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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8

       한비자가 말하길.

         

       용이란 짐승의 한 종류라 길들여 탈 수 있다.

         

       하지만 용의 목 아래에 지름이 한 척 정도 되는 거꾸로 배열된 비늘을 건드리면….

         

       온순한 용도 돌변한다.

         

       그것이 역린(逆鱗)이다.

         

       누구에게나 건드리면 안 되는 상처가 있다.

         

       내게는 그 상처가….

         

       역린이….

         

       바로 부모였다.

         

       그런데….

         

       “그렇다면 하예린 양. 이번에 예린 양의 부모님께서 사기, 문서 위조,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눈앞의 이 기자는 역린을 건드렸다.

         

       화제거리가 될 기사를 쓰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나를 향한 악의(惡意)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사람은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건드린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속이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다.

         

       지금 내게 저따위 질문을 한 기자에게 욕이라도 한 바가지 하고 싶다는 생각이 근질거렸고…. 실제로 나는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입을 떼자마자 내 눈에 나를 걱정스레 바라보는 루키즈 멤버들 그리고….

         

       “…….”

         

       올망졸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팬들이 눈에 띄었다.

         

       이에 나는 원래 하려던 분노 섞인 대답 대신….

         

       “…그분들은 이제 제 부모가 아니에요.”

         

       다소 간결하고 자조적인 대답이 나왔다.

         

       나는 하나도 슬퍼 보이지 않게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대답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팬들이 들었을 때는 그렇지 않았나보다.

         

       “아아아아….”

         

       “예린아아아….”

         

       팬들에게서 깊은 탄식 그리고…

         

       “아니 기자 제정신이야?”

         

       “아까부터 매너가 왜 저래?”

         

       “어디 기자야? 아 진짜 짜증 나!”

         

       기자를 향한 선명한 분노가 터져 나왔다.

         

       결국 그 기자는 그 질문을 끝으로 진행 요원들에 의해 퇴장 조치를 당했다.

         

       하지만….

         

       씨익.

         

       진행 요원들에 의해 끌려나가는 와중에도 자기는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뒤로 쇼케이스는 아무 문제없다는 듯이 진행되었지만…. 역시 분위기가 처음처럼 밝은 분위기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1시간 이내로 우리 루키즈의 데뷔 쇼케이스는 막을 내렸다.

         

       전체적으로 보면 성공적이었지만…, 마지막에 쓴맛을 조금 봐서 그런지 기분이 조금 뒤숭숭했다.

         

         

         

       **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쇼케이스가 끝나고 멤버들은 밝은 미소와 함께 쇼케이스를 준비해 준 스태프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모든 멤버들이 이번 쇼케이스가 매우 만족스러웠다는 듯 밝은 표정을 하고 있지만….

         

       ‘…다들 내 눈치를 보고 있네.’

         

       실상 그들은 내 눈치를 보며 나 때문에 일부러 텐션을 더 올리고 있었다.

         

       MS기획 사건 이후 우리들 사이에서 내 부모 이야기는 우리 루키즈 사이에서 금기어나 다름없었으니까.

         

       우리 멤버들은 내가 혹여라도 부모 때문에 슬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런 나를 껴안아주지 못해 안달이었다.

         

       이에 나는 또다시 부모 때문에 우리 멤버들을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많이 무감해졌는지 부모 이야기를 듣고도 생각보다 별다른 동요가 들지 않기도 해서….

         

       “수고하셨습니다.”

         

       “…!”

         

       나 또한 아무렇지 않게 스태프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제서야 멤버들도 내가 괜찮다는 것을 확인한 후 진심으로 미소 지었다.

         

       덕분에 쇼케이스 막판에 잠깐 처졌던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고 그때 정 실장이 대기실로 나타나 우리를 향해 말했다.

         

       “아, 다들 여기 계셨군요. 이번 쇼케이스. 정말 모두들 수고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와아-!”

         

       평소 이성적인 정 실장이 그렇게 말해 주니 쇼케이스는 나름 성공적으로 잘 끝났다는 확신이 들었다.

         

       곳곳에서 박수도 터져 나왔다.

         

       물론 우리 루키즈 사이에서 제일 큰 함성이 쏟아져 나온 것은 정 실장의 다음 말에서였다.

