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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8

       로티는 하이브리드형 캐릭터다.

        

       기본적으로는 총기를 사용한다. 과묵한 이미지에 걸맞게 사용하는 총기는 소총. 파티원들의 후방에서 안전하게 화력지원을 담당하는 그런 캐릭터다.

        

       하지만 총기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법에 재능이 있다는 설정이기에 마법 관련된 스킬의 능력이 뛰어나게 설정되어있다. 오로지 마법에만 올인한 캐릭터인 미아 크로우필드보다는 조금 떨어지지만, 물리 공격도 가능하고 마법 관련 스킬로 보조도 가능한 로티라는 캐릭터는 파티에 기용되는 경우가 꽤 많았다.

        

       그리고 로티를 따라 들어오게 되는 다른 평민 파티원은 완전히 총기만 사용하는 캐릭터였고.

        

       그래도, 이미 레나를 겪어봐서 그런지 나는 내 캐릭터성과 겹칠 거라는 고민은 하지 않았다.

        

       로티와 나는 그 이미지가 완전히 다르잖아. 처음에는 조금 걱정했지만, 아무래도 사랑에 빠진 쿨데레 캐릭터와 쿨뷰티 캐릭터는 다르다.

        

       뒤이어 들어오는 평민 캐릭터도 성격 자체는 굉장히 활발한 캐릭터였으니까.

        

       “저, 저기……!”

        

       다만, 아무리 활발한 캐릭터라도 이렇게 바로 튀어나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

        

       앨리스는 나를 자매로 생각하고 있었고, 클레어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렇다고 우리 셋이 언제나 붙어 다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가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했고, 두 사람 모두 그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눈치는 있었다.

        

       특히, 휘몰아치는 방학을 겪고, 그나마 남아있던 방학 기간도 그냥 통째로 날아가 버린 나는 개학 이후에도 방 안에서 침대에 멍하니 누워있는 일이 많았다.

        

       앨리스나 클레어 모두 내가 침대에 누워서 뭉그적거릴 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일단 문 닫고 방 안에 있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혼자 있었다. 앨리스는 샤를로트와 함께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고, 미아 크로우필드는 아직도 방에 있었다.

        

       레나는 내일을 위해 한 번 더 총기 점검을 하겠다고 올라갔다. 내가 오늘 새로운 총알을 구매한 것에 자극이라도 받은 걸까?

        

       소피아가 나한테 말을 걸려다가, 그대로 클레어한테 잡혀서 끌려가 버렸다.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그 생각만큼은 정말 고맙다고 생각했다.

        

       “그럼, 저는 잠깐 방에 올라가도록 하겠습니다.”

        

       “아, 응.”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자, 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 있으면 전화로 부를게.”

        

       라운지 근처에는 손님용 전화기가 하나 있었다. 바다 건너까지 연결된 것은 아니었지만 호텔 안에서 각 방에 연결하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그래도 무선 통신 정도는 가능할 정도의 전기기술은 있다고 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긴, 그래도 스마트폰 같은 물건이 나오지는 못했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는 생각을 하며 발을 옮기다가, 라운지를 나가 엘리베이터까지 가는 길목에서 누구 한 사람을 마주쳤다.

        

       “아…….”

        

       아는 얼굴이었다.

        

       원작에서는 파티원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니까. 다만 비중 자체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아카데미가 귀족과 평민이 모두 있는 곳’이라는 설정을 맞추기 위해 넣은 것 같은 캐릭터였으니까.

        

       그래도 공략은 가능했고, 메인 퀘스트에서 비중이 없을 뿐 나름대로 볼륨 있는 개인 사이드 퀘스트나 인연 이벤트는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처음 마주치는 것이니, 굳이 서로 살갑게 인사를 할 필요는 없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저, 저기……!”

        

       내가 옆을 지나가려는데, 그 여자가 나를 불렀다.

        

       저기, 인가.

        

       솔직히 조금 놀랐다.

        

       아니, 저 여자애가 무례하다거나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다. 이렇게 보여도 아직은 지구의 보편적인 사상이 이쪽 세계의 신분 지상주의보다 더 내 머릿속을 확실하게 붙잡고 있었으니까.

        

       그보다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이런 식으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조금 놀라웠다고 해야 하나.

        

       “무슨 일이십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며 그 여자애 쪽으로 돌아서자, 그 애는 얼굴에 확연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목뒤에서 얌전히 묶은 짙은 밤색의 머리카락. 이런 쪽 히로인답게도 잘 발달한 몸매. 하얀 피부.

        

       얼굴에 쓰고 있는 동그란 안경이 미모 봉인구라는 설정이었는데, 사람에 따라선 후반에 안경을 벗는 것을 보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안경 너머의 양 눈매가 조금 처져 있었고, 눈동자는 머리카락과 같은 짙은 갈색이었다.

        

       누가 봐도 ‘반장’이라는 분위기다.

        

       물론 아카데미에 반장이라는 직책은 없긴 했다. 학생회장이라면 모를까.

