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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8

       *

        한밤중 애쉬로부터 한참이나 떨어진 곳까지 걸어온 앨리스와 실비아는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

        이미 한번 지독할 만큼 칼을 맞대 본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이었기에, 서로의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탐색전은 필요하지 않았다.

        ​

        차갑게 불어오는 밤바람 소리만이 들릴 뿐,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으나 정작 머릿속에선 둘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지금 싸우면, 실비아가 진다.

        ​

        ​

        ​

        “쳇,”

        ​

        ​

        ​

        실비아는 작게 혀를 찼다.

        ​

        한번 끔찍하게 뭉개놓은 적 있는 상대였지만 이미 지난번과는 너무나도 많은 게 달라져 있었다.

        ​

        실비아가 숲속에서 박혀 지내던 동안 이단심문관으로서 지내온 앨리스는 이미 용사 파티 면접에 떨어지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무력을 쌓아왔다.

        ​

        물론 그녀의 기량이 실비아를 압도하는 것은 아니었다.

        ​

        사용하는 검술이 너무나도 달라, 두 사람의 실력을 일대일로 비교하기엔 어렵겠지만, 그래도 굳이 기량에 우위를 정해본다면 실비아가 근소하게 앞서는 정도였다.

        ​

        용사라는 이름이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

        하지만, 지난번 싸움에서 앨리스가 패배했던 결정적인 원인은 실비아의 실력보다는 그녀가 저주에 의해 보호받는 신체라는 점 때문이었다.

        ​

        ​

        ​

        ‘마왕을 잡기도 전에 나를 죽일 생각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저 검은… 나를 죽일 수 있겠군,’

        ​

        ​

        ​

        실비아는 앨리스의 손에 들린 성검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

        신체를 해치는 그 어떤 공격도 허용하지 않는 저주.

        ​

        눈을 통해 인간들을 광증으로 전염시키는 이 저주를 널리 퍼트리기 위해, 죽지 말고 숙주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라는 마왕의 역겨운 치밀함이 만든 저주였다.

        ​

        덕분에 실비아는 마물과의 싸움에서 더 이상 몸을 사릴 필요가 없어졌다.

        ​

        하지만, 그 본질이 저주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

        날카롭게 벼려낸 신성력이자, 여신의 손톱이나 다름없는 저 성검이라면, 실비아의 저주를 해주 할 수는 없어도 저주를 뚫고 실비아의 복부를 꿰뚫는 정도는 가능했다.

        ​

        실비아는 얼마 전, 앨리스가 저 검을 자신의 목에 들이밀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

        피 한 방울 나지는 않았지만, 분명 앨리스의 검 끝은 실비아의 목에 가볍게 닿았었다.

        ​

        닿았다는 것부터 명백히 이상한 일이었다.

        ​

        그녀의 몸에 다가오는 위협적인 날붙이는 모두 새카만 잿가루만 남긴 채 사라져버리기 때문이었다.

        ​

        그 순간 앨리스가 마음을 먹었다면, 얼마든지 실비아의 목을 떨어트릴 수 있었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

        ​

        ​

        ‘반면에, 나는 저년을 죽일 수 없고…‘

        ​

        ​

        ​

        앨리스는 형태 없는 고깃덩이가 될 때까지 뭉개놔도 몸을 회복하는 괴물이었다.

        ​

        앨리스와 실비아, 조건은 다르지만 둘 모두 살해당하지 않는 불사성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중 실비아의 것이 먼저 파훼 되어 버린 것이다.

        ​

        그에 반해 앨리스의 불사성은 여전히 건재했다.

        ​

        저 빌어먹을 심장은 언제 그녀의 몸을 태워버릴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지만 동시에 자신이 터지기 전까진 결코 주인을 죽이지 않는 최강의 방패이기도 했다.

        ​

        ​

        ​

        “죽이지는 않겠다.”

        ​

        ​

        ​

        한참이나 지속되던 침묵 속에서 먼저 입을 연 쪽은 앨리스였다.

        ​

        앨리스는 천천히 검을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

        ​

        ​

        “죽기 직전까지 베고 팔다리를 모조리 뜯어낸 후, 다시 붙여주지.”

        ​

        ​

        ​

        앨리스의 도발에 실비아는 두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

        ​

        ​

        “네 뇌를 완전히 뭉개서 네 가망 없는 사랑을 도려내 줄게.”

