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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7

       

        

        

        

        

       “시작부터 빅 매치로군요! 유진 선수와 다이스 선수, 스승과 제자! 그리고 그에 맞서는 상대는 유명 스트리머인 카토그래퍼, 에스피어, 그리고 야식치킨원툴입니다!”

        

        

        

        공간 전체가 흩어졌다가 재조립된다.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백 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스튜디오였던 곳이 전장으로 뒤바뀐다.

        

        비교적 어두운 배경에 인위적으로 배치된 수많은 기물들. 마치 비행기를 해체한 후 부품을 아무렇게나 늘어놓은 격납고를 연상하게 만드는 곳. 그러나 그 중간이 텅 비어있었다. 의도적으로 기물 배치를 잠시 OFF해놓은 것이었다.

        

        몇 마디 말을 남긴 후, 연예인 대표와 아나운서 대표가 저 뒤로 사라진다. 지금부터는 캐스터와 해설의 영역이었기 때문이었다. 귀를 시원하게 청소하는 듯한 청량한 목소리가 공간을 쩌렁쩌렁 울렸다.

        

        

        

       “오늘, 대망의 첫 번째 경기! 도합 다섯 명의 인원이 각각 둘과 셋으로 나뉘어, 버려진 격납고에서 화약 향기 가득한 전투를 벌일 예정입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양측 선수단이 악수를 교환합니다. 스트리머 팀이 본격적으로 핸디캡을 논의하기 시작하는군요. 아무래도 상대가 KSM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거머쥔 만큼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이벤트 매치의 룰은 약간 복잡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스트리머 팀 측은 숫자라는 이점 이외에도 프로게이머 팀에게 한 가지의 핸디캡을 제시할 수 있었으며, 이는 과도하게 불합리한 것만 아니라면 대부분 수용되어야만 했다.

        

        한편 핸디캡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라면, 프로게이머 듀오는 이를 수용한 후 본격적으로 전술 논의에 들어간다.

        

        그렇기에 이 게임은 국가대표 측에게 사실상 굉장히 불리했다. 따라서 이벤트 매치의 볼거리는 한 명 적은 인원수에 핸디캡까지 짊어진 상태에서 프로들이 얼마나 활약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어떤 페널티를 부여할지 상의할 시간은 1분.

        

        카토그래퍼와 에스피어, 야식치킨원툴이 이를 논의하기 위해 저 뒤쪽으로 사라지는 사이, 다이스와 유진의 대화가 이어진다.

        

        

        

       “하, 이때가 제일 긴장되네요. 작년엔 별의별 이상한 것들이 막 나왔는데, 이번 년도는 또 어떨지 모르겠어요.”

        

       “가령 어떤 게 있으셨나요?”

        

       “왼쪽 눈 시력 봉인하기, 오른손 검지손가락 없이 싸우기라든가…좌수자는 우측 견착, 우수자는 좌측 어깨 견착도 있었어요. 물론 프로게이머들이야 좌우수 변환 사격 연습은 기본적으로 하니, 그땐 수월하게 이겼죠.”

        

        

        

        인간의 상상력은 끝이 없군요.

        

        대략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유진은 금방 평소의 반쯤 무심한 표정으로 되돌아왔다. 그럴 즈음이면 항상 무언가 생각이 있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던 다이스가 슬그머니 눈치를 주었다.

        

        

        

       “뭔가 알고 있는 거죠?”

        

       “생각하던 것보다 굉장히 다양해서 섣불리 말하긴 어렵지만, 상대 팀에 카토그래퍼가 있어서…생각보다 진지한 핸디캡이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카토그래퍼? 아는 사람인가요?”

        

       “…피해자죠. 엄밀히 따지면.”

        

        

        

        어련하시겠어요.

        

        아무래도 이 양반이 뻗친 마수는 상당히 다양하고 깊었나보다.

        

        

        한편 다이스가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이와 비슷한 논의가 반대편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저 내용만 다를 뿐 – 그러나 이벤트 매치라는 이름에 걸맞게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두 명과는 다르게, 카토그래퍼만이 진지하게 임하고 있었다.

