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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7

       * * *

       

       

       

       영국과 프랑스가 휴이 롱을 지지했다.

       

       그럼 맥아더가 과연 영국과 프랑스를 좋아할까? 나라면 기분이 팍 상해 버릴 것 같은데.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식민제국이 휴이 롱 정부를 지지했으니, 우리가 맥아더를 확실히 승자로 밀어 줘서 은혜를 베푸는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서부에 오흐라나를 파견해 두세요. 상황을 보고 맥아더에게 정보를 보내거나 군사적 개입을 위한 명분을 만들어야 합니다.”

       

       

       트로츠키를 이용하든, 맥아더가 우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든 그것으로도 맥아더는 기뻐할 터다.

       

       마치 러시아만이 맥아더 편을 들어줬다고.

       

       이렇게 되면 영국과 프랑스가 곤란할 때 미국은 안 도울지도.

       

       

       “서부에도 오흐라나를 파견하겠습니다.”

       “군사적 지원은 어디까지 보시는 지요?”

       “상황에 따라 생각해 봐야겠죠. 맥아더가 위험할 때 도움을 줘야 한다면 병력은 동원해 하지 않겠습니까? 그점은 군부에서 알아서 해주세요.”

       

       

       영국과 프랑스도 휴이 롱 정부를 지원하긴 하겠지.

       

       하지만 직접 군대를 보내는 우리만 할까.

       

       더군다나 우리 군대는 정예 중의 정예. 지금, 이 순간에도 독일과의 전쟁을 가정하고 전시처럼 훈련을 하고 있다.

       

       이번 일로 미국에 은혜를 팔고, 돈도 뜯고, 알레스카도 먹고.

       

       그저 머릿속이 꽃밭 같지만.

       

       개입 명분만 분명히 만들어두면 나쁘지 않다.

       

       그것도 맥아더는 군사정부라서 그 무엇보다 외부의 지지가 절실할 테니까.

       

       

       “본격적이로군요.”

       “예. 서부가 공산진영으로 넘어가는 건 막아야 합니다. 처음부터 압도적인 힘으로 끝내야 내전을 빨리 끝낼 수 있습니다.”

       

       

       내전을 질질 끄는 것은 좀 그렇거든.

       

       이러다가 나중에 일본이 더 돌아버려서 미국 본토를 노리면?

       

       아이고. 정말 끔찍하다.

       

       지금 일본 해군이 얼마나 되려나? 이러면 중국 쪽을 일찍이 지원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말이야.

       

       미국이 정말 작살 날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혹시라도. 아주 만에 하나라도 미국이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말아먹는다 치자.

       

       그래서 일본이 귀축영미~이러면서 미국땅을 정말 노리면?

       

       미국이 처참한 상태면 대미전에 반대했던 야마모토 이소로쿠도 찬성하지 않을까?

       

       역시 일본이 문제다.

       

       

       “일본 상황은 어떻습니까?”

       “일본은 지금, 이시와라 간지란 자가 중국으로 진출해 오족협화를 이뤄야 한다고 떠들어 대고 있습니다.”

       

       

       오족협화라. 그 인간이 만주사변도 없는데 음.

       

       만철이 있으니 오족협화도 결국, 나오게 된 것인가.

       

       하지만 정작 그 구호는 그냥 명분일 뿐 결과적으로는 일본인은 압제자에 불과하지.

       

       설마 그걸 이시와라 간지가 꺼낼 줄은 몰랐다.

       

       슬슬 중원진출의 시동을 거는 건가.

       

       일단 일제 입장에서 오족협화의 해석을 다르게 할 수 있거든.

       

       오족협화를 이루기 위해 분열된 중국의 한족을 해방하자! 이런 거라든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뭐 방공협정이라는 명분도 있고. 다만 문제는 이번 미국 내전을 일본이 어떻게 보는지가 문제겠지.

       

       

       “반응은요?”

       “미국은 내전을 앞두고 있고, 영국과 프랑스는 저 모양이니, 이시와라 간지의 의견에 찬동하는 세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 그쪽은 미국내전으로 중국 진출을 확실히 생각해 둔 건가.

