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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8

       

        

        

        

        

        

        

       “아앗, 야식치킨원툴 유저가 순식간에 증발합니다! 말 그대로의 끔찍한 죽음입니다! 한 발도 아니고 무려 .50 BMG를 네 발이나 얻어맞고는 로비로 사출됩니다!”

        

        

        

       -와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끔찍하게도 죽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요리방송인가요? 다짐육 만드는중임???????

       -야식치킨원툴이아니라 멘치카츠원툴이 되어버렸죠 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망치와 모루인가 하는 그거냐? ㅋㅋㅋㅋㅋ

        

        

        

        글쎄. 망치와 모루가 아니라 그냥 모루 두 개 사이에 낑겨서 개같이 박살난 것 같은데 – 누가 듣지 않아서 다행스러울 정도인 불경스러운 생각이 미카엘과 갬빗의 뇌리를 슬그머니 스쳐지나간다.

        

        수백 명의 인파가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이벤트 매치였기에 누가 이기든 실질적으로는 크게 상관없었으나 – 물론 국가대표가 진다면 여러모로 말이 나올 건 확실했다 – , 경기의 결과가 극적으로 흘러간다면 말이 달라진다.

        

        시작부터 시선 그 자체를 휘어잡는 유진의 강렬한 출사표에 이어, 그로 인해 생겨난 빈 틈을 완벽하게 메워버린 다이스의 지원사격까지.

        

        프로게이머 팀이 전력이 분산된 틈을 기회로 삼으려던 스트리머 팀의 시도가 완전한 물거품으로 사그라드는 순간이었다. 물론 그 와중 팀원 한 명 손실이라는 뼈아픈 타격을 남긴 건 덤이었고.

        

        

        

       “와, 40초만에 한 명을 끊어버리네.”

        

       “국가대표 1위랑 2위를 같은 팀에 붙여놨으니 그럴 만도 하지.”

        

        

        

        관객들이 나누는 대화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모든 결과는 시청자들의 망막에 아로새겨진다.

        

        직접적으로 초대받은 수많은 관객들을 제외하더라도, 실시간 시청자들이 수십만 명. 추후 편집되어 따로 유어스페이스에 올라갈 예정인 동영상의 예상 조회수는 최소한 그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 자명했다.

        

        그것이 말하는 바는 명백했다. 두 명은 자신들이 왜 국가대표로 불리는지를 실시간으로 증명해내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 이 광경을 본 시청자들은 실력에 관해서라면 이의를 제기할 이유가 없었다.

        

        한편,

        

        

        

       “하도 같이 다녀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합이 척척 맞네. 같은 팀 되면 따라갈 자신이 없는데….”

        

       “저걸 평범하게 따라다니는 다이스가 더 어이없다.”

        

        

        

        이 즈음이면 볼 때마다 신기한 수준.

        

        그러나 이들의 걱정이 괜한 건 아니었는데, 이는 이벤트 매치에서 팀이 맺어지는 특수한 방법 때문이었다. 공중파 인터뷰 프로그램에 출연한 선수는 넷이고, 이들 중 단 한 명도 빠짐없이 팀을 맺게 된다.

        

        첫 팀은 유진과 다이스였지만, 다음 판에는 자신이 유진과 팀이 될 수도 있단 소리였다. 물론 다이스와 팀이 될 수도 있었고, 갬빗과 미카엘이 팀을 이룰 수도 있었지만.

        

        여하간 늦든 빠르든 유진과 합을 맞춰보는 건 기정사실이란 소리였다.

        

        

        

       “순식간에 동수가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프로게이머 팀으로부터의 즉각적인 반격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쉽지 않습니다. 전력질주 금지, 투척 무기류 금지, 스킬 금지와 같은 강력한 핸디캡이 있어, 실질적인 전력차는 엇비슷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령 지금 스트리머 팀이 설치한 휴대용 엄폐물이 교전에 상당한 어드밴티지를 부여하는 것처럼 말이죠.”

        

        

        

       ───투웅! 투웅! 투웅!

        

        

        

        우지직!

