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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8

       

       

       

       

       

       마차 안.

       

       “큐우, 큐우우….”

       

       푹신한 쿠션 매트가 깔린 마차 바닥에 누워 잠든 아르는 세상 모르고 새근새근 코를 골았다. 

       

       “귀여워….”

       “정말 귀엽네요.”

       

       아르가 잠든 모습을 보는 게 하루이틀 일도 아니긴 하지만, 지금 나와 실비아가 평소보다 더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아르가 아르를 안고 자다니, 진짜 핸드폰만 있었으면 사진 백 장은 찍었을 텐데….”

       

       원래 덩치로 돌아온 뚠뚠한 아르가, 작은 아르 인형을 품에 꼬옥 안고 자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르는 여전히 나를 껴안는 것을 제일 좋아하지만, 이제 나를 안고 잘 수 없는 경우에는 내가 손수 만든 아르 인형을 대신 안고 잘 수 있게 되었다. 

       

       원래는 잘 때 내가 안 안아 주면 자꾸 안아 달라고 손을 쭉 뻗고 그랬었는데, 인형을 선물해 준 이후부터는 잠깐 혼자 있을 때라든지 내가 자리를 비웠는데 낮잠을 자고 싶을 때 아공간에서 아르 인형을 꺼내 안고 자게 된 것이었다. 

       

       ‘칭얼거리면서 나를 찾을 때가 솔직히 가끔 그립긴 하지만….’

       

       그래도 아르가 저렇게 행복해한다면 그걸로 된 게 아닐까. 

       

       “핸드폰이요? 저번에 말씀하셨던 레온 씨 고향의 조그만 아티팩트?”

       “아아, 네. 그걸로 사진이란 걸 찍을 수 있거든요. 버튼 하나만 딱 누르면 저 모습을 그대로 기기에 저장할 수 있는 거죠.”

       “정말 신기하네요…. 마법이 없는 세계에서 그런 기술이 발달하다니. 아니, 마법이 없어서 그렇게 발달한 것일까요?”

       “그렇겠죠. 제 생각엔 마법이랑 아티팩트 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 여기서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아티팩트를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모르긴 몰라도, 이미 꽤나 많은 아티팩트를 경험해 본 나로서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아티팩트 제작은 자체적으로 돈도 많이 들고, 자꾸 황실 쪽에서 통제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으니 발전을 하기가 힘든 상황이지.’

       

       만약 황실에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하나의 발전 가능 사업으로서 민간 아티팩트 제작자들에게도 금전적인 지원을 뿌리면서 연구를 가속화한다면, 진짜로 이세계 버전 스마트폰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난 로멜드 호텔에서 그 가능성을 봤지.’

       

       거긴 진짜 별의별 아티팩트가 다 있었으니까. 

       특히 안마 의자는 현대의 안마의자들보다도 기술력이 좋아 보였기도 하고.

       

       ‘문제는 황실에서 그렇게 적극적으로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거고.’

       

       만약 아티팩트 연구 및 사업이 발달하고, 현대의 전자 기기들처럼 대부분의 일을 아티팩트로 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오히려 마법의 위상은 떨어지고 말 테니까.

       

       안 그래도 성속성 아티팩트 제작은 황실 공인 아티팩트 제작자가 아니면 만드는 것조차 불법인 게 지금의 현실이다.

       

       안 그래도 아티팩트로 못 하는 일들을 마법사들이 한 번 해 줄 때마다 돈을 받아 가면서 하고 있는데, 아티팩트로 평민들도 손쉽게 그걸 할 수 있게 된다면 마법사들이 눈이 뒤집히지 않겠는가. 

       

       ‘물론 가격이 비쌀 테니 평민이 쓰기는 힘들겠지만….’

       

       만약 산업이 발달하고 양산화가 진행이 된다면 가격은 점점 내려갈 수밖에 없다. 

       

       ‘어쨌든 결론은, 제국 지도자층이 통째로 바뀌거나 마음을 고쳐 먹지 않는 이상 스마트폰 개발은 요원한 일이라는 거지.’

       

       어차피 개발이 된다고 해도 지금의 은하계폰이나 어른폰 같은 최신 기종 전에 피쳐폰 시절부터 거쳐 와야 되겠지만….

       

       ‘그래도 어쩌면 사진기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귀여운 아르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놔야 나중에 다 추억이 되는 건데 말이다. 

       

       ‘일단 내 눈에라도 담아 놔야지.’

