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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7

        

         

       진성은 별을 바라보며 웃었다.

         

       검은 밤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슬그머니 떠밀리며 별을 가리고 드러내기를 반복하고 있었지만, 진성은 전처럼 주술을 강하게 걸지 않아도 쉽게 그것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강화된 시야로 하늘 속에서 날아다니는 비행기의 형체도 볼 수 있었고, 비행기의 창문에서 턱을 괸 채 밖을 내다보는 어린아이의 모습까지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활력이 넘치는 신체 덕분이었다.

         

       성인식 이후에 얻은 활력과 생명력은 진성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었고, 행하는 모든 주술에 대한 효율을 높여주었다. 눈을 강화하는 주술 역시 크게 강화되어, 옛날과 동일하게 사용했음에도 더 멀리, 더 자세히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강화된 진성의 두 눈에는 하나의 별이 보였다.

         

       이름 모를 별이었다.

         

       하지만 이름 모를 별은 찬란하게 빛났다가 어둠에 휩쓸리는 것처럼 검게 가려지기를 반복하였고, 그것이 얼핏 보면 빛이 밝게 빛을 발하며 반짝이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구름을 가벼이 꿰뚫어 보는 진성의 눈에는 그 별의 이상이 똑똑히 보였다.

         

       ‘보자. 구름조차 꿰뚫어 보는 눈에도 가려지고 나타나기를 반복한다는 것은 천체의 운행이 그러하다는 것이요, 제가 빛을 발하는 곳에 방해가 있어 그것을 가리는 것이로다.’

         

       그리고 별이 반짝이는 것은 방해를 뚫고 진성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치는 것과 같았고, 제 목숨이 붙어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았으니.

         

       그것을 빤히 바라보고 있자면 진성은 그 별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반짝이는 것은 찬란함을 말하는 것이며.

       가려지는 것은 액이 꼈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는 것은 액이 꼈다가 물리쳐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반복한다는 것이니 이는 재앙이 겹겹이 쌓여있거나 그것을 제대로 극복할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요.

       그 재앙의 명줄이 참으로 길고도 끈질기다는 것을 말한다.

         

       ‘상징이다. 별은 상징이요, 운명을 주관하며, 각기 내려진 것을 수호하는 것이다.’

         

       진성은 지붕에 걸터앉은 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반짝임에 빨려 들어가듯 시선을 집중했고, 제 호흡조차 잊어버리고 오직 시야에만 모든 감각을 집중했다.

         

       반짝인다.

       그리고 그 반짝임에 어둠이 얽힌다.

       어둠 사이사이에 있던 잘 보이지 않는 별의 빛이 울음을 터뜨리고.

       그 빛이 얽히고 얽히며 상징으로서 지구에 내려앉은 형태를 말한다.

       단순히 북서쪽의 방향을 말하는 별은 분통을 터뜨리듯 반짝임을 발하고, 그 반짝임에 맞춰 어두컴컴한 공간에 슬며시 빛이 앉았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앉았다가 사라지는 것들이 다시 상징으로 되어 얽히고, 반짝이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빛이 눈에 잔상으로 남아 선을 그리고 면을 그린다.

         

       그리고 그 잔상과 별의 흔적을 이어 형상을 그리고, 그려지는 또 다른 형상과 겹치고 또 겹친다. 그리고 그 형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의식을 집중하고, 제가 빛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그것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리고 관측함으로 진성을 눈치챈 별이 마침내 진성에게 말을 건네니.

         

       진성은 누가 부정을 가져갔는지 알 수 있었다.

         

       ‘중국이군.’

         

       한여름 아스팔트 위에서 생기는 신기루처럼 가벼이 일어난 잔상은 그림을 그려주었고, 그 그림은 얼핏 낙서로 보이는 형상을 그려내었다. 삐죽 불규칙적으로 솟아난 끄트머리에 뭉개진 듯한 면, 그리고 알 수 없는 세모꼴의 무언가까지.

         

       누가 보더라도 낙서로 착각할법한 모습.

         

       하지만 진성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중명조(重明鳥).’

         

       중명새라고도 불리는 초월종.

       자신이 사악하다고 생각하는 힘을 거부하는 권능을 발휘하며, 어설프게나마 예언을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리고 이 중명조는 현시대에는 중국에 있었다.

         

       ‘여산현녀(庐山玄女).’

         

       정식 명칭은 여산현녀랑랑(庐山玄女娘娘).