        ​

        “혼자 있는 애쉬가 신경 쓰이니까 빨리 시작하지.”

        ​

        ​

        ​

        거의 순간이동에 가까운 도약과 함께 날카로운 금속이 맞부딫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

        ​

        ​

        ​

        ​

        ​

        ​

        *

        두 사람의 검격이 사방을 휘저었다.

        ​

        주변의 풀이나 나뭇가지는 모두 베여 바닥에 나뒹굴었다.

        ​

        서로 상대에게 바닥에 떨어진 나무토막을 밟아 헛디디기를 유도해보기도 했지만, 실비아는 자신의 발에 걸리는 모든 것들을 부숴버렸고, 앨리스는 모조리 피해버리기에 소용은 없었다.

        ​

        한참을 맞부딫히던 두 사람 중 먼저 물러선 것은 실비아였다.

        ​

        뒤로 크게 스텝을 밟으며 잠시 숨을 고르는 실비아의 몸은 수많은 생채기에서 흘러나온 피로 뒤덮여 있었다.

        ​

        ​

        ​

        “젠장,”

        ​

        ​

        ​

        정작 베기는 실비아가 훨씬 많이 베었다.

        ​

        한번은 앨리스의 팔을 절단시키기도 했을 정도였다.

        ​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

        묵직한 칼날이 앨리스의 뼈와 살을 끊어내도, 칼이 그녀의 몸을 빠져나오는 즉시 도로 붙어버린다.

        ​

        반면에 실비아는 착실히 몸에 수많은 피해를 쌓아갔다.

        ​

        치명상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없었지만, 조금씩 회피가 늦어지는 건 사실이었다.

        ​

        ​

        ​

        “너무 오래, 저주를 달고 살았네…”

        ​

        ​

        ​

        실비아는 자조적인 말을 뱉으며 피식 웃었다.

        ​

        지난 몇 년간 저주에 의해 보호받다 보니 버릇처럼 회피를 등한시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앨리스는 천천히 검을 쥔 손목을 돌리며 말했다.

        ​

        ​

        ​

        “그런가 봐. 성검은 무고한 인간을 벨 수 없다는데, 넌 아주 잘 베이는 걸 보면 네년은 이미 저주 그 자체나 다름없다는 뜻이지.”

        ​

        “…”

        ​

        “그런 너한테 애쉬를 빼앗겨야 하는 내 심정은 어떻겠어?”

        ​

        “빼앗기다니, 애쉬는 한 번도 네 것인 적이 없었는데?”

        ​

        “…”

        ​

        ​

        ​

        앨리스는 얼굴을 찡그리며 이빨을 갈더니 바닥에 피 섞인 침을 뱉었다.

        ​

        방금 실비아의 도발이 꽤 잘 먹힌 모양이었다.

        ​

        실비아는 그 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

        ​

        ​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어차피 애쉬가 사랑하는 건 나인데,”

        ​

        “… 닥쳐.”

        ​

        “나를 이겨서 뭘 하겠다고? 정신 승리? 나를 꼼짝 못 하게 해서 뭐, 애쉬한테 고백이라도 할 셈이야?”

        ​

        “닥치라고 했다.”

        ​

        “애쉬가 어떤 아이인지 잘 알잖아. 그 착한 애가 나를 두고 네 고백을 받아주기라도 할 것 같아?”

        ​

        “말귀를 못 알아먹는 군, 그 쓸모없는 귀때기를 도려내도 되겠지.”

        ​

        “해봐, 몰래 숨어서 자위나 하는 패배 견아.”

        ​

        “이 개새끼가!”

        ​

        ​

        ​

        실비아는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검을 들어 올려 방어 자세를 취했다.

        ​

        아니나 다를까, 순식간에 앨리스는 실비아의 시야 앞으로 뛰어들었다.

        ​

        이런 저급한 도발에도 분노로 들끓어 오르는 심장.

        ​

        하, 어찌나 간단한 상대인지.

        ​

        실비아는 검을 틀어 몸의 옆면을 보호한 채 도발에 넘어간 앨리스를 비웃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

        귀를 공격하겠다고 그렇게 당당히 밝히는 앨리스가 가소롭기까지 했다.

        ​

        한 번만 막아내면 된다.

        ​

        한 번만 막아내면 그대로 검을 얽어 앨리스의 몸 중앙 가슴팍에 검을 박아넣을 수 있다.

