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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8

       《자. 이럴 때는……일단, 여기까지 파고 들어갑니다. 그러면, 여기서 문제 드릴게요. 이렇게 깊게 들어왔다가 적들을 만나면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어……고립되니 죽지 않을까요……?》

         

        《정답이에요. 역시 우리 제자 1호. 자, 다들 박수.》

         

        -짝 짝 짝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 박수를 치면 어쩌자는 건지. VR도 아니고 키보드 마우스로 플레이하면서 박수를 치고 있다니, 말 그대로 손을 놓고 있는 상황 아닌가.

         

        쏟아지는 채팅들 역시 그 사실을 지적하고 있었으나- ‘나보다 약한 자들의 의견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지론을 가진 이예나의 박수소리는 여전히 리드미컬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러니 다급해지는 건, 저티어 학생들을 대표하여 게임 관전석에 강제로 앉혀진 별포크 뿐이었다.

         

        《어, 어! 저기! 저기 상대 와요!》

         

        《괜찮아요. 저 쪽에서 안 보이는 각도라. 이런 각들은 나중에 다 외워 두시고…… 아무튼 고립되면 죽는다, 가 정답이에요. 상대도 이건 알테니 도적을 포위하러 옵니다. 괜히 쉬운 킬을 방치했다가, 도적이 딜러 뒤에서 나타나는 건 싫을 테니까.》

         

        《아니, 오잖아요! 보이는 것 같은데요?!》

         

        《방플 아닐까요. 운이 좋은 사람이거나. 아무튼……하고 많은 선택지를 다 포기하고, ‘도적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만 하는 상대의 움직임은 뻔해지기 마련이에요.》

         

        박수를 멈춘 이예나는 어느새 은신한 상태로 빠져나가고 있었으나- 시야에서 사라졌을 것임에도, 천천히 접근하던 광전사는 망설임 없는 돌진을 시작했다.

         

        더 이상 숨길 생각도 없는 명백한 방플의 증거.

         

        《음……운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부웅!

        

       느긋한 목소리와 대비되는 날카로운 공격음이 울려 퍼졌으나- 거대한 도끼는 당연하다는 듯이 허공을 갈랐다.

       

       회피라기보다는, 예측에 가까운 동작. 

       

       《자. 저렇게 당당하게 돌진하는 광전사가 혼자 오고 있을 리 없어요. 뒤에서 퇴로 차단할 기사 하나 정도는 왔다는 건데……. 그러면, 이제 상대 진영은 무게중심이 후방으로 쏠렸고, 지상은 반대로 4대 5가 되었네요. 이게 무슨 뜻일까요.》

          

       단 한 걸음을 비켜 섬으로써 도끼날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낸 이예나는, 설명을 이어나가며 빠르게 전장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목을 베어낼 수 있는 적으로부터 도망치는 건, 분명 플레티넘 정도의 실력을 전제로 하겠다는 호언장담 때문이겠지만-

         

       그러면 그 티어에서 저런 회피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별포크는 그리 떠오르는 의문을 던지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담았다.

         

        의도야 어찌되었든, ‘트롤픽을 종용하면 안 돼요!’라고 외치며 강의 방송의 흐름을 끊어 먹었으니……그나마 무난한 지금의 실습 방송에는 협조해야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지상은 우리가 유리하다는 뜻인가요?》

         

        《음……반만 맞았어요. 정확히는, 지상에서 우리가 능동을 가진다는 의미예요. 이러면 우리가 뭘 해도 상대는 거기에 끌려와요. 개가 흔들면 흔들리는 꼬리처럼.》

         

        느긋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강의는 발전된 지하 운영법의 맥을 제법 정확하게 짚고 있었다.

         

        설명은 상당히 불친절했으되, 요지는 단순했다.

       

       포지셔닝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어지럽히며 후방으로 인원을 돌리게끔 강요하여, 전방에서 수적 우위를 가지게 된 아군이 능동적으로 전장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이제 겨우 시즌1이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이기에 생소할 뿐, 시즌이 이어지며 여러 개념이 정립된 후에는 누구에게나 상식이 될 운영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그리고 우리의 능동을 어디에 쓸지는 사실상 도적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요. 혼자 앞에 있으니까 어디로 가도 먼저 도착하잖아. 그러니까……이제 이 게임은 잠시 동안 도적 마음이에요. 꼬리를 흔드는 개의 목줄을 잡은 사람, 같은 느낌.》

         

        《우리 팀이 도적이 하는 거에 호응 안 하면요……?》

         

        《그러면, 뭐. 개한테 물린 거니까. 무는 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 대답 안 하면 안 될까요…….》

         

        불지르는 방법을 강의하겠다는 취지에 과도하게 충실한 탓이었으리라.

         

        * * * *

         

        야심차게 시작된 교육방송이었다. 야심을 품은 사람에 다소 문제가 있는 탓에 교육의 방향에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으나- 여하튼 본질은 그러했다.

         

        어쩌다 보니 무려 참관 학생까지 준비된 교육이었으니, 제법 구색을 갖춘 강의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다행스럽게도 – 성황리에 진행되던 강의는 한 시간 가까이 정지된 상태였다.

         

        첫 게임 이후로, 다시는 도적을 픽할 수가 없었던 탓이다.

         

       이예나조차도 예측하지 못한 사태였다. 언제나 불굴의 의지로 도적을 플레이 해왔으니. 차분한 듯하면서도 정신나갈 것 같은 소통과 함께 게임 속 전장을 누비던 그녀를, 이제 와서 누군가가 저지할 수 있을 리가.

         

        그러나 굳이 말하자면, 이예나를 막아선 건 그녀 자신이었다.

