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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7

       보데노프 실라가 냉철한 분석을 내리는 그 시각.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주유리는 슬쩍 말을 흘렸다.

         

       “그래서…어때?”

         

       주유리가 말한 상대는 실라가 아니었다.

         

       같이 온 3인 중 마지막 일원.

         

       안경을 쓴, 정장의 여성.

         

       <용검미르> 내 소속, <십이지>의 팀장. 우햄찌였다.

         

       건너편, 토끼 수인 ‘토야깽’의 상사 되는 인물이기도 하였다.

         

       “그러네요…”

         

       햄스터 수인인 우햄찌는, 햄스터 특유의 빵빵한 볼을 만지며 두 눈을 빛냈다.

         

       뛰어난 인재를 바라보았을 때 느끼는 빛이 그녀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확실히 피는 못 속이는 모양입니다.”

       “…응?”

       “저 불꽃을 보십시오.”

         

       우햄찌가 가리킨 것은 현재, 화려하게 활약중인 주나용이었다.

         

       유세하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나선 주나용은, 안 그래도 강했는데 더더욱 강렬한 열기를 피워올렸다.

         

       휘몰아치는 업화.

       터져나가는 염화.

       분출하는 화마.

         

       여기에 신출귀몰한 움직임과 전반적인 신체 능력을 끌어올려 주는 [용화]까지 곁들이자, 상대는 쪽도 못 쓰고 말 그대로 쳐 발리기 시작했다.

         

       우햄찌는 대체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해바라기 씨앗을 우물거리며 분석을 이어 나갔다.

         

       “지금 주나용님의 상대는, 저희 <용검미르>내에서도 주시하는 여성입니다.”

         

       <사무라이> 클래스를 가진 1학년 유망주.

         

       노련한 실력과 특유의 강력한 거합술을 가졌다고 소문이 난 네임드 루키였다.

         

       실제로, 그녀를 영입하기 위해 온 스카우트도 있을 만큼 나름대로 기대되는 인재였다.

         

       그러나 그런 대단한 기대 따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녀가 약한 게 아니다.

         

       주나용이 너무나도 강했기에 나온 현상이었다.

         

       오히려 어느 정도 강했기에, 지금 식은땀을 흘리며 주나용의 주먹을 검으로 맞받아치고 있는 거였다.

         

       “입학한 지, 몇 달이 되었다고 [거침없는 질주]를 배우시다니…여기에 화염의 세기도 강력하게 걸 보면 [타오르는 화염]도 레벨업 하신 모양이네요.”

         

       “……”

       

       주유리는 그저 아무런 말 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우햄찌를 쳐다보았다.

         

       점점 나빠지는 분위기에 보데노프 실라가 뭐라도 하려 했지만.

         

       우햄찌의 말이 먼저 치고 나가는 게 빨랐다.

         

       “찍! 세상에!”

         

       우햄찌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마무리를 짓기 위해 땅바닥을 부수는 주나용.

         

       바닥에서 불에 휘감긴 식물 뿌리가 자라나며 상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설마 [염화림]까지?!”

         

       우햄찌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주나용이 <드루이드> 클래스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연 마법]에 대한 조예가 없어서 사실상 의미 없다는 게 정설이었다.

         

       사실상 <클래스>가 없는 인물이라는 평가.

         

       그러나, 방금 그 모습으로 평가를 수정해야 했다.

         

       우햄찌는 그 뒤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카우트 전문 팀, <십이지>의 팀장 우햄찌.

         

       아무런 연줄도 없이 오로지 뛰어난 분석력과 판단력만으로 저 위치까지 오른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다.

         

       어찌 보면 그녀가 팀장 이상의 자리를 받지 못하는 결정적인 원인이기도 하였다.

         

       바로, 분위기를 잘 읽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쾅-!

         

       결국, 주유리는 차곡차곡 쌓아왔던 분노를 터트렸다.

         

       옆자리에 있던 보데노프 실라가 이마를 짚었다.

         

       “…우햄찌 팀장?”