        

        그러나 그 순간 몇 번이고 날아든 무지막지한 구경의 저격용 탄환은 두 명이 너끈히 숨고도 남을 정도로 넓게 펼쳐진 엄폐물을 고작해야 수 초만에 철거했다.

        

        해설 역할을 하는 플레임이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캐스터인 피닉스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한 마디 덧붙였다.

        

        

        

       “하하,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스트리머 팀이 순식간에 어드밴티지를 상실하는군요!”

        

       “압도적인 화력이란 이기기 어려운 법이죠. 그것도 사격각이 나오는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리하여 이어지는 교착 상태.

        

        그러나 시간은 프로게이머 팀의 편이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스쳐지나간 예측은 현실이 된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건만, 카토와 에스피어는 바렛과 M6을 이쪽저쪽으로 옮기며 몇 번이고 새로이 사격각을 창출한 다이스에 의해 천천히 한 구석으로 몰아넣어진 후, 기관총이 쏘아낸 노르마 매그넘 탄환에 의해 벌집핏자가 되었다.

        

        정석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전술이 빚어낸 처참한 압살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미안하다. 옆치기 하려고 했는데 그냥 갈려버렸네.”

        

       “자연재해랑 싸워서 진 건데, 미안할 게 뭐가 있어?”

        

       “진짜 그 말이 맞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쪽 팔 못 쓰게 하는 핸디캡이라도 제시할 걸 그랬다야.”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아무리 고티어로 갈수록 한 번의 선택이 많은 걸 뒤집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실질적으로 돈을 받고 대회에 나가는 프로들과 아마추어들의 차이는 현격했다 – 아닌가? 그냥 저 둘이 너무 심각하게 잘해서 그런가?

        

        아무튼 그건 둘째치고, 다시 돌아와서 말하자면 딱히 야식치킨원툴의 잘못은 아니었다. 전술상 크게 나쁜 부분은 없었다. 무리를 해서라도 유진을 자르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으니까.

        

        해당 전술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던 시점부터 두 명 정도가 짤릴 거라고는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명이 잘리든 두 명이 잘리든 유진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것을 전제로 했었는데, 보기 좋게 읽혀버렸다.

        

        그렇게 아무 성과조차 없이, 한 명이 .50 BMG에 의해 다진 고기가 되어버렸을 때부터 이미 승기는 반대로 기울고 있었다.

        

        

        

        한편 승자와 패자에 관계없이 두 번째 경기를 위한 준비가 시작된다.

        

        모든 것이 처음부터 리셋된다. 심지어는 팀마저도. 따라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유진과 다이스 팀은 개별적인 선수들로 분해되었고, 다시 추첨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쨌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자신들은 이제 해방되었고, 남은 일이라곤 이따 방송에서 그 둘이 핸디캡까지 걸렸음에도 어떻게 자신들을 깨강정냈는지에 대해 길고 자세한 썰을 푸는 것뿐이었으니.

        

        한편 그 와중 팀이 결정난다.

        

        

        

       “-두 번째 팀! 다이스와 미카엘이 한 조가 되어 캣워크, 라면엔김밥과 라보쿤을 상대합니다!”

        

       “벌써부터 핸디캡이 무엇이 나올지 감이 잡힙니다. 하지만 이를 반대로 말하면 미카엘 선수 역시도 이를 충분히 예측 가능하단 점이죠. 단순히 방패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핸디캡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카엘 선수의 방패가 굉장히 위력적인 건 사실이지요. 이를 봉쇄하지 못한다면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을 예정입니다.”

        

        

        

        과연 어떻게 나올 것인가.

        

        맵이 구성된다. NBV 사막 기지의 일부를 따온 듯한 건물 일부. 외부엔 모래바람이 불고 있어 나갈 수 없다. 복잡한 다층 구조와 인위적으로 낸 여러 동굴로 인해 맵의 구조는 난잡하다고밖엔 할 수 없었다.

         

        그 가운데 행어에서 이어지는 대화. 그러나 스트리머-일반인 팀의 표정은 자신만만하기 그지없었다.

        

        입이 열렸다.

        

        

        

       “저희가 제시할 핸디캡은…프로게이머 팀의 무장 무게 합이 12kg을 넘지 않는 것입니다.”