        ​

        애초에 앨리스의 성검보다 실비아의 검이 훨씬 길고 무겁기에 그대로 앨리스의 몸을 세로로 두동강 내 버릴 수도 있다.

        ​

        아무리 회복이 빠르다고 해도, 그 정도면 승패는 갈린다.

        ​

        이만큼이나 유리한 조건에서 그런 굴욕스러운 패배를 당한다면 제아무리 앨리스라 할지라도 별다른 변명조차 불가능할 테니 말이다.

        ​

        ​

        ​

        ‘온다.’

        ​

        ​

        ​

        앨리스의 검이 휘둘러지는 순간, 실비아는 그대로 반격할 준비를 취했다.

        ​

        그러나, 앨리스의 검은 자신의 옆을 향해 날아오지 않았다.

        ​

        오히려 정중앙,

        ​

        실비아의 복부를 향해 똑바로 다가왔다.

        ​

        ​

        ​

        “아!”

        ​

        ​

        ​

        실비아는 탄식이 섞인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

        젠장, 이건 당했다.

        ​

        피할 수 없다.

        ​

        앨리스, 이 간악한 년.

        ​

        도발에 넘어간 척 속이고 똑바로 복부를 노려오다니!

        ​

        실비아는 이빨을 꽉 깨물며 다가올 충격에 대비했다.

        ​

        ​

        ​

        툭,

        ​

        ​

        ​

        “어…?”

        ​

        “뭐지?”

        ​

        ​

        ​

        그러나, 앨리스의 검은 실비아의 복부를 꿰뚫지 못했다.

        ​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지른 검은 가벼운 소리와 함께 실비아의 복부를 툭 건드리기만 했을 뿐이었다.

        ​

        앨리스도 실비아도 갑작스레 벌어진 상식 밖의 현상에 얼빠진 소리를 내며 당황해했다.

        ​

        먼저 정신을 차린 실비아는 앨리스를 발로 밀어내며 뒤로 굴렀다.

        ​

        앨리스도 뒤로 나뒹굴다, 다시 몸의 균형을 잡은 채 실비아를 바라보았다.

        ​

        ​

        ​

        “뭐야. 뭘 한 거야.”

        ​

        “… 너야말로 왜 공격을 멈춘 거지?”

        ​

        “내가?”

        ​

        “… ?”

        ​

        ​

        ​

        두 사람은 서로의 대화가 맞물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

        실비아가 막아낸 것이 아니다.

        ​

        앨리스가 멈춘 것도 아니다.

        ​

        그렇다면 이건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

        실비아는 화들짝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

        혹시나 애쉬가 이 광경을 보고 두 사람의 싸움을 멈추게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

        하지만, 그 어디에도 애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

        ​

        “… 아,”

        ​

        ​

        ​

        그 순간, 앨리스는 무언가 깨달았는지 얼빠진 소리를 내며 성검을 떨어트렸다.

        ​

        ​

        ​

        “아아… 안돼. 설마…”

        ​

        ​

        ​

        떨어트린 것은 검뿐만이 아니었다.

        ​

        앨리스는 천천히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았다.

        ​

        ​

        ​

        “뭐야… 무슨 속셈이야.”

        ​

        ​

        ​

        실비아는 그런 앨리스를 향해 검을 겨누며 자세를 낮추었다.

        ​

        그녀의 눈에 현재 앨리스의 모습은 명백히 이상했다.

        ​

        ​

        ​

        “아냐…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싫어. 싫어… 안돼.”

        ​

        ​

        ​

        바닥에 꿇어앉은 채 멍하니 실비아를 바라보며 미친 사람처럼 안돼 라는 말만 중얼거리고 있는 앨리스.

        ​

        실비아는 지금 일어나는 일을 전혀 이해할 수 없어 당황스러워했다.

        ​

        혹시 지금이 그 순간인가?

        ​

        그녀의 심장이 폭발하는?

        ​

        앨리스가 죽는?

        ​

        실비아는 천천히 앨리스를 향해 다가갔다.

        ​

        ​

        ​

        “… 너 지금 뭐 하는 거냐고 이 미친년아. 설명해.”

        ​

        “하… 아, 아하하하!”

        ​

        ​

        ​

        이번엔 또 실성한 사람처럼 웃어대는 앨리스의 모습에 실비아는 기겁하며 검을 겨누었다.

