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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7

       나오나는 변화무쌍하고도 다양한 매력이 있었지만, 여느 게임과 같이 픽밴부터 복잡한 게임은 아니었다. 출시될 때부터 캐릭터라고는 도적, 성기사, 마법사, 궁수, 사제……등등, 6개에 불과했고- 새로 추가되는 캐릭터도 없었으니.

         

       대신이라고 해야 할까. 게임에 깊이를 더하는 변화와 다양성은 특성과 무장으로 구현되었다. 같은 캐릭터라고 해도 고위 특성을 비롯한 빌드와, 무장의 선택에 따라서 플레이 방식은 물론, 장단점마저 달라지는 식으로.

         

        그러니, 나오나에는 그 다양한 변수에도 불구하고 통상적인 AOS/MOBA 장르에서 애용되는 밴 시스템이 없었다. 한 캐릭터를 게임당 한 명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전제로 하는 선픽 개념도 없었고.

         

       다시 말해, 극단적으로는 6기사 조합도 가능했던 것이다. 중세기사에 대한 로망으로 가득한 친구들이라면 한 번쯤은 시도했던 조합이기도 하고. 2 마법사가 화염구만 번갈아가며 날리면 죄다 빈사상태가 되는 아름다운 조합이기는 한데……로망은 로망이니까.

         

       그렇기에 나오나 랭크게임의 픽 과정은 간단했다.

         

        12명이 매칭되고 나면, 팀 내에서 전략을 토의할 시간이 60초 주어진다. 누가 어디에 가고……무엇을 할지. 대단한 의사소통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원한다면 서로 인사 정도는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성실한 이들에게는 팀원들의 아이디를 복사하여 전적 검색을 하는 시간이라고 듣기는 했다. 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지만.

         

       아무튼……어찌 보내든, 60초다.

       

       그 시간이 지나면, 픽이 시작된다. 블루 진영에서 먼저 1개 캐릭. 그 후 각 진영이 2캐릭씩 번갈아가며 고르다가, 다시 블루에서 마지막으로 1캐릭을 고르고 나면, 픽 페이즈가 끝난다.

         

        간단한 구조다. 블루가 먼저 패를 까야 하는 대신, 레드의 모든 캐릭터를 확인하고 마지막 선택을 할 수 있는.

         

        픽 화면에서는 그다지 대화가 필요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유적인 의미는 아니다. 최소한, 옛날……아니, 미래라고 해야 하려나. 아무튼, 그 시절의 나오나에서는 정말로 그러했다.

       

       서버가 통합되기 시작하면서 언어가 안 통해서 그런 것도 있긴 한데.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특별히 말을 하지 않아도 다들 2지하가 기본이라는 정도야 알고 있었고. 도적이 필요한 이유와, 도적이 맡을 역할에 대해서도 설명할 필요가 없었으니.

       

       대화나 협상 따위가 필요하지 않으니, 할 이유도 없었는데.

         

       여기선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의 용병이자 챔피언인 오소독스가 몸소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음에도.

       

       아직 세상에는 이토록 불신자가 많으니- 지금, 척박한 토양에서 가득 피어나고 있는 새싹도적들은 무수히 많은 고행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온갖 커뮤니티에 한탄하듯이 남긴 이야기들을 종합하건데- 이는 모두, 내가 앞서 겪어본 것들이다.

         

        도적이 부당하게 내리쳐지는 부조리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과정에서 터득하게 된 수 한둘쯤, 한 발자국 앞서 걸어가는 선배로서 공유하지 않을 수 없겠지.

         

        아무렴.

         

        팀이 된 이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결국 승리에 도움이 되는 길이니.

         

        “일단, 승리를 위한 첫 번째 포석- 도적을 골라야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도적을 선호하지 않는 팀원들을 만나는 경우가 제법 있어요.”

         

        그러한 고난, 그 첫번째. 협동을 거부하는 팀원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의 문제인데.

