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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8

       *** ***

         

       도박사들이 활동하는 시간은 밤이다.

         

       대부분의 유흥이 밤에 이루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특별할 일도 아니었다. 기루는 밤부터 영업하는 것이 기본이고 대부분의 도박은 기루에서 이루어지니까.

         

       그러나 낮에도 도박을 할 수 있는 장소 정도는 있다.

         

       도박장.

         

       음주가무의 일환으로서 도박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정말 도박만을 즐기는 자들을 위한 공간.

       

       “흐음.”

         

       사적은 패를 던지고는 혀를 찼다. 얼마 전 갑자기 난다긴다하는 도박사들이 대거 잡혀 들어가는 일이 있었다.

         

       현대와 달리 이 무림천하에서 도박은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또 법 앞에서 떳떳한 도박사는 거의 없었다. 도박은 불법이 아니지만 도박사로서의 활동은 사기죄에 걸리기 딱 좋았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잡혀 들어간 도박사들은 며칠 뒤에 무사히 풀려났고.

         

       하나같이 혼이 빠진 듯한 상태로 입을 꾹 다물었다.

         

       “형님! 언제까지 그러고 계실 거요!”

         

       사적은 혼이 반쯤 빠져나간 것 같은 청서를 보면서 소리를 버럭 질렀지만 청서는 묵묵부답이었다.

         

       “어이구! 관에서 정말 고문이라도 당하신 게요? 그 패 좀 만진 것이 무슨 죄라고 사람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어 놔! 학조 형님은 그날 이후로 집에 틀어 박혀서 얼굴 한번 보이지 않고 흑저 형님은 도박판을 떠나 주점에서만 죽치고 있으니…!”

         

       학조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천상루에서 있었던 일은 그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동창이 직접 경고했으니 천상루의 천이라도 입 밖에 내는 날에는 쥐도 새도 모르게 목이 달아날지 모를 일이다.

         

       청서는 동창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입을 열 생각이 없었다.

         

       낙양에서 이름을 날리는 도박사들. 물경 백에 달하는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합을 맞추었다. 천상루가 자리를 제공하고 동창의 협조까지 받아 단 한사람을 상대하고…

         

       거금 삼백 냥을 빼앗겼다.

         

       이런 처참한 패배를 어찌 입 밖에 낼 수 있겠는가.

         

       청서의 뇌리에서 그 날이 떠올랐다.

       

        [죽어.]

         

       그저 그 날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손이 떨려왔다. 껄렁한 자세를 유지하며 서늘한 눈빛을 뿌리는 눈동자가 뇌리에 선명하게 떠올랐고 그 눈동자가 뇌리에 떠오르자 절로 등골이 서늘해지고 식은땀이 났다.

         

       사적은 떨리는 청서의 손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날 있었던 일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저렇게 벌벌 떠는 사람을 다그칠 생각은 없었으니까.

         

       “알겠수. 안 물어보겠수다.”

         

       사적은 청서에게 쉬는 시간을 주기 위해 판에서 일어났다. 다른 판에 끼려고 도박장을 둘러보니 낄 만한 판이 보이지 않았다.

         

       사적은 입맛을 다셨다. 거의 백 명에 가까운 도박사가 한번에 잡혀 들어갔고 풀려나더니 그날 이후 죄다 이상해졌다. 진짜 관아에서 고문이라도 당한 것인지 그때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는 이가 없었고 혼이 빠진 얼굴을 한 이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 덕에 지금 도박장에서 어울릴 만한 이를 찾을 수가 없었다.

         

       도박장은 기루와 달리 가볍게 도박을 즐기는 이들은 거의 찾지 않는다. 기루에서 하는 도박이 훨씬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기루에서는 술을 마실 수 있기에 더욱 짜릿한 도박이 가능하며 구경하는 구경꾼들도 있다. 무엇보다 도박장보다 기루에서 도박을 하는 것이 돈을 딸 확률이 높았다.

         

       밤을 기다려 기루에 가는 대신 술도 못 마시고 구경꾼도 없는 도박장에 와서 도박을 하는 이들은 도박에 진심이라 할 수 있는 이들. 보다 전문적으로 도박을 하는 이들인 만큼 평균적인 수준이 기루보다 훨씬 높았다.

         

       도박사들의 집합소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도박장. 그런 도박장에서도 쉬이 적수를 찾을 수 없을 실력자가 사적이었다.

         

       ‘그 녀석도 없고…형님들은 죄다 상태가 영 별로고…한동안 그냥 기루에서 호구나 잡는 것에 집중해야겠군.’

