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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8

       “너……!”

       

       상대가 빙결계 마법사라고 생각하고 전류를 쏘아보낸 것이 패착이었다.

         

       “크히히……! 설마 이중 속성이었을 줄이야!”

       

       클레망은 재빨리 마력사를 전개해 올리비아의 이동을 틀어막았다. 아무리 그가 대마법사라고 한들, 정신 계열 마법은 발동 조건이 까다로워 전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이다. 괜히 전류를 쏘아보냈겠나.

         

       기습이 실패한 급박한 상황.

         

       하지만 그럼에도 클레망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가시지 않는다.

         

       고위 마법사, 그 중에서도 이중 속성 술사의 혈액을 채취한다면 얼마나 많은 마력을 얻을지 예측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클레망에게 올리비아는 귀한 영약 덩어리나 마찬가지였다.

         

       곧바로 전류 차폐막을 형성한 다음 공간 내부의 열을 끌어올려 빙결 마법의 위력을 낮춘다.

         

       올리비아의 손발을 묶었다고 판단한 그 순간, 클레망은 보조 술식을 운용해 올리비아의 관절을 꿰뚫을 칼날을 만들어낸다.

         

       키이잉!

       

       음속의 속도로 쏘아진 마력의 칼날.

         

       고위 기사들의 오러도 가볍게 꿰뚫을 만큼의 관통력을 가진 칼날답게, 올리비아의 로브를 가볍게 파고든다.

         

       상대가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쏟아지는 마법의 향연.

         

       콰지지지직!

       

       찰나의 순간 상대의 마력 패턴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수단을 강구하여 제압하는 것은 대마법사인 클레망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푸화아아악!

         

       힘없이 널브러지는 금빛 로브.

         

       하지만 그 로브에 핏물이 묻어나오는 일은 없었다. 마력 칼날이 올리비아의 몸에 닿는 순간, 그대로 흡수되듯 빨려들어갔기 때문이다.

         

       “……무슨?!”

         

       클레망이 새된 소리를 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방금, 분명 올리비아의 주변 공간이 일그러진 것만 같았다.

         

       피잇……!

         

       그 증거로, 방금 클레망이 쏘아보냈던 마력 칼날이 등 뒤에서 나타나 그의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

         

       “사, 사사사삼중 속성이라고?”

         

       그제서야 올리비아가 기량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클레망이 신음을 지르며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지만.

         

       “아니. ‘제대로’ 쓸 수 있는 건 두 개 뿐이야. 나머지는 그냥 보고 따라하는 수준에 불과하지.”

         

       담담한 목소리와 함께, 올리비아의 손끝에서 미증유한 힘이 피어오른다. 동시에 묵직한 충격이 클레망의 육체를 강타한다.

         

       쿠우우웅!

         

       중력에 몸이 짓눌림과 동시에 바닥이 파여들어간다. 실드로 몸을 보호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더라면 걸레짝이 되었으리라.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평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원래 직접 보기 전까지 믿지 못하는 미련퉁이들이 있지. 클레망 당신처럼 말이야.”

         

       올리비아는 그렇게 말하며 화염구를 만들어 다채로운 속성을 부여한다.

         

       “주 속성은 아니라 통제하기는 까다롭지만, 얼추 아홉 개 정도는 무난하게 융합할 수 있지. 뇌전, 빙결, 중력, 공간, 화염……세기도 힘드네.”

         

       온갖 속성이 뒤섞여 검은 빛을 띄는 마력 덩어리를 그대로 클레망의 허리춤을 향해 찔러넣었다. 동시에 쏟아지는 엄청난 고통.

         

       “크, 크아아아아악!”

       “질문 하나만 할게. 정말로 당신보다 강한 정신계 술사가 한 명도 없나?”

        “어, 없다……!”

       “확실하게 하고 가려고 그러는거야. 당신을 못 믿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조금만 더 맞자.”

       “끄아악! 아악!”

         

       복도에 비명이 울려퍼진다.

       

       만약 진리에 도달한, 혹은 그에 준하는 정신계 술사가 있다면 클레망 정도 되는 좋은 손패를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최소한 간부직으로는 써먹거나, 커넥션은 유지하고 있었겠지.

         

       올리비아가 이토록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 또한 그 때문이었다.

         

       저번에 아우렐리아가 록파에 빙의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라는 추측 때문이었다.

         

       그렇게 몇 분을 더 기다린 올리비아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아니었나보네. 정말로, 당신보다 강한 정신계 술사는 없었던 모양이야.”

       

       이제는 대답조차 하지 못하는 클레망을 보며 올리비아가 웃었다.

         

       “죽이진 않을게. 물론 앞으로 마법사 구실은 할 수 없을 테지만……그 머리는 어딘가에 쓸 데가 있을 테니까.”

       “……!”

       

       끔찍한 최후를 직감한 클레망이 눈을 부릅뜨고 발버둥쳤다. 그는 발발거리며 기어간 다음 올리비아의 발목을 붙잡았다.

         

       “아, 안 돼……! 차차차라리 날 죽여!”

       

       하지만 올리비아는 그 말을 무시하고 클레망의 심장 부근을 향해 손을 가져다 댔다.

         

       “방금 당신이 말했잖아. 고위 마법사의 혈액은 쓸 데가 많다고.”

       “제, 제제제제발! 하, 한 번만 기회를……! 제자들! 대륙 곳곳에 내 제자들이 퍼져 있네! 아무리 자네가 강하다고 한들, 그들이 작정하고 자네의 주변을 어지럽히면 편치 못할거야! 미래를 생각하게! 노예가 되라면 될테니까!”

       

       올리비아는 그 말을 듣고 입을 다문다.

         

       이걸로 더욱 확실해졌다.

