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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8

        – 장난?

        – 무슨 장난 치실 거예요?

        – 와. 라나님이 장난치신다고 하는 거 처음 봄.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WA! 장난!

       

        “장난을 치기 전에, 우선은 적당히 상황을 보고 싶구나.”

       

        내 장난을 위해서는, 우선 적당한 상황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게임은 첫 시작 시 모든 플레이어가 각자 다른 방에 위치한 채 시작된다.

        즉, 현재 나는 어느 방에 누가 있고, 그들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모른다.

       

        ‘시뮬레이션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변수가 너무 많다.

        그러니 이번에는 잠시 상황을 보는 쪽으로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지만…….

       

        “그럴 필요는 없겠지.”

       

        때마침 내가 시작한 장소는 잡화점이다.

        그리고 잡화점에서 바로 아래로 내려가면, 그곳에는 광장이 존재한다.

        또한 광장에는…….

       

        “호출벨이 존재하지.”

       

        광장 분수대 바로 옆에 존재하는 호출벨.

        시체를 발견했다는 ‘신고하기’ 이외의 방법으로 ‘회의창’을 호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

        나는 ‘호출하기’ 버튼을 눌렀다.

       

        삐이이이익!!

       

        [회의가 소집되었습니다.]

       

        = “응?”

       

        = “뭐임?”

       

        = “뭐예요 언니?”

       

        다행히 아직 아무도 죽지 않은 듯, 8명의 화면이 모두 정상으로 나타났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미안하구나. 실수로 버튼을 눌러버렸단다.”

       

        = “아. 그럴 수도 있죠.”

       

        = “에이.”

       

        = “그냥 모인 김에 하나 달까요?”

       

        = “철수를 추천합니다!”

       

        = “닥쳐 새끼들아!”

       

        아직 게임이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만이 할 수 있는 핑계.

        나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속은 선배들은 천천히 ‘넘어가기’에 표를 던진다.

       

        그렇게 투표 시간이 종료되고.

        8명의 캐릭터들은 전부 광장에 모인 채로 다시 게임이 시작된다.

        그 후 나는 모두의 이동 경로를 확인했다.

       

        ‘위로 하나. 왼쪽으로 둘. 오른쪽으로 셋. 아래로 하나인가?’

       

        나는 오른쪽으로 향하는 포동순대, 나리랑나랑, 철수를 따라갔다.

        이전의 게임 때 잔뜩 대화해서일까?

        같은 공간을 지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간에 오가는 대화는 없다.

        그저 나리랑나랑의 콧노래만이 들려올 뿐.

       

        중간에 포동순대가 일꾼 사무소 쪽으로 내려갔고, 무기 점에는 나와 나리랑나랑, 그리고 철수가 도착했다.

        그 후 각자 흩어져 미션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흠…….”

       

        나 역시 무기점 한쪽 구석에서 미션을 수행하는 척 주위를 살핀다.

        지금쯤 각자 흩어진 이들은 각각의 미션을 수행하고 있을 터.

        설사 미션을 수행하지 않고 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고 하더라도, 바로 무기점으로 올 확률은 극히 낮다.

       

        그렇게 기회를 엿보며 타이밍을 쟀다.

        그리고 철수의 미션이 먼저 끝나기 전에 먼저 자리에서 움직여 부둣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고하거라.”

       

        = “수고하세요~!”

       

        나리랑나랑의 인사를 받으며 부둣가로 향하는 통로를 걷는다.

        하지만 중간쯤에서 멈춰 선 후, 다시 천천히 무기점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쯤이면 철수의 미션이 다 끝났을 시간이다.’

       

        그리고 미션을 다 끝낸 철수가 움직일 방향은 위쪽, 아니면 오른쪽.

        만약 철수가 이쪽으로 다가온다면 2번째 작전으로 방향을 틀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 “흠흠흐~♬”

       

        ‘옳지.’

       

        위쪽으로 사라지는 철수 캐릭터의 끄트머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미션을 하는 중인 나리랑나랑에게 달려가 ‘공격’ 버튼을 눌렀다.

       

        푹!

       

        단숨에 시체가 되어 버린 나리랑나랑.

        그 후 빠르게 ‘변장하기’ 버튼을 누른다.

        그러자 1초의 시간이 지나간 후, 내 캐릭터는 나리랑나랑의 캐릭터로 변화했다.