       

       분명히 이시와라 간지가 기타 잇키와 함께 황도파에 영향을 준 인물이었지.

       

       그렇다면 이곳에서는 황도파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까?

       

       황도파는 후일 폭주하는 통제파와 달리 친서방이라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인데.

       

       아마 통제파와 달리 전쟁은 없을지도. 이러면 통제파를 물밑으로 지원하는 것이 맞나?

       

       

       “이시와라 간지란 자는 지금 시점에서는 어떤 인물입니까?”

       “일단 폐하의 영향을 받은 인물입니다.”

       “나요?”

       “예. 오흐라나 측에서 훗날 일본의 핵심 인물이 될 자 중 한 명으로 조사해봤는데, 나의 전쟁도 샀고, 만주 협정 갱신 일로 러시아에 왔을 때, 영향을 받았다는 것으로 추측 중입니다.”

       

       

       내 영향을 받았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그래서요?”

       “그자는 일본천황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중국을 정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친정입니다.”

       

       

       확실하군. 이시와라 간지는 내 영향을 받았다.

       

       대충 뭐 천황이 주도하여 중국침공~이런 건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으니 알았지만.

       

       그래도 친정은 이야기가 다르잖아.

       

       그냥 말만 나온 수준으로 알고 있었는데, 정말로 친정이라고?

       

       지금의 전장은 탄환과 폭탄이 빗발치고 하늘에서도 폭격이며 뭐며 하는 그런 시대인데 천황이 친정을?

       

       흠. 역시 미친놈임에 틀림이 없다.

       

       그쪽은 그쪽 나름대로 폭주하게 되는 것인가.

       

       

       “친러반서방을 주장하면서 일본과 러시아가 함께 세계 최종 전쟁에서 공산권과 식민제국을 무릎 꿇려야 한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습니다만.”

       “솔직히 현실성이 없을 텐데요?”

       

       

       공산권은 그렇다 치더라도 말이야.

       

       친서방을 주장하면서 식민제국을 잡는다고?

       

       그 서방국가들이 식민제국이라는 것을 모르는 걸까. 황도파가 원래 역사랑 많이 달라졌다.

       

       

       “나의 전쟁이란 폐하의 작품이 일본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그 현실성없는 일에 적어도 도전은 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미친.

       

       일본 사회에 그게 왜 영향을 끼쳐. 미친 건가.

       

       설마 이곳에서의 일본은 나 때문에 폭주하는 것은 아니겠지?

       

       아니, 진지하게 그럴 거 같은데. 미국도 지금 나 때문에 그 모양이 된 거잖아.

       

       아닌 말로 KFC를 진작 제압했다면,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죽었겠나?

       

       

       “러시아 여제도 했는데, 황국의 천황 폐하께서 불가능할 리 없다! 이런 거 말인가요.”

       

       

       딱 봐도 느낌이 오는데.

       

       특히 일본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지금은 우방이라도 과거의 기록이 있는데, 러시아의 여제만이 그리 잘나가는 것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예. 더군다나 친정이라고는 해도 앞에서 지휘봉만 잡고 뒤로 물러나 있어도 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지금도 외부에서는 폐하께서 직접 전장에 뛰어든 것도 신격화라고 여기는 인물이 다수니 말입니다.”

       

       

       설마설마 했더니. 보리스 사빈코프가 파악했다는 것은 이미 오흐라나 측에서 다 전해진 것이다.

       

       최근 오흐라나가 전세계에 퍼져 있어서 보리스 사빈코프가 일본 쪽을 담당했는데.

       

       그래. 솔직히 탕후루를 누가 믿겠냐고.

       

       

       “더군다나 일본이 만일 중원에 진출하게 되면 북경을 노리게 될 것인데. 이곳은 각 군벌에서 참출한 군대가 배치되어 있어서 군대 체계가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만일 형식적이라고는 해도 황제가 있는 이곳의 자금성을 일본이 취한다면?”

       

       

       미하일 드로즈돕스키가 꽤 그럴듯한 말을 했다.

       

       그래. 그건 생각 못했네.

