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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7

       “다른 반의 아이들과 팀을 맺어도 상관없는 건가?”

        

       “상관없을 거야. 애초에 그러라고 이렇게 다 같이 모아두었을 테니까. 게다가 우리가 몰려다니는 것도 선생님들이 팀을 정해줘서 그런 게 아니잖아. 그냥 편한 사람들끼리 모이다 보니 이렇게 된 거지. 그걸 다른 반까지 확장한다고 해서 큰일이 생길까?”

        

       아카데미 안에서는 귀족반이 다른 반 아이를 만나봐야 다른 귀족반 아이 정도밖에 만나지 않는다. 평민 반 아이들을 만날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건 평민 반 아이들도 마찬가지라서, 제이크처럼 특정한 친구를 일부러 찾아가는 별종이 있지 않은 이상 평민 반 아이들은 굳이 나서서 귀족반 아이들과 말을 섞지 않는다.

        

       게다가 올해 귀족반, 특히 귀족 A반의 구성원은 평소의 아카데미에서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막강하니까.

        

       학생회가 어떻게 건드리지도 못할 정도로.

        

       차기 황제가 될지 모르는 존재가 둘이나 있고, 차기 왕인 사람이 한 명이고…… 백작가야 그렇다 쳐도 공작가까지 있으니까.

        

       게다가 이런 인간들이 한꺼번에 다 몰려다니니, 평민은 물론이고 귀족들도 먼저 말을 걸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나는 1학기 내내 다른 귀족 아이들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을 정도니까.

        

       “응? 왜 그래?”

        

       내가 얼굴을 빤히 바라보자, 클레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얘는 대체 담이 얼마나 큰 걸까.

        

       그나마 최근에는 그럭저럭 적응한 레오도 처음에는 우리 근처에 올 때마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었는데.

        

       내가 ‘언니’라고 판단하자마자 바로 와서 말을 걸고 확신할 정도였으니, 확실히 그레이스 가의 아이라고는 해도 담이 정상적인 크기는 아닐 것이다.

        

       하긴 원작에서도 당당하게 앨리스에게 반말을 쓰던 캐릭터였나.

        

       “……별일 아닙니다.”

        

       “그래?”

        

       클레어는 다시 고개를 갸웃거리긴 했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아무튼.”

        

       클레어는 앨리스와의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갔다.

        

       “아카데미의 모토는 ‘아카데미 안에서는 모두 같은 학생 신분’이라는 거잖아. 그게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은 나도 알지만, 일단 명분은 그래. 내가 너한테 이렇게 말을 놓고 있을 수 있는 걸 생각하면.”

        

       “그건…… 그렇긴 한데.”

        

       “그러니까, 여기 이렇게 모이게 된 이유가 그런 거라는 거지. 이유야 우리를 네 번에 나눠서 여기 보내면 비용적으로, 시간상으로 손해가 막대하다는 거지만, 아마 그 안에는 아카데미 안의 아이들이 서로 협력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단 말이야.”

        

       “너답지 않게 꽤 생각이 깊— 켁!”

        

       레오가 옆에서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가 클레어한테 멱살을 잡혔다.

        

       클레어는 평소에도 늘 있는 일이라는 듯 우리 쪽을 보면서 말했다.

        

       “아무튼, 나는 찬성. 로티 하나 낀다고 우리가 위험해질 일도 없고, 무엇보다 제이크가 실력을 보증한다잖아.”

        

       “음.”

        

       앨리스는 샤를로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도……찬성이에요. 남대륙 짐승은 사납기로 유명하니까요. 저는 동물원에서 본 정도뿐이긴 하지만, 야생 개체는 그보다 훨씬 더 성격이 나쁘겠죠? 일손이 하나 늘어나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샤를로트의 의견을 들은 앨리스는 시선을 다시 돌려서 로티를 보았다.

        

       로티는 인형 같았다.

        

       아니, 외모 말고. 물론 외모도 인형 같은 외모이긴 했는데, 그보다는 우리의 말에 반응 자체를 거의 하지 않았다.

        

       자기를 앞에 두고 데리고 갈 것인지, 아닌지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우리를 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시선을 내리깔고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로티, 불편하지 않겠어?”

        

       앨리스도 단순히 신분이나 출신 성분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함께 지내며 알게 된 사실인데, 앨리스는 눈치가 빠른 편이었으니까.

        

       단순히 제이크가 ‘데려가자!’ 한다고 데려가지는 않을 정도로.

        

       “저는 여러분의 의사에 따르겠습니다.”

        

       로티가 침착하고 얌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내가 듣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라…….”

        

       그렇다고 거절하는 말을 듣고 싶은 것도 아니긴 하겠지만.

        

       앨리스는 ‘끙’하는 소리를 용케도 참아낸 뒤 결국 직접 물어보기로 결심한 모양이었다.

        

       “너도…… 너희 반 친구가 있을 거 아니야. 같이 다닌다거나, 우리처럼 어느 정도 그룹을 이루어서 다닌다거나.”

        

       친구가 많은 아이를 갑자기 빼앗아 간다면 함께 놀던 아이들이 기분 나빠할지 모르니까.

        

       하지만—

        

       “…….”

