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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8

       

       

       

        

       “내가 왜 그 버러지한테 대련을 걸었는지 알아?”

        

        

       과거의 어느 날. 아침.

        

       최상위권 기숙사, 샤를관.

        

       교복 차림의 무녀, 미야는 창밖을 내다보며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아직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넉넉하게 남은 때였기에 미야는 여유로운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이제 말해줄 생각이 든 모양이구나.]

       

        

       미야의 검지 손톱에서 구미호-마에는 작은 불꽃의 형태로 튀어 나왔다.

        

        

       [말해보거라.]

       “난 루체 선배가 갖고 싶거든. 근데, 그 선배가 버러지 선배를 너무 좋아하잖아.”

        

        

       미야는 청은발의 선배, 아이작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놈은 얼굴 말고는 괜찮은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아카데미에서 제일 잘생긴 것도 아니고. 그런 게 뭐가 좋다고 루체 선배는 호들갑을 떨까.”

       [흐음.]

       “아무튼, 그놈은 루체 선배의 소중한 거니까. 그래서 시험해 보기로 했어.”

        

        

       미야는 능청맞게 웃었다.

        

        

       “그 버러지를 서서히 불구로 만들어 버리는 거야. 갖고 놀면서, 벙어리로 만들고, 귀머거리로 만들고, 천천히, 하나씩, 놈의 걸 앗아가는 거지. 언젠가 루체 선배가 내게 더는 그러지 말라고 사정하도록. 우린 그럴 만한 힘이 있잖아.”

        

        

       13살 때의 이야기다.

        

       부하로 삼고 싶은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가족이 있어서 무녀 미야의 제안을 거절했고.

        

       미야는 그 남자의 가족에게서 눈알을 하나씩 빼내고서, 더 심한 짓을 하기 전에 부하가 되라고 명령했다.

        

       남자는 울면서 그녀를 따라야만 했다.

        

       갖고 싶은 것이 소중한 무언가를 품고 있다면, 미야로선 오히려 좋은 먹잇감이 될 뿐이었다. 그건 언제나 상대의 약점이 되기 마련이니까.

       

       루체도 예외는 아닐 것이었다.

       

       

       “그러니까, 교칙을 지키면서 그 버러지를 괴롭히려면 대련 같은 게 최적의 방법인 거야.”

        

        

       미야는 원하는 걸 갖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타인의 인생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모든 건 자신을 위해서 희생되어야만 했다.

        

       루체 엘타니아를 갖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소중히 여기는 아이작의 인생을 짓밟기로 했다. 그것이 미야의 결정사항이었다.

        

       그렇다면 루체 엘타니아 같은 천재를 제 것으로 삼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우린 언젠가, 제르베르 황국을 먹어야 하잖아.”

        

        

       바로 화봉국-호란의 전력 강화였다.

        

        

       “호란이 세계의 정점에 서면, 나는 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으니까. 그러려면 루체 선배 같은 괴물들이 내 편에 서야 한다고. 우리 낭군님까지 내 남편이 되면 완벽하겠지. 헤으응, 우리 늠름하신 낭군님…. 또 보고 싶어라….”

        

        

       제르베르 황국에게 싸움을 걸고, 전쟁을 벌이고,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모조리 짓밟아 세계의 정점에 군림한다.

        

       그것이 미야의 목표. 루체 엘타니아나 도로시 하트노바 같은 인재를 제 것으로 만들려는 이유였다.

        

       여기서, 미야가 메르헨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유가 밝혀진다.

        

       첫째로, 이름 없는 영웅이라는 사랑을 좇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이유.

        

       둘째로, 인재 영입. 부하를 만드는 것. 그것이 둘째 이유.

        

       그 언젠가, 미야는 세계를 지배하길 원했다. 제르베르 황국만 정복한다면 세계 정복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질 터.

          

       때마침 황녀 스노우화이트가 제 동기로 입학했다. 이는 행운이었다.