         

       “이제 음원 발매까지 이틀이 남았는데 지난 3주 동안 루키즈 멤버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짧은 휴식 시간을 드릴까 합니다.”

         

       “…휴, 휴식?!”

         

       “와아아아아아-!!”

         

       휴식이라니.

         

       이 얼마나 우리가 바라고 또 바라던 것인가.

         

       루키즈 멤버들은 휴식이라는 말을 듣고 나아아 데뷔조 6인에 들었을 때보다 더욱더 큰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우리가 진심으로 기뻐하니 이를 지켜보던 스태프들도 웃고 정 실장도 웃었다.

         

       그렇게 미꾸라지 한 명 때문에 우중충했던 분위기는 다시금 좋아졌다.

         

       그때였다.

         

       스윽.

         

       다른 멤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정 실장이 내쪽으로 슬쩍 다가와 속삭였다.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예린 양. 제가 기자들 입단속을 한다고 했는데 그게 완벽하지 못했나 봅니다.”

         

       “아뇨, 저는 괜찮아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아까 기자가 한 말은 잊고 이번에 푹 쉬시죠.”

         

       정 실장 역시 내가 상처받을까 걱정했나보다.

         

       내 주위에는 이렇게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때문에 나는 씨익 웃으며 정 실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정 실장님.”

         

       “아뇨, 이게 제 일인걸요.”

         

       그렇게 정 실장은 내가 괜찮다는 것을 확인한 후 루키즈 멤버들에게 말했다.

         

       “자, 그러면 이제 메이크업, 헤어, 의상 세팅도 다 풀었으면 슬슬 이동하죠. 차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넵!”

         

       이제 숙소로 가기만 하면 남은 것은 휴식뿐.

         

       8시간이고 10시간이고 잘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차로 이동하는 멤버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이에 나는 그 사이에서 같이 웃으며 이동하다가….

         

       “아, 저 잠시 화장실 좀요!”

         

       “얼른 갔다 와! 먼저 가 있을게.”

         

       잠시 화장실을 들렀다.

         

       그리고….

         

       “…….”

         

       화장실로 가자마자 웃음을 거둔 후….

         

       풀썩.

         

       “하아…….”

         

       곧바로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앞으로 절대 신경 쓰지 않고 살려 했지만…, 도저히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이번에 예린 양의 부모님께서 사기, 문서 위조,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아빠 엄마가 경찰에 입건….

         

       그렇다면….

         

       “우리 아빠 엄마가 감옥에 갈 수도 있겠구나….”

         

       아빠 엄마가…, 감옥에….

         

       당연하게도 내게 그 사실을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나는 알지 못했다.

         

       ‘사장님은 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겠지.’

         

       이에 나는 강형만에게 전화를 걸어 자세히 물어볼까 고민하며 핸드폰을 꺼냈다가….

         

       스윽.

         

       이내 고개를 젓고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아니…, 아까 말했던 대로 이제 그 사람들은 내 부모가 아니잖아.”

         

       내가 어떻게 아빠 엄마에게서 벗어났는데….

         

       또다시 그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아까만 해도 멤버들과 정 실장이 내가 혹여라도 슬퍼할까 어쩔 줄 몰라 하던 거 보지 않았던가.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었다.

         

       “그래…, 좋은 날에 괜히 혼자 우중충하게 있지 말자.”

         

       그렇게 나는 입가에 다시 미소를 떠오르게 하는데 노력하며…,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고리를 잡았다.

         

       그때였다.

         

       “언니.”

         

       “아, 유진아.”

         

       내가 화장실 밖으로 나가려는 그때 안으로 들어오는 한 명이 있었다.

         

       바로 서유진이었다.

         

       “안 오시길래 제가 데리러 왔….”

         

       아무래도 내가 빨리 안 와서 걱정됐나보다.

         

       “아, 미안. 이제 다 됐으니 어서 돌아가자.”

         

       이에 나는 서유진에게 한 번 웃어 주고 밖으로 나가려다가….

         

       탁.

         

       “…유진아?”

         

       “…….”

         

       서유진에게 손목을 붙잡혔다.

         

       그리고 서유진은 붙잡은 나를 자기 앞에 세우고는….

         

       스윽.

         

       “아….”

         

       내가 언제 흘렸는지 모를 눈물 한 방울을 손가락으로 쓸어서 닦아 주었다.

         

       “…언니.”