         

       수준에 맞는 적수가 죄다 이상해졌다는 사실에 입맛을 다신 사적이었지만 이건 다시 생각해보면 낙양의 도박계가 무주공산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런 기회에 한탕 크게 당겨 볼까.

         

       ‘푹 자고 맑은 정신으로 밤에 열심히 일해야겠군.’

         

       낄 만한 도박판도 없어서 그냥 연초나 한 대 피고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불을 붙인 사적은 문득 입구가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세 사람이 도박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히야.”

         

       평범해 보이는 무사 한 명. 어디 부잣집 도련님 같은 귀공자 한 명. 그리고…

         

       절세의 미녀가 서 있었다.

         

       면사를 착용했지만 그 미모를 채 가릴 수 없을 정도의 미녀. 종이로 감싼다 해도 사향가루의 향을 다 감출 수 없는 것처럼 눈을 제외한 얼굴을 다 가린 면사 차림임에도 그 면사를 뚫고 아름다움이 새어 나오는 것만 같은 자태였다.

         

       도박사로 이 기루 저 기루 돌아다니며 꽃과 같은 자태의 기녀를 여럿 보아왔지만 그런 기녀들도차 순식간에 따위로 만들어 버릴 용모.

         

       ‘얼굴을 가렸음에도 이런 생각이 들다니. 놀라운 미녀로군.’

         

       중앙의 평범한 남자, 호천안이 입을 열었다.

         

       “칙칙한 도박장 말고 풍정각에 들려서 낙양 경치나 보면서 바람을 쐬는 것이…”

         

       “선배 도박 실력을 봐야겠으니 빨리 앉으시죠. 본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 믿어요.”

         

       호천안은 흑묘의 서늘한 시선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흑묘의 눈에는 무조건 호천안의 도박을 봐야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드러나 있었으니 호천안은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흑묘와 혁기린이 무슨 대화를 했는지 알 길이 없는 호천안으로서는 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호천안이 무슨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흑묘는 쭈뼛거리는 호천안의 어깨를 잡아다가 아무도 없는 빈 도박상의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는 품에서 전낭을 꺼내 뒤집었다.

         

       촤르르르!

         

       “허엇!”

         

       “금자…”

         

       흑묘의 낙양 관광 자금. 혁기린 그리고 호천안과의 낙양 관광을 기대했던 마음만큼이나 넉넉하게 준비한 금자 삽십 냥이라는 거금이 영롱하게 빛을 발했다.

         

       도박사들의 시선이 단번에 호천안과 흑묘에게 집중되었다.

         

       “이 사람과 승부해 이기는 사람에게 이 금자를 전부 드리겠어요.”

         

       호천안이 입을 떡 벌렸고 도박사들의 눈을 빛내며 경쟁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장 가까운 옆자리에서 도박하고 있던 도박사 한 사람이 호천안의 맞은편 차리에 엎어지듯이 착석했고 주변에서는 아쉬움의 탄성 소리가 메아리쳤다.

         

       도박사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소저 무르기 없기요!”

         

       “두말하지는 않아요.”

         

       “그래, 규칙은 어찌하겠소?”

         

       “도박 종목은 알아서 정하세요. 방식도 두 사람이 원하는 대로.”

         

       “그렇다면 서로 가전을 판돈으로 삼아 상대방의 가전을 먼저 빼앗는 자가 이기는 것으로 하지. 종목은 골패가 어떻겠소?”

         

       도박사는 재빨리 유리한 조건을 걸었다. 진짜 돈을 걸고 하면 만약 잃는다면 곧바로 손해가 되지만 가전을 사용하는 판이라면 져봐야 본전에 불과하니까. 추가로 도박사는 가장 자신있는 종목인 골패를 언급했다.

         

       도박사는 호천안의 동의를 기다렸지만 호천안은 도박사 대신 흑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그냥 선배 도박 실력이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전혀 물러설 기색이 없는 흑묘를 보고 크게 한숨을 쉰 호천안은 혁기린을 설득하고자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어째 혁기린이 기대감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호천안의 어이없다는 시선을 받은 혁기린이 우물거리며 말했다.

         

       “저도 한번쯤은 도박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해서…”

         

       혁기린 역시 흑묘가 왜 이러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혁기린에게는 호천안이 도박을 하는 지금의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가끔 손재주만 봐도 경탄이 절로 나오는 호천안의 실력이니 진짜 도박판에서 실력을 발휘하면 얼마나 대단할까.

         

       대단한 볼거리를 보고 나면 사람의 기분이 풀리기 마련이니…혁기린은 호천안의 도박실력을 보고 흑묘의 화가 풀리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를 걸었다.