        

        

        

        뭐?

        

        그 순간 머리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다크 존을 플레이해오면서 자동으로 계산했던 무게와 스태미너의 상관관계. 그러나 거기에 걸린 거대한 제약이 이들의 발목을 그 무엇보다도 강하게 붙잡고 있었다.

        

        파우치에 탄창과 수류탄 등등이 삽입된 방탄조끼의 무게는 평범하게 생각하더라도 10kg 가량. 거기에 이것저것 부착물이 올라간 총기까지 포함한다면 12kg는 불가능. 그러면 애초부터 성능이 약한 방탄조끼를 선택하거나 그래야만 하는데, 그건 그것대로 굉장한 페널티.

        

        게다가 미카엘의 방패 운용도 자연스럽게 봉인된다. 일반적인 완전무장 상태에서 방패를 들고 돌아다니는 걸 전제로 하는 미카엘. 방패를 포함한 무게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25kg가 넘었다.

        

        

        채팅창도 관객석도, 하다못해 MC들조차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신체의 한 부위에 제한을 거는 1차원적인 방법이 아니라, 그것보다도 좀 더 고차원적이면서 광범위한 제한을 거는 핸디캡. 삽시간에 미카엘과 다이스의 표정이 굳어진다.

        

        확실한 건, 이번에야말로 프로게이머 팀에 상당한 부담이 걸리게 될 예정이었다.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기발한 핸디캡이군요. 프로게이머 팀, 해당 페널티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

        

       “…1kg만 더 주세요.”

        

       “네,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스트리머-일반인 팀이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현 시점부터 페널티가 부여되며, 5분의 전술 조정 시간이 주어집니다!”

        

        

        

        그렇게 극적으로 타결된 협상.

        

        유진과 갬빗을 포함한 모두가 곧 시작될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두 명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었다.

        

        

        

        

        

        

        

        

        

        

        

        

        

        

       “앉아 봐. 지금부터 개쩌는 생각을 들려줄테니까.”

        

       “…그것도 유진 씨한테 배운 말투야?”

        

       “뭐래, 얘는.”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말.

        

        

        

       “기본적인 전술을 생각해봤는데, 저쪽이 무게 제한을 건 이유는 거의 네 방패 운용 때문이야. 만약 네가 핸디캡 없이 저쪽이랑 붙는다면 한참 동안 어그로를 끌 수 있을 테니까. 거기다가 한 명 정도는 잡고 죽는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지.”

        

       “고평가 고맙네요. 내 방패를 정면에서 박살낸 사람한테 들으니 감회가 남다르네.”

        

       “그래. 그러니까 이제 그걸 어떻게든 살려야지. 혹시 맨 몸에 방패랑 권총만 들고 다닐 수 있어?”

        

       “…혹시 미치셨어요?”

        

       “그럴 리가.”

        

        

        

        마주하는 두 시선.

        

        분명 다이스 딴에는 진지해보이려고 한 표정인데, 왜 광기의 불길이 그 사이에서 번들거리고 있는 것 같지 – 물론 입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상대는 KSM에서 2등을 거머쥔 돌아이였으니까.

        

        어쨌든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다.

        

        

        

       “탄도 방패가 11kg 정도 되니, 글록 17에 탄창 다섯 개 정도면 13kg에 아슬아슬하게 못 미쳐. 최소한의 견제는 그걸로 가능하겠지.”

        

       “탄창 다섯 개라, 꽤 빡센데. 너는 일반 무장? 아니면 그 정신나간 대구경 화기?”

        

       “…후자는 작전지속력이 영 별로일 것 같긴 한데, 그건 나름대로 해결 방법이 있을 것 같아.”

        

       “뭔데?”

        

       “네가 방탄 조끼 역할까지 겸임하는 거지.”

        

        

        

        진짜 미친련.

        

        유진이랑 한 달 동안 붙어있더니 아주 그냥 앞뒤 안 가리고 저지르는 정신나간 사람이 되어버렸어 – 하지만 그런 극단적인 날빌이라도 쓰지 않는다면 승기가 불투명하다. 이번에 걸린 페널티의 무게는 그동안의 이벤트 매치 중에서도 가히 최악이었으니.