        

        본래라면 너무 과몰입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들어도 될 법했지만, 이 세 명 중 유일하게 그만이 유진과 적잖아 열 번이 넘는 교전을 벌인 적이 있었다.

        

        무시는커녕 경청해도 모자랄 수준이란 소리였다.

        

        

        

       “…아니, 진짜 그 정도야? 투척무기 금지면 팔 두 개 중 하나 뺏는 급인데.”

        

       “트랩류 금지? 왠 트랩?”

        

       “트랩 넣었다가 낚싯줄에 갈린 적이 있어서….”

        

       “아, 그거….”

        

        

        

        모를 수가 없었다.

        

        카토그래퍼가 유진이 만들어놓은 트랩하우스로 걸어들어간 뒤 벌어진 일은 그와 친한 스트리머를 중심으로 사방팔방 퍼져나갔으니까. 설령 이들에게 벌어진 일이 아니더라도 수없이 많은 도네이션이 날아온 탓에 무시하는 것조차 불가능.

        

        그렇게 거미줄처럼 퍼져나간 해당 도네이션 덕분에, 우스갯소리로 유진이 뉴비 유입을 막는다는 드립마저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트랩으로 사람을 팬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 시점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유진이 다양한 함정 운용을 통해 사운드 또는 시야를 봉쇄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컨대 이들이 원하는 건 하나였다.

        

        

        

       “그나마 저 둘이 얌전히 총질만 하는 게 살아남을 확률이 높지.”

        

       “뛰는 것도 막을까? 그러면 전술기동 제대로 못 할 거 아냐.”

        

       “그것까진 안 받아들여질 것 같은데.”

        

        

        

        뛰지도 못하고, 투척무기도 못 쓰고, 오로지 사격만이라. 확실한 건, 이 모든 것들이 전부 받아들여진다면 그동안 벌어진 이벤트 매치의 페널티 모음 중에서도 충분히 최상위권에 들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렇게 해도 이기는 게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이 스멀스멀 들고 있었다. 뛰지도 않고, 수류탄도 안 쓰고, 사격만 한다고 하더라도 강할 수가 있었으니까.

        

        …생각해보니 저거넛들이 딱 그렇지 않나?

        

        

        1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결국 이들은 예능보다는 다큐를 선택했고, 피드백은 거의 전부가 받아들여졌다. 전력질주는 말할 것도 없이 금제 대상이었다. 말 그대로 사격 정도만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에 반해 스트리머 팀은 방패 계열의 스킬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것들이 사용 가능했다.

        

        페널티가 확정된 후 유진 팀이 전술을 논의하기 위해 주어진 5분마저 끝나고, MC가 게임의 시작을 알렸다.

        

        

        

       “지금부터 이벤트 매치를 시작합니다!”

        

        

        

        마지막 인사.

        

        카토그래퍼와 가볍게 시선을 교환한 유진이 덧붙였다.

        

        

        

       “오랜만이네요. 제법 영리한 수를 고르셨군요.”

        

       “…사격전도 잘 하실 것 같으니까요. 정면대결은 자신이 없습니다.”

        

       “하하.”

        

        

        

        그 순간 시야가 검어진다.

        

        방금까지 이들이 서있던 곳이 온갖 기물로 뒤덮이며 교전 구역이 완전히 설정되었다. 관객석에 앉아있던 이들은 시청자가 되었으며, 이는 갬빗과 미카엘 역시도 마찬가지.

        

        빛무리가 되어 사라지는 다섯 명을 끝으로, 이벤트 매치 첫 번째 판의 서막이 올라갔다.

        

        

        

        

        

        

        

        

        

        

        

        

        

        

        

        

       “저희는 저거넛 메타로 갑니다.”

        

       “하이구. 진심은 아니죠?”

        

       “물론 농담이죠.”

        

        

        

        슬그머니 작전안과 함께 GRG를 건네는 유진.

        

        맵에 배치된 다양한 기물을 기준으로 이리저리 세분화된 구역. 그러나 그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대략적으로 여섯 개 정도. 이미 한참이나 같이 다니던 사이였기에 다이스는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 금방 알아차렸다.

        

        

        

       “브리핑은 이걸 기준으로 하면 되죠?”

