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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8

       

       

       

       

       

       168화. 엘프 ( 4 )

       

       

       

       

       

       빠밤ㅡ!

       

       《’알랜시아’가 D 등급 ‘삐걱거리는 활’ 제작이 가능해졌습니다!》

       

       뿌뿌- 팡파레를 불며 축하해주는 미니 케넬름에게 감사의 터치를 했다. 이 모든 건 케넬름의 공이 크다. 1등 공신이라고 할까.

       

       사실상 케넬름이 알려준 힌트 덕분에 활을 해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솔직히 오늘 안에 못 할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기분 좋은 오산이다.

       

       곧장 활 공방으로 들어간 엘프 알랜시아는 활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주변에 있던 드워프와 다른 엘프들도 공방으로 우르르 따라 들어갔는데, 마치 어린 시절 방구차를 따라다니던 동네 꼬마들 같은 모양새다.

       

       – “다들 나가ㅈ2ㅜ시기 바랍ㄴi다!”

       

       성난 알랜시아가 고양이 하악질하듯 모두를 내쫓았다.

       

       다른 이를 모두 내쫓은 뒤, 활 공방에 들어가서 밖으로 나오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빠밤ㅡ!

       

       《제작 성공! D 등급 ‘삐걱거리는 활’!》

       

       “오.”

       

       자동 제작까지 성공했다.

       

       – “꺄, 꺄ㅇªㅏ아아아!!”

       

       성공적으로 활을 만든 알랜시아가 공방 문을 벌컥 열고 뛰쳐나와서 활을 들고 방방 뛰기 시작했다. 우르르 몰려든 엘프들이 알랜시아를 헹가래 치며 웃고 떠든다.

       

       – “족장님 만세! 여ㅅ±ㅓㅅ 번째 신 만세!!”

       

       – “활이ㅇㅑ, 활!” 

       

       – “여섯 번째 신 ㅁ§ㅏㄴ세!! 족Wkd님 만세!!”

       

       그야말로 축제의 분위기. 일단 재밌어 보이는 분위기니까 자신도 끼고 싶었던 걸까?  뭣도 모르고 신이 난 이베르가 알랜시아를 향해 몸을 날렸다. 

       

       – “삐이익!!”

       

       – “ㅇㅡ꺅!”

       

       공중에서 뒤엉킨 알랜시아와 이베르가 한 바퀴 데굴 구르더니 풀밭을 나뒹군다. 알랜시아가 엘프들의 헹가래에서 해방된 틈을 노려, 드워프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 “하하하! 첫 공물@의 짜릿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지! 암, 그렇고 말고!”

       

       – “아가씨, 축하해! ㅇ\런 기쁜 날에 술이 빠질 수 없지! 어t서 가자고!”

       

       – “수, 술? 그게 뭐죠? 먹는 건ㄱr요…?”

       

       – “여섯 신 맙소사! 0ㅏ가씨 설마 술이 뭔지 모르는 건 아Lㅣ지?”

       

       알랜시아와 일꾼 1, 2, 3이 잠시 떠드는 듯 하더니, 이내 다른 드워프들과 함께 무리 지어 이동하기 시작한다. 잠시 소외됐던 엘프들도 재빨리 꽁무니에 달라붙었다.

       

       어디로 가나 따라가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술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드워프라지만 술을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닌가 싶다.

       

       술을 오크통 단위로 마시면서 대장장이와 광부를 병행한다는 건 정말 드워프니까 가능한 거다.

       

       “적당히 먹어라, 적당히…”

       

       그래도 새로 온 애들이랑 회식하는 건데, 술집이 너무 초라한 것 아닌가 싶다. 신입의 첫 회식은 화려하고, 크고, 비싼 곳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법.

       

       남는 골드를 탈탈 털어서 술집을 업그레이드했다.

       

       《”드워프의 작은 술집”을 승급하시겠습니까? Y/N?》

       

       Yes를 선택하자 골드가 아예 바닥을 찍어 버렸다. 이젠 진짜 땡전 한 푼 없는 거지 신세다.

       

       곧바로 망치가 나타나서 술집 주변을 뚱땅거리기 시작했다. 그 위로 보이는 것은 완공까지 걸리는 시간. 대충 9시간 정도 남았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여기서 미련하게 9시간을 기다렸을 테지.

       

       하지만 나는 곧바로 내 인생 최고의 패키지, 즉시 건물 완공권을 사용했다.

       

       빠밤ㅡ!

       

       《”드워프의 작은 술집”이 “드워프의 따뜻하고 시끄러운 술집”으로 승급했습니다! 일꾼들의 작업 효율이 조금 더 크게 상승합니다!》

       

       술집이 더 크고 화려해진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좌우로 길게 뻗은 창문과 수많은 테이블, 3층 건물이 된 술집 안에는 작은 스테이지도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을 눈앞에서 본 엘프와 드워프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별것 아닌 일에도 이렇게 좋아해 주니, 괜스레 뿌듯해진다.

       

       ‘가끔 이런 이벤트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네.’

