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68


    ​
    ​
    마왕성의 가장 높은 층,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탑의 꼭대기에서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은 섬뜩한 의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
    ​
    의식이 진행되고 있는 방 안의 벽과 바닥은 모두 검붉은 혈흑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불길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이곳을 드나들 수 있는 존재는 ‘그분’에게 인정받은 소수의 강자밖에 없었기에, 방 안에 모인 검은 로브의 무리는 전부 ‘최강자’라 불려도 부족함이 없는 이들 뿐이었다.
    ​
    ​
    밤이 내려앉은 것 같은 어두운 방을 밝히는 건 보라색으로 불타고 있는 거대한 화롯불이었다. 따스하기 보단 서늘한 온기를 품은 빛이 제단을 환히 비춰주었다.
    ​
    ​
    제단은 세상에서 가장 검은 물질로 만들어진 것처럼 새카만 색을 품고 있었다. 반질반질한 감촉은 대리석의 단면 같기도 했다.
    ​
    ​
    어둠 속을 유유히 돌아다니는 검은 고양이가 어둠과 분간하기 힘든 것처럼, 새카만 제단 또한 너무 검은 나머지 사물이 아닌 그림자의 일부 혹은 그림자로 빚은 무언가처럼 보였다.
    ​
    ​
    제단의 모서리를 따라 새겨진 금색의 복잡한 문양과 중간중간 박혀있는 붉은 색의 보석은 제단의 형태를 짐작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
    ​
    제단 아래에는 붉은 양탄자가 깔려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피로 그린 마법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단 위에는 평온한 얼굴로 잠든 인간 -… 리안의 몸이 정자세로 눕혀져 있었다. 
    ​
    ​
    조금 특이한 건 그의 왼손과 오른손이 검은 진흙 같은 것이 잔뜩 발라져 각 손에 새겨진 인장이 전부 가려져 버렸다는 것 정도였다.
    ​
    ​
    “의식을 시작하지.”
    ​
    ​
    화륵.
    ​
    ​
    검은 로브를 두른 이들 중 하나가 무겁게 입을 열자 바람이 불기라도 한 것처럼 화롯불이 흔들렸다. 
    ​
    ​
    구그긍..!
    ​
    ​
    동시에 숨 막히는 압박감이 공간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공작가 일행을 짓누르던 중력과는 차원이 다른 숨 막히는 존재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 모인 모든 이들이 몸을 작게 떨며 환희에 잠겼다.
    ​
    ​
    ‘그 분’이라 불리는 존재가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
    ​
    말조차 제대로 뱉기 힘든 압박감은 의식이 제대로 시작되었다는 신호였다.
    ​
    ​
    ‘드디어 지상에 강림하시는구나..!’
    ​
    ​
    ‘그 분’을 추종하는 외신 중 하나이자, 다크 판타지 주민의 몸을 강탈한 광신도가 황홀함에 잠긴 듯한 웃음을 지으며 제단에 가까이 다가갔다.
    ​
    ​
    ‘아아, 벌써 그분을 칭송하는 절망의 노래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아.’
    ​
    ​
    광신도는 히죽거리는 웃음을 숨기지 않은 채 손에 들고 있던 거대한 은잔을 들어 올렸다. 은잔은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는 걸 광고라도 하듯, 몸체에 새겨진 문양이 녹색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
    ​
    주르륵.
    ​
    ​
