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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7

       올리비아는 곧바로 대마법사 혹은 그에 준하는 정신계열 술사가 있는지를 물었다.

         

       이야기를 들은 암주의 눈동자가 꿈틀거렸다.

         

       [그걸 왜 내게 묻는거지? 술사라면 나보다 멜리나에게 물어보는 편이 훨씬 빠를텐데.]

       “모른다고 하시지는 않네요.”

       [거래를 시작하기도 전에 말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암주는 걸음을 옮겨 가죽 의자에 앉았다.

         

       [만약 네가 그 빚을 정보를 사기 위해 사용한다면 말해주지 못할 것도 없다만……그렇게 된다면 몸 성히 나가지는 못할텐데?]

       “스승님이 지운 빚이 고작 정보 하나로 사라질 정도는 아닐텐데요?”

       […….]

         

       예상보다 올리비아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암주가 입을 다물었다.

         

       그가 멜리나에게 진 빚.

         

       그것은 구명(救命)의 빚이었다.

         

       목숨 빚은 목숨 빚으로 갚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조. 올리비아의 말대로, 정보 하나 넘겨주는 것으로 퉁치기에는 진 빚이 많았다.

         

       [특급 정보를 넘겨주고, 살려주기까지 하면 이쪽이 수지가 맞지 않아. 특급 정보 다섯 개를 듣고 죽던지, 이 자리에서 지금 당장 사라지던지.]

       “그럼 특급 정보의 값만 따로 치르죠. 그럼 되잖아요.”

       […….]

       “스승님의 빚으로 지부 하나 뒤집은 걸 퉁치면, 그때부터는 손님인 것 아닌가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암주의 눈빛은 여전히 싸늘했다.

         

       [억지군. 나는 손님을 이런 방식으로 만나주지 않아.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걸치지. 손님으로 올 생각이라면 일단 VIP 티켓부터 구해와라. 다음 달에 경매장에서 구할 수 있을거다.]

       “저는 그 한 달을 기다릴 수 없어서, 3지부를 뒤집어 엎은 거고요.”

         

       올리비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아공간에서 두툼한 돈주머니를 꺼냈다.

         

       미리 분류해둔 골드.

         

       VIP 티켓값은 물론이거니와, 손해배상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이래도 거절하실건가요?”

       [티켓은?]

       “기본적인 마법적 처리조차도 되어있지 않은 종이쪼가리쯤이야, 지금 당장이라도 만들어낼 수 있어요.”

         

       올리비아가 손가락을 튕기는 것과 동시에 부드럽게 종이에 마력 회로가 각인되고, 그 형태가 익숙한 티켓으로 바뀌었다.

         

       처음부터 불리한 게임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암주가 살짝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대면한 순간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다는건가.’

         

       특급 정보를 다루는 사람은 암주 한 명 뿐. 그렇다면 올리비아 입장에서는 암주를 만나기만 하면 1차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빠져나가는 거야, 멜리나가 지운 빚을 사용하면 그만이니까.

         

       [수십 년은 이쪽에서 굴러먹은 것 같군.]

         

       암주는 진심이었다.

         

       머리로 계획을 짜는 것과, 직접 실행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삼류 조직도 아니고, 대륙의 음지를 지배하는 암살단을 건드릴 생각을 한 것부터가 올리비아의 배짱이 엄청나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음지에서는 기세만 있어도 절반은 먹고 들어가니까.

         

       “그러면 이제 손님인가요?”

         

       올리비아가 물었다.

         

       암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주소를 알려주지.]

         

       탁.

         

       탁자 위에, 종이 한 장을 올려놓은 암주가 말했다.

         

       [이름은 안드로 클레망. 서부 군도에서 넘어온 정신 계열 술사다.]

       “…….”

       [당연히 마탑에 가입하지 않은 비인가 술사다. 17년 전, 대마법사의 위(位)에 도달했지.]