        

        다이스가 총기를 골랐다. ASh-12.7이었다. 방탄조끼는 없었다. 그저 전술 조끼에 13kg 제한에 빡빡하게 맞출 수 있을 정도의 탄약과 폭발물을 휴대할 뿐.

        

        14발이 들어가는 대형 탄창 일곱 개. 수류탄 다섯 개. 전술 조끼의 몰리와 핀이 함께 연결되어 있어 뜯어냄과 동시에 던져 폭발시킬 수 있는 구조였다.

        

        준비를 마치자 입이 열린다.

        

        

        

       “기회는 아마 한 번일거야. 쟤네들도 그걸 아니까 몰려다닐 확률이 높고.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한 명을 따로 떼어놔야 해.”

        

        

        

        그와 동시에 그녀가 지도상에서 몇 개의 지점을 지정한다.

        

        

        

       “여긴 합류 지점. 내가 한 명을 잘라서 동수가 되면 어느 지점에서 만나서 같이 다녀야 할 거야. 우리 둘 다 방탄복이 없으니까 같이 다니는 게 확률이 높아. 너는 이 근처에서 배회하면서 적이 나타나면 어그로만 좀 끌어주고.”

        

       “그러다가 세 명이 한꺼번에 오면?”

        

       “맵이 좀 크니까 바로 도망가면 돼. 그리고 그 근처에서 내가 정탐하고 있다가, 적이 흩어지면 한 명만이라도 잡아볼 테니, 시간만 끌어줘.”

        

       “하.”

        

        

        

        그러나 다음 순간 변하는 표정.

        

        

        

       “그건 내 전문이지.”

        

       “그럼 시작하자.”

        

        

        

        상의 종료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주변이 바뀐다.

        

        전장의 메마른 향기가 비강을 덮친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동굴 곳곳에서 모래폭풍의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 모래 밟는 소리가 자그마하게 울려퍼지는 사이, 미카엘이 왼손에 방패, 오른손에 권총을 들고 앞장선다.

        

        전진 속도는 극도로 느렸다. 다이스가 전진 대신 잠시나마 주변 망을 봐달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신경쓰지 않고 인내심 있게 기다린 미카엘. 다시 움직임이 재개되고, 이들은 어느새 탁 트인 행어 한복판에 도달했다. 아직까지 인기척은 없음. 주변 지형지물을 살핀 그녀가 미카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뭔 일 있으면 왔던 길 따라서 동굴로 도망쳐.”

        

        

        

        갈라질 시간이었다.

        

        다이스는 사전에 약조했던 지점으로 정찰을 하기 위해 떠났고, 미카엘 역시도 합류 지점 근처의 지형지물을 정탐할 필요성이 있었기에 주변을 돌아다니며 이리저리 확인을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바스락.

        

        

        

       ‘…온다.’

        

        

        

        평소라면 걱정조차 되지 않았을 상황이 오늘따라 유달리 무섭게 느껴지는 와중이었다.

        

        건너편 동굴에서부터 세 명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전부 체계적인 모습으로 정탐 중이었다. 왔던 동굴로 빠질 준비를 함과 동시에 인컴을 통해 다이스에게 덧붙였다.

        

        

        

       “…적 식별. 알파 포인트 건너편 동굴에서 접근 중. 초속 1미터 정도로 주변 정찰 중이야.”

        

       -안 되겠다 싶으면 왔던 길로 후퇴하면 돼. 중간에 인계철선 세 개 있으니까 조심하고.

        

        

        

        도대체 아까 뭘 하나 했더니, 그 사이에 트랩까지 만들어놨네, 이 미친.

        

        하지만 그런 생각조차 슬슬 사치였다. 어느덧 적이 지척까지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방패를 주로 사용하는 이들은 최소한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야만 하는지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고, 나 역시도 그러했다.

        

        다르게 말하면, 위치가 발각되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후퇴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는 소리였다.

        

        

        

       ───찰칵!

        

        

        

       “저깄다!”