       

        – 오.

        – 킬 솜씨 끝내준다.

        – 역시 사냥좀 해 보신 느낌이 보임.

        – ㄹㅇㅋㅋ

        – 아! 육식 동물이셨다곸ㅋㅋㅋㅋ

        – 그런데 이제 뭐함?

       

        “그럼, 이제부터 재미있는 장난을 시작해 보겠다.”

       

        캐릭터를 조작해 위쪽 통로로 움직이게 하며, 나리랑나랑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이번 만남 동안 수집한 그녀의 정보를 취합하여, 천천히 내 아바타에 적용한다.

       

        꿈틀꿈틀……!

       

        – ?

        – ??

        – 어?

        – 어라라?

        – 저거 설마?

        – 아닠ㅋㅋㅋㅋㅋ

        – 엌ㅋㅋㅋ

        – 앜ㅋㅋ

       

        아바타의 ‘성대’가 움직이고, 이내 그 형태를 바꾼다.

        그리고 내 캐릭터가 마침내 ‘의상실’에 도착했을 때.

        의상실에 있는 철수와 서시내를 향해 말했다.

       

        “시내님!!!”

       

        = “아, 나랑님!!”

       

        – ????

        – 헐

        – 이건 예상 못했는뎈ㅋㅋㅋ

        – ??

        – 뭐임?

        – 목소리 개 똑같은 거 실환가?

        – 아닠ㅋㅋㅋ 목소리는 그렇다 쳐도, 말투 똑같은 거 뭔뎈ㅋㅋㅋㅋ

       

        채팅창이 빠르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마이크를 잠시 끄며 시청자들에게 대답해 주었다.

       

        “오늘 하루 동안 모은 정보라면, 짧은 대화 정도는 충분히 흉내 낼 수 있지 않으냐?”

       

        이를테면 간단한 인사나, 대답 말이다.

        긴 대화의 경우에는, 본인만 아는 정보나 습관이 존재하기에 하루의 정보 수집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짧은 인사의 경우에는 그런 것이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대상의 말투나 간단한 습관 정도.

       

        – 보통은 무리입니다.

        – 우리는 드래곤이 아닙니다.

        – 우린 못해요.

        – 그런데 나랑님 목소리로 라나님 말투 쓰니까 진짜 이상함. ㅋㅋㅋ

       

        “음. 그건 그렇지.”

       

        그래. 너희들은 인간이었지.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너희들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나는 다시 마이크를 켰다.

        동시에 사보타주를 일으켰다.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이잉!!

       

        화면이 붉게 점멸하고, 위협적인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시한폭탄이 작동되었다는 신호다.

        위치는 각각 경찰서와 강변.

       

        = “아씨. 뭐야?”

       

        = “저 먼저 갑니다!”

       

        “같이 가요!”

       

        여전히 나리랑나랑인 척하며 그들을 따라 경찰서로 달려간다.

        그리고 그곳에는 포동순대가 이미 사보타주 해제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렇게 사보타주가 해제되고.

        나는 나리랑나랑이 할 법한 행동을 했다.

        캐릭터를 좌우로 움직인 것이다.

       

        “순대니임~!”

       

        = “하이.”

       

        이 멤버에서 귀여움 받는 막내의 포지션을 가진 것이 바로 나리랑나랑이었다.

        그렇기에 나리랑나랑과 비슷한 행동을 하니, 다른 이들은 나리랑나랑이 애교를 부리는 것처럼 여긴다.

       

        ‘그럼 이쯤에서…….’

       

        사보타주가 끝나고, 슬슬 흩어지는 다른 일행을 따라 나 역시 움직인다.

        오른쪽으로 쭉 움직여 다시 의상실 근처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다시 사보타주를 발동한다.

       

        이번에 터뜨린 사보타주는 ‘시야 감소’다.

        에일리언을 제외한 다른 이들의 시야를 극도로 줄이는 사보타주!

       

        – 헐.

        – 사보 너무 막 쓰시는 것 아닌가?

        – 사보 딱 한 번밖에 못 쓰는데?

        – 헐.

       

        “잘 보거라.”

       

        재빨리 다시 잡화점으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잡화점 구석에 있는 포동순대의 캐릭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대로 포동순대에게 다가가…….

