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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7

       “그건 좀…”

       

       내 말을 들은 한서우가 웃음을 굳혔다.

       

       이 녀석의 입장에선 자신의 스승에게 도발하는 말을 전하게 되는 셈인가.

       

       허나 이 녀석이 곤란하다 하여도 마음을 바꾸진 않을 거다.

       

       내가 왜 본인의 흑역사를 만나기 위해 그 꼴도 보기 싫은 신교에 다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인가.

       

       이번 일에 한해서 급한 건 화룡무인 속의 나다.

       

       그러니 본인은 조금도 양보를 할 생각이 없다.

       

       “마음에 안 들면 오지 말라고 하거라.”

       “제 스승님이 신교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

       “가능하다.”

       “네?”

       “신교에서 나오려면 얼마든 나올 수 있단 소리다.”

       

       그 곳의 최고수가 본인일 터인데 그 누가 본인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인가.

       

       바란다면 나를 붙잡으려는 이들을 모두 쓰러트리고 바깥으로 나올 수도 있고,

       

       밤중에 몰래 빠져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실제로 본인이 신교에 머무를 당시에 비슷한 일을 많이 해봤던지라 잘 알고 있지.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다 방법이 있다. 할 말은 다했으니 이만 가보마.”

       “네?! 잠시만요! 화령님!”

       

       호기심도 해결했겠다 이 놈과 더 이상 놀아줄 필요는 없지.

       

       엔리 팀원들의 방송을 돌아다니며 제대로 연습을 하고 있는지 확인이나 해보련다.

       

       만약에 땡땡이를 치고 있는 자가 있다면 내 직접 데려와서 괴롭혀 줄 테다.

       

       *

       

       화령과의 대련이 끝난 후 다시 현실로 돌아온 한서우는 이 일을 어떻게 스승에게 설명해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스승이 찾던 사람과 만나게 된 것까지는 좋았다.

       

       대련을 하며 일방적으로 화령에게 놀아날 때까지도 그랬다.

       

       아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 인형마냥 화령의 손에서 놀아나긴 했지만 스승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한 셈이었으니 그 고생이 헛되었다고 할 순 없었다.

       

       문제는 대련이 끝나고 나서 화령이 한서우에게 한 말이었다.

       

       신교로 갈 생각은 없고 화산부지로 찾아오면 만나줄 수도 있다 라니.

       

       이 말을 어떻게 스승에게 전한단 말인가.

       

       한서우의 스승인 백화령은 천마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사람답게 드높은 자존심을 지닌 인간이다.

       

       신교의 장로들과 대화를 할 적의 살벌한 분위기를 보았던 한서우는 스승에게 이 말을 전하는 게 무서웠다.

       

       한참을 캡슐에 누워서 고민을 하던 그는 이내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다시 VR세상으로 뛰어 들었다.

       

       무언가 문제가 생긴다 하더라도 그의 책임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다 그에게 순순히 협조를 해주지 않은 화령님의 잘못이다.

       

       그녀가 순순히 신교에 방문해주었더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지 않았겠는가.

       

       화룡무인에 들어온 그는 여느 때처럼 훈련장에 방문했다.

       

       평소라면 곰방대를 피우고 있는 그의 스승이 이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터이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를 대신해 거기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신교에서 칠장로의 자리를 담당하고 있는 남자였다.

       

       장로의 직함을 가진 것치고는 젊은 외모가 눈에 띄는 그는 한서우를 보자마자 가볍게 목례를 건넸다.

       

       신교의 내에서 한서우의 지위는 꽤나 높은 축에 속했다.

       

       어쨌건 간에 신교에 모인 이들은 하나 같이 천마라는 절대강자를 신처럼 모시는 이들이다.

       

       모두가 천마라는 하늘의 그림자 아래에 머무는 이들이며 그 속에서 천마를 숭상하고 숭배하고 있다.

       

       천마가 처음으로 눈여겨보고 제자로 들인 한서우는 천마라는 그림자의 일부가 된 자. 그러니 천마신교의 입장에서도 존중해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한서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외부인 나부랭이가 감히 천마님의 첫 제자라는 직위를 빼앗은 것이 너무도 질투나 죽여버리고 싶다 하여도.

       

       “오랜만입니다. 천마님을 뵈러 오셨습니까?”