       

       이시와라 간지가 오족협화에 이어 친정을 언급했다면, 자금성을 점령헤 황제를 항복시키는 그런 전개를 생각할지도.

       

       그렇게만 하면 히로히토의 권위는 어마어마할 테니까.

       

       

       “동아시아에서는 중원 천자의 자리가 상징성이 있으니 뭐.”

       “우리도 질 수 없습니다! 폐하도 초원의 대칸이십니다! 중원 천자의 자리도 우리가 먼저 가져가야지요!”

       

       

       운게른은 늘 그 이야기를 꺼내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야. 이 사람도 세묘노프에게 옮았네.

       

       내가 뭐 동양계 왕실도 아니고.

       

       몽골이야 어떻게든 억지로 끼워 맞춰서 대칸의 자리를 받았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그건 됐고. 일본이 그렇게 나오면 우리야 좋죠. 적어도 미국 진출은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놈들과 미국의 거리는 멀지 않습니까?”

       “그놈들의 팽창 욕구를 얕보면 곤란합니다.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둬야 하죠.”

       

       

       내전을 치를 수 있는 미국이다.

       

       아직 전쟁이 터지지 않았지만, 원래 역사의 중일 전쟁이 터질 즈음에는 미국도 내전을 벌이고 있을 것이고.

       

       최대한 중국으로 진출하게 만들어야지.

       

       

       “중국으로 진출하게 만들어야 하니. 일본에 있는 오흐라나들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도록 하죠.”

       

       

       일본에 러시아인들도 자본문제로 많이 가 있거든.

       

       오흐라나가 그런 기업가나 일본에서 지내는 러시아인들을 흉내 내기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들이 대충 일본이 중국으로 진출하면 좋을 것이라는 그런 분위기만 만들어두자는 것이다.

       

       

       “예.”

       

       

       일본이 진출하지 않는다고 해도 미국 서부도 결국 선택의 때는 올 것이다.

       

       역시 서부까지 내전에 휩싸이게 해서는 안 된다.

       

       공산주의에 넘어가면 내전은 더 커질 테니. 이쪽은 상황을 좀 더 보고. 개입 준비만 해 뒀다가 언제든 밀고 들어가자.

       

       오늘의 국가 두마는 이렇게 종료되었다.

       

       미국일이 주 내용이긴 했지만, 그만큼 천조국의 내분은 중요한 문제니까.

       

       자, 그럼 이건 되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마리아로부터 좋은 소식이 들어왔다.

       

       

       “폐하. 로마노프 항공연구소에서 제트엔진이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제트엔진이?”

       “예. 더하여 이스파노 회사에서 기관포도 개발했습니다.”

       “그거 잘 되었군.”

       

       

       제트엔진과 기관포. 일단 제트엔진 하나만큼은 다른 나라보다 앞서고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이 지금 처참한 상황에서 무기 개발은 아주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이스파노 수이사의 무기와 엔진으로 전투기를 생산하고 제트엔진으로 제트 전투기도 만든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위협적이지 않을까.

       

       자, 그럼 베리야를 만나 봐야지.

       

       

       “폐하. 드디어. 드디어 제가 장차 러시아의 비행기를 책임질 제트엔진을 개발했습니다!”

       

       

       

       

       오래간만에 만난 베리야는 다크서클이 볼 끝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 정도로 열심히 엔진을 만든 것인가.

       

       그렇게 말해봤자 설계도 보고 만든 것뿐 아니냐.

       

       뭐 그래도 그 정도도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다.

       

       이래 보여도 나는 착한 차르니까.

       

       설계도가 있어도 머리가 안 좋으면 만들 수 없잖아.

       

       그런 점에서 볼 때 베리야는 만능으로 사용할 소모품 기계라고 볼 수 있겠다.

       

       

       “그 제트엔진을 비행기에 넣어보지.”

       “예?”

       “뭐가 예인가? 제트엔진을 만들었으니 비행기에도 넣어봐야지. 안 그런가?”

       

       

       제트엔진을 개발했으면 전투기도 만들어야지.

       

       베리야의 멍청한 얼굴을 보니 기운이 빠진다.

       

       딱 내가 말이야 시켰으면 알아서 딱딱 만들어야지. 안 그래?

