. 공주님처럼 살게 해줄테니까. 꼭…. 데리러 올테니까….”

       

       

       거짓말쟁이.

       

       

       “그러니까. 사제님 말씀 잘 듣고, 건강히 지내야해. 알겠지?”

       

       

       엄마가 떠나던 날의 꿈. 산골의 작은 마을에 나를 남겨두고서, 떠난 엄마의 꿈.

       

       10년. 짧지 않은 시간. 그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는 편지 한 통도 보내지 않았다.

       

       아마도, 나를 잊어버린 것이 아닐까.

       

       그렇게 떠나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울었다.

       

       두번다시 만나지 못한다는 것을 직감했기에.

       

       유일한 가족이 떠나간다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그도 그럴것이, 어린 아이였으니까.

       

       그렇게 멀어진 엄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나는, 몸을 돌려 신전의 문을 열었다.

       

       작고 어린 내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신전의 사제님 뿐이었으니까.

       

       그렇게 신전의 문을 연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르르르르….」

       

       

       거대한 은빛의 드래곤. 그 드래곤의 머리였다.

       

       그 드래곤과 마주한 내 발은 돌이 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목에서는 작은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거대한 맹수를 앞에 둔 생쥐처럼. 겁에 질려 움직일 수 없었다.

       

       은빛의 드래곤은 천천히 눈을 뜨고, 황금빛의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마치 나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 작은 시골 마을에 진저리를 내면서도, 그런 마을에서 떠나지 못하는 나약한 나를 모두 읽어내는듯한 눈빛.

       

       나를 한없이 하찮은 존재로 만드는 것 같은 눈빛으로 바라보던 드래곤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자 주변의 모든 것이 드래곤의 새까만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나무도, 신전도, 하늘과 땅도.

       

       그리고 나도.

       

       그렇게 모든 것이 드래곤의 입 안으로 삼켜지는 것과 동시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 – – – – – – – – – – – – – – – – – – –

       

       

       「음? 오, 깨어났군.」

       

       

       눈을 떴을때 가장 먼저 본 것은 거대한 드래곤이었다.

       

       

       “드, 드, 드, 드래곤…!”

       

       「그래. 드래곤이지. 최근에는 본모습으로 지낸 적이 더 드물어서 잊어버릴것 같지만, 드래곤이란 말이지.」

       

       

       뭔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는 드래곤. 나는 그런 드래곤에서 멀어지려 손발을 써서 땅을 기었다.

       

       하지만.

       

       

       「도망치지 말거라. 기껏 깨어날때까지 기다려줬는데 도망치려 하다니.」

       

       “히익?!”

       

       

       한순간에, 손발에 은빛의 쇠사슬 같은 것이 뒤얽혀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나, 나를 잡아먹을 셈이야?”

       

       「잡아먹어? 너를?」

       

       

       드래곤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후훗. 재밌는 소리를 하는구나. 너 같이 작은 녀석을 잡아먹는들 내 배가 채워질리 없지 않느냐.」

       

       “하, 하지만…. 이야기 속의 드래곤은….”

       

       「어떤 이야기를 본 건지는 모르겠다만. 난 너를 잡아먹지 않을거란다.」

       

       

       그렇게 말한 드래곤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정말로, 괜찮은걸까? 하지만 이야기 속의 드래곤은 흉포한 괴물이라, 커다란 덩치로 마을을 박살내고 무시무시한 독으로 사람을 많이 죽게 했었다는데.

       

       그렇지만 눈 앞에 이 거대한 드래곤은…. 나를 한입에 삼키지 않고 말을 걸어주고 있는데.

       

       믿어도 괜찮은걸까?

       

       

       “저기, 그, 드래곤은…. 사람을 잡아먹지 않는건가요?”

       

       「먹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애초에 먹지 않아도 마력으로 살 수 있으니까. 무언가 먹는다는건 그저 취미의 영역이지.」

       

       

       정말일까? 믿어도 괜찮을까? 이렇게 속여놓고 나를 한입에 꿀꺽 하려는건 아닐까?

       

       아니, 아니겠지. 그럴 생각이었으면 이미 삼키고 끝냈겠지.