       줄여서 여산현녀, 혹은 현녀라고 불리는 여자와 계약을 한 상태로 말이다.

         

       ‘흠. 그래. 그러고 보니 아직은 살아있구나.’

         

       진성은 천천히 기억을 더듬었다.

         

       ‘언제 죽었더라?’

         

       여산현녀는 죽는다.

       그것도 주술사의 손에.

         

       ‘내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듣기는 했었지.’

         

       미래 중국은 주변 국가를 미친 듯이 침공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류애 따위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거슬린다 싶으면 인종 청소는 아무렇지도 않게 행했다. 오랑캐들에게 한족의 피를 섞어야 한다며 겁탈하거나 남자의 씨를 말리는 것은 기본이었으며, 아예 포로로 잡은 여자들을 한 곳에 몰아넣고 ‘한족의 핏줄을 효율적으로 늘리는’ 시설을 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온갖 인종에 대해 순위라도 정해둔 것인지 전향을 한다고 해도 철저히 계층을 나누기까지 했다.

         

       황인종을 가장 위에 두고, 중간에 흑인을 두었고, 맨 아래에 백인을 두었다.

       그리고 황인종끼리도 세세하게 나누었으며, 가장 꼭대기에는 한족이 위치했다.

         

       그리고 여산현녀가 죽은 것은 이러한 ‘분류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때였다.

         

       활발하게 전쟁을 벌이며 영토를 확장하던 중국이 어떤 주술사의 영역을 침범했고, 그 주술사가 전쟁통에 얻은 재료들을 이용해 짜 올리던 제단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자신이 온갖 공을 들이며 짜 올리던 것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자 주술사는 격분하여 항의했으나, 중국은 당연히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주술사에게 온갖 모욕을 주고 내쫓았고, 계속 항의하자 요원들을 보내 암살하려고까지 했다.

         

       만약 그 주술사가 약했다면 충분히 통할 수도 있었을 방법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주술사는 강자였다.

       그것도, 끔찍할 정도의 강자.

         

       중국은 조용히 은둔하며 살았던 주술사의 진가를 알지 못했고, 그 주술사가 어떤 주술을 쓰는지도 알 수 없었으며, 어떤 짓을 벌일 수 있는지는 더더욱 알지 못했다.

         

       그래.

       불행하게도 중국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들이 우습게 보았던 그 주술사가 강령술사였다는 것도.

       단순히 악령이나 악귀를 사역하는 정도가 아니라, 앞에 대(大)자가 붙는 존재들을 끌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강대했다는 사실도.

       중국 곳곳에 학살 때문에 생긴 시체와 혼, 백이 널려있었다는 사실도 말이다.

         

       하지만 무지하다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는 법.

         

       강령술사는 자신의 제단을 망치고 제 목숨을 위협한 중국에 복수하려 했다.

         

       그 복수라는 것은 아주 간단했다.

         

       자신도 소중한 것을 잃었으니, 너희 역시 소중한 것을 잃어야 한다는 것.

         

       강령술사는 자신이 모아온 악령과 악귀들을 끌고 여산(庐山)이 있는 장시성으로 향했다.

       그리고 끌고 온 악령과 악귀를 장시성에 풀어놓고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이도록 명령했으며, 죽은 사람들의 혼과 백, 시체를 긁어모았다. 그리고 자연적으로 탄생하는 악령과 악귀들을 부리며 자신이 부리는 악령 군대의 숫자를 늘렸고, 시체에 역병이 깃들게 하는 주술을 사용해 물과 토지를 오염시켰다.

         

       당연히 중국 공산당은 기겁했고, 여산현녀가 군대와 함께 장시성으로 파견되었다.

         

       그리고.

       여산현녀가 죽었다.

         

       ‘여산현녀는 죽고, 장시성은 역병이 도는 땅이 되었고, 여산은 사람 잡아먹는 악귀들이 머무는 곳이 되었고, 악귀들은 중국 곳곳으로 퍼져 밤에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못하게 만들었다지.’

         

       게다가 그 짓을 벌인 강령술사는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으니.

         

       모두가 평등하게 불행해졌다.

         

       하지만 불행이라는 것은 종종 교훈을 주기도 하는 법.

         

       중국은 이 사건 이후로 더 탐욕스럽게 주술을 긁어모았고, 남은 두 명의 계약자를 더 애지중지 대하며 권력자들의 호위로만 사용했으며, 점령지를 중화에 편입시킬 때 더 신중하게 움직이게 되었다.