         

       진리에 도달한 정신계 술사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클레망을 버렸을 가능성? 대마법사 같은 귀한 전력을 그렇게 쉽게 버릴리가.

         

       콰지지지직!

       

       올리비아는 추한 변명을 더 들어주는 대신 클레망의 심장 부근에 응집되어 있던 마력을 그대로 깨부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올리비아의 순도 높은 마력으로 몇 번 두들기자, 부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작은 폭발이 일었다.

         

       “아, 아아아아아! 안 돼! 안 돼…….”

         

       육체를 이루던 마력이 빠져나가며, 클레망의 육체가 순식간에 노화했다. 머리는 하얗게 세는 지경을 넘어 아예 뽑혀나갔고, 피부는 슬라임의 그것처럼 쭈글쭈글해졌다.

         

       올리비아는 넝마가 된 클레망의 몸을 대충 마력사로 묶은 다음, 그대로 건물 바깥으로 나왔다.

         

       끈이 끊어진 것처럼 쓰러져 있는 행인들. 클레망의 조종에서 풀려난 여파였다.

         

       블링크 마법을 사용해 건물 옥상에 착지한 올리비아는 그 자리에 클레망을 놓은 다음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만 구경하시고 나오세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지만, 올리비아의 표정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이 미친 관음증 환자새끼.’

         

       물론, 올리비아는 암주의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진리에 도달했을 때조차 감지하기 힘들었을진데, 그보다 한참 뒤떨어지는 지금 순간에 그를 감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강짜를 부리는 이유는.

         

       [남은 시간 : 2분 12초]

         

       멈춰있어야 할 시간이, 계속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귀자가 주변에 있을 때만 움직이는 이 타이머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게 무슨 뜻이겠나.

         

       암주는 처음부터, 올리비아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올리비아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연다.

       

        “안나오시면 이번엔 2지부를 뒤집을거에요.”

         

       한 번만 더.

         

       “제가 못 할 것 같아요?”

       [……그러면 그때야말로 네 목숨이 다하는 순간이겠군.]

         

       옥상 건물의 그림자 틈에서 팔짱을 낀 채로 나타난 흑발의 남성.

         

       [흠. 분명 탐색하는 듯한 기색은 없었는데. 운일리는 없을테고……혹시 육감이 좋은 편인가?]

       “눈썰미가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죠.”

         

       철퍽!

         

       진흙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클레망의 육체가 바닥에 나동그러진다.

         

       암주는 그 처참한 모습을 보며 웃음기를 띄웠다. 처음부터 이런 결말을 기대했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멜리나의 제자답게 손속이 아주 사납군. 소문답지 않아.]

       “받은 대로 갚아주는 편이라서요.”

       

       올리비아는 발로 클레망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이거, 가지세요. 대충 휘발성 영약 몇 개 집어먹이면 아티팩트 만드는 노예로도 사용할 수 있을 거에요. 피를 뽑아다가 마력 촉매를 만들어 팔아도 될거고요.”

       [……가차없군.]

       “그러면 거절인가요?”

       [당연히 수락이다. 생각보다 업계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잠시 놀랐을 뿐.]

         

       암주가 손짓하자, 클레망의 육체가 그림자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나저나 나름 걱정되셨나보죠? 처음부터 뒤따라오신걸 보면. 뭐, 스승님께 따로 언질은 해드릴게요. 암주께서 애프터서비스를 확실히 해주셨다고.”

       [……쓸데없는 소리. 대마법사를 넘겨준 값은 나중에 따로 치뤄주지.]

       “그럼 말하지 말까요?”

        […….]

         

       찌릿.

         

       사나운 시선이 느껴진 것도 잠시, 암주의 육체가 그림자로 화해 사라졌다.

         

       화아악!

         

       타이머가 완전히 정지한 것을 확인한 후에야, 올리비아가 혀를 찼다.

         

       “……솔직하지 못한 인간 같으니.”

       

        암주는 암살자답게 엄청나게 편집증적이고 까다로운 성격이지만, 멜리나의 제자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면 그렇게 다루기 어려운 상대도 아니다.

         

       괜히 몰살 회차에서 끈 떨어진 황녀의 스승 역할을 도맡은 것이 아니다.

         

       ‘이렇게 된 이상 아리아라도 만나봐야겠어.’

         

       아리아 황녀는 이 시점에도 자신과 ‘친우’ 관계였으니까.

         

       굳이 금탑주 멜리나의 수제자라는 명분이 없어도 언제든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운이 좋다면 그녀의 진짜 의중을 떠볼 수도 있겠지.

         

       파앗!

       

       올리비아의 신형이 사라지고, 일대를 뒤덮었던 마력이 일시에 소멸한다.

         

       직후 펼쳐진 완전히 새로운 풍경.

         

       안타깝게도 황녀궁은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텁텁하고, 어두운 공간. 그렇다고 지하 감옥처럼 더럽지도 않은.

         

       “……여긴?”

        “공간이동 제어실이야. 허가받지 않은 공간이동일 경우. 강제로 좌표를 이곳으로 비틀어버리지. 당연히……네 스승님의 작품이고.”

         

       올리비아의 등 뒤에서 울려퍼지는 담담한 목소리.

         

       동시에 타이머의 시계 또한 째깍거리며 흘러가기 시작한다.

         

       “……네가 여기 왜 있어?”

       “견학.”

       

       다른 곳도 아니고, 최중요 보안시설에 견학이라니.

       

       “그 말도 안되는 핑계를 들어줬다고?”

       “당연하지.”

         

       아리아가 웃었다.

         

       “가끔씩 까먹는 모양인데. 난, 아직 ‘순진하고 멍청한’ 황녀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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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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