       

       우르르 술집 안으로 들어간 엘프와 드워프는 곧 시끄럽게 떠들고 먹고 마시며 한바탕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노는 모습도 가지각색. 스테이지에 올라가서 기가 막힌 춤을 선보이는 드워프와 고기와 안주를 정신 없이 흡입하는 엘프, 벌써 취했는지 드워프를 붙잡고 주정부리는 엘프도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드워프와 엘프여서 서로 싸우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사이좋게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조금 마음이 놓였다.

       

       “읏쌰…”

       

       게임을 끄고 몸을 쭉 뻗어서 굳은 근육을 풀었다.

       

       이제 현질을 위해 일을 할 시간이었다.

       

       

       

       

       

       *****

       

       

       

       

       

       꿀꺽- 꿀꺽- 꿀꺽-

       

       알랜시아의 목울대가 거침없이 꿀렁거렸다. 실로 호쾌한 목 넘김!

       

       술에 관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드워프들도 절로 박수를 칠 정도의 호쾌함이었다.

       

       “캬하ㅡ”

       

       드워프의 기준으로 맞춰진 커다란 맥주잔을 한 번에 다 마신 알랜시아가 청량감 가득한 탄사를 뱉었다. 연회의 분위기는 점차 절정을 향해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타타탁ㅡ! 타탁!

       

       “휘익! 끝내준다!”

       

       저기 보이는 무대에서는 한 드워프가 끝내주는 춤을 선보이고 있었는데, 마보 자세를 유지하며 양다리를 번갈아 앞으로 뻗는 고난도의 동작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우물우물… 맛있어, 맛있어… 흐어엉- 고기가 너무 맛있어!!”

       

       “하하하! 그래그래 아가씨, 많이 먹으라고! 많이 먹어야 열심히 일을 하지!”

       

       맛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정신없이 고기를 흡입하는 엘프도 보였다. 입가에 묻은 잔디 부스러기가 조금 신경 쓰였지만… 누구보다 행복하게 식사를 즐기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정말… 즐겁군요.’

       

       생전 처음 먹어본 술이라는 것도, 노릇하게 잘 구워진 고기와 바삭바삭한 튀김도. 모든 것이 너무나 완벽했다.

       

       “아하하! 아가씨, 술 처음 먹어보는 것 맞나? 이거야 원, 귀가 길쭉한 드워프라고 해도 믿겠어!”

       

       “저는 정말 술을 처음 먹어 본답니다.”

       

       “그럼 더욱 드워프다운 거지! 하하하! 아가씨 한 잔 더 받으시게! 오늘은 위대하신 분께서도 허락한 연회의 날 아니겠나!”

       

       호쾌한 웃음을 터뜨린 세듀스 팔락이 꿀꺽꿀꺽 술잔을 들이켰다.

       

       눈앞에서 건물이 솟아나는 기적을 목격한 이후, 드워프들은 ‘위대하신 분께서 연회를 허락한 증거다ㅡ’라고 떠들며 고삐 풀린 망나니처럼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그게 말이 되냐고! 망치질은 당연히 어? 부웅- 쾅! 부우웅- 쾅! 부우웅- 콰앙! 이렇게 해야지!”

       

       “이, 이이!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 말이야! 누가 망치질을 그따위로 하냐! 근본 있게 쾅쾅! 부우웅-콰앙! 이게 최고인것도 모르냐!”

       

       코가 빨개진 드워프들은 저들끼리 통하는 언어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일반인은 알 수 없는 대장장이들의 은어 같은 것일까?

       

       “후ㅡ 왜 이렇게 덥지…”

       

       처음부터 너무 거하게 마신 탓인지, 얼굴에 살짝 열이 올라온 알랜시아는 바람을 쐬기 위해 술집 밖으로 나왔다.

       

       솨아아아ㅡ

       

       “아…”

       

       들뜬 열을 식혀주는 바람이 불어온다. 살짝 식어가는 체온이 기분 좋게 몸을 간지럽힌다. 

       

       알랜시아는 눈을 감고 천천히 걸었다. 나막신 소리만이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라왔다.

       

       따각 따각 따각-

       

       그렇게 한참을 걷다 보니 어느새 황금 나무가 보였다.

       

       황금 나무가 여린 가지를 살랑-흔들며 인사했다.

       

       바람에 흔들린 잎사귀가 그녀에게 속삭였다. 다들 웃고 떠드는 중에 즐기지 않고 어째서 이곳에 왔냐고.

       

       술기운이 돌아 조금 몽롱해진 머리로 여기에 왜 왔을까- 고민하더니, 이내 알랜시아는 씩 웃어버렸다.

       

       “그냥… 보고 싶어서요.”

       

       문득 생각나서, 그래서 그냥 보고 싶어진 탓이다.

       

       “여기 앉을게요.”

       

       황금 나무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근처에 털썩 앉은 알랜시아. 황금 나무도 구태여 대답하지 않았다. 가끔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아는 것이 있는 법.