        

       “미카엘이다! 점착폭탄 날려!”

        

        

        

        콰아앙!

        

        식별과 거의 동시에 날아든 폭탄. 정확성은 좀 떨어졌기에 신체가 아닌 다른 곳에 맞았지만 그럼에도 상당한 위력이다. 특히나 방패를 제외하면 맨몸 그 자체였기에 평소보다도 모든 종류의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권총을 난사하며 거리를 빠르게 벌린다. 하루에 몇 시간씩 연습하기 때문에 지향사격 정확성은 상당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글록으로는 한 탄창을 다 박아도 실드를 깨기 어려웠기 때문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었다.

        

        

        

       ‘망할, 믿는다…!’

        

        

        

        적을 등진 채 달리는 건 방패 유저로서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러면 적어도 방탄복은 입혀주든지. 그래야 쟤네랑 붙어볼 만하지

        

        황급히 왔던 길로 달려나간다. 좁고 긴 동굴. 다르게 말하면 트랩을 깔기에 최적화된 곳이란 소리였다. 그러나 적들 역시도 쉽게 놓치지는 않겠다는 듯 길게 늘어지는 쇳소리가 들려왔다.

        

        시커 마인. 저게 동굴에서 폭발한다면 기껏 설치한 부비트랩이 부서질지도 몰랐다.

        

        막아야 했다.

        

        

        

       ───타타타탕!

        

        

        

        권총 속사.

        

        바닥을 무지막지한 속도로 굴러오는 추적식 지뢰의 예상 경로에 탄환을 쏟아붓는다. 열두 발을 쏘았지만 맞은 건 단 한 발.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대다수의 기능을 무력화하기엔 충분했다.

        

        쿠구구궁! 무지막지한 화염과 파편, 돌가루가 방패에 부딪혀 밀려나갔다. 몸이 뒤로 밀려나는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지자마자 흙먼지를 방패 삼아 다시 뛰기 시작했다.

        

        

        

       “어으!”

        

        

        

        사선으로 설치해둔 인계철선이 어느 순간 훅 하고 들어왔다.

        

        간신히 피했다.

        

        대략적으로 5미터 간격을 둔 채 설치된 세 개의 인계철선. 수류탄은 바닥이나 천장의 조명에 안 보이게 숨겨진 상태였다. 이런 것도 유진에게 배웠나 싶던 와중 뒤에서부터 들려오는 소리.

        

        통신이 이어진다.

        

        

        

       -동굴로 한 명 들어갔어. 다른 한 명은 옆 통로로 우회했고. 바깥에서 한 명 대기하고 있는데, 그건 내가 곧 잡을 거야.

        

       “뭐?”

        

        

        

       ───아아아악!

        

        

        

        카카카카캉! 퍼엉!

        

        총이라고 하기에는 과도하게 묵직한 발사음. 그러나 기억에 있는 그것 – 얼마 전 아타카이아 화산섬의 불타는 백화점 안에서 내 방패를 미친듯이 갈아내던 바로 그 총. ASh-12.7.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방패가 아니라 사람을 갈아버리는 그라인더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수류탄 터지는 소리까지 있던 걸 보니, 그야말로 말 그대로의 급습을 통해 순식간에 잡아낸 듯했다.

        

        문득 그 과정에서 유진이 생각났다. 그녀가 몇 번이고 강조하길, 킬캐치 과정에서의 시간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으니.

        

        고작해야 3초 안에 하나의 적이 사라지는 걸 보면….

        

        

        

       ‘…거 더럽게도 잘 배웠구만.’

        

        

        

        퍼엉!

        

        상념을 깬 것은 인계철선에 걸린 적에게 가해진 폭발이었다.

        

        다이스가 막 바깥의 적을 처리한 상태였지만, 그녀의 호응이 필요했다. 이제부턴 시간 싸움이다. 내가 샌드위치 당할지, 자신을 따라온 적이 샌드위치당할지.

        

        거기에 답변한 건 당연히 다이스였다.

        

        

        

       -금방 갈게.

        

        

        

        어쩌면 이번 판이 생각보다 쉽게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방패 테크를 탄 사람의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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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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