         

       ‘흠.’

         

       진성은 현녀의 죽음과 중국의 주술에 대한 집착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중국에 내 힘이 닿을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진성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중국은 주술을 긁어모은다. 아마 지금도 하고 있을 것이고, 미래에도 할 것이고, 계속해서 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에 내 힘을 닿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을 가로챌 수도 있을 것이고, 가져온 주술을 열람할 수도 있을 것인즉.’

         

       중국은 진성과 유적 경쟁하지 않아도 되니 좋고.

       진성 역시 경쟁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주술을 살펴볼 수 있으니 좋다.

         

       이것이 바로 윈-윈(Win-Win)이 아니겠는가.

         

       평화롭게.

       평등하게.

       모두가 이득을 보는 일이다.

         

       ‘게다가 나와 경쟁하지 않으면 더 빨리 주술이 모일 것이요, 그렇게 된다면 강령술사와 현녀의 충돌이 앞당겨질 것이니 현녀는 더 빠르게 죽을 것이고, 그리하면 중국이 주술의 진가를 더 빠르게 알아보고 움직일 것이고, 그렇다면 중국은 회귀 전보다 더 빠르게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니. 이 역시 모두가 이득을 보는 일이로다.’

         

       하지만 이건 그저 망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탐욕스럽기 짝이 없는 작자들이 어찌 소국이라 생각하는 나라의 주술사와 지식을 나눌까? 경쟁한다고 한들 전력을 발휘하지 않아 그렇다고 여길 것이요, 살(煞)이 날아가고 저주로 몸이 썩어 병상에 눕지 않는 이상은 업신여기는 시선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니.’

         

       진성은 결론을 내렸다.

         

       불가능하다고.

       무슨 짓을 해도 자신이 중국이 모으는 주술에 접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회사를 만들어 돈으로 세를 넓히려고 한들 공산당의 입김 한 방에 훅 꺼져버리게 될 것이며, 시간을 오래 들여 인맥을 만들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며, 설령 만든다고 할지라도 그 도움은 내가 원하는 것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에 힘을 투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중국에서는 돈보다도 사람이 중요했으니까.

       돈을 얻으면 권력이 따라오는 다른 나라와 달리, 권력을 얻으면 돈이 자연스레 따라오는 나라였으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에서 가치가 없는 것 역시 사람이었다.

         

       정치라는 것은 참으로 오묘한 것이다.

       몸에 가득 묻은 오물이 문제가 없을 때도 있고, 옷에 내려앉은 한 톨의 먼지가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것.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한 번 성한 것은 영원할 수 없고, 반드시 쇠락해져 끝을 맞이하는 법.

         

       ‘중국이라는 나라는 앞으로 괴물이 되어버린다. 괴물이 꼭대기에 앉은 게 아니라, 아예 공산당 자체가 괴물같이 변해버리는 것이니….’

         

       끔찍하기 짝이 없는 세계 3차 대전에서 중국 공산당은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불변(不變)했다.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가 없었다.

         

       미래의 중국 공산당은 마치 사람처럼.

       세포가 끊임없이 죽고 교체되는데도 멀쩡히 개체를 유지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끊임없이 변하면서도 굳건하게 조직을 유지했으니까.

         

       구성원들이 온갖 이유로 죽는다.

       성을 책임지는 사람이 죽고, 재정을 책임지는 사람이 죽고, 심지어 주석도 죽는다.

       그런데도 다른 세포가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처럼 멀쩡히 공산당을 돌아가게 만들고, 짧은 시간에 공백을 채울 사람을 다시 앉혀놓는다. 그리고 또 구성원이 죽으면 마찬가지로 그 공백을 대신하고, 공백을 채울 사람을 넣는다.

         

       머리 역할을 할 사람이 죽어도.

       손 역할을 하는 기관이 날아가도.

       심지어는 공산당 인원 70%가 죽어도.

         

       마치 자생력이라도 가진 것처럼 빈자리가 메워지고, 다시 멀쩡하게 나라를 운영한다.

         

       보통이라면 수뇌부들이 죄다 날아가서 나라가 망해야 하는 상황에도, 공산당은 꾸역꾸역 죽어 나간 사람의 빈자리를 채우며 존속했다. 마치 스페어(Spare)를 한껏 준비해두고 부품이 망가질 때마다 끼워 넣는 것처럼.

         

       혹은.

       어디선가 사람을 찍어내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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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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