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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7

   강해지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왜 굳이 나한테?

   

   아서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대륙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솔라딘 왕국의 3왕자다.

   

   비교적 천한 남작 가문의 피를 잇고 있다 한들 왕의 핏줄을 지닌 그는 어지간한 것이라면 뭐든 얻을 수 있는 권력이 존재한다.

   

   뛰어난 기사의 수련도. 명성이 드높은 학자의 가르침도. 이외에도 그는 바란다면 대부분의 것을 얻을 수 있다.

   

   조금 억지를 부린다면 아카데미의 교수 중 원하는 자를 개인 교수처럼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아서가 일개 학생 나부랭이인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이유는 없다 봐도 무방했다.

   

   농담 삼아 꺼낸 이야기일까 싶었지만 아서의 표정은 무척이나 진지했다.

   

   ‘왜죠?’

   “뭔가요. 불쌍왕자님. 절 이기고 싶다 하지 않으셨어요? 근데 저에게 가르침을 달라고요? 엄청 추하네요. 부끄럽지 않아요?”

   

   “크흠. 장난삼아 꺼낸 이야기는 아니다. 그대가 어찌 나올지 뻔한데 왜 굳이 그대의 앞에 섰겠는가.”

   

   그것도 그렇네. 가르침을 달라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내 입에서 무슨 소리가 튀어나올지 모를 리가 있나.

   

   그는 내 입에서 튀어나올 매도를 각오하고서 이 자리에 선 것이었다.

   

   그 각오가 가벼울 순 없다. 드높은 자존감을 지닌 그라면 더더욱.

   

   “두 분. 잠시.”

   

   우리 둘이 이야길 나누던 도중 조이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짧게 끝날 이야기가 아닌 듯하니 자리를 옮기죠.”

   

   나는 그제야 우리에게로 모여 있는 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야. 다 이쪽을 쳐다보고 있네.

   

   안 그래도 눈에 띄는 인간들인데 성적표 앞을 가로막고 있기까지 했으니 시선이 몰리는 게 당연한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민폐일 것 같았기에 우리는 인파를 빠져 나왔다.

   

   그 후에 우리가 향한 곳은 아카데미의 개인실이었다.

   

   한창 시험이 치러질 때는 모든 곳이 꽉꽉 들어차 있었던 장소이지만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을 기다리는 지금은 이 곳은 무척이나 한산했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직원이 졸고 있을 정도로.

   

   그 때문에 우리 네 명이 같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를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본인이 그대에게 가르침을 구하려 하는 것은 그대의 주변인들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실의 문이 닫히기 무섭게 아서가 이야기를 꺼냈다.

   

   “우선은 조이. 이 얼빵한.”

   “왕자님?”

   “아. 그래. 미안하군. 어쨌든 이 실수투성이에 허술하고 바보 같은데다가.”

   “그냥 얼빵하다고 하세요…”

   “얼빵 영애의 재능은 본인도 인정하는 바다. 허나 최근 얼빵한 조이의 성장세는 정도를 넘었어. 오죽하면 마력조작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자신이 가르친 이들 중에서 최고라 이야기할까.”

   

   그거야 당연하지. 조이에게 가르쳐 준 건 내가 만 몇 천 시간 동안 소울 아카데미를 해오면서 쌓아온 지식의 집대성 중 하나인 걸.

   

   안 그래도 조이는 자신의 재능과 노력만으로 유저를 따라잡던 캐릭터다.

   

   그런 조이에게 마법계 캐릭터를 키우기 위한 최적화를 때려 박았으니 성장세가 두드러질 수밖에.

   

   “프레이 켄트도 마찬가지다.”

   “나?”

   “그래. 자네 말이야. 프레이 켄트가 지닌 무재야 동세대 중에서 최고라 부를 만 했으나 압도적이진 않았다. 허나 지금은 아니다. 그대의 옆에서 가파르게 성장한 프레이 켄트는 압도적인 괴물이 되었지.”

   

   어. 이건 좀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프레이한테는 내가 따로 가르쳐 준 게 없다. 그냥 함께 체력단련을 하고 대련을 하고 던전에서 노가다를 뛰었을 뿐.

   

   그녀의 성장에 영향을 끼친 사람이 누구냐 물으면 차라리 칼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은데.

   

   “응. 맞아. 루시는 대단해.”

   

   잘못된 정보를 정정하려 했으나 그보다 먼저 프레이가 고개를 끄덕여버리는 바람에 말문이 막혔다.

   

   야. 너 지금 아서가 한 말을 이해하고 대답하는 거 맞냐?

   

   그냥 칭찬해준 것 같으니까 고개 끄덕인 거 아냐?