         

        언제고 지켜왔던 원칙이 문제였다. 다른 사람이 도적 선픽을 외치면, 일단 양보부터 하고 본다는.

         

       그러나 월드시리즈 결승을 기점으로 세상이 변해버렸기 때문일까.

       

       돌리는 모든 큐마다 선객이 있었다.

         

        [스넥: 도적지하]

        [제로투르: ㄷㅈㅈㅎ]

        [스넥: 도적 선]

        [제로투르: 2도적 ㄱ]

         

        그것도, 최소 2명씩.

         

        [스넥: 지랄 말고 니가 기사 뛰자]

        [스넥: 전적 확인 ㄱ]

        [르메잉: 4픽이 승률 더 높네]

        [제로투르: ㅇㅇ 그렇네]

        [제로투르: 하지만 난 픽 순서가 더 높지]

        [르메잉: 걍 2픽이 양보하면]

        [르메잉: 하 씨발……]

        [르메잉: 도적하는 새끼들은 꼴픽이 패시브임?]

        [도적부흥운동중입니다: 음……]

         

        《음……시청자 참여를 하는 분들일까요. 그런 거여도 어쩔 수 없기는 한데……다 그런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도적 픽에 실패하기를 다섯 번째. 처음 두 번은 웃으며 파머 역할을 자처했고, 몇 번은 닷지를 하며 아이디를 바꿨던 이예나였지만, 결국은 약간 힘이 빠진 걸까.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우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불과 얼마 전까지-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팀원들도 도적의 뜻에 따라주게 되어 있어요. 말을 할 필요 없답니다. 일단 리치방의 문을 열고, 리치한테 단검을 두 자루 모두 던져보세요.’ 따위의 말을 할 때의 톤과 대비되는 탓에 더욱 울적하게 들리는 어조였더랬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배우들아 눈치 좀 챙기자 ㄹㅇ】

         

        막혀버린 흐름에 답답함을 느끼는 건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흠……슬슬……】

         

        그 유명한 도적 한 번 생방송으로 보자고 찾아온 이들이었다.  단검 그림자조차 구경 해보지 못한 채 벌써 몇 분 째인가.

         

        나름 책임감을 느끼던 별포크는 지푸라기를 잡듯 이런 저런 제안을 던져보았으나-

         

        《어, 그, 차라리 제가 큐를 돌려서 도적을 잡아보면 어떨까요? 강, 강하게 나갈게요!》

         

        《나쁜 생각은 아닌데. 실시간으로 배우시기엔 어려울 거예요. 불지르는 것도 절묘한 테크닉이 필요한 거여서……네.》

         

        이예나는 옅은 한숨과 함께 나지막히 거절할 뿐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린 상황에서 게임 플레이를 통째로 맡겼다가는 별포크에게 불필요한 어그로가 쏠릴지도 모른다, 하는 걱정이 앞선 탓이었다. 

         

        그렇게 잠시, 침묵이 흐르고.

         

        《이렇게 할까요.》

         

        부계정으로 접속했던 나오나를 종료한 이예나는 메모장을 켜서 화면 가득 띄웠다.

         

        《물론……시청자 참여를 시도하는 분들이 많아서일 수도 있기는 한데. 지금 보니까, 픽을 하는 건 문제가 없네요. 네. 다들 씩씩하게 잘 고르시고……도적이라고 바로 트롤하는 분들은 잘 안 보이고.》

         

        무수한 물음표와 함께 어디가 문제가 없냐, 문제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채팅들이 올라오는 와중에, 이예나는 잠시 고민하는 듯 침음성을 흘렸다.

         

        《집단지성을 모아볼까요. 도적2지하가 정답인 건 이제 다들 알 텐데. 하위 티어 솔랭에서 분쟁이 생기는 이유가 뭘까요.》

         

        『정답이요…?』

        『내가 이세카이에 왔나』

        『어지럽네 진짜』

        『선생님 출제오류같은데요』

        『정답이긴 해』

        『다이아 미만 도적 금지임 ㄹㅇ』

       『아무리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이랑 2지하를 어케 함』

        『리그 전략 솔랭에 쓰는 병신들은 나가 뒤져야』

         

        그렇게 여러 채팅들이 어지러이 채팅창을 메우는 광경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흐응……. 음. 흐음…….》

         

        한참을 묘한 소리를 내며 고민하는 듯하던 그녀가 이내 키보드를 힘있게 두드리자-

         

        하얀 메모장에 떠오른 건, [증명]이라는 두 글자였다.

         

        《그러니까, 요약하면……프로팀은 프로팀이고 솔랭은 솔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고, 급조된 팀에서 도적을 믿고 운영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드물다……가 되는 것 같네요. 응.》

         

       이어서, 조잡한 타이머가 방송 송출 화면에 떠올랐다. 어디인지도 모를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타이머. 오버레이로 설정하는 방법 따위는 모르는 건지, 브라우저 크기 자체를 줄여서 자그마하게 띄워 둔 상태였더랬다.

         

        ‘아따먹’으로 접속된 나오나 화면 한 구석에서, 41:24:00에서 줄어들고 있는 상태의 타이머.

         

        《그러면, 솔랭에서도 증명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시즌 1 종료 시간을 나타내는 타이머였다.

       

       《도적이나, 다른 도적 받쳐주는 파머. 둘 중 하나만 할 거예요.》

       

       그리 말하며 방제를 변경한 이예나는,

       

       [도적부흥운동 – 등산(노방종)]

       

       《어디까지 가야 불신자들이 사라지나 볼까요.》

       

        어째서인지, 조금은 씁쓸한 느낌으로 웃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장염은 정말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약과 이온음료가 없던 시절이었다면 사람이 죽어도 이상할 것 없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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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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