       “…찍?”

         

       주유리는 부들부들하는 입꼬리를 겨우 올렸다.

         

       이마에 분노로 두드러진 혈관 마크가 새겨졌다.

         

       “…내가 물어본 상대는 지금 잘 싸우는 동생이 아니야.”

         

       선글라스를 내리는 주유리.

         

       그 안으로 놀랍도록 주나용과 똑 닮은 초록빛의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바로 저 남자지.”

         

       주유리가 이곳까지 직접 발을 옮긴 장본인.

         

       소문 그 이상의 재능을 가진 너무나도 아름다운 원석.

         

       동시에 경쟁하는 사촌 동생의 남자.

         

       바로 유세하.

         

       주유리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유세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

         

       “……”

         

       우햄찌 팀장은 주유리의 폭발적인 분노에 입을 오물렸다.

         

       ‘후으음.’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실수를 뒤늦게 인지했다.

         

       하긴, 다른 누구도 아닌 주유리 앞에서 주나용을 들먹였으니…화를 낼 법도 했다.

         

       ‘하지만…’

         

       방금 그 행동 덕분에 우햄찌는 다시금 확신하였다.

         

       ‘소문이 사실이었네.’

         

       주유리는 단순히 적대하는 것을 넘어.

       주나용에게 열등감과 불안감을 품고 있다는 소문을 말이다.

         

       여러모로 부족한 <적룡>의 피.

         

       그리고 성장함에 따라 점점 두드려지는 차이.

         

       <반대파> 중에서도 서서히 불신의 말이 새어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

         

       우햄찌는 찰나 고민하였다.

         

       이거 이대로 주유리의 라인에 서 있는 게 아니라, 뒤늦게라도 주나용 파벌에 잘 보여야 하나 말이다.

         

       다만, 지금은 몰아치는 폭풍우에 최대한 납작 엎드려 빌기로 하였다.

         

       “찍. 죄송합니다. 제가 시야가 좁아서…부디 용서해 주세요.”

       “그래서 당신이 보기에 저 남자는 어떤데?”

       “…찍?”

         

       우햄찌는 주유리의 시선 끝에 있는 유세하를 바라보았다.

         

       아까 펼쳤던 대련 시합을 복기한다.

         

       ‘으음…’

         

       확실히 우수한 인재이긴 하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삽시간에 상대의 사각을 파고들어 펼치는 무시무시한 검속에, 빠른 이동속도 능력까지.

         

       대단한 건 맞지만…

         

       우햄찌가 보기엔 딱 그게 다였다.

         

       별다른 특별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범용성이 너무 적을 것 같은데.’

         

       우햄찌 팀장의 평가는 딱 B급.

       평범하게 주목할 만한 헌터라는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래? 생각보다 식견이 별로네.”

       “…찍?”

         

       주유리는, 약간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랑 내기 하나 할래?”

       “내기요?”

       “응, 다음 2차 시합. 절로 놀랄 만큼 장면을 보여준다 아니다로 어때?”

       “…찍? 네 뭐…하시면 하겠습니다.”

         

       주유리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고작 B급?’

         

       주유리는 우햄찌에 대한 평가를 한 단계 격하하였다.

         

       실력으로 팀장까지 올라왔다길래 한번 데려온 건데.

         

       이리 사람 보는 눈이 없을 줄이야.

         

       아무래도 제 사람으로 만들 계획은 보류해야 할 듯싶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유능한 인재지, 무능한 존재가 아니니까.

         

       주유리는 조금 전 유세하의 움직임을 생각하였다.

         

       ‘장담하는데 그는 자신의 전력의 10%도 쓰지 않았어.’

         

       필시 숨겨둔 게 무궁무진할 거다.

         

       이는 팀장 초설화와 같은 생각이었다.

         

       주유리가 보기에는 유세하는 찬란한 원석이다.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였다.

         

       이는 팽진아와 같은 생각이었다.

         

       뛰어난 두 사람과 같은 눈높이로 유세하를 바라보는 주유리.