         

       암주의 흑안이 복면 너머에서 번들거렸다.

         

       [혹시나 해서 충고 하나만 하자면, 정신계통 술사가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졌을 거라는 생각은 버려라. 당장이라도 네 기억을 뒤틀어 백치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으니.]

         

       그렇게 말하는 암주의 목소리는, 약간이지만 들뜬 것처럼 보였다.

         

       [혹시 길 안내가 필요한가?]

       “괜찮아요.”

         

       올리비아 또한 미소로 화답했다.

         

         

       *****

         

         

       27번 도로.

         

       마키나 외곽의 공업단지에 위치한 허름한 주택단지.

         

       대마법사에 준하는 술사가 머무는 곳처럼 생기지는 않았지만, 상대가 정신계열 술사라는 것을 생각하면 마냥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흑마법사처럼, 정신계열 술사 또한 그 특수성 때문에 배척당하기는 매한가지였으니까.

         

       물론 그 유용성 탓에 고위직들이 목줄을 채워 사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마키나에 있는 정신계열 술사들은 아무래도 조금 처지가 다른 모양이었다.

         

       당장 이 주택단지만 해도 그렇다.

         

       겉보기에는 허름해보이지만, 그 실상은 정반대였다. 대양을 떠다니는 빙하처럼, 저 밑에는 방대한 깊이의 지하실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길가는 행인들에게 하나같이 마력사를 연결해놨네.’

         

       으슥한 골목에 등을 기대고 있는 남성, 신문지를 깔고 구걸하는 노숙자, 거리를 뛰도는 어린이들…….

         

       평범해보였지만, 저들은 전부 정신계열 술사들에게 조종당하는 인형과도 같은 신세였다.

         

       고위 대마법사인 올리비아조차 집중해야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마법.

         

       알맞게 찾아왔다.

         

       “마법사로군.”

         

       골목에 등을 기대고 있던 청년이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해보였지만, 뒷머리에 마력사를 단 순간부터 지나치게 노골적인 접근이었다.

         

       “이곳에는 무슨 일로 왔지?”

       “찾는 사람이 있어서. 안드로 클레망, 알아?”

       “알다마다. 그나저나 그분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찾아온 걸 보면……다른 사람의 소개를 받았나보군.”

         

       올리비아는 대답하는 대신 슬쩍 알림창을 살폈다.

         

       [남은 시간 : 4분 24초]

         

       안타깝지만 이곳에서 노닥거릴 시간은 없었다.

         

       ‘좌표는 대충……이쯤인가?’

         

       고오오오!

       

       올리비아의 몸에서 거대한 마력의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주변에 있던 ‘인형’들이 일순간에 쏠릴 정도로 강렬한 기운.

         

       잡스러운 하류 마법사들의 마력을 걸러내고, 가장 순도 높은 마력의 흔적을 찾아낸다.

         

       다음 순간, 올리비아의 신형이 사라졌다.

         

       순식간에 텁텁해진 공기. 아직 환기 기술까지는 그리 발달하지 않은 듯 보였다.

         

       “이 도시의 마법사들은 웬만큼 안다고 생각했지만……고위 마법사 중에 이렇게 어린 아가씨가 있을 줄은 몰랐군.”

       

       듣기 거북할 정도로 성대를 긁는 듯한 목소리.

         

       천천히 지팡이를 짚고 올리비아의 앞까지 다가온 노인이 중얼거렸다.

         

       “그래, 혹시 마탑이 보낸 집행관인가?”

       “그쪽은 2인 1조가 기본이라서요.”

        “……그러면 손님인게로군.”

         

       지체없이 몸을 돌린 클레망이 움직이고, 올리비아는 그를 따라 걸었다.

         

       “잘 찾아왔네. 대륙을 이 잡듯이 뒤져도 나만한 정신 계열 술사를 찾기는 쉽지 않거든.”