    잔 안에 든 검은색 액체가 리안의 몸을 따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정해진 단계에 맞게 의식이 진행되었고, 제단 아래 양탄자에 새겨진 마법진이 불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
    츄르륵.
    ​
    ​
    질척거리는 무언가가 기어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리안의 몸이 작게 들썩거렸다. ‘그분’이라 불리는 존재가 리안의 몸을 차지하기 위해 몸을 밀어 넣기 시작한 것이다.
    ​
    ​
    콰득.
    ​
    ​
    ‘…?!’
    ​
    ​
    막 손가락 하나 정도를 밀어 넣었을 때 그 끝이 무언가에 잘려 나가는 게 느껴졌다. 잘려 나간 존재의 일부는 인간의 육체 안쪽 -… 공허한 어딘가로 흡수되었다.
    ​
    ​
    존재는 화들짝 놀라 밀어 넣었던 제 본체를 끄집어냈다. 아니, 끄집어내려 했다.
    ​
    ​
    콰득,콰직!
    ​
    ​
    마치 한 번 문 먹잇감은 놓지 않겠다는 듯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의 몸을 으득으득 씹어 삼키며 놓아주지 않았다. 머리카락 혹은 손톱 끝이 갉아 먹히는 듯한 충격이 전부였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
    ​
    겨우겨우 끝 일부를 잘라내고 빠져나오자 리안의 몸속을 차지한 무언가는 그르렁거리며 다시 숨을 죽였다.
    ​
    ​
    ‘허…’
    ​
    ​
    존재는 순간 말을 잃을 정도로 당황하고 말았다. 이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 몇 번이고 리안의 몸을 빼앗으려 노력했지만 시도하면 할수록 제 머리카락과 손톱 따위를 빼앗길 뿐이었다. 
    ​
    ​
    이에 당황한 건 존재뿐만이 아니었다.
    ​
    ​
    “대, 대체 뭐가 문제지?”
    “이 안에 뭐가 들어있기에 이런 일이…”
    ​
    ​
    의식을 진행하던 이들도 당황을 숨기지 못한 채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했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
    ​
    쿠르르릉!
    ​
    ​
    제가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분노한 존재가 몸을 떨었다. 그러자 하늘이 울음을 토하고,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
    ​
    ​
    콰드득!
    ​
    ​
    존재는 우악스럽게 리안의 몸속에 제 몸을 밀어 넣은 후 잡히는 걸 무작정 끌어당겨 빼냈다. 제 몸을 갉아 먹는 것을 끄집어내 집어삼켜 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꺼내진 건 그가 원하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
    ​
    [ 우와악! ]
    ​
    ​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허우적거리며 빠져나온 건, 은은하게 파란빛으로 빛나는 리안의 영혼이었다. 리안은 상황 파악이 안 된다는 얼굴로 멍하니 존재를 ‘직시’했다. 
    ​
    ​
    [ 어… 안녕하세요? ]
    ‘…!’
    ​
    ​
    리안이 태연한 얼굴로 슬쩍 손을 들어 존재에게 인사를 건네자, 존재는 제 손에 바 선생이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손을 마구 털어냈다.
    ​
    ​
    [ 우왁! ]
    ​
    ​
    영혼 상태라 그런지 리안은 벽을 통과하여 날아가 버렸다. 존재는 뒤늦게 인간의 영혼을 수거할까 했지만, 격이 한없이 낮은 인간의 영혼이라면 문밖에 있는 제 애완동물에게 벌써 잡아먹히고도 남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다.
    ​
    ​
    지금 중요한건 ‘감히’ 존재의 일부를 갉아먹은 미지의 것을 처단하는 일이었다. 
   