         

       비록, 주유리는 주나용처럼 제대로 된 피를 개화한 정통한 후계가 아닐지라도, <반대파>의 지지를 받아 왕좌에 도전하는 존재이다.

         

       어릴 때부터 수많은 인재를 보았고, 그에 맞는 견식을 갖춘 것이 바로 주유리였다.

         

       주나용이 사람의 내면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믿을 수 있는지, 믿을 수 없는지를 판단하는 <여왕의 감각>이 있다면…

         

       주유리는 그 사람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더욱 빛나도록 세공하는 <여왕의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둘의 사이는, 에둘러 말해도 절대 좋지 못했다.

         

       서로서로 경계하고 배척하며 싫어한다.

         

       그저 척을 지지만 않는 정도일뿐.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둘이 가지는 재능은 그 무엇보다 <용검미르>라는 클랜에 꼭 필요한 존재들이었다.

         

       “아, 시작하나 보네.”

         

       사랑미의 호명에 유세하가 밑으로 내려갔다.

         

       2차로 지목된 여생도와 인사를 나눈뒤 시합에 들어선다.

         

       *

         

       10분후.

         

       “……”

         

       우햄찌는 멍하니 전방을 바라보았다.

         

       깔끔하게 승리한 유세하의 모습이 보였다.

         

       유세하가 손을 내밀자, 패배한 여자는 얼굴을 붉히며 그의 손을 붙잡았다.

         

       “무, 무슨…도대체 <스킬>이 몇 개나…”

       “[바위 굳히기], [급속 치유], [강인한 지구력], [순도 높은 골밀도], [괴이한 괴력], [연타]…그리고 휘두르는 검 솜씨를 보아하니 적어도 [검술] 레벨은 최소 8 이상이겠네.”

       “그, 그리 많다고요?”

       “아마 더 있을걸? 그것도 진짜 필살기는 단 하나도 꺼내지 않았겠지.”

         

       팔짱을 낀 주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자신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유세하의 우수성은 다양한 <스킬>의 보유도 있지만, 그걸 하나하나 적재적소로 활용하는 판단력과 운용력에 있었다.

         

       ‘……’

         

       주유리는 심장 위에 손을 올렸다.

         

       쿵, 쿵 하는 미묘한 울림.

         

       흥분으로 심장이 뛰었다.

         

       예상을 아득히 넘어서는 보물의 발견에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압도적인 천재성과 그것을 실전에서 100% 이상으로 발휘하는 전투센스의 조화.’

         

       과연, 그 <패천검>이 전속 제자로 받아들일 만한 이유가 있었다.

         

       “……”

         

       이런.

         

       주유리는 찰나 실수했다고 여겼다.

         

       구태어, 그 여자를 떠올릴 필요는 없었는데.

         

       ―팽진아씨? 듣기로 주나용, 그 아이 옆에 있다고 들었어요.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일방적으로 주나용이 날 따라다니는 거다.

       ―어머? 그래요. 그럼 더 잘됐네. 당신, 나한테 오세요.

         

       제안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헌터> 시절의 팽진아.

         

       ―무슨 의미지?

       ―말 그대로예요. 나라면 당신의 그 힘. 더욱 알맞은 곳에 쓰게 해줄게요. 뭘 원하죠?

         

       돈? 명예? 남자? 무구? 권력?

         

       ―뭐든 말해요. 장담하는데 주나용이 제안하는 것보다 내가 더 많은걸…

       ―거절하지.

       ―……왜죠? 내가 뭐가 부족하죠?

         

       반문에, 팽진아는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나는 내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보다는…

         

       옆에 있을 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이 더 좋다.

         

       *

         

       “…괜한 기억을…”

         

       주유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마저 유세하에게 집중하였다.

         

       원래는 그저 주나용.

         

       그 아이가 끔벅 죽는 사람이라길래 빼앗으려는 계획이었지만.

         

       ‘생각이 바뀌었어.’

         

       단순히 빼앗는 정도가 아니라 내 옆에 두겠다고 다짐하였다.