       

       천 년 뒤엔 마법으로 특정 기억을 불러와서 인화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올지 누가 알겠는가. 

       

       “그래도 마법으로 초상화를 그리는 기술은 있잖아요.”

       “그렇죠. 그러고 보니 캔버스랑 물감 산다는 걸 깜박했네요. 마법 천재인 아르한테 한번 시켜 보려고 했는데. 저희 셋이 거울 앞에서 포즈를 잡고, 아르가 그 장면 그대로 마법을 이용해서 그리는 거죠.”

       “좋은 생각인데요?”

       

       작은 마을에서는 구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으니, 다음 대도시에 들르면 살 물품 목록에 적어 두기로 했다. 

       

       “큐우우…. 큐우….”

       

       나는 아르 인형을 꼬옥 안고 자는 아르를 보다가 장난기가 발동해, 슬쩍 아르 인형을 품에서 뺐다. 

       

       “뀨우….”

       

       그러자 아르는 허공을 안더니 뭔가 허전한지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입을 우물거리면서 조금 슬픈 표정이 되어 가자, 나는 다시 얼른 아르 인형을 품에 넣어 주었다. 

       

       그러자 아르의 표정은 다시 행복하게 풀어졌다. 

       

       아르는 몸을 웅크려 얼굴을 인형에 가져다 댔다.

       

       “히히…. 레온 냄새…. 조아….”

       

       내가 손수 만든 인형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잠시 들고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르는 내 냄새가 난다며 킁킁거렸다. 

       

       ‘귀여운 아르.’

       

       나는 아르가 자세를 바르게 눕는 자세로 바꿀 때까지 잠시 바라보고 있다가, 바르게 눕자 마차 바닥으로 내려와서 아르 발치에 앉았다. 

       

       ‘마사지나 좀 해 줘야지.’

       

       덩치가 커진 이후, 아르는 내가 종종 해 주는 발바닥 마사지를 평소보다 굉장히 더 기분 좋아 했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덩치가 크고 체중이 나가다 보니 평소에 걸어 다니거나 뛰어 다닐 때 발에 피로가 좀 더 쌓여서, 풀어 줄 때 더 시원하게 느끼는 게 아닌가 짐작할 뿐이었다. 

       

       ‘어쨌든 아르가 좋아하니까.’

       

       그리고 나도 덩치가 커진 아르의 푹신한 왕발바닥 젤리를 만지작거리는 게 기분이 좋기도 하고.

       

       사실 아르가 이걸 더 좋아하게 됐다는 것도 내가 왕젤리 좀 만져 보겠다고 마사지 해 준다고 하다가 알아낸 거였다. 

       

       아르도 좋고, 나도 좋고.

       윈윈 아니겠는가. 

       

       나는 아르의 귀여운 왕발바닥을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뀨우웅…. 씨워내….”

       

       아르는 꿈 속에서도 시원한지 발가락을 이따금씩 꼼지락거리며 좋아했다. 

       

       꾹꾹.

       

       발바닥 가운데를 누르고, 점점 바깥쪽으로 구역을 넓혀 가며 마사지해 준 뒤, 발가락 쪽도 시원하게 쭉쭉 풀어 준다. 

       

       ‘말랑말랑하니 좋구만.’

       

       후후.

       

       “뀨움….”

       “하암….”

       

       그렇게 한바탕 마사지가 끝난 이후엔 나도 슬슬 졸려 와서, 아르의 옆에 누웠다. 

       

       아르 품에 있는 인형을 빼고 내가 안고 잘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워낙 잘 자고 있어서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눈을 감았는데, 문득 발바닥 쪽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실비아 씨?”

       “후후, 이번엔 제가 레온 씨 발바닥 마사지 좀 해 드리려고요.”

       

       눈을 떴더니, 어느새 실비아가 내 발치에 앉아 미소를 지으며 내 발바닥을 손으로 꾹꾹 눌러 주고 있었다. 

       

       “시원해요?”

       “…엄청요.”

       

       뭐지, 이 행복감은?

       

       전생에서 나라를 구한 기억 같은 건 없는데….

       

       혹시 전전생에서 거북선 조타수라도 했었나?

       

       새삼 이러고 있으니 빙의하자마자 죽을 뻔한 걸 빼면 정말 축복 받은 빙의 인생이라는 게 체감이 되었다. 

       

       “…나중에 저도 실비아 씨 쉴 때 발 마사지 해 드릴게요.”

       “후후, 좋아요.”