       

        삐이이이익!!

       

        [사망자가 나타났습니다.]

       

        “음?!”

       

        이 타이밍에?!

       

        – 엌ㅋㅋㅋ

        – 타이밍 뭐임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이런. 아쉽구나.

        5초의 시간만 더 있었다면 ‘공격’ 버튼의 쿨타임도 돌아왔을 텐데 말이다.

        입맛을 쩝쩝 다시며 다시 성대의 형태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그리고 이번 신고자가 누군가 하니…….

       

        ‘블렌드?’

       

        나와 같은 에일리언이 왜 신고를 했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안, 블렌드는 마치 오열하듯 열연을 펼치기 시작했다.

       

        = “사람이! 죽었어요!”

       

        = “아이고! 순이야!”

       

        = “아이고!!”

       

        = “헐. 나랑님도 죽으셨는데?”

       

        죽은 이들은 ‘도돌순이’와 ‘나리랑나랑’.

        그리고 신고자는 ‘블렌드’인 것을 보니…… 아무래도 ‘도돌순이’를 ‘블렌드’가 죽인 모양이다.

        다만 ‘도돌순이’가 ‘외판원’이었기에, 죽인 후 자동으로 신고가 된 모양인데?

       

        – 라나님! 저 어케함? ㅈ됨!

       

        “…….”

       

        블렌드의 채팅이 회의 채팅창에 올라왔다.

        회의 중, 에일리언끼리 비밀 채팅이 가능한 ‘해커’ 직업인 모양이다.

       

        ‘차라리 잘되었나?’

       

        이런 상황을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차라리 좋았다.

        나는 재빨리 손가락을 움직여 채팅을 쳤다.

       

        – 지금부터 내 지시대로 말하거라.

        – ㅇㅇㅇㅇㅇ

        – 먼저…….

       

        = “렌드님! 누구 보셨어요?”

       

        = “어두워서 잘 못 봤는데, 아마 순이님 같아요. 같이 있었는데 썰림.”

       

        = “그럼 알리바이 일단 말해 보죠.”

       

        철수의 말과 함께 각자의 알리바이가 펼쳐진다.

        그리고 이 알리바이에서 가장 불리해지는 것은, 바로 나다.

       

        “나는 부둣가에서 계속 미션을 수행했단다. 그리고 시야가 좁아졌을 때는 일꾼 사무소 쪽에 있었지.”

       

        = “다른 사람이랑 만난 적 없으세요?”

       

        “딱히 없었지.”

       

        = “……수상한데?”

       

        “…….”

       

        그렇다.

        나는 나리랑나랑을 죽인 후, 계속해서 나리랑나랑의 모습으로 움직였다.

        즉, 내가 나리랑나랑의 모습으로 변장한 동안, 내 알리바이는 붕 떠버린다는 것.

       

        이대로라면 내가 범인으로 지목되든, 아니면 의심을 받든 할 것이다.

        그리고 순식간에 감시의 시선이 나에게 몰리겠지.

       

        ‘하지만 여기서 블렌드와 말을 맞춘다면…….’

       

        = “아. 라나님은 내가 봄.”

       

        = “렌드. 네가?”

       

        = “ㅇㅇ. 사보 터지기 직전에 사무소 들어가려고 했거든. 거기서 라나님 들어오시는 거 봄.”

       

        = “그랬나? 왜 난 못 봤지?”

       

        = “내가 들어가자마자 사보 터졌거든. 시야 막혔으니까 못 봤을 수도?”

       

        = “하~! 이럼 또 막히는데.”

       

        나와 말을 맞춘 블렌드의 증언에, 철수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를 하느라 상당히 머리가 아픈 모양이다.

       

        = “일단 보류하죠?”

       

        “음…… 그게 좋겠구나.”

       

        = “그러죠.”

       

        뚜렷한 증거도 없이, 약간의 의문점만을 남긴 채 회의는 종료되었다.

        그리고 회의가 종료되기 전.

        나는 비밀 채팅을 통해 블렌드에게 한 가지 지시 사항을 내렸다.

       

        – ㅇㅋ

       

        “그래.”

       

        그렇게 회의는 종료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장난이 뭔지 예상하신 분들이 많으시군요?

    모습도 똑같고, 목소리랑 말투도 똑같다?

    이건 못 참지. 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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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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