         

       “…….”

         

       “…괜찮아요.”

         

       “……흑.”

         

       포옥.

         

       그리고 서유진은 내 얼굴을 자신의 어깨에 대고 나를 안아 주었다.

         

       그제서야 나는 참았던 눈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렸다.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분위기만 망쳐서….”

         

       “…….”

         

       “…내 존재가 루키즈한테 폐만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해.”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그치만…, 아까 내가 그렇게 대답한 것 때문에 또 이상한 기사 나가고 그럴 텐데…. 괜히 나 때문에…, 흐윽….”

         

       “그깟 기사 몇 개 좀 나가면 어때요. 우리 루키즈. 그런 쓰레기 기사 몇 줄에 휘둘릴 작은 그룹 아니에요.”

         

       “유진아…, 유진아아….”

         

       그렇게 서유진은 한참 동안 나를 꼬옥 안아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때 나는 문득 나아아 시절 서유진과 내 모습이 떠올랐다.

         

       ‘언니…, 언니이….’

         

       당시 신PD의 장난질 때문에 마녀사냥 당하고 있던 서유진은 내 품에 안겨 울며 나를 애타게 부르짖었었는데….

         

       지금은 그 관계가 반대가 되어 있었다.

         

       “흐윽…, 흐으….”

         

       “괜찮아요, 다 괜찮아요.”

         

       하지만 지금의 이 관계가 못마땅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 큰 모습을 보이는 서유진이 대견하고…, 의지가 되었다.

         

       나는 그렇게 한참 동안 서유진의 품에 안겨서 눈물을 쏟아 내렸다.

         

         

         

       **

       

         

         

       한편, 무례한 질문으로 조기퇴장한 기자는….

         

       “흐흐…, 사진 잘 나왔네.”

         

       사실 그가 일부러 하예린의 부모를 언급하며 그녀를 자극한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로.

         

       ‘루키즈를 향한 무례한 질문은 NAS 엔터를 향한 공격으로 간주하겠습니다. 해당 일보는 앞으로 NAS 엔터 관련 취재에서 불이익이 있을 겁니다.’

         

       “헹, 어이없어. 지가 뭐라고.”

         

       지가 뭐라고 감히 언론을 통제하려 한 NAS 엔터 정 실장을 향한 반발 심리.

         

       두 번째로.

         

       “기자는 사람들이 원하는 소식을 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이 사람아.”

         

       삐뚤어진 사명감.

         

       그리고 마지막 이유가 가장 컸는데….

         

       “흐헤헤, 이거 기사 조회수 좀 달달하게 잘 나오겠네.”

         

       바로 사람들의 관심 집중이었다.

         

       하예린 MS기획 탬퍼링 사태 이후 그녀를 향한 거센 동정 여론과 함께 NAS 엔터의 엄포 때문에 많은 기자들이 그녀 부모 관련 취재를 쉬쉬하는 상황이었다.

         

       덕분에 신PD, 안 대표와 달리 하예린의 부모 관련 기사는 가뭄처럼 씨가 마른 이때.

         

       여기서 그가 쇼케이스에서 하예린이 부모 관련 발언을 한 것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한다면…!

         

       “아마 사람들이 내 기사로 몰리겠지. 하하.”

         

       NAS 엔터의 보복이 무섭기는 했지만 그것은 몇 달 몸을 사렸다가 은근슬쩍 다른 기자로 취재 가면 그만이다.

         

       이미 다른 대기업에서 블랙 몇 번을 먹어 본 그는 이를 파훼하는 법까지 대충 알았다.

         

       그에게 있어 이번 하예린 관련 기사는 실보다 득이 많았다.

         

       “기사 제목은 뭘로 할까. [하예린 : 신인 아이돌의 매정한 태도?] , 아니면 [신인 걸그룹 ‘루키즈’ 리더 발언 논란 : 부모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이걸로 갈까? 뭐가 더 자극적이지?”

         

       인터넷 기사의 생명은 속도.

         

       기왕 조기퇴장 당한 김에 차로 가서 기사를 마무리한 후 바로 업로드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그는 뭐가 더 자극적일지 행복한 고민을 하며 차로 향했다.

         

       그리고….

         

       스윽.

         

       그런 그의 뒤를 웬 검은 양복 입은 사내들이 은밀하게 따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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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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