         

       마력 인식기에 손을 가져다 대자, 두꺼운 철제 문이 열렸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라도 있나?”

         

       침묵하는 올리비아를 돌아보며 클레망이 끌끌거리며 웃었다.

         

       “궁금한 게 한 가지 있어서요.”

       “끌끌. 물어보게.”

       “당신은 대마법사의 기억을 티나지 않게 지울 수 있나요?”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겠군.”

       

       클레망이 표정이 달라졌다.

         

       “말 그대로에요. 금탑주보다 강한 대마법사의 기억을 티나지 않게 지우고, 그 위화감조차 느끼지 못하게 할 수 있나요?”

       “……정신이 나간 질문이군. 제국의 노괴의 기억에 간섭하는 것도 불가능할 진데, 그보다 강한 마법사를 건드리는 게 가능할까? 드래곤이 아닌 이상에야, 아니. 드래곤이라고 가능할까 싶군.”

       

       올리비아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되물었다.

         

       “역사서에 가끔 나오지 않나요? 진리에 도달한 마법사들.”

       “뭐? 크히히히히!”

       “…….”

         

       어찌나 웃어대는지, 눈가가 다 촉촉해질 지경이었다.

         

       “흐……아직도 마법의 신역(神域)을 믿는 미련퉁이가 있었다니. 오랜만에 재미있는 농담을 들었군.”

       

       방금의 질문에서 올리비아의 나이를 실감한 모양인지, 클레망의 경계심은 상당히 옅어져 있었다.

         

       어쩌면 세상 물정 모르는 마법사라고 생각하고 만만하게 보고 있을 수도 있겠지.

         

       “그래서, 불가능한가요?”

        “당연하다마다. 애초에, 정신계열 술사 중에 진리에 달한 마법사가 있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음지에 처박힐 일도 없었겠지.”

         

       클레망이 눈을 가늘게 뜨고 올리비아를 노려보았다.

         

       올리비아는 피식 웃으며 주머니춤에서 골드를 꺼냈다.

         

       “질문을 한 개만 더 하고 싶은데요.”

        “……그러든지.”

       “클레망, 당신 정도 되는 마법사라면 분명 다른 정신계열 술사들과도 연락망이 있겠죠?”

       “있지.”

         

       잠시 뜸을 들이던 올리비아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그중에서 당신이 가장 강한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아…….”

         

       올리비아의 얼굴에 실망감이 일었다.

         

       ‘역시 이렇게 되나.’

         

       아직 단언하기엔 이르지만, 이렇게 되면 [14번째]의 정체가 정신계열 술사가 아닐 확률이 현저히 높아진다.

         

       “벌써 갈 생각인가?”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서요.”

       “흠…….”

         

       올리비아가 미련 없이 돌아섬과 동시에, 클레망의 표정이 묘하게 뒤바뀐다.

         

       실드조차 전개하지 않은 무방비한 올리비아의 등을 바라보던 클레망의 눈에 살기가 스친다.

         

       기계장치가 작동하며 올리비아가 서 있는 발판 부근의 마력이 통제됨과 동시에.

         

       쩌저정!

         

       아득한 양의 전류가 전선 끝에서 뿜어져 나와 작렬한다.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진 기습.

         

       “크히히히히! 멍청한 년!”

         

       바닥에 널브러진 채로 꿈틀거리는 올리비아의 모습을 본 클레망의 얼굴은 온통 탐욕으로 가득했다.

         

       “원소계 고위 마법사의 혈액은 귀하지. 이걸로……나도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겠어.”

         

       그는 마력사를 퍼뜨려 올리비아의 몸을 뒤집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얼굴을 확인하려는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짜릿하네.”

        “……!”

       

        올리비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체내에 존재하는 잔존 마력을 털어냈다.

         

       “미안한데, 내 주특기 중 하나가 뇌전이라서.”

       

        미소를 띄우는 올리비아의 왼손에는, 방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양의 전류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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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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