        

       로티는 별다른 대답이 없었다.

        

       앨리스는 그 반응 때문에 더 머릿속이 꼬이는 모양이었다.

        

       이게 ‘싫은데 우리를 억지로 따라와야 하는 상황이라서’ 이러는 건지, 아니면 ‘그냥 그럴 사람이 없는 건지’ 판단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알고 있다.

        

       로티는 친구가 없다.

        

       이유는 식민지인이라는 것 때문이다.

        

       만약 로티가 제이크의 하녀이면서도 제국인이었다면 큰 문제 없었을지 모른다. 오히려 그 사실이 아이들에게 인기 끌기 좋은 이유가 될 거다.

        

       하지만, 식민지인에 대한 차별은 제국인들도 한다.

        

       최저시급이니 뭐니 하는 제도가 없는 이 세상이라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제국 내에서 죽어 나가는 노동자들은 거의 다 피부가 흰 제국인들이다.

        

       보통 그런 상황이라면, 지구의 역사에서도 그랬듯 노동운동이라도 벌어질 법한 상황이었지만, 이 세상에서는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실제 공산혁명의 역사적인 시기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쪽 세상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황제는 반항하는 노동자가 있는 곳에선 노동자를 전부 잘라버리고 식민지인을 쓰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식민지인이 노예는 아니다.

        

       하지만 사실상 노예나 다름없는 금액을 주더라도 뭐라고 하지 못한다.

        

       본국 내에서 식민지인은 철저한 소수였고, 너무나도 린치당하기 좋은 환경에 놓여있었다.

        

       소수의 식민지인만으로 시장의 판도가 바뀔 일은 없다. 뭉쳐서 저항하기에도 수가 너무 적고, 일부러 서로 감정적으로 부딪히기 좋은 사이 나쁜 계급, 지방의 사람들끼리 섞어놓는다. 원래는 완전히 다른 나라나 부족의 사람들을 억지로 한 곳에 모아두었기에 뭉치기는 더 어렵다.

        

       하지만 그런 사실들을 따로 배운 적이 없는 제국 내의 노동자들의 눈에는, ‘지독하게 싼 임금으로 자기 일자리 빼앗아 가는’ 인물들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 설정은 본편에서는 나오지 않고, ‘이전에 식민지에서 전국적인 독립운동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노동자들이 단합해 혁명을 꾀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으로 설정집에 실린 내용이다.

        

       실제 역사에 적용하기에는 구멍이 다소 있었지만, 애초에 게임은 그 사람들이 만들어낸 세계고, 실제로 이렇게 작동까지 하고 있으니 더 반박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으음…….”

        

       이야기를 듣고 로티의 분위기가 더 착 가라앉자, 앨리스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되어버렸다.

        

       앨리스가 내 쪽을 흘끗거렸다. 구원을 요청하는 눈초리다.

        

       언니라면서?

        

       그런 말로 놀리고 싶은 생각이 조금 들었지만, 뭐, 분위기가 그런 것으로 놀리기에는 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참았다.

        

       “로티의 실력은 믿을 수 있습니까?”

        

       나는 제이크 쪽을 보며 물었다.

        

       “그야 그렇지. 솔직히 나보다 더 도움이 될지 몰라.”

        

       제이크의 말에 다들 묘하게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제이크의 겉모습이나 다소 가벼운 언행 때문에 그룹 내의 여자들한테 인기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실력 자체는 몇 번의 의뢰를 함께 처리하면서 신뢰를 많이 쌓아두었으니까.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은 소피아 정도였다.

        

       “하긴, 화기를 사용한다고 했으니까.”

        

       앨리스는 나와 레나 쪽을 슬쩍 보면서 말했다.

        

       “좋아, 그럼.”

        

       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랑 같이하도록 해. 아, 혹시 데리고 오고 싶은 친구 있으면 말해. 같이 다녀도 상관없으니까.”

        

       “……알겠습니다.”

        

       하지만 로티의 그런 모습을 보면……

        

       음, 원작을 생각하면 없지는 않았는데. 평민 반은 내가 안 건드린 반이라서 바뀔만한 구석도 별로 없었고.

        

       원작의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면, 우리가 로티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한테 말을 거는 여자애가 한 명 있을 거다.

        

       그 애를 데리고 가면 된다.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앨리스가 내 쪽을 의심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뭐지? 이제는 내 생각까지 읽는 건가?

        

       *

        

       “오늘은 레오와 클레어가 벌써 의뢰를 다녀오기도 했으니, 편하게 지내기로 하자.”

        

       앨리스는 제이크 쪽을 보면서 말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지?”

        

       “그렇지.”

        

       앨리스의 질문에 제이크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여기는 엄청나게 넓은데, 우리같이…… ‘관리’할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너희들은 짐승 사냥을 했다고 했던가?”

        

       레오와 클레어가 끄덕이는 것을 보고 제이크가 말했다.

        

       “그런 쪽의 일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 이번 여행은 일주일이니 느긋하게 지내자고. 내가 장담하는데 절대로 할 일이 없어서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일은 없을 거야.”

        

       음, 글쎄.

        

       우리의 성실한 주인공들이 과연 그렇게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생각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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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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