        

       자신은 동방국의 대표이니. 제르베르 황국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만들 수 있을 터였다.

       

       서서히 두 나라가 서로를 원망하게 만드는 밑 작업은 필시 몇 년 이상이 소요될 터.

        

       끝내, 국민들이 원성을 내지르며 전쟁을 원하게 되었을 때.

        

       밑 작업을 마친 미야는 화봉국을 이용해 제르베르 황국을 잡아먹을 것이었다.

        

       즉.

       

       루체 엘타니아 같은 인재를 제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건 바로 그 대의를 실현시키기 위한 계획 중 일부인 것이었다.

          

        

       “기대된다.”

        

        

       미야는 얼굴을 붉히며 씨익 웃었다.

        

        

        

        

       ……

        

        

        

        

       “재밌어졌네.”

        

        

       현재. 마법학부 대련장.

        

       관객석에 앉아 있던 선량한 인상의 남학생, 클로버 팔라딘은 웃는 얼굴로 대련장을 지켜보았다.

        

       한편, 시엘 카르네다스는 아이작의 난입에 굉장히 몰입한 상태였다. 저 대마법사가 격노하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

        

        

       “대, 대련 종료! A 클래스 미야 승! 의료반, 빨리 스노우화이트 학생을 옮겨 주세요!!”

        

        

       심판은 다급히 승패를 결정짓고 의료반부터 불렀다.

        

       치유 마법사들은 들 것을 들고 대련장 위로 올라가고는, 황녀 스노우화이트를 조심스레 들 것에 옮겼다.

        

       흉측한 화상으로 가득한 전신. 복부는 그야말로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수준.

        

       치유 마법사들은 재빨리 화이트의 몸 주위로 새하얀 천을 덮고서, 즉석에서 수 명이 달라붙어 치유 마법으로 응급처치하며 대련장 통로로 향했다.

        

       아이작은 마지막까지 화이트를 지켜보고 싶었기에 그들과 함께 잰걸음으로 걸어갔다.

        

        

       “아이작… 선, 배….”

        

        

       쩍쩍 갈라진 입술을 힘없이 달싹이는 화이트.

        

       치유 마법 덕분에 정신을 되찾은 듯했다.

        

        

       “화이트!”

        

        

       아이작은 소리쳤고.

        

       화이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전… 왜 이렇게, 한심할까요…? 왜 이렇게, 한심….”

        

        

       분한 감정 탓에 화이트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 울먹이는 목소리가 아이작의 심장을 조여 오는 듯했다.

        

       아이작은 고개를 가로젓고는 급박한 목소리로 위로를 건넸다.

        

        

       “아니야, 잘했어. 잘했어…! 정말, 포기 안 하는 게 내 제자다웠다. 잘한 거야, 화이트.”

       “왜 이렇게, 전 왜 이렇게….”

        

        

       아이작의 목소리는 화이트에게 닿지 못했다.

        

       그녀는 화상 입은 손으로 눈을 가린 채 그저 흐느낄 뿐이었다.

        

       그대로 치유반은 화이트를 데리고 통로로 빠져나갔고.

        

       아이작은 통로 앞에 멈춰 서서, 한동안 떠나가는 화이트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

        

        

       아이작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동그란 안경을 벗었다. 그대로 고개를 치들고 허공을 쳐다보았다.

        

       방금 전, 무녀 미야가 벌인 것은 대련이 아니었다. 잔인한 괴롭힘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화이트를 소중히 여기던 아이작의 속에선 천불이 일고 있었다.

        

        

       “아이작 학생.”

        

        

       심판이 아이작 뒤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대련 순서는 정해져 있습니다. 일단 대련 상대의 동의가 필요하고, 다음 차례인 마테오 조르다나 학생과 잭 슈나이더 학생과도 순서를 바꾸는 데 합의해야만….”

       “마테오!!”