   

   “뭣보다 루시 알른. 자네의 성장세가 비정상적이야. 알른 가문의 핏줄을 이어 뛰어난 재능을 지녔음은 이해하네. 허나 거기에도 정도라는 게 있다. 계단 올라가는 것조차 버거워하던 자가 일 년 남짓한 시간 만에 최강의 자리에 오르다니!”

   

   어. 음. 그건 할 말이 없네.

   

   처음 루시의 몸에 빙의했을 적에는 계단 올라가는 것조차 힘겨울 지경이었는데 여기까지 온 거니까.

   

   지금 돌이켜 보면 말도 안 되는 짓의 연속이었네.

   

   처음에 베네딕을 회유해서 영약을 먹지 못했더라면?

   

   내가 루시의 몸에 패시브 스킬을 집어넣어 두지 않았더라면?

   

   학대에 가까울 정도로 극악했던 알른 가문의 훈련이 없었다면?

   

   루엘의 시련을 넘어 할배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이외에도 내가 여태까지 걸어온 길에는 무수히 많은 만약이 존재했다. 그 어느 하나에서 어긋났더라면 난 여기에 서 있지 못했겠지.

   

   근데 진짜 열 받는 게 뭔지 알아? 아직도 나는 소울 아카데미의 1학년이라는 거야!

   

   게임으로 따지자면 1장에도 못 들어간 상태라고!

   

   원래라면 두어시간 정도 하면 끝날 분량 동안 죽을 위기를 대체 몇 번이나 넘긴 거냐!

   

   “이런 근거 하에 나는 루시 알른 자네에게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네.”

   

   앞으로도 죽어라 고생을 해야 한단 사실에 내가 우울해하고 있건 말건 아서는 제 할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 부탁하고 싶네. 내게 강해지는 방법을 알려주게나. 그를 위해서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어라도 하지.”

   

   아서가 내 앞에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왕위 계승권에서 멀다 한들 왕자의 직위를 지닌 자가 백작 영애의 앞에 자존심을 접은 것이다.

   

   이는 아직 귀족 사회에 익숙치 못한 내가 보기에도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아서의 옆에 있던 조이가 당황한 티를 내는 것만 보아도 그랬다.

   

   놀랍다는 듯 침음성을 흘리는 할배에게 묻는다면 정치적인 의미니 뭐니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으음. 강해지는 걸 도와달라는 건가.

     

   아서를 도와줘서 나쁠 것은 없다.

   

   생각해 봐. 난 이미 최종보스 역할을 할 1왕자에게 업보를 쌓아 둔 상태야. 잘은 모르겠지만 1왕자는 나를 미워하고 있겠지.

   

   2왕자도 마찬가지야. 지금은 호의적으로 보고 있지만 내가 언젠가 그 녀석을 병신 왕자라고 부르는 순간 뒤집어 질 게 분명해.

   

   다른 왕권 계승자 둘에게 미움을 받는 상황에서 내가 살아남으려면 아서한테 빌붙는 수밖에 없잖아!

   

   이렇게 은혜를 입혀두면 내가 메스가키 스킬 때문에 어지간히 미친 짓을 저지르더라도 아서가 수습해 줄 거 아냐!

   

   좋아. 일단은 아서를 도와주는 방향으로 생각을 해보자.

   

   아서가 강해질 방법이라.

   

   다른 모든 요소를 배제하고 이야기하자면 아서의 빌드는 마검사.

   

   대개 이런 계열의 캐릭터들은 이론상으로는 최강이다. 마법도 강하고 물리도 강한 다재다능 캐릭터! 같은 느낌으로.

   

   근데 이론상 최강이라는 단어는 보통 이론상으로만 최강인 거거든. 현실로 넘어오면 참혹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울 아카데미에서도 그랬다.

   

   성장시켜야 하는 것은 많은데 게임에서 주어지는 성장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마검사 쪽 캐릭터는 망캐가 되기 십상이었지.

   

   그런데 있잖아.

   

   이건 게임이 아닌 현실이고. 아서는 소울 아카데미 내에서 거의 최고의 재능을 지닌 천재다.

   

   잘만 하면 이론을 현실화시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루시 알른?”

   

   ‘잠시 조용히 해봐요.’

   “불쌍 왕자님. 시끄러우니까 냄새나는 입 닫아주세요.”

   

   “…어. 음. 알겠네.”

   

   나도 한 때는 이론상 최강인 마검사 캐릭터를 꿈꿨던 적이 있었다.

   

   온갖 컨셉 플레이를 즐기던 내가 마법과 물리 양 쪽에서 최강인 캐릭터를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아? 당연히 키우려고 해봤지.

   

   근데 어떤 식으로 가더라도 캐릭터가 애매해지더라.