         

       주유리는 유세하가 자신의 옆에 있는 미래를 상상하였다.

         

       그가 자신의 검이 되는 미래를 꿈꿨다.

         

       얼마나 든든할까.

         

       ‘유세하가 내 옆에 있다면…’

         

       부응할 수 있을 거다.

         

       할머님의 기대를, 자신을 올리려는 친족들의 기대를.

         

       ‘…해내야 해.’

         

       주유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는 여왕이 될 여자야.’

         

       그걸 위해서는 뛰어난 인재들이 필요했다.

       내 사람이라고 말할만한 존재가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찾았다.’

         

       주유리의 탐욕은 명백히 유세하를 향하고 있었다.

         

       “실라?”

       “어, 응?”

       “그거 줬지?”

         

       주어가 생략된 말에도 보데노프 실라는 빠르게 눈치챘다.

         

       “응, [대인전 수업]에서 명함은 줬어. 아마 성격상 버리지는 않았을걸?”

       “좋아, 그럼, 한번 말해보자고.”

       “…이리 빨리?”

       “빠를수록 좋지. 걱정하지 마. 내가 직접 마주 보고 말할 거니까.”

         

       내 사람이 되라고.

       나의 검이 되라고.

       그 대가로 원하는 건 모든 주겠다고.

         

       ‘설령 그것이…’

         

       나일지라도.

         

       “우리 <역린>에 들어오라고 말이야.”

         

         

       * * *

         

         

       빠르게 진행되는 <대련 매칭> 시험은 곧 마지막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현재, 나는 상대와 검을 나누고 있었다.

         

       ‘아니 나눈다는 말은 어폐가 있으려나.’

         

       일 합으로 결판이 났으니까.

         

       캉-!

         

       선명한 금속음이 들렸다.

         

       공중으로 칼 한 자루가 빙그르르 돌며, 대련장 바닥을 깊숙이 뚫었다.

         

       “……”

         

       나는 묵묵히 상대를 향해 검을 겨눴다.

         

       시작한 지 1분도 안 되어 결판이 난 승부였다.

         

       압도적인 승리이지만…

         

       ‘그건 이 녀석이 제대로 응전하지 않았기에 그런 거겠지.’

         

       말없이 상대를 바라보았다.

         

       양손을 위로 올리며, ‘아하하…’하고 식은땀을 흘리는 앳된 얼굴의 소년이 보였다.

         

       잘생기지도, 그렇다고 못생기지도 않은…

         

       한번 보고 나면 바로 그 자리에서 까먹을 것 같은 흐릿한 인상을 가진 인물이다.

         

       존재감도 특징도 없는 남자이다.

         

       동시에 유독 이상할 정도로, 무해하다는 생각이 드는 인물이었다.

         

       “…져, 졌습니다.”

         

       검을 집어넣자, 소년은 ‘역시 상대가 안 되네요…대단합니다.’ 등의 과하지 않을 정도의 아첨을 하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가 본다면, 적당히 기분 좋은 대답 같지만, 나는 잘 알고 있다.

         

       지금 하는 저 모든 게 연기라는 것을.

         

       ‘이리 보니 소름 돋긴 하네.’

         

       행동하나 하나 전부 다 계산하고 실행하는 행동력.

         

       괜히 네임드 <빌런>이 아니다 이거지?

         

       곧 녀석이 손을 내민다.

         

       “조, 좋은 시합이었습니다. 유세하님.”

         

       이걸로 4연승이네요.

         

       “다음 시합도 힘내세요.”

         

       “……”

         

       나는 별거 아닌 듯한, 마치 길거리 엑스트라 같은 소년의 손을 바라보았다.

         

       ‘김민수.’

         

       <아카데미> 1학년 전사계 중위권.

         

       그러나 실제 정체는 범죄 클랜 <타르타로스>의 선임 클랜원.

         

       ‘동시에…’

         

       고스라에서 [역천의 눈동자]만큼이나 사기적인 [고유능력]을 보유한 남자.

         

       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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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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