       

       실비아는 빙긋 웃으며 내 발바닥의 혈을 눌렀다.

        

       ‘와, 진짜 시원하네….’

       

       마법도 잘 쓰긴 하지만 역시 근본이 검술에 통달한 무인이다 보니 근육이 뭉친 곳이라든가 혈이 통하는 곳을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실비아는 처음에는 아주 시원하게, 나중에는 내가 편히 잠들 수 있도록 은은하게 마사지를 해 주었고.

       

       나는 행복한 기분으로 편안히 낮잠에 들었다. 

       

       그리고….

       

       “으, 으음….”

       

       잠에서 깬 나는 누군가가 내 손바닥을 꾹꾹 마사지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실비아 씨…. 손바닥까지는 안 해 주셔도 되는데….”

       

       아직 잠이 덜 깨 그렇게 중얼거린 나는 부스스 눈을 떴다. 

       

       “히히. 레온 일어나써?”

       

       놀랍게도 눈앞에서 내 손을 마사지해 주고 있는 건 아르였다. 

       

       “아까 잠결에 레온이 마사지 해 주는 거 느껴써. 그래서 아르두 레온 마사지 해 줄라구. 씨워내?”

       

       씽긋 웃으며 내 손을 잡고 열심히 꾹꾹 눌러 주고 있는 아르를 보자 내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응. 너무 시원해.”

       

       ***

       

       레온과 아르, 실비아가 그렇게 평화로운 여정을 보내며 동부의 대도시 쪽으로 가는 동안.

       

       휴가를 마친 데보라는 거의 직선 거리로 달려 파메라 성에 복귀했다. 

       

       “레키온, 나 왔어.”

       

       레키온은 돌아온 데보라를 반겨 주었다.

       

       “데비, 잘 쉬고 왔어? 더 쉬다 와도 되는데.”

       

       데보라가 고개를 저었다. 

       

       “푹 쉬고 왔으니까 걱정일랑 말고 이번엔 너나 좀 쉬어. 서류 작업은 내가 하고 있을 테니까.”

       

       사실 할머니와는 충분히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그 이외에 데보라는 혼자 사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대신 곧바로 성으로 달려왔다. 

       

       “하하, 난 괜찮아. 너 없는 동안 다행히 새로 벌어진 일 같은 것도 없어서 여유롭게 작업 하고 있었으니까.”

       “…그건 다행이네.”

       “할머니는 잘 뵙고 왔어?”

       “응. 최근에 좀 장사가 잘 되셨나 봐. 엄청 좋아하시더라고. 무슨 행운을 부르는 인형이라면서 또 안 팔릴 비싼 인형을 진열해 두시는 건 좀 그렇긴 하지만…. 할머니가 좋아하시니 됐지 뭐. 내가 더 열심히 일해서 부족하지 않게 돈이나 보내 드려야지.”

       “잘됐네! 맞다, 혹시 내가 부탁한 건 어떻게 됐어?”

       

       레키온은 조금 기대하는 얼굴로 물었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기대하진 않았다. 

       왜냐하면 레키온도 데보라의 귀여운 걸 볼 줄 모르는 안목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아, 그거. 뭐, 일단 사오긴 했는데…. 대충 아무거나 집히는 대로 사 온 거니까 기대는 하지 마.”

       

       데보라는 잠시 망설이더니, 가방에서 가져온 아르 인형을 꺼냈다. 

       

       “헐.”

       

       인형을 본 레키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데보라! 넌 최고야!”

       

       레키온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아르 인형과 함께 데보라를 껴안았다. 

       

       “뭐, 뭐, 뭐, 뭐 하는 거야!”

       

       데보라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레키온은 데보라를 놓자마자 아르 인형을 받아 들고 이리저리 살폈다. 

       

       “완벽해…. 내가 원하던 인형, 아니 내가 상상도 못 했지만 내 무의식이 원하고 있던 인형이야! 도대체 이런 귀여운 걸 할머니는 어떻게 만드신 거지?”

       “…찾아온 손님 중에 사역마를 데려온 손님이 있었대. 그 사역마를 모델로 만든 거라던데….”

       

       그 말에 레키온의 눈이 더 커졌다. 

       

       “실제 모델이 있다고?”

       “응. 이름이 아르랬던가 뭐랬던가. 나도 직접 보진 못했는데….”

       

       꿀꺽.

       

       레키온이 침을 삼켰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다음에 알렉스를 만나면 의뢰를 좀 해야겠는데.”

       “…드디어 네가 미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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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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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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