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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8

       “안 됩니다! 스승님!”

       

       한서우는 그녀의 웃음을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이었다.

       

       아무리 한서우가 천마신교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는 하나 이 곳에서 머무른 세월만 하여도 몇 년이다.

       

       신교가 어찌 굴러가는 지에 대해서도 대충 알고 있다.

       

       스승께서는 매일 자신이 없어도 신교는 잘 굴러갈 것이라 이야기를 하지만 한서우가 보기엔 다르다.

       

       저들이, 특히나 신교에서 지위를 지닌 광신도들이 저 알아 신교를 이끌어나가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그 중심에 스승님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천마신교의 살아 움직이는 신이 갑작스레 사라져 버린다면 그들은 커다란 혼란 속에 빠지리라.

       

       어쩌면 천마를 찾겠다는 명목 하에 다시금 무림의 세상에 발을 뻗을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 후에 존재하는 것은 새로운 정마대전이다.

       

       그 결과가 어찌될 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정파는 화령 한 사람에게 무너질 정도로 약화된 상태.

       

       그런 상황에서 세력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는 천마신교의 습격을 감당해낼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정마대전이 일어나면 정파는 분명 멸한다.

       

       한서우는 천마신교의 세력이 무림을 지배하게 되는 것 자체엔 별 감흥이 없었다.

       

       그는 무림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아니고 심지어 정파에 적을 둔 적도 없는 사람이니까.

       

       한서우가 신경을 쓰는 부분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만약 정파가 멸망한다면 얼마나 많은 유저가 화룡무인을 접을까.

       

       안 그래도 오래 되어서 고일대로 고여버린 이 게임이 그리 커다란 파동을 견딜 수 있을까?

       

       한서우는 그를 확신하지 못했다.

       

       “절대로 안 됩니다!”

       

       그래서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의 스승을 막기 위해서.

       

       백화령은 한서우의 고함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손가락으로 한서우를 가리켰다.

       

       그러자 그의 입에 자물쇠라도 채워진 듯 움직이지 않았다.

       

       “시끄럽다. 제자야. 내가 기막으로 소리를 막아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다른 놈들이 이야기를 듣고 여기로 찾아왔을 것 아니냐.”

       

       그 사이에 기막을 펼치셨다고?!

       

       방금 한서우가 일부러 큰소리를 낸 것은 장로들이 찾아와 그녀를 말려주길 바라서도 있었다.

       

       그런데 그 의도를 예상이라도 했다는 것처럼 막아내시다니.

       

       한서우는 새삼 백화령이 상식 외의 존재임을 깨달았다.

       

       “발악해도 의미 없으니 시끄럽게 소리 지르지 말거라. 알겠느냐?”

       

       한서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화령이 자신의 기를 거두었다.

       

       그제서야 한서우는 다시금 입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놈아. 내 어디 며칠 동안 사라진다 한 것도 아니고 밤중에 잠시 갔다 다시 돌아올 생각이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것이야.”

       

       신교로부터 화산까지의 거리가 얼마인데 하룻밤 사이에 왔다갔다할 수 있다는 소리십니까.

       

       험악한 산맥 몇 개를 넘어서야 겨우 도착할 수 있을 터인데.

       

       아무리 스승께서 드높은 경공을 가지고 있다 하여도 그는 불가능합니다.

       

       그리 생각을 하던 한서우는 자신을 향하는 스승의 시선를 보고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나를 저리 보신다는 것은.

       

       “그래. 제자야. 협력하거라.”

       

       유저가 지닌 공간 이동 기능을 써먹겠다는 소리시겠지.

       

       “싫습니다.”

       

       한서우는 단호히 거절했으나 그 이야기를 듣고서도 백화령은 히죽거리며 웃을 따름이었다.

       

       “허어. 제자야. 그럼 본인은 몰래 이 곳에서 빠져나가 내 발로 다녀오는 수밖에 없다만은?”

       “정녕 그리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게 싫다면 본인을 막아보아라. 신교의 일원칙이 무어냐.”

       “강자존입니다만 제가 어찌 스승님을 막습니까!”

       “그럼 얌전히 내 말에 따라야지.”

       

       백화령의 말은 억지스러웠지만 한서우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그녀를 돕건 돕지 않건 그의 스승은 신교를 탈출해 화산의 부지로 갈 생각이었다.