   
   감히 쳐다도 볼 수 없는 지고의 격을 가진 존재였기에, 그는 너무나 오만했다. 그 탓에 인간의 영혼 따위가 자신을 직시하고도 미치거나, 소멸하지 않는 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하찮은 벌레가 기이한 행동을 보인다고 해도 벌레는 벌레였기 때문이다.
   
   
   리안이 방 밖으로 날려지는 것과 동시에 존재는 리안을 제 인지 속에서 지워버렸다.
   
   
   ***
    ​
    [ 어어? ]
    ​
    ​
    방 밖으로 날려진 리안은 문 바로 밖에 서 있는 거대한 개와 부딪쳐 멈추어 설 수 있었다. 영혼인 제 몸이 통과되지 않는 걸로 봐선 평범한 개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
    ​
    “크르릉…”
    ​
    ​
    단층 저택만 한 크기의 개가 으르렁거리며 침을 뚝뚝 흘리는 모습은 꿈에 나올까 무서운 장면이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이 개에게 물리지 않고 살아남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
    ​
    리안은 허리를 살짝 앞으로 숙이며 손바닥을 내보이며 뒤로 물러났다.
    ​
    ​
    [ 차,착하지? ]
    ​
    ​
    그리 중얼거리며 한 손을 주머니에 넣어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육체와 같은 옷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커다란 주머니 안쪽에 손이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
    ​
    [ ‘…! 있다!’ ]
    ​
    ​
    기대하던 물건이 손가락 끝을 통해 만져지자 절로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리안은 슬금슬금 뒷걸음질하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
    ​
    [ 자, 우쭈쭈.. 이거 봐봐 이거. ]
    ​
    ​
    리안의 주머니에서 절대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팔뚝만 한 거대한 크기의 뼈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날카롭게 떠졌던 개의 눈이 점차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
    ​
    “끼잉,끼웅.”
    ​
    ​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몸을 비틀며 애교까지 부리기 시작했다.
    ​
    ​
    ‘다행이다. 개그 필터는 잘 작동하고 있어.’
    ​
    ​
    개그 세계 특징 중 하나. 개나 강아지는 뼈다귀에 환장한다. 이는 모양이 곧고 예쁘면 예쁠수록 효과가 좋다!
    ​
    ​
    어느새 배까지 까며 몸을 흔들어대는 모습이 굉장히 귀여워 보였다. 리안은 슬쩍 쓰다듬어줄까 하다가 괜히 물릴 것 같아서 제 상체만 한 뼈다귀를 가까운 창문 밖으로 휙 던져버렸다.
    ​
    ​
    “아우우우!”
    ​
    ​
    흥이 잔뜩 오른 울음이 울려 퍼지고 존재의 애완동물이자 마수라 불리는 존재가 창문 밖으로 몸을 내던졌다.
    ​
    ​
    카드득,콰득!
    ​
    ​
    창문 모서리와 난간이 순식간에 너덜너덜해졌으며 벽 일부가 부서져 무너져내렸다.
    ​
    ​
    ‘…안 쓰다듬길 잘했다.’
    ​
    ​
    리안은 속으로 안도하며 황급히 제 몸이 누워있는 방 안으로 얼굴을 밀어 넣었다.
    ​
    ​
    [ ….! ]
    ​
    ​
    검은 색 제단 위 알 수 없는 검은 액체로 축축하게 젖은 제 육체가 멍한 얼굴로 상체를 일으킨 채 앉아있었다.
    ​
    ​
    “이리되면 새로운 육체를 다시 구해야겠군요.”
    ​
    ​
    당황한 리안의 귓속에 낯선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자, 검은 로브의 후드를 깊게 눌러쓴 이가 착잡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
    “그나마 육체를 버리지 않게 된 건 다행이지만…”
    “…”
    “아무래도 이지가 사라져 버린 것 같군요.”
    ​
    ​
    리안은 상황을 더 자세히 파악하고자 슬금슬금 방 안으로 들어섰다. 다행히 검은 로브 무리는 리안의 존재를 인지할 수 없는지 별 반응이 없었다. 
    ​
    ​
    ‘놈의 시선도 사라졌어.’
    ​
    ​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선명하게 느껴지던 무거운 존재감이 지금은 씻은 듯이 전부 사라진 상태였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존재가 자리를 비웠다는 사실만큼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
    ​
    리안은 허공에 둥둥 뜬 상태로 눈을 느리게 깜빡이는 제 육체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
    [ 젠장, 이게 대체 어떻게 되먹은 몸이야! ]
    ​
    ​
    제 몸 안쪽에서 잔뜩 겁에 질린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중간에 인터넷이 끊겨서 한 번 날아가버렸네요. 다들.. 세이브를…생활화…합시다…흑흑…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마왕성의 가장 높은 층,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탑의 꼭대기에서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은 섬뜩한 의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의식이 진행되고 있는 방 안의 벽과 바닥은 모두 검붉은 혈흑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불길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이곳을 드나들 수 있는 존재는 ‘그분’에게 인정받은 소수의 강자밖에 없었기에, 방 안에 모인 검은 로브의 무리는 전부 ‘최강자’라 불려도 부족함이 없는 이들 뿐이었다.