       

       이 거대한 드래곤 앞에서, 나는 그저 작은 쥐 수인일 뿐이니까.

       

       

       「그건 그렇고. 어떻게 들어온 것이지? 분명 입구를 꼼꼼하게 막아서 아무것도 들어오지 못할텐데.」

       

       “입구요…? 그, 동굴이 있어서…. 그 동굴 안에 작은 틈이 있어서 비집고 들어왔더니 땅이 쑥 꺼져서….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흐음…. 동굴이라. 그런 구멍이 있었나? 지진으로 동굴이 생긴걸까?」

       

       

       지진?

       

       

       “그러고보면…. 몇주 전에 큰 지진이 일어나긴 했었어요.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사냥꾼 아저씨가 숲에 지어놓은 오두막이 무너졌다고 불평했었으니까. 확실해.

       

       

       「흐음. 그렇구만. 어디 보자…. 얼마나 시간이 지났지?」

       

       

       드래곤은 슬쩍 앞발을 내밀었고, 아무것도 없던 앞발 위에 갑자기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이건…. 마법인걸까?

       

       그러고보면 드래곤은 입에서 불을 뿜는 특별한 마법을 사용한다고 했었지!

       

       세상에…. 마법을 직접 보게 되다니….

       

       

       「흐음. 300년 정도 지난건가. 예정했던 500년은 지나지 않았지만, 뭐. 일어나기에는 적당하군.」

       

       

       드래곤은 그렇게 말하고서 앞발에 쥔 무언가를 사라지게 한 후, 몸을 감싸고 있던 꼬리를 펼치며 네 다리로 일어났다.

       

       그리고는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

       

       그저 날개를 펼칠 뿐이었건만, 한없이 거대한 크기 탓인지, 순간적으로 몰아친 바람이 나를 강하게 후려쳤다.

       

       나는 버텨보려고 했지만, 결국엔 바람 앞의 낙엽처럼 내동댕이 쳐질 뿐이었다.

       

       

       「후우. 충분히 쉬었으니 이제 일어나도록 할까. 300년정도 지났으면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궁금하고.」

       

       

       “그, 그러신가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최대한 공손하게 말하는 것 뿐이었다.

       

       

       – – – – – – – – – – – – – – – – – – – –

       

       

       「음, 미안하구만. 오랫만에 움직여서 말이지.」

       

       

       날갯짓으로 일어난 바람에 떠밀려 팔과 무릎에 상처가 난 나를 보고서, 드래곤은 곤란해하며 말했다.

       

       

       「본모습으로 지내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말야. 상처는 치료해주마.」

       

       

       그리고는 드래곤의 앞발 끝에서 희미한 빛이 흘러나왔고, 나의 몸을 감싸더니 신기하게도 상처가 깨끗하게 사라져갔다.

       

       이건…. 사제님이 사용한 적이 있던 상처를 치료하는 술법?

       

       아니, 신의 힘을 빌린 술법을 드래곤과 같은 괴물이 쓸리가 없잖아. 그냥 비슷한 효과가 나오는 마법 같은게 아닐까.

       

       그래도…. 효과는 확실한지, 내 몸에 난 상처들은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사제님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그러면 슬슬 움직여볼까. 작은 수인아. 스스로 돌아갈 수 있겠느냐?」

       

       “네? 아, 아뇨. 무리에요. 길도 잘 모르겠는걸요.”

       

       

       거의 떨어지는 것처럼 미끄러졌으니까. 다시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일테지.

       

       아무리 내가 쥐 수인이라 몸이 가볍고, 덩치에 비해 힘이 강한 편이라곤 하지만…. 그 가파른 내리막길을 다시 올라기는건 무리니까!

       

       

       「흐음…. 그렇지!」

       

       

       드래곤은 그런 나를 보며, 무언가 좋은 생각을 떠올렸는지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

       

       

       「내가 너를 집으로 돌려보내주마.」

       

       “저, 정말요?”

       

       「대신, 인간의 시점에서 세상을 조금 둘러보고 싶어졌으니, 안내를 부탁하마.」

       

       

       안내…? 드래곤의 안내? 마을에서 가장 커다란 촌장의 집도 저 드래곤의 발톱보다 작은데? 아니 마을의 넓이 자체가 드래곤보다 작을 것 같은데?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저 드래곤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여기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걸.