       

       자신을 향하는 곱지 않은 눈길을 보며 한서우는 쓴웃음을 흘렸다.

       

       신교에 머무르다 보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천마의 제자이기에 존중은 하지만 그 존중은 어디까지나 천마의 제자라는 직함에서 나오는 존중이었다.

       

       바꾸어 말하자면 신교의 어느 누구도 한서우라는 인간 그 자체를 존중하는 이는 없었다.

       

       “예. 스승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어디에 계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집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계시니 그 곳에 가보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칠장로님.”

       

       한서우는 포권을 취한 후에 도망치듯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신교의 사람들. 특히나 신교에서 높은 직위에 머무르는 사람들과 오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점점 더 꺼림칙한 무언가가 그를 감싸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니까.

       

       백화령이 평소에 일하는 집무실 앞에 도착한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방 천장을 가득 채운 담배 연기 아래에서 서류를 읽고 있던 백화령이 무심한 듯 목소리를 냈다.

       

       “왔느냐?”

       

       놀란 기색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신교의 절대자인 한서우의 스승이 펼치는 기감은 그녀의 주변으로 넓게 퍼져있다.

       

       그녀는 한서우가 이 곳에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그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가 방문을 하는 게 불편한 상황이었다면 한서우가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꺼지란 말을 했겠지.

       

       백화령의 옆에는 그녀가 살펴보아야 할 두루마리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대충 수를 헤아려 보아도 하룻밤을 새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양은 아닐 듯 싶었다.

       

       “또 일거리를 미루셨습니까?”

       

       저 두루마리가 쌓인 이유는 신교에서 무리하게 일거리를 내어주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천마는 신교에서 숭배하는 사람. 그 어떤 이가 천마에게 과한 일을 요구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루마리가 쌓인 이유는 어디까지나 백화령이 교주가 어미를 꺼내기 전까지는 결코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간단하게 말해 자업자득이라는 소리다.

       

       “문 닫고 내 옆에 와서 거들기나 하거라. 이를 다 처리하려면 한참 걸릴 듯 싶으니.”

       “제가 도와드리면 또 교주가 무어라 하지 않겠습니까?”

       “스승 혼자서 이 개고생을 하라는 소리더냐?”

       “본래 혼자서 하셔야 할 일이지 않습니까.”

       “허어. 불경한 제자 같으니라고.”

       

       한서우의 단호한 대답에 백화령이 투덜거렸다.

       

       정말이지 스승님은 무를 펼칠 때에는 절대자라 불러 마땅한 사람인데 일상적인 일이 되면 왜 이렇게 허술하신 걸까.

       

       백화령의 이런 모습을 몇 년 동안 보아온 한서우는 그녀를 신으로 모시는 천마신교를 더더욱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허술한 사람이 신이라면 이 세상은 오래 전에 망하지 않았을까.

       

       “내가 그 동안 환단도 먹이고, 무공도 가르치고, 힘도 보태주고 했거늘. 은혜를 갚을 줄을 모르는구나.”

       “어차피 한 이틀 정도 밤을 새우면 해결될 문제지 않습니까.”

       “본좌가 방에 틀어 박혀 이틀 내내 일이나 하고 있어야겠느냐?!”

       “그래야죠. 어떡하겠습니까.”

       

       백화령의 투정을 한 귀로 흘려버린 한서우는 방 안쪽으로 향해서는 창문을 열어 밀폐된 방 안에 안개를 만들어 내던 연기를 내보내 버렸다.

       

       그리곤 능숙하게 집무실 한 쪽에 있는 찻잔과 찻잎을 찾아내어 백화령의 앞에다 놓았다.

       

       “물 좀 데워주시겠습니까.”

       “본좌를 모닥불마냥 사용하는 놈은 너밖에 없을 거다.”

       “다 스승님에게 차를 타드리기 위함 아니겠습니까.”

       “다음 번에는 네가 불꽃을 피워 직접 차를 타 마시도록 해라.”

       “제가 삼매진화를요? 그건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인데요.”

       “내가 그런 걸 바라겠느냐. 바깥에 나가 뜨거운 물을 들고 오라는 이야기지.”

       

       백화령은 그리 말을 하면서도 찻잔의 아래에다가 불을 만들어내어서 물을 끓여 주었다.

       

       “그래서 그 민가라는 녀석에 대해서 알아보았느냐?”