   

   그도 그럴 게 게임 속 성장 재화에는 한계가 있는 걸.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면 마검사 캐릭터를 만들 수가 없다고.

   

   온갖 노력 끝에 물리 빌드를 중심으로 해서 마법을 유틸로 사용하는 마검사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 성공했지만 그건 마검사가 아니었다.

   

   그저 마법을 쓸 줄 아는 검사였을 뿐.

   

   그 후에 현탐이 와서 마검사를 키우는 걸 때려친 나였지만 그로부터 긴 시간이 지난 지금 이 순간. 내 눈 앞에 나의 이상을 이루어 줄 캐릭터가 나타난 것이다.

   

   내 로망을 이룰 기회가 생긴 거라고!

   

   일단 문제가 되는 건 체력. 지금 아서의 체력으로는 빡빡한 일정을 따라잡을 수 없어.

   

   최소한 나랑 같이 아카데미 던전 1층에서 100층까지 내달릴 수 있는 수준은 필요해.

   

   처음에는 체력 단련부터 빡세게 시키고. 다음으로 검술부터 갈고 닦은 다음에 그 위에다 마법을 얹는 식으로 가면…

   

   음. 좀 빡빡하긴 하겠지만 충분히 될 것 같은데?

   

   ‘할아버지. 할아버지.’

   <무어냐.>

   ‘지금 제가 생각한 계획인데요.’

   

   그 후 할배에게 내가 짠 계획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아닌지를 가장 정확히 판별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

   

   내 계획을 들은 할배는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여아야. 모든 사람들은 그대처럼 악에 받쳐서 수련을 거듭하지 않는다.>

   ‘역시 어렵나요.’

   <불가능하지는 않다만 어려운 건 사실이지.>

   ‘어디서 타협을 하는 게 좋을까요.’

   <우선은…>

   

   할배의 지도하에 계획을 수정한 내가 고개를 들자 아서가 긴장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고민은 끝났나?”

   

   ‘부탁을 들어줄게요. 대신…’

   “좋아요. 불쌍한 허접 왕자님의 부탁이니 들어드리죠. 다만 조건이 몇 가지 있어요.”

   

   “말해봐라.”

   

   내가 아서에게 내민 조건은 단 두 개였다.

   

   내가 무엇을 시키더라도 의심하지 않고 따를 것. 중간에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 것.

   

   아서는 그 이야기를 듣고서는 별 것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 무슨 이야기를 하나 했더니. 본인은 포기라는 단어를 모르는 인간이다. 그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말이죠?’

   “불쌍 왕자님. 자신 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왕자님은 끈기없는 패배자라 안 될 것 같은데?”

   

   “헛소리를. 내 장담하지. 본인은 포기하지 않는다. 만일 포기한다면 내 조이에게 나를 놀리는 것을 허락하겠다.”

   “갑자기 저는 왜 끌어들이시는 건가요?!”

   

   자아. 확언도 받았고. 이제부터는 내 맘대로 해도 되는 거지?

   

   처음에는 내 물음에 자신만만해 보였던 아서지만 탐욕이 어린 내 눈빛을 보고는 점차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렇지만 이제는 늦었다.

   

   나와 1:1로 한 약속도 아니고 공증인인 조이와 프레이가 있는 자리에서 한 이야기인 걸.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어.

   

   우선은. 그래.

   

   ‘아서…’

   “불쌍 왕자님. 우선 달리기를 하죠.”

   

   “달리기? 체력단련인가. 좋지.”

   

   ‘대충…’

   “대충 한나절 정도만하면 되겠네요.”

   

   “…어. 본인이 시간을 잘못 들은 듯 하다만.”

   

   ‘한나절이요…’

   “한나절이요. 속도는 불쌍왕자님께서 버틸 수 있는 한계치 정도로.”

   

   정말로 한나절을 달릴 수 있을지 없을지 걱정 되는 거야?

   

   괜찮아.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 줄 테니까. 내가 옆에서 도발을 걸면 이를 악물고서 뛰게 될 걸?

   

   체력의 부족? 그것도 걱정 안 해도 괜찮아.

   

   훈련할 때 페이비를 끌어들일 거거든.

   

   페이비가 옆에서 회복을 걸어주면 아무리 힘들어도 달릴 수 있을 거야.

   

   똑같은 의미에서 부상이나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성녀님께서 회복을 시켜 주는 데 무슨 문제가 생길 리 없잖아?

   

   ‘이렇게 잡담할 시간 없어요. 어서 가죠.’

   “자. 불쌍 왕자님. 어서 움직이자고요? 허접한 불쌍 왕자님과는 다르게 제 시간은 소중한걸요.”

   

   네가 선택한 가르침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아서 솔라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휴식?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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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의 후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즐거운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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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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