       

       그를 막을 방법? 그런 게 한서우에게 있을 리가 없다.

       

       백화령은 수많은 강자들이 즐비한 무림에서도 최고수의 반열에 오른 강자.

       

       그녀가 마음을 먹는다면 신교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을 따돌리는 것도 무리가 아닐 지언데 한서우 같은 무인 나부랭이가 어찌 그녀를 막겠는가.

       

       고민을 이어나가던 한서우는 결국 자신의 스승을 돕기로 했다.

       

       스승님이 무작정 탈주하여 며칠 동안 신교가 혼란에 빠지는 것보단 자신이 돕는 편히 훨씬 더 나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잠시 기다려 주시지요.”

       

       한서우는 기능 창을 켜서 공간이동을 준비함과 동시에 화령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천마님이 화산의 부지로 향하고 있으니 최대한 빨리 접속을 해달라고.

       

       …그런데 지금 시간 상 평범한 사람이라면 잠을 자고 있을 시간 아닌가?

       

       “그런데 스승님. 지금 가면 민가 그 분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만.”

       “어째서냐?”

       “그 분도 외부인이지 않습니까. 지금은 휴식을 취할 시간입니다.”

       “그래? 그럼 거기에 가서 그 녀석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겠구나.”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찾는 사람이 있을 때 방문을 하겠다고 말을 하지 않나?

       

       그리 생각을 하던 한서우는 자기 스승님의 옆에 쌓인 두루마리를 보고는 스승의 의도가 무엇인지 눈치챘다.

       

       “스승님. 그냥 땡땡이를 치고 싶으신 거 아닙니까?”

       “무엄하구나. 세상을 살아오며 온갖 수난을 겪어 온 본인이 이까짓 두루마리가 두려워 도망을 칠 듯 싶더냐?”

       

       백화령은 그리 말을 하고 있었지만 의도적으로 두루마리를 쳐다보지 않는 것이 일을 하는 게 그리 달가워 보이진 않았다.

       

       “그럼 일을 하다 가지요. 민가 그 분이 세상에 들어오면 제가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언제 그 사람이 돌아올 줄 알고?”

       “외부인끼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한서우의 말에 잠시 입술을 달싹이던 백화령은 이내 붓을 내려놓고 팔짱을 끼더니 너무도 당당하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그래. 본좌는 일을 하는 게 싫다! 어쩌라는 게냐!”

       

       그 모습을 본 한서우는 어이가 없어서 자기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역시 신교의 사람들은 정신이 나간 게 틀림없어.

       

       아무리 스승님이 뛰어난 무인이라지만 이런 사람을 신으로 모시다니.

       

       “자. 본좌를 화산까지 데리고 갈 영광을 주겠다. 어서 기능을 사용하도록 하라.”

       “하아. 알겠습니다.”

       

       지금 저리 말하시는 걸로 보아서 화령님을 만나고 돌아오기 전까지는 책상 앞에 얼마나 오래 앉아있던 간에 두루마리는 처리하지 않으시겠지.

       

       실수했다.

       

       화령님에 대한 이야기는 저 두루마리들을 모두 없애버린 뒤에 했어야 했는데.

       

       공간 이동 기능을 활용해서 화산의 부지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 어둑어둑한 밤 하늘 아래에 말라비틀어진 숲을 보고서 눈살을 찌푸렸다.

       

       음산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그 풍경은 죽은 자가 원한을 가지고서 세상을 돌아다니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제자야. 화산이 원래 이런 곳이었느냐?”

       “아뇨. 여기가 척박한 돌산이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럼 어찌하여 이리된 것인가.”

       

       한서우는 스승의 물음에 자기가 아는 바 내에서 성실히 대답을 건넸다.

       

       화산의 문주와 혈교가 협력해서 만들어냈던 사술에 관하여.

       

       이 드높은 산의 모든 생기를 빨아먹은 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백화령은 침음성을 흘리다 이렇게 말했다.

       

       “혈교주 그 놈. 잡 것이라 생각하여 별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만 마냥 무시할 상대는 아닌가 보구나.”

       

       그리고서는 품 안에서 도장을 하나 꺼내어 한서우에게 던져 주었다.

       

       “저어. 스승님. 이것은?”

       “너는 돌아가서 그 두루마리를 처리하고 있도록 해라.”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던진 말에 한서우의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이 떠올랐지만 그는 당장 물어야 할 것부터 입에 담았다.