        

       “네. 정석적인 플레이로 갑시다. 제가 이목을 끌면 뒤에서 사격으로 지원해주세요. 지형지물이 그다지 좋은 형태는 아니니, 되도록이면 대구경 총기를 사용하는 게 좋을 거예요.”

        

       “…제가 지난 번에 바렛 썼다고 그쪽을 본격적으로 준비시키려는 건 아니죠?”

        

       “하하.”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의 트릭이 있었다.

        

        한 사람은 주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두 정의 대물저격총을 선택하고, 다른 인원이 주무기를 두 정 골라 하나를 건네주는 것이었다.

        

        

        

       “총은 뭐가 좋으신가요?”

        

       “SIG MCX 래틀러요. 교전 거리가 짧아서 평범한 게 좋네요. 저격용 총기는 M107CQ랑 M6 Lynx 고를 건데, 유진 씨는요?”

        

       “MG338 정도면 무난하지 않을까 하는데.”

        

       “…노르마 매그넘 탄을 초당 10발씩 쏴대는 기관총이 뭐가 무난해요?”

        

        

        

        하지만 툴툴대면서도 두 명은 빠르게 총기를 선택한 후, 부착물을 골랐다.

        

        유진은 하드코어 모드였기에 이카루스 가방에 달린 급탄기로 탄창을 직접 만들어야 했고, 이는 다이스가 도맡았다. 찰그락 하는 금속음이 연달아 울려퍼지는 가운데 방탄조끼의 파우치에 탄창이 하나둘씩 끼워진다.

        

        맵을 확인한 다이스가 두 지점을 표시했다.

        

        

        

       “사격각이 그나마 나오는 곳이 이곳과 이곳밖에 없어요. 관측 시야를 공유할테니 확인해주세요.”

        

       “…이 정도면 괜찮네요. 길게 끌 것 없이 첫 번째 라인에서 한 명만 침묵시켜도 숫자는 동수가 되니, 저쪽도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될 거예요. 그때 둔중하게 압박하도록 합시다.”

        

       “좋아요.”

        

        

        

        그와 동시에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대화.

        

        

        

       “근데 그냥 유진 씨가 바렛 들고 다 박살내면 안 돼요?”

        

       “고가치 연구시설 이외의 곳에선 바렛이 안 나오잖아요.”

        

       “아.”

        

        

        

        그도 그렇긴 했다.

        

        아무래도 평소에 잘 안 나오는 총기보다는 모든 맵에서 공통적으로 드랍되는 총기를 사용해서 잡는 게 어떻게 보면 맞는 것이기도 했고, 더 나아가 유진이 그렇게 혼자서 게임을 박살내면 다른 의미로의 노잼이 되겠지.

        

        두 명이 상의하며 3명을 이겨내라고 한 이벤트 매치인데, 혼자서 너무 튀어버리면 그건 그것대로 상당히 곤란하기에.

        

        

        천장의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려대며 교전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우우우우우웅!

        

       -[알림 : 킬존 활성화. 지금부터 현 지역이 무제한 살상 구역으로 지정됩니다.]

        

        

        

       “나중에 봐요!”

        

       “네.”

        

        

        

        시작과 동시에 유진이 등에 메고 있던 SIG MCX 및 여덟 개의 탄창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그러나 파우치에 일일이 끼울 시간은 없었다. 유진의 손 위에서 너무나도 가볍게 움직이는 10kg 가량의 쇳덩이가 강렬한 머즐 플래시와 함께 20그램의 탄두를 마하 2.3의 속도로 토해내었다.

        

        몸을 홱 돌린 다이스가 이를 악물고 뛰기 시작했다. 양쪽 손에 탄창을 포함하여 각각 15kg, 몸에는 MCX 한 정. 다용도 파우치 안에는 여덟 개의 탄창. 토탈 60kg에 육박하는 짐을 짊어지고 달린다.

        

        더군다나 그냥 평지도 아니고, 목표 지점은 사격각이 나오는 높은 곳. 아무튼 요약하자면 상당히 끔찍한 30초라고 할 수 있었다.