        

       평민 반이라면 몰라도, 귀족 반에서 반장 따위를 정하려고 하면 진짜 정치 싸움으로 번지는 수가 있다.

        

       그것과는 별개로, 담임이 신뢰하는 ‘반장 같은’ 캐릭터는 있긴 했지만.

        

       얘가 바로 그런 캐릭터였다.

        

       “아, 그…….”

        

       말을 이어 나가려다가, 그 애는 화들짝 놀라서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내 뒤쪽에서 호랑이라도 나왔나? 순간 나도 뒤를 돌아볼 뻔했을 정도의 동작이었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복도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지는 않았다.

        

       “화, 황녀님을 뵙습니다.”

        

       대단히 어색하게 스커트 끝을 잡고 고개를 조아리는 것을 보니, 이런 인사에 별로 익숙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 캐릭터 있지 않은가.

        

       로맨스 소설에 주인공으로 나오면 딱 좋을 것 같은 평민 캐릭터. 본인은 자기가 평범하고 보잘것없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집안에도 대단히 내세울 것이 없었지만, 정말로 오로지 자기 공부 실력만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그런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평민 캐릭터’.

        

       평민이면서도 상류층이라 귀족과의 교류가 꽤 있는, 같은 반의 몇몇 아이들과는 다르게, 얘는 정말로 아예 이쪽과의 교류가 없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나한테 말을 건 시점에서 ‘눈치 없다’는 말을 듣기 딱 좋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뭐, 그거랑은 다르게 나는 이미 좋은 인상을 받고 있었지만.

        

       원작에서 좋아하던 캐릭터에는 얘가 포함되니까.

        

       “무슨 일이십니까?”

        

       깍듯한 존댓말이 차갑게 느껴진 건지, 그 애는 다시 한번 화들짝 놀랐다.

        

       “저, 저는, 릴리 베이커라고 합니다…….”

        

       내가 두 번째로 말하는데도 꿋꿋하게 자기소개를 하는 것을 보면 어디서 ‘귀족한테 말하기 전에는 자기 신분을 먼저 밝혀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주워들은 모양이다.

        

       ‘절대로 상대방한테 다짜고짜 말을 걸어서 놀라게 해서는 안 된다’라던가, ‘상대방의 시야 저편에서부터 천천히 등장하여 느긋하게 걸어가 상대가 대답을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한다’라거나, ‘상대방이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말하면 소개는 생략해도 좋다’ 같은 말은 듣지 못한 모양이지만.

        

       하긴, 귀족 중에도 그런 예법을 하나하나 다 지키는 이는 드물었으니까.

        

       “베이커 양.”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릴리 베이커는 그제야 자기가 할 이야기를 꺼냈다.

        

       “로, 로티는…… 잘 지내고 있나요?”

        

       흠.

        

       내 성별이 만약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면 지금 이 순간이 로맨스 루트로 직행하기 딱 좋은 상황인데.

        

       별로 아쉽지는 않았다. 나는 히로인은 주인공과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인간이라서. 오히려 나랑 가까워지게 된다면 나도 모르게 NTR 캐릭터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따지자면 평민 반에 있을 때보다 적개심을 느끼는 일은 많이 줄었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 그룹 내에서 로티의 피부색으로 차별하려 드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아…….”

        

       막상 로티가 걱정되어서 나에게 말을 걸었지만, 정작 그 뒤에 어떻게 말을 이어 나가겠다고 생각하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아뇨, 저는 그러니까, 그…….”

        

       나는 그 애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로티가 본인 반에서는 잘 지내지 못합니까?”

        

       제이크가 몹시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기를 이 애한테 꺼냈다.

        

       “어…….”

        

       릴리 베이커는 차마 그 말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사실 로티가 그렇게 잘 지내지 못한다는 것은 잘 알 것 같았다.

        

       나는 굳이 꼬치꼬치 캐묻지는 않기로 했다.

        

       “당신은 어떤 무기를 사용하십니까?”

        

       “예?”

        

       “실습 때 쓰는 무기가 어떤 것인지 물어보고 있습니다.”

        

       “……윈터필드 소총을 쓰고 있습니다.”

        

       윈터필드 조병창에서 만든 그 소총의 원본은 오스트리아의 어떤 소총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다른 볼트액션 소총과는 다르게 장전 손잡이를 그냥 뒤로 바로 당기기만 하면 되는 특징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에서라면 탄환이 호환되지 않았겠지만, 이쪽 세계에서는 같은 제국산 총기였으므로 탄환이 호환된다. 아마 같은 파티에 있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으리라.

        

       “그렇다면, 직접 와서 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예?”

        

       “제가 몇 번 말로 설명할 바에는, 상황을 직접 보시고 판단하는 것이 어떨지 묻고 있습니다.”

        

       “……네에에!?”

        

       실로 일본 만화스러운 놀람이었다.

        

       오랜만에 보니까 정겹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저는 그냥 집에 있겠지만 말입니다!

    다음화 보기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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