         

        옛 성현 가라사대,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견불여일각(百見不如一覺), 백각불여일행(百覺不如一行)이라고 하지 않던가.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산술적으로 100만배 우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럴 때는 이들과 협상을 해야 하는데……주어지는 시간은 60초밖에 없으니. 짧은 시간 안에 성공적인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준비 작업이 조금 필요합니다.”

         

        메모장을 켜서, [1. 사전 준비 작업]의 밑에 [일반 게임 기록]을 적었다.

         

        강의를 알아듣기 어렵다는 피드백을 받은 후 고안한 방법이다. 글로 정리되면 그래도 조금은 보기 편하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나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는 걸 시청자들은 알까.

         

        알아야 할 텐데.

         

        “먼저, 일반 게임에서 기록을 쌓아 둡니다. 도적을 연습하라는 거냐……음, 그것도 맞아요. 하지만 도적만 하시기보다는, 사제로 탑 혹은 지하를 최소 3판 정도 가두는 편이 더 효과적입니다.”

         

        이어서 [사제를 활용하자]라고 적어 두고, 사제에 밑줄을 쳤다. 다른 어떤 캐릭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다. 마법사나 궁수 따위로 했다간, 어설픈 힙스터로 오해받을 수 있고.

         

        “그러니까……내가 도적을 가지 못했을 때 내 대안이 무엇인지, 팀에게 확실히 보여주는 거예요. 나는 도적을 갈 수 없다면 사제로 탑 혹은 지하에 가는 사람이다- 이건 말로 들려주면 오히려 역효과예요. 행동. 그리고, 행적으로 자연스레 보여야지.”

         

        『???』

        『아니』

        『트롤이자나…』

        『대체 무슨 강의야 이게』

        『오해하지 마세요~ 묵힌 논란 해명하고 나니 영 허전해서 새로 만드는 중입니다~』

        『미친년인가』

        『선생님…?』

        『그래…강의라고 할 때 예상은 했어…』

        『도적충 평균』

        『이딴게 협상…?』

        『이 분 도적 장인 아따먹 아니에요??』

        『이건 오소독스가 해명해야 되는 거 아니냐』

         

        채팅창을 흘긋 확인하니……반응이 제법 뜨거운 것이. 아무래도 부연 설명이 조금 필요해 보이는데.

         

        “오해하시는 분들이 더러 보이네요. 트롤이라니……아니에요. 게임의 구조상 도적이 있는 팀의 승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편견에 휩싸여 도적을 막으려 드는 쪽이 트롤 아닐까요. 올바른 결과를 위하여 위협을 암시하는 건, 국제외교에서도 사용된 유서 깊은 협상 전략이에요.”

         

        무려 미국 행정부의 수반이었던 닉슨 대통령이 직접 활용하고 명명한 외교 전략이다. 이름이……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베트남전 종전을 위해 사용한 뭐였는데.

         

        여하튼.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그러면 다음이……응. 그렇지. [2. 실전 픽창 협상] 항목 아래에 [짖는 개는 물지 않고, 무는 개는 짖지 않는다]를 적고, 글씨 크기를 다소 확대했다.

         

        잘 보이네.

         

        “불필요한 말은 안 하시는 것이 좋아요. 약해보이니까. 픽창에서 도적 초상화를 올리시면 충분합니다. 다들 포지션을 이야기하는 분위기면 함께 지하라고 말씀하시고……아무도 말 안하고 있으면 굳이 먼저 나서서 지하간다고 하실 필요는 없어요. 도적은 묵직해야 해요.”

         

        질문을 받았을 때 답을 해도 늦지 않으니까.

         

        무엇보다, 누군가가 다른 캐릭터로 지하를 선언하면 자연스레 2지하로 유도하기도 쉬워진다.

         

        “너는 맨날 채팅치지 않았냐……오해가 있네요. 그건 다음 단계입니다. 고급 과정을 지금 배우시려 하면 탈이 날 수 있어요.”