        

        

        지정된 장소로 도달함과 동시에 바렛을 사격각이 나오는 장소에 내려놓는다. 그 후 상황을 확인했다. 적들은 유진만이 남은 걸 보고 한꺼번에 달려들기로 결심했는지, 예상보다 접근 속도가 빠르다.

        

        저 멀리서 총열이 새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제압사격을 퍼붓는 뱀이 보이고 있었다. 대놓고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대놓고 알려주는 듯한 어그로성 플레이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초반에 생각했던 구도 그대로였다.

        

        

        

       ‘이따 후퇴할 때 바렛은 여기 버려두면 될 거고….’

        

        

        

        철컥.

        

        삽탄한 후 장전바를 당기자 이전에 느꼈던 묵직한 그 감각이 그대로 손끝을 타고 전달되었다. 

        

        아직 적들이 완전히 식별되지는 않는다. M6 대물저격총은 한쪽에 적당히 짱박아둔 다음, 다용도 파우치에서 여덟 개의 탄창을 꺼내어 그제야 가슴팍의 포켓에 집어넣는다.

        

        준비는 끝났다.

        

        타이밍 좋게 들어오는 무전.

        

        

        

       “지금 비행기 날개 방향으로 한 명 돌았어요. 끊지 못하면 제가 갇힐 거예요.”

        

       “확인…아, 움직임 포착. 혹시 해당 방향에 제압사격 가능한가요?”

        

       “꽤 빠듯하겠네요. 적이 폭격 드론을 사용해서.”

        

        

        

       ───쿠콰콰쾅!

        

        

        

        그 순간 저 멀리서 들려오는 폭음과 화끈하게 피어오르는 불꽃.

        

        그러나 아직 유진의 생명 반응은 이상 없음을 알리는 초록색이다. 걱정이란 것은 걱정이 필요한 사람에게나 하는 것이었고, 유진은 그 기준을 한참 벗어나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다이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왔다.’

        

        

        

        50미터 가량 전방, 유진의 옆구리를 찌르기 위해 슬그머니 옆으로 돌아나오는 적.

        

        시야각을 공유한다. 보통이라면 이런 교전 상황에서는 방해만 되겠지만, 유진 씨라면 어떻게든 확인할 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아까 확인해본 지도 상으로라면 적 역시도 시야각 확보를 위해 한참을 돌아야만 했다.

        

        타이밍 좋게 그녀가 제압사격을 가한다면, 강제로라도 엄폐를 하게 만들 수밖에 없으리라.

        

        

        슬그머니 움직이는 조준점과 함께, 타이밍을 재던 다이스가 나지막하게 덧붙였다.

        

        

        

       “지금이에요. 통로에 제압사격.”

        

        

        

        드르르륵!

        

        복도를 시원하게 가르며 꽂히는 탄환.

        

        정확한 타이밍에 토해진 납탄이 허공을 가르며, 복잡하게 이어진 복도를 막 돌아나오려던 적의 발목을 붙잡는다. 정면 사격각이 나왔다는 것을 알고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벽면에 몸을 기대어 제압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다이스가 간절히 바라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레티클의 정가운데에 적을 놓고, 호흡을 고른 뒤, 손가락을 까딱였다. 묵직한 방아쇠가 손끝의 압력에 의해 뒤로 꺾이며, 공이가 보드마카만한 탄환의 뇌관을 강타했다.

        

        

        

       ───콰아앙!

        

       “크하악!”

        

        

        

        적중.

        

        단순한 물리량만으로 방벽이 크게 일렁인다. 채 상쇄하지 못한 물리력이 상체를 강타하자 몸이 나자빠진다.

        

        넘어진 순간 해당 인원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아바타의 형태를 보니 야식치킨원툴. 아마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몇 번 더 방아쇠를 당기자 순식간에 증발하는 걸 보니, 그다지 신경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천장에 달린 스피커가 한 명이 증발했단 것을 알렸지만, 한 번 더 언급했다.

        

        

        

       “위치 노출 없음. 이제 우회하는 적은 없을 거예요.”

        

       “좋아요. 이제 상황을 봅시다.”

        

        

        

        경기가 시작된 지 40초가 흐르고 있었다.

        

        쾌조의 출발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프로들끼리의 스크림 부분은 생략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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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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