       

       

       “그.그렇군요. 예.”

       

       

       걱정 마라. 나라고 그저 시키기만 할 건 아니다.

       

       사람이 말이야. 일을 했으면 그만한 보상을 받는 법이지.

       

       베리야 한 마리 정도는 어떻게 해먹을 구석은 많으니까.

       

       

       “이번 일만 잘하면 방산업체를 하나 쥐어 주지. 아니면 내무부 쪽에 자리를 알아봐줄 수도 있고.”

       

       

       내가 괜히 제트엔진을 맡긴 것이 아니다.

       

       오흐라나 내부에서 일을 열심히 한다고 했지?

       

       괜히 영향력 끼치기 전에 적당선에서 선을 그을 생각이었거든.

       

       

       “감사합니다. 폐하!”

       

       

       뭘 감사할 것까지야. 나중에 상황이 바뀔 수도 있는 일이거든.

       

       베리야는 능력이 좋은 건 확실한데, 역시 영 수상한 감이 있으니까.

       

       원래 역사에서도 하는 짓 생각하면 여기저기서 미움받을 미래가 눈에 선하거든.

       

       나중에 나를 후광으로 개짓거리를 벌일지도 모르고.

       

       일단 족쇄를 채우고 나중에 스스로 자멸하든가. 적당한 자리에서 호의호식하며 살던가. 그렇게 내버려 둬야지.

       

       원래 역사에서 빨갱이였다고 해도 지금은 아니니 말이야. 그 정도 자비는 줄 수 있다.

       

       2차 대전 전에도 제트 전투기를 내놓긴 해야겠지만.

       

       아마 많은 수는 기존에 개발하던 것을 쓰지 않을까 싶다.

       

       

       “폐하. 무례한 건 알고 있지만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괜찮으십니까?”

       “뭐지?”

       

       

       무례한 걸 알면 묻지 않는 것이 맞을 텐데. 말은 잘한다.

       

       

       “폐하는 어찌 앞만 보고 달리는 말처럼 쉬지 않으시는지요? 공산 독일 체급에 지금 만 해도 우리를 이길 수 없을 텐데.”

       

       

       정말 무례한 질문이구나.

       

       베리야 주제에, 전 빨갱이라면 내가 시키는 대로 일을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뭐 그래. 그래도 대답은 해줄까?

       

       베리야 이놈에게는 조금 나의 깊은 뜻을 전해 줘야 열심히 일을 할 테니까.

       

       

       “사람일이란 모르니까. 혹시 아나? 공산 독일에 갑자기 우리 무기 개발자보다 뛰어난 자가 튀어나와서 우리를 학살할 무기를 만들어 낼지. 방심하면 안 되지.”

       

       

       틀린 말은 아니잖아.

       

       전부터 말했지만, 원래 역사의 독일 기술자가 공산 혁명이 일어나면서 다른 나라로 가거나 도망갔다고 해도, 그늘에 가려졌던 희대의 천재가 나올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나는 늘 생각하는 것이 그거다.

       

       대체역사 소설 보면 맨날 주인공이 미래 지식만으로 원래 역사를 따라가면서 대박치지만. 나는 너무 많은 걸 바꿔서 불가능하니까.

       

       내가 아는 지식은 다 끌어내야지.

       

       

       “과연 그렇군요.”

       

       

       베리야가 감동에 허우적거리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 얼굴로 감동했다는 얼굴 하지 말아라.

       

       진지하게 이놈 이거 범죄자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자, 그러면.”

       

       

       문득 나는 저 먼 동쪽을 먼 산 바라보듯 응시했다.

       

       부디 일본이 미국을 노리지 말아야 할 터인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에 일본 쪽 이야기가 나와서 좀 짧은 분량이라 내용을 좀 더 붙여서 늦었어요.

    황도파는 일본 육군에 존재했던 파벌로, 천황친정의 쇼와 유신을 주장하며 소련을 주적으로 삼았고 아라키 사다오란 인물이 수장이었습니다.

    원래 역사에서 황도파를 숙청했던 통제파가 입헌군주제 파벌입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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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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