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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8

        

         

       그렇기에 중국의 권력자들은 꽃과 같았다.

         

       정치를 이유로 경질이 되고.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모가지가 잘리고 몸이 터져나가 죽어 나가도.

         

       찬란하게 붉은색을 발하는 꽃처럼 화려하게 피어나고, 그 자리에 씨앗을 뿌리고 다시 피어나듯 새로운 꽃이 피어난다.

         

       계절이 바뀌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듯, 다만 그 꽃이 과거와 같은 것은 아닌 것처럼.

         

       중국이라는 나라는.

       중국 공산당이라는 조직은.

         

       그 본질 자체가 참으로 기괴하기 짝이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인맥을 쌓아봤자 전쟁이 터지면 죄다 리셋이 되어버릴 것이니…의미가 없겠지. 지금이야 괜찮기는 하지만…. 머지않았으리라.’

         

       세계 3차 대전은 반드시 일어난다.

         

       진성은 그렇게 단정 짓고 있었다.

         

       이는 세계 3차 대전이라는 것이 어느 한 나라의 야욕으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각국의, 각 대륙의 화약고가 모조리 터지고, 모두가 광기에 물든다. 평화로운 삶을 누리고 있던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기꺼이 광기에 몸을 맡기고 사람을 죽였고,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효율적인’ 방법을 이용해 세상을 자신의 광기로 색칠하려 한다.

         

       중국의 침략?

       일본의 한국 선제공격?

       러시아와 동유럽의 전쟁?

         

       그 모든 것들은 그저 계기일 뿐이다.

         

       인화성 물질이 가득한 창고에서 불씨가 피어오른 것 정도의, 아주 작은 계기.

         

       창고 전체가 불에 타고 폭발하기 쉬운 물질로 가득 찼다면 불씨가 어디서 피어났든 상관없는 것과 같다.

         

       불씨가 중앙에서 피어나든 구석에서 피어나든 그것이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어차피 불씨는 창고를 활활 태우고, 그 불꽃을 창고 바깥까지 뿜어낼 것이 분명한데.

         

       진성이 아무리 용을 쓴들.

       지구 어딘가에 있을 예언자들이 온 힘을 다해 막는다고 한들.

         

       반드시 세계 3차 대전은 일어날 것이다.

         

       우산 하나로는 그저 제 몸을 가릴 수 있을 뿐 하늘의 비를 그치게 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들이 미래를 바꾸려는 노력 역시 지구 전체를 무대로 하는 전쟁에 비해서는 너무나 작고 미약하기 짝이 없을 테니까.

         

       그리고 반드시 일어난다는 말은 진성이 해야만 하는 일 역시 정해져 있다는 뜻.

         

       ‘쯧. 더 바삐 움직여야겠군. 중국보다 더 빨리 더 많은 주술을 확보해야 하느니.’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난다는 말은 여러 뜻을 품고 있다.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동시에 미래가 바뀌긴 하되 커다란 것을 바꿀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며.

       사소한 것은 바꿀 수 있으되 그 결말은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사실은 진성에게는 단 하나의 의미를 지니니.

         

       바로 주술을 확보하는 것에 게으름을 피우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세계 3차 대전 때 부서진 유적들.

       중국이 사람을 보내서 도굴했던 수많은 유적과 주술들.

       전쟁 와중에 소실되고 왜곡되어버린 수많은 주술.

         

       전쟁의 화마 속에 진성에게 닿지 못했던 주술들이 회귀 전과 같은 운명을 맞이한다면, 그만한 비극이 없을 것이니까.

         

       ‘좀 더 뜸을 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지만….’

         

       진성은 지붕에서 축지를 사용해 정원으로 내려갔다.

         

       끼이익-

         

       축지를 사용했을 때 들리는 소리와 함께 진성은 정원에 사뿐히 내려앉았고, 푹신한 화초를 그대로 짓밟으며 저택의 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몇 초간 우두커니 서 있다가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방으로 돌아온 진성은 충전 중인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영상 통화를 걸었다.

         

       그러자 약간의 잡음과 함께 영상 통화가 연결되었고, 물기 가득한 머리를 늘어뜨린 여자가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 네, 신주님. ]

         

       얼마 전 영상 통화를 했던 리세였다.

         

       그녀는 막 샤워하고 나온 것인지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피부와 축 늘어진 머리카락을 영상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일은 잘되어가고 있느냐?”

       [ 네. 명하신 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

         

       리세는 진성의 물음에 하얀 입김을 내뱉으며 대답했다.

         

       [ 다행히 변수 없이 예측한 대로 일이 흘러가고 있어요. 무라타 류노스케 원로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을 통해 그 악평이 퍼졌고, 그 악평 때문에 자연스레 사용할 수 있는 인맥이 조각조각 났으니…. 아마 사방에 적이 가득하다고 느끼고 있지 않을까요? ]

         

       리세는 아리따운 미소를 지으며 진성의 물음에 대답해주었다.

       하지만 상냥해 보이는 미소와 말투와는 정반대로, 그 안의 내용은 흉악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우치카와 료스케.