         

       그 간절한 눈빛을 받은 호천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아무튼 여기서 일어나기는 글렀구나.

         

       “빠르게 갑시다. 가전은 서로 이십 오 개. 종목은 원하는 대로. 대신 조건이 있소.”

         

       “뭐요?”

         

       “염치가 있어야지. 이기면 이 돈을 가져가는데 아무것도 안 건다고? 지면 딱밤.”

         

       “…좋소.”

         

       상대 도박사로서는 거절할 리가 없는 조건이었다. 애초에 금자 삼십 냥이 걸린 판에 지면 딱밤이라니 거저나 다름 없는 일.

         

       판이 시작되었다.

         

       도박사가 패를 섞기 시작한 것을 한 발 떨어져 구경하는 흑묘는 생각했다.

         

       ‘선배에 대해서 더 알아야 해.’

         

       그저 다점에서는 야바위꾼을 보고 스쳐 지나간 한 줄기 직감에 불과했던 생각은 도박장을 찾아 나서고 판돈을 걸며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

         

       무인으로서의 호천안은 진짜 호천안인가? 흑묘는 그 질문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무인으로서의 호천안은 굴곡이 너무나 많았다. 알수 없는 체질로 인해 강제로 그 뜻이 꺾였고 그렇게 정체되어 있다가 근래에 와서야 간신히 기를 펴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를 폈다고는 해도 아직도 호천안이 넘어야 할 산은 험했다. 체질 때문에 기를 운영하는 것에도 꽤나 애를 먹었으니 앞으로도 또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나지 말란 법이 없었으니까.

         

       ‘무인으로서의 호 선배는 자신의 성향을 그대로 투영하기에는 너무 환경이 각박해.’

         

       이미 일류에 오를 때 영약 하나를 소비했는데도 절정에 오르는 길을 뚫기 위해 영약을 추가로 일곱 개나 섭취해야 한다. 무려 영약을 여덟 개나 섭취해야 절정이 될 수 있다니 곡절도 이런 곡절이 없을 지경.

         

       그에 반면 도박은 어떨까.

         

       흑묘는 호천안의 손기술을 떠올렸다. 다른 도박사들과는 다른 화려한 유형. 허허실실이라 해야 할까. 시선을 현혹시키고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호천안의 도박술은 확실히 다른 이들과 궤를 달리했다.

         

       ‘호 선배의 도박 기술은 호 선배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어. 그러니 호 선배의 도박 역시 본인의 성향대로 진행하겠지.’

         

       흑묘는 여태 그냥 막연하게 호천안과 함께하기만 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만으로는 함께할 수 없었다.

         

       ‘선배는 나를 이해했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어.’

         

       흑묘는 호천안의 모습을 떠올렸다. 흑묘를 이해하기 위해 지리멸렬한 말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 주기도 했고 흑묘가 품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흑묘는 별달리 호천안을 이해하고자 특별히 노력해 본 적이 없었다.

         

       호천안이 어째서 깨달음을 알고 있는지 같은, 서로 파고들어서는 안 될 비밀 같은 것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호천안이라는 사람을 이해하고자 가져야 했던 의문들. 왜 무협지는 그렇게 좋아하는지. 왜 도박사로서 이름을 알리지 않으려 하는지. 왜 애써 익힌 도박기술을 손쉽게 타인에게 전수해 주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었던 점은 수없이 많았지만 흑묘는 파고들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알아야 해.’

         

       혁기린의 심경고백을 듣고 감정이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흑묘의 마음에 최종적으로 남은 것은 진한 의문이었다.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 혁기린에게 깨달음을 준다는 것은 꽤나 위험한 선택이었다. 흑묘는 제 3자이기에 알 수 없었던 세 사람만의 감정의 교류를 생각해 보아도 위험한 일은 위험한 일이었다.

         

       이유.

         

       호천안이 그런 판단을 한 이유를 흑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이 닿고 나서야 흑묘는 깨달았다. 애초에 호천안이라는 사람을 이해하고자 노력한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호천안의 생각을 간파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호천안을 도박판으로 끌고 들어왔다. 호천안 본연의 모습이 가장 잘 투영되어 있을 호천안의 재주를 두 눈으로 목도하기 위해 이곳에 들어와 금화를 뿌렸다.

         

       흑묘는 골패를 집어드는 호천안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본 모습을 보여주세요. 선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듀얼에는 듀얼리스트의 혼이 담긴다지?

    [Serenelyglow]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밤을 새게 만드는 소설이라닛…! 최고의 칭찬이군요! 앞으로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후원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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