       

       드래곤의 몸에서 새어나오는 빛에 의지해서 주변을 둘러본 결과, 여기로 들어오는 출입구는 내가 미끄러진 길 하나 밖에 없는 것 같고.

       

       드래곤의 등장으로 마을이 난장판이 되더라도,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제가 지내는 마을이라도 괜찮다면 안내해 드릴게요.”

       

       「음. 고맙구나.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으로는 이제 좀 질려서 말이지.」

       

       

       이렇게 거대한 드래곤이면…. 아마도, 엄청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 본게 아닐까?

       

       많은 신들이 계시다는 신들의 세계와 이 드래곤이 날아다닌 하늘. 어디가 더 높으려나….

       

       아, 이런 생각 하면 천벌 받는다고 했었지. 안되지. 안되고 말고.

       

       

       “그런데 안내는 그렇다 쳐도, 그렇게 커다란 몸은…. 어떻게 안될까요?”

       

       

       저 크기로 마을에 들어가면, 마을이 마을이었던 것으로 변해버릴테니까.

       

       맨날 시골 마을 촌동네라고 욕하긴 했지만, 그런 마을이 없어지면 나 역시 곤란하다고!

       

       

       「그야 당연히 방법이 있지. 설마 내가 이 크기로 마을에 들어간다고 생각한 것이더냐?」

       

       

       네.

       

       라는 말은 꺼내지 못했다.

       

       하지만 아까 날갯짓으로 나를 내동댕이 쳤는걸! 아팠어! 아팠다고!

       

       뭐, 전부 치료해줬지만서도.

       

       

       「잠들기 전에는 항상 인간의 모습으로 지냈으니까. 익숙하지.」

       

       

       그와 동시에 드래곤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내 눈! 내 눈!!! 눈부셔!!!!

       

       그렇지 않아도 어두운 동굴에서, 드래곤에게서 나오는 희미한 빛 외에는 보이는게 없었는데! 갑자기 이런 눈부신 빛이라니! 내 눈!!!! 으아악!

       

       그렇게 뿜어지던 빛은 시간이 지나자 천천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음. 역시 이쪽이 편하긴 하구만.”

       

       

       드래곤이 서있던 자리에는, 머리에 뿔이 자란 은발의 소녀가 서있었다.

       

       

       “호, 혹시…. 드래곤님…?”

       

       “음. 그렇다만?”

       

       

       이것도 드래곤이 쓰는 마법인걸까?

       

       마법 굉장해…. 그 산만한 몸뚱이가 이렇게 작아지다니.

       

       

       “자, 그러면…. 나가볼까.”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드래곤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고, 한순간에 주변의 풍경이 바뀌어버렸다.

       

       그나마 빛을 내던 은빛의 드래곤이 사라져 어두컴컴해진 동굴이 아닌, 어딘가 눈에 익은 숲의 모습으로.

       

       여긴…. 뒷산의 숲인데?

       

       

       “어, 어떻게 한거에요?”

       

       “그냥 공간을 이동했을 뿐이지. 자. 그러면 길 안내를 부탁하마. 그러니까…. 이름이 무엇이지?”

       

       

       아. 그러고보면 아직 자기소개도 안했네.

       

       

       “메이벨. 메이벨 신더에요. 드래곤님은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음…. 이름이야 여러가지가 있지만…. 음. 티아마트라고 부르거라. 이 이름은 쓰는 이가 없으니. 마침 드래곤이기도 하니 어울리고.”

       

       

       티아마트? 묘한 이름이네.

       

       

       “그러면…. 티아라고 부르도록 할게요. 마을로 안내해 드릴게요.”

       

       

       그렇게 나는 소녀의 모습을 한 드래곤. 티아와 함께 마을로 향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째서 쓰는게 느려지는 걸까요. 흑흑. 더 빨리 쓰고싶어…

    사소한 이야기지만. 이달의 밀리언 노벨에 노출되었네요. 와ㅡ오.

    제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 덕분이에요. 흑흑. 매일 내글구려병에 괴로워하며 글을 쓴 보람이 있었어…!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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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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