         

       일찍이 진성을 배신하려 했고, 음양사와 관련되려 하는 수작을 부리려 했으며, 진성이 친히 말을 걸었음에도 기회를 차버리고 도망을 쳐버린 배은망덕하기 짝이 없는 정치인.

         

       그 정치인이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고립되어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 듣기로는 그 어떤 사적 모임에도 초대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인맥이라는 것이 본래 거미줄 같은 것이잖아요? 게다가 당이 다르고 파벌이 다르다고 한들 일본을 이끄는 지도층으로서, 화족으로서의 인맥이 끊기는 것은 아니니…. 그 은혜도 모르는 후안무치한 사람은 이제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될 거예요. ]

         

       진성은 리세의 보고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표정에는 기쁨도, 놀라움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 일어난 것이니까.

         

       우치카와 료스케가 아무리 사회 지도층, 혹은 권력자로 여겨지는 정치인이라고 한들 풋내기에 불과한 존재다. 다른 평범한 사람들한테는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비쳐 보일 수 있다고 한들, 무라타 류노스케 정도 되는 원로급 정치인에게 있어서는 핏덩이나 다름이 없다는 이야기다.

         

       늙은 괴물이나 다름없는 원로는 세월만큼이나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인맥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평범한 나라라고 할지라도 인맥을 이용한다면 그 힘을 얼마든지 투사할 수 있을 것일진대, 일본처럼 막후정치가 자리를 잡은 나라에서는 현역 때와 비교하더라도 모자람이 없는. 아니, 어쩌면 현역보다도 더 강력한 힘을 휘두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한 것.

         

       끔찍한 몰락이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그들 사이에서도 특권층에 대한 공감대는 있어,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면 필요 이상으로 모질게 굴지는 않는다.

         

       일종의 특권층에 대한 예우가 있는 것이다.

         

       “쯧, 정치인이 되었으면 제 앞가림은 어느 정도 할 줄 알아야 하거늘. 잘못된 선택을 거듭하였으니 그런 처지 역시 달게 받아들여야 옳을 것이니라.”

         

       진성은 우치카와 료스케를 박하게 평가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기회가 있는데 잡지를 못하는 것을 어찌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혐오스럽다고 황금 같은 인맥과 기회를 차버리고 나락으로 가려고 했으며, 빤히 보이는 행동으로 배신을 시도하려고 했고, 제대로 실행하지도 못한 채 들켜버렸으며, 들켰으면 한쪽으로 확실하게 노선을 정하기라도 하지 끝까지 둘 사이에서 재며 자신에게 이득이 될 것을 모조리 취하려고 했다.

       게다가 진성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음에도 거부하기까지 했다. 그것도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원초적인 감정에 지배가 되어서 말이다.

         

       냉철하지도 못하다.

       기회를 잡지도 못한다.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고, 취해야 할 것을 취하지 못한다.

       먹으면 탈이 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제대로 구별할 수도 없다.

       게다가 쉽게 그 자리를 얻었기 때문인지 그 자리에 대한 집착도 없고, 가치도 제대로 모른다.

       그런 주제에 남의 위에 서고자 하는 감정은 강하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배신조차 아무렇지도 행할 수 있기까지 하다.

         

       ‘능력이 모자라면 충성이라도 해야 배를 불리고 부를 쌓을 것인데. 쯧쯧. 참으로 미끼 외에는 가치가 없을 인생이로다.’

         

       그렇다고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도 아니다. 선행을 하기는커녕 악행에 속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행하고 다니는 쓰레기였다.

       마약을 하고, 빛나기 위해 제 젊음을 뽐내는 여자들을 돈과 권력을 이용해 침대로 끌어들이고, 뇌물을 받기 위해 트집을 잡아 사람을 괴롭히고, 남의 눈에서 흐르는 피와 눈물을 거름으로 삼아 제 배를 채우는 인간.

         

       진성에게 있어서, 사회에게 있어서.

       그리고 보편적으로 없어지는 게 훨씬 이득인 인간이다.

         

       그렇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죽는 것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죽여서 선업을 쌓을 수 있을법한 인간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그래. 미끼로써 사용하기에는 이런 인간만큼 좋은 인간이 없느니라.”

       [ 그런 배신자가요? ]

       “그러하다.”

         

       진성은 미소를 지으며 리세에게 말했다.

         

       “본래 그런 부정부패에 찌들고 악업을 뿌리는 인간을 보고 구린내가 풍긴다, 악취가 가득하다, 썩어 빠졌다 등의 표현을 하곤 하느니라. 그런데 말이다. 이런 다 썩고 악취가 풍기는 것을 좋아하는 것들이 있지 않으냐?”

         

       리세는 진성의 말에 무언가를 떠올리곤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 혹시, 벌레 말씀하시는 건가요? ]

       “그러하다.”

         

       진성은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떠올리고 혐오감에 인상을 찌푸린 리세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마침 주술의 효율도 좋아졌으니….”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리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사흘 내로 일본으로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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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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