       

       “그럼 돌아올 때는 어찌 하려고 그러십니까.”

       “네가 데리러 와야지. 내 그 민가라는 녀석을 통해 연락을 줄 터이니 그 때 오도록 하거라.”

       “…예?”

       “왜 네가 그러지 않았느냐. 외부인끼리는 연락할 수단이 있다고.”

       

       그렇긴 합니다마는.

       

       아무리 그래도 제자 혼자 돌아가서 일을 처리하고 있으라는 건 좀 그렇지 않습니까?

       

       “스승님. 당신께 올라오는 서류들은 하나 같이 천마신교에서 중요하기 그지없는 일들일 터인데 그를 외부에서 온 저에게 맡겨도 되는 겁니까?”

       “무얼. 대충 읽고 괜찮다 싶으면 도장을 찍어주면 그만이다. 택도 없는 것은 애초에 나한테 전해지지도 않으니까. 이전에 해 본 적도 있지 않으냐.”

       “그 때는 스승님과 함께이지 않았습니까.”

       “제자야. 언제까지고 스승의 품 아래에서 머물 셈이더냐! 이제는 독립을 할 때가 되었다!”

       “독립이란 단어를 사용하기엔 부적절한 상황이 아닙니까?!”

       

       한서우가 경악을 하건말건 백화령은 웃음을 흘리고는 고생을 하라는 말과 함께 그의 눈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화산의 아래에 덩그러니 남겨진 한서우는 자신의 손에 들린 도장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

       

       화산의 계단을 오르는 것이 몇 년 만이지?

       

       이전에 화산은 멸문시키기 위해 왔을 적이 마지막이었으니 최소한 십수년은 훌쩍 넘었겠구나.

       

       그 때와는 풍경이 많이 달라졌어.

       

       여기저기에 금이 간 계단도. 생기를 잃어버린 산의 모습도. 저 멀리에 보이는 화산의 건물들도 말이야.

       

       백화령은 화산의 계단을 느긋이 오르며 곰방대를 피우다가 헛웃음을 흘렸다.

       

       과거 화산을 습격했을 당시 살아남아 발버둥을 치다 처참히 멸문하라는 의미에서 몇 놈을 살려두었거늘.

       

       이런 식으로 성대한 자멸을 택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구나.

       

       실로 추하기 그지 없는 결말이다.

       

       스스로를 명예로운 정파라 자칭하던 녀석들에게 어울리는 결말이라 할 만 하구나.

       

       그리 생각을 하던 백화령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주변으로 혼령들이 몰려들었던 것이다.

       

       ‘여기가 어디라고 다시 오는 것이냐.’

       ‘돌아가라. 학살자야. 네 놈이 올 곳이 아니다.’

       ‘우리는 네 놈을 영원토록 용서치 않을 것이야.’

       

       원망이 쏟아진다.

       

       그녀의 좌절을, 우울을, 죽음을 바라는 원망들이.

       

       원망의 위에 원망이 겹쳐 형상을 이루어 내니 그는 이미 하나의 저주라 보아도 무방했다.

       

       허나 백화령은 그 저주의 아래에서도 무표정한 얼굴로 곰방대를 피울 뿐이었다.

       

       “강하지 못하여 죽은 것들이 말이 많구나.”

       

       백화령은 자신의 내기를 담은 진각으로 그 모든 원망을 흩어버렸다.

       

       그렇게 고요를 되찾은 백화령은 주변을 둘러보다 어느 한 곳을 향해 목소리를 냈다.

       

       “본인이 눈치를 채지 못했다 생각하느냐? 나오거라.”

       

       풀숲 안에 있는 게 분명한 술사는 겁이 많은 것인지 백화령의 말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해를 끼칠 생각은 없다. 본인은 이 곳에 손님으로 온 것이니라.”

       

       그리 말을 하고 나서야 수풀이 흔들리더니 혼령을 부리던 술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흠?”

       

       그는 여우였다.

       

       앞발을 힘차게 내딛으며 모습을 드러낸 갈색털의 여우는 계단의 정중앙에 서더니 위엄을 보이려는 듯 고개를 힘차게 들었다.

       

       “해를 끼칠 의도가 없다 하였느냐?”

       

       그 입이 열리자 거기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세상에. 말을 하는 여우라니.

       

       너무 귀엽지 않은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국 화령은 화령이라 바루를 귀여워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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