밤이 내려앉은 것 같은 어두운 방을 밝히는 건 보라색으로 불타고 있는 거대한 화롯불이었다. 따스하기 보단 서늘한 온기를 품은 빛이 제단을 환히 비춰주었다.

제단은 세상에서 가장 검은 물질로 만들어진 것처럼 새카만 색을 품고 있었다. 반질반질한 감촉은 대리석의 단면 같기도 했다.

어둠 속을 유유히 돌아다니는 검은 고양이가 어둠과 분간하기 힘든 것처럼, 새카만 제단 또한 너무 검은 나머지 사물이 아닌 그림자의 일부 혹은 그림자로 빚은 무언가처럼 보였다.

제단의 모서리를 따라 새겨진 금색의 복잡한 문양과 중간중간 박혀있는 붉은 색의 보석은 제단의 형태를 짐작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제단 아래에는 붉은 양탄자가 깔려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피로 그린 마법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단 위에는 평온한 얼굴로 잠든 인간 -… 리안의 몸이 정자세로 눕혀져 있었다.

조금 특이한 건 그의 왼손과 오른손이 검은 진흙 같은 것이 잔뜩 발라져 각 손에 새겨진 인장이 전부 가려져 버렸다는 것 정도였다.

“의식을 시작하지.”

화륵.

검은 로브를 두른 이들 중 하나가 무겁게 입을 열자 바람이 불기라도 한 것처럼 화롯불이 흔들렸다.

구그긍..!

동시에 숨 막히는 압박감이 공간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공작가 일행을 짓누르던 중력과는 차원이 다른 숨 막히는 존재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 모인 모든 이들이 몸을 작게 떨며 환희에 잠겼다.

‘그 분’이라 불리는 존재가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말조차 제대로 뱉기 힘든 압박감은 의식이 제대로 시작되었다는 신호였다.

‘드디어 지상에 강림하시는구나..!’

‘그 분’을 추종하는 외신 중 하나이자, 다크 판타지 주민의 몸을 강탈한 광신도가 황홀함에 잠긴 듯한 웃음을 지으며 제단에 가까이 다가갔다.

‘아아, 벌써 그분을 칭송하는 절망의 노래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아.’

광신도는 히죽거리는 웃음을 숨기지 않은 채 손에 들고 있던 거대한 은잔을 들어 올렸다. 은잔은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는 걸 광고라도 하듯, 몸체에 새겨진 문양이 녹색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주르륵.

잔 안에 든 검은색 액체가 리안의 몸을 따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정해진 단계에 맞게 의식이 진행되었고, 제단 아래 양탄자에 새겨진 마법진이 불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츄르륵.

질척거리는 무언가가 기어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리안의 몸이 작게 들썩거렸다. ‘그분’이라 불리는 존재가 리안의 몸을 차지하기 위해 몸을 밀어 넣기 시작한 것이다.

콰득.

‘…?!’

막 손가락 하나 정도를 밀어 넣었을 때 그 끝이 무언가에 잘려 나가는 게 느껴졌다. 잘려 나간 존재의 일부는 인간의 육체 안쪽 -… 공허한 어딘가로 흡수되었다.

존재는 화들짝 놀라 밀어 넣었던 제 본체를 끄집어냈다. 아니, 끄집어내려 했다.

콰득,콰직!

마치 한 번 문 먹잇감은 놓지 않겠다는 듯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의 몸을 으득으득 씹어 삼키며 놓아주지 않았다. 머리카락 혹은 손톱 끝이 갉아 먹히는 듯한 충격이 전부였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겨우겨우 끝 일부를 잘라내고 빠져나오자 리안의 몸속을 차지한 무언가는 그르렁거리며 다시 숨을 죽였다.

‘허…’

존재는 순간 말을 잃을 정도로 당황하고 말았다. 이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 몇 번이고 리안의 몸을 빼앗으려 노력했지만 시도하면 할수록 제 머리카락과 손톱 따위를 빼앗길 뿐이었다.