        ​

        혹시 모를 폭발의 위력에 몸을 웅크리며 앨리스를 노려보는 실비아. 

        ​

        앨리스는 그런 실비아를 바라보며 미친 듯이 웃다가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고개를 숙였다.

        ​

        ​

        ​

        “… 하, 하하하… 쫄지 마. 병신아. 지금 죽는 거 아니니까.”

        ​

        “뭔데 그럼. 갑자기 왜 발작이야.”

        ​

        “… 하, 시발… 하하하”

        ​

        “그만 쳐 웃고 설명해!”

        ​

        ​

        ​

        앨리스는 말없이 실비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

        순식간에 실비아의 몸을 가득 메우던 상처들이 말끔하게 사라져갔다.

        ​

        실비아는 더욱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앨리스를 내려다보았다.

        ​

        ​

        ​

        “… 성검은 무고한 이를 벨 수 없어.”

        ​

        “뭐?”

        ​

        “마족이나 언데드와 같은 온갖 삿된 것들이나 끔찍한 죄인이 아니면 벨 수 없다고.”

        ​

        ​

        ​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

        저주에 의해 보호받는 실비아를 벨 수 있는 유일한 검인 성검은, 아이러니하게도 실비아가 그 저주에 오염되어 있기에 벨 수 있는 물건이기도 했다.

        ​

        앨리스를 위해 검의 형태로 변했을 뿐, 원래는 검이 아닌 성녀의 지팡이였던 성물.

        ​

        그것은 무기라기보다는 오직 여신의 뜻에 반하는 존재만을 불태우는 신성한 불길이요, 악을 향한 여신의 손톱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

        ​

        ​

        ​

        “그게 뭐.”

        ​

        “병신같은 년, 이해가 안 돼?”

        ​

        “뭐, 내가 무고하다고? 지금까지 잘만 베어놓고 이게 무슨 개소리야. 나는 저주에 걸려있으니까 벨 수 있다며, 뭐 베는 건 괜찮고 찌르는 건 안 돼?”

        ​

        “대가리를 굴려 봐. 이 개 같은 년아.”

        ​

        “… 아,”

        ​

        “…”

        ​

        “아아… 아아!”

        ​

        ​

        ​

        실비아는 환희가 섞인 외침과 함께 앨리스처럼 검을 떨어트렸다.

        ​

        그녀 역시 조금 늦었지만, 앨리스와 같은 깨달음에 도달한 것이다.

        ​

        ​

        ​

        “아… 아앗, 그렇구나…”

        ​

        ​

        ​

        배다.

        ​

        성검은, 실비아의 배를 공격하지 못하는 것이다.

        ​

        ​

        ​

        “아… 아아! 그렇구나…! 그런 거였어!”

        ​

        “… 빌어먹을,”

        ​

        “아아아아아! 으읏,”

        ​

        “씨발, 씨발!”

        ​

        ​

        ​

        몸을 부르르 떨며 환호하는 실비아의 탄성을 듣던 앨리스는 분노와 절망에 휩싸인 얼굴로 바닥에 엎드린 채 미친 듯이 땅바닥을 내려쳤다.

        ​

        주먹이 부르트고 핏방울이 튀어 오르도록, 회복되는 속도보다 자기 손이 부서지는 것이 더 빠를 때까지 미친 듯이 두드렸다.

        ​

        마치 마음속의 고통을 육체의 고통으로 잊으려는 듯 머리를 쥐어뜯고 바닥에 이마를 연신 찧기까지 했다.

        ​

        그러나 실비아는 그런 앨리스를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황홀한 표정으로 자신의 온몸을 끌어안았다.

        ​

        요염한 손길로 양팔과 양쪽 뺨, 허리와 어깨를 순차적으로 매만지던 실비아의 두 손은 천천히 그녀의 복부로 다가갔다.

        ​

        실비아는 자신의 탄탄한 복부를 사랑스러운 듯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

        ​

        ​

        “내 아이…”

        ​

        “…”

        ​

        “애쉬와 나의 아이가! 내 뱃속에!”

        ​

        ​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곽두삼 님 50 코인 감사합니다.

    실비아(애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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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t Run Away from the Woman Who Saved Me.

I Can’t Run Away from the Woman Who Saved Me.

나를 살려준 그녀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Score 4.2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Having lost all my family, I fled. As I was running away, she saved me when I was on the brink of death due to an accident. The moment our eyes met, I knew I couldn’t leave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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