        

        

       아이작은 심판이 설명하는 도중에 소리쳤다.

        

       관객석에서 멍하니 상황을 지켜보던 짧은 갈색 머리칼의 2학년 남학생, 마테오 조르다나는 어깨를 흠칫 떨었다.

        

       이름 없는 영웅. 언제든지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닌 대마법사의 외침이 그에게 격한 긴장감을 안겨 주었다.

        

       평소의 선한 눈매와는 확연히 다른, 냉철한 눈매와 살의가 깃든 눈동자가 마테오를 향했다.

        

       

       “순서 바꿔.”

        

        

       그 명령 한마디면 충분했다.

        

       마테오는 “그, 그래!”라고 겁에 질린 목소리로 대답했고.

        

       작년에 아이작에게 처참히 패배했던 잭 슈나이더는 마테오를 따라서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잭으로선 평소에 순한 눈매로 시시덕거리던 아이작이, 저토록 살의를 품은 모습은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그, 그렇다면…. 이제 미야 학생의 동의만 있으면 됩니다. 미야 학생, 휴식 없이 바로 대련을 진행해도 괜찮은지?”

       “얼마든지.”

        

        

       미야는 오히려 좋다는 듯 여우처럼 웃어 보였다. 어차피 1학년 꼴찌였던 약자, 스노우화이트와의 대련 따위론 마력을 그다지 소모하지도 않았으니. 문제는 없었다.

        

       아이작은 다시 대련장 위로 올라가 미야와 거리를 두고 마주 섰다.

        

       심판도 제자리로 돌아가고.

        

       심사관들과 학생들은 모두 긴장한 얼굴로 대련장을 쳐다보았다.

        

        

       [미야.]

        

        

       미야의 검지 손톱에 머물러 있는 사역마, 구미호의 목소리가 그녀의 머릿속을 울렸다.

        

        

       [여차하면 내가 나서마.]

       ‘명령이야. 절대 나서지 마.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라고. 저런 버러지 상대로 네가 낄 필요 없으니까.’

        

        

       미야는 머릿속으로 구미호를 다그쳤다.

        

       아이작을 상대로 사역마를 꺼내 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안 그래도 이미 자신이 더 강한데, 구미호까지 꺼내 드는 건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엄청 화났나 보네? 멘토링하면서 스노우화이트랑 정을 많이 주고받았나 봐?”

        

        

       도발하듯 묻는 미야.

        

       그러나 아이작은 눈을 내리깐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흘러내린 청은색 앞머리가 그의 눈가를 가리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집중하는 듯 보였다.

        

        

       “버러지 새끼가. 감히 날 무시하고 있어….”

        

        

       미야는 인상을 찌푸리곤 작은 목소리로 투덜댔다.

        

        

       “그럼, 수단은 무제한. 1분 동안은 항복 금지. 한쪽이 기절하거나 전투 불능 상태가 되면 대련은 즉시 종료! 서로 상대에게 예를 갖추고 대련에 임하도록!”

        

        

       심판은 형식적인 설명을 마친 뒤.

        

        

       “준비, 대련 시작!”

        

        

       팔을 번쩍 들며 대련 시작을 알렸다.

        

       심판이 뒤로 물러났다. 넓은 대련장엔 오로지 아이작과 미야만이 남겨졌다.

        

       아이작은 넥타이에 단 브로치를 풀고, 교복 재킷을 벗어 왼손으로 움켜쥐었다.

        

       오른손에 쥔 잔야의 지팡이로 지면을 내려 찍고, 미야를 노려보며 살벌한 얼음 마력을 퍼뜨리는 아이작.

       

       순식간에 그의 등 뒤로 연푸른빛 마법진이 전개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글자수가 6000자 넘어가서 2편으로 나누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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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AWBDLH,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the weakest character in my favorite game’s Hell Mode. I want to survive, but the way the main character is being controlled is atrocious. It can’t be helped. I have to stop the bad ending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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