       “본인을 만나고 왔습니다.”

       “호오. 더 이야기를 해보거라.”

       “서류를 작업하는 손이 멈추셨습니다만.”

       “일만 해서야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 때로는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지.”

       

       수련을 시키실 때에는 휴식 같은 단어는 사치이지 않느냐 하시던 분이 이럴 때에만 휴식의 필요성을 논하시다니.

       

       내로남불의 화신 같은 사람 같으니라고.

       

       나중에 이 일을 꺼내서 쉬게 해달라 이야기를 해봐야 들은 체도 하지 않겠지.

       

       한서우는 속으로 끊임없이 투덜거렸지만 입으로는 꺼내지 않았다.

       

       괜한 말을 했다가 호된 꼴을 당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서우는 달궈진 물에 찻잎을 넣으면서 말을 이었다.

       

       “제 지인 중 하나가 민가 그 분과 아는 사이인지라 연이 닿아서 만나게 되었지요. 그 분은 외부인보다는 신교의 사람에 더 가까운 분이셨습니다.”

       “왜지?”

       “만나자마자 대련부터 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러셨거든요.”

       

       한서우는 그리 말머리를 떼고서 화령과 만났을 적의 이야기를 스승에게 해주었다.

       

       우연찮게 연이 닿아 만나게 된 일.

       

       대화로 풀어나가려 했으나 신공의 사용자끼리 만났다면 주먹을 나누어야 하지 않겠느냐 했던 일.

       

       그렇게 대련을 하게 되었으나 처참하게 패배한 일.

       

       곰방대를 입에 문 채 그 모든 이야기를 들은 백화령의 입가에는 웃음이 새겨져 있었다.

       

       “재밌구나.”

       “그렇습니까?”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내 네놈에게 할 말이 많다. 신공의 사용자라는 녀석이 다른 신공의 사용자와 만났는데 대화로 해결하려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본인은 네 놈을 그리 가르치지 않았다!”

       

       그 부분부터입니까?

       

       역시 그 부분을 빼놓고 이야기를 할 걸 그랬다.

       

       “네 정신머리는 나중에 고쳐주도록 하마.”

       

       또 얼마나 굴리시려고 그러는 걸까 싶었지만 한서우는 가만 스승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외부인인 아해가 너를 압도하다니. 신기한 일이구나. 무림에서도 충분히 강자의 반열에 들 수 있는 너인데 말이다.”

       

       그 부분은 한서우도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무림의 천마에게 직접 수행을 받고 있는 그보다도 더 천마신공을 잘 다루는 유저가 있을 거라곤 상상치 못했는데.

       

       그게 재능이라는 걸까.

       

       한서우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에게서 천재 소리를 듣고 살아 은 인간이다.

       

       그렇지만 그가 보기에 그 자신은 딱히 천재라 부를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냥 재능이 조금 있는 인간에 불과했다.

       

       보라. 세상에는 하늘 위에 더 높은 하늘이 서 있지 않은가.

       

       “제자야. 그런데 말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잊지 않았느냐?”

       “무얼 말씀하시는 겁니까?”

       “본인이 만나고 싶다 했단 말은 전하지 않은 게야?”

       

       되도록 미뤄두고 싶었던 부분이었지만 백화령이 그 부분을 짚어버리면 바람에 더 이상은 미룰 수 없게 되었다.

       

       한서우는 입을 달싹이다가 결국 화령이 했던 말을 백화령에게 전했다.

       

       “만나고 싶으면 화산의 부지로 찾아오라던데요.”

       “…그 민가라는 놈이 말이더냐?”

       “예.”

       “본인이 누구인지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습니다.”

       

       백화령은 그 대답을 듣고는 멍하니 한서우의 얼굴을 바라보다 아무런 말도 없이 곰방대를 입에 물었다.

       

       그리곤 연기를 몇 번 내뱉더니 이내 웃음을 흘렸다.

       

       무슨 재밌는 농담이라도 들은 것 마냥 즐거움이 뒤섞인 웃음이었다.

       

       “점점 민가라는 아해가 어떤 사람인지가 궁금해지는구나. 화산의 부지라 했지?”

       “설마 탈주해서 화산으로 가시려는 건 아니죠?”

       “…”

       “아니죠?”

       

       한서우가 절박하게 물었으나 백화령은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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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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