       

       편안한 침묵이 이어졌다. 잔잔한 연못과도 같은 고요함. 간혹 불어오는 바람이 둘의 사이를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잔잔한 적막을 즐기던 알랜시아가 황금 나무를 바라봤다.

       

       “황금 나무시여, 그 몸은 익숙해지셨나요?”

       

       살랑-

       

       황금 나무가 여린 샛잎을 흔들어 보였다. 마치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는 듯, 기수의 깃발처럼 열심히 좌우로 흔들었다.

       

       크기는 작지만 어린 몸이라 힘이 넘치는 모양. 고목일 때는 볼 수 없던 모습에 알랜시아가 픽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저희끼리 즐거운 것 같아서, 그 아이가 자꾸 마음에 걸리네요.”

       

       자발적으로 지상에 남은 막내, 에스텔.

       

       알랜시아는 못내 에스텔이 마음에 걸렸다.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똑 부러지고 사리 분별에 능한 아이여서 더욱 정이 갔던 탓이다.

       

       못난 형과 누나들의 사고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고.

       

       “하아- 잘 지내고 있을지…”

       

       에스텔이 마지막까지 꼭 들고 있던 것들은 부서진 활의 파편과 황금 나무의 조각, 금이 간 팔찌. 겨우 그런 잡동사니로 지상에서 어떻게 지낼 작정인지.

       

       살랑- 살랑-

       

       황금 나무가 걱정하지 말라고 속삭였다. 스스로 숲을 떠나 세상을 돌아다니던 아이 아닌가. 어디에 있어도 자신의 앞가림은 할 아이다.

       

       “…그렇겠죠?”

       

       그럼에도 가시지 않는 불안함에 알랜시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디에서 밥을 굶고 있지는 않을지, 누군가에게 맞고 다니지는 않을지…

       

       알랜시아는 하늘 높이 떠오른 해와 달을 보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

       

       

       

       

       

       푸히힝…

       

       유니콘이 바닥에 쓰러져 죽어가는 소리를 냈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병든 말의 행세를 하고 있었지만, 뜻밖에도 몰골은 여전히 멀끔했다.

       

       갈기는 평소처럼 윤기가 흘렀고, 일각은 늠름하게 솟아올랐고, 설원과도 같은 몸에는 작은 오물 하나 묻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죽는 소리를 낼 모습은 아니었다.

       

       애시당초 유니콘은 신의 천벌도 몇 번이나 맞으면서 버티던 성수(聖獸). 그에게 상처를 입힐 만한 존재는 몇 되지 않을 것이다.

       

       또륵-

       

       유니콘의 커다란 눈에서 맑은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는 한낱 육체의 아픔과 고통이 아닌, 마음의 고통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여리고 순수한 그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겨 진흙탕에 나뒹굴었으니.

       

       그렇다면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단 말인가? 어떤 끔찍하고 두렵고 사악한 존재가 유니콘의 영혼을 갈가리 찢어서 흩뿌렸단 말인가.

       

       《푸륵… 푸히힝- 처녀… 처녀여…》

       

       어린 병사의 단말마가 이러할까. 죽어가는 어린 짐승이 마지막으로 제 어미를 찾듯 힘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유니콘을 이렇게 만든 잔인한 사냥꾼, 에스텔에게 일말의 정이란 없었다.

       

       “으으…”

       

       에스텔은 자신의 앞에 쓰러진 말의 머리를 발끝으로 슥 밀어냈다. 마치 더러운 오물을 대하는 태도! 

       

       행여나 몸에 닿을까 아주 멀리까지 밀어낸 에스텔은 표정을 잔뜩 찡그렸다.

       

       “뭐야, 이 발정 난 변태는. 으윽, 기분 나빠…”

       

       《끄읍-!》 

       

       유니콘이 사랑하는 처녀의 진심 어린 경멸의 말!

       

       그것은 날카로운 창이 되어 유니콘의 여린 심장을 난도질 했다!

       

       “야.”

       

       《…처, 처녀여?》

       

       에스텔의 부름에 유니콘이 고개를 쳐들었다. 불쌍한 자신을 동정하여 달래주려는 것일까? 유니콘의 눈에는 일말의 희망이 깃들었다.

       

       허나, 상대는 숲의 냉혹한 사냥꾼. 에스텔이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한 번만 더 나한테 처녀니 뭐니 떠들면 그때는 콱 잘라 버릴 거야. 알겠어?”

       

       에스텔의 단도가 시퍼런 날을 빛냈고, 유니콘은 바들바들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맹세컨데 지상에서 이렇게 무서웠던 적은 없었으리라.

       

       ‘오우…’

       

       에스텔과 면담하던 성기사는 저도 모르게 다리를 꼬며 사타구니를 보호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귀중한 정보를 한 줄 추가했다.

       

        ‘유니콘을 다룰 방법이 저거였구나!’

       

       만신전의 말썽꾸러기, 유니콘에게 목줄이 생긴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불어오는 봄 바람처럼 따뜻한 마음이 가득한 후원!!! 감사합니다!!! 잊지 않고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마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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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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