         

        『진짜 트롤이자나……』

        『이거 도적 강의 방송 아니었어요?』

        『방제에 터지는 폭죽이 아군 멘탈인가요』

        『그런 악질 방송 맞습니다』

        『그러면 일단 도적 선픽 박으면 되는 거군요!』

         

        “음……자. 다급해지지 마세요. 먼저 골라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느긋하게……항상, 여러분이 고를 도적이 정답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도적을 고르지 못하게 하는 게 트롤이고, 도적을 고르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분이 정의입니다.”

         

        그리 설명하며, [3. 파머 징집하기]를 적는 순간.

         

        -별포크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전화 받아주세요……】

         

        익숙한 아이디로부터 도네이션이 도착했다.

         

        전화……아.

         

        부재중이 조금 있네.

         

        * * * *

         

        《안녕하세요 별포크님. 방송 중이어서 전화를 못 받았어요.》

         

        차분한 목소리였다. 언제나와 같은.

         

        본인의 발언들이 실시간으로 나오나 갤러리 개념글에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저리 침착할까. 별포크, 아리는 문득 궁금해졌으나- 막상 물어보자니, 대답이 더 두려웠다.

         

        “그, 방송 중에 진짜 죄송해요. 아따먹 시청자님들께도 정말 죄송합니다. 혹시 정말 잠깐만 마이크 꺼주실 수 있을까요?”

         

        『ㅆㄵ』

        『쥐흔 쳐내라~~』

        『스트리머면 쥐흔 해도 됨? 부 럽 다』

        『무슨 얘기하나 들어나 보자』

        『네가 끌 수 있는 불이 아니란다 포크포크야 ……』

         

        채팅창의 여론은 뜨거웠다. 아마, 저 활활 타오르는 불 중 일부는 불씨가 되어 자신의 방송으로도 튀겠지.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방치할 수는 없었다.

         

        ‘가서 트롤하고 꼴픽을 박으세요’라고 전파하는 스트리머라니……위키에 별도 항목이 개설되어도 이상할 것 없지 않은가.

         

       ‘나오나/시즌1/세기말 트롤 장려 논란’ 따위의 제목이 별포크의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듯했다.

         

        《네. 껐어요. 목소리가 안 좋은데……무슨 일 있으신가요.》

         

        “……네! 무슨 일 있죠……! 친구가 눈에 불을 켠 2만명을 모아다 놓고 트롤 장려 방송을 하고 있는데, 무슨 일 있죠! 그거 정말 안 돼요. 혐무꾼 혐오랑은 차원이 다르다니까요……!”

         

        《트롤이라니……오해가 있네요. 방송을 중간부터 보셨으면 헷갈릴 수 있어요.》

         

        “아니, 완전 처음부터 봤어요……아예 메모장에 ‘사제를 활용하자’,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뭐 이런 말을 써 놓으시고, 이제는 2지하 노예 징집 얘기하려 하셨으면서 무슨 오해를……!”

         

        조금만 더 언변이 좋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 많이 좋아야 설득이 가능했으려나. 별포크가 그리 무의미한 고민을 하는 사이, 베일을 한 겹 두른 듯한 어조의 이예나가 다독이듯 말했다.

         

        《음……노예라니요. 사상이 위험하시네요. 금발 태닝 나무꾼이랑 놀았나……아무튼, 오해기는 한데. 별포크님이 걱정되시면 지금 강의는 일단 정지할게요.》

         

        동아줄이 내려온 듯한 기분이었다. 분명 본인이 구하러 들어가는 입장이었음에도 이런 기분이 드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뻔히 떠오르는 정답을 애써 거부한 별포크가, 애써 주도권을 잡아보겠다고 목소리를 깔아가며 머리를 굴려보았으나-

         

        “……저, 진짜로 더 불안해요. 대신 뭐 하겠단 건지 얘기해줘요.”

         

        《그럼요. 음……우리, 이렇게 해볼까요? 실전이 중요하니까. 실습을 같이 봐주실 수는 있을까요?》

       

       “어……네, 일단 지금 일정은 없어서요.”

       

       -흐흫

        

        그러지는 아니하는 편이 좋았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간 건 왜일까.

       

       《다행이네요. 그러면……일단, 제가 부캐로 도적 고르는 것부터 방송으로 봐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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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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