이에 당황한 건 존재뿐만이 아니었다.

“대, 대체 뭐가 문제지?”

“이 안에 뭐가 들어있기에 이런 일이…”

의식을 진행하던 이들도 당황을 숨기지 못한 채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했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쿠르르릉!

제가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분노한 존재가 몸을 떨었다. 그러자 하늘이 울음을 토하고,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

콰드득!

존재는 우악스럽게 리안의 몸속에 제 몸을 밀어 넣은 후 잡히는 걸 무작정 끌어당겨 빼냈다. 제 몸을 갉아 먹는 것을 끄집어내 집어삼켜 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꺼내진 건 그가 원하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 우와악! ]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허우적거리며 빠져나온 건, 은은하게 파란빛으로 빛나는 리안의 영혼이었다. 리안은 상황 파악이 안 된다는 얼굴로 멍하니 존재를 ‘직시’했다.

[ 어… 안녕하세요? ]

‘…!’

리안이 태연한 얼굴로 슬쩍 손을 들어 존재에게 인사를 건네자, 존재는 제 손에 바 선생이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손을 마구 털어냈다.

[ 우왁! ]

영혼 상태라 그런지 리안은 벽을 통과하여 날아가 버렸다. 존재는 뒤늦게 인간의 영혼을 수거할까 했지만, 격이 한없이 낮은 인간의 영혼이라면 문밖에 있는 제 애완동물에게 벌써 잡아먹히고도 남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다.

지금 중요한건 ‘감히’ 존재의 일부를 갉아먹은 미지의 것을 처단하는 일이었다.

감히 쳐다도 볼 수 없는 지고의 격을 가진 존재였기에, 그는 너무나 오만했다. 그 탓에 인간의 영혼 따위가 자신을 직시하고도 미치거나, 소멸하지 않는 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하찮은 벌레가 기이한 행동을 보인다고 해도 벌레는 벌레였기 때문이다.

리안이 방 밖으로 날려지는 것과 동시에 존재는 리안을 제 인지 속에서 지워버렸다.

***

[ 어어? ]

방 밖으로 날려진 리안은 문 바로 밖에 서 있는 거대한 개와 부딪쳐 멈추어 설 수 있었다. 영혼인 제 몸이 통과되지 않는 걸로 봐선 평범한 개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크르릉…”

단층 저택만 한 크기의 개가 으르렁거리며 침을 뚝뚝 흘리는 모습은 꿈에 나올까 무서운 장면이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이 개에게 물리지 않고 살아남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안은 허리를 살짝 앞으로 숙이며 손바닥을 내보이며 뒤로 물러났다.

[ 차,착하지? ]

그리 중얼거리며 한 손을 주머니에 넣어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육체와 같은 옷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커다란 주머니 안쪽에 손이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 ‘…! 있다!’ ]

기대하던 물건이 손가락 끝을 통해 만져지자 절로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리안은 슬금슬금 뒷걸음질하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 자, 우쭈쭈.. 이거 봐봐 이거. ]

리안의 주머니에서 절대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팔뚝만 한 거대한 크기의 뼈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날카롭게 떠졌던 개의 눈이 점차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끼잉,끼웅.”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몸을 비틀며 애교까지 부리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개그 필터는 잘 작동하고 있어.’

개그 세계 특징 중 하나. 개나 강아지는 뼈다귀에 환장한다. 이는 모양이 곧고 예쁘면 예쁠수록 효과가 좋다!

어느새 배까지 까며 몸을 흔들어대는 모습이 굉장히 귀여워 보였다. 리안은 슬쩍 쓰다듬어줄까 하다가 괜히 물릴 것 같아서 제 상체만 한 뼈다귀를 가까운 창문 밖으로 휙 던져버렸다.

“아우우우!”

흥이 잔뜩 오른 울음이 울려 퍼지고 존재의 애완동물이자 마수라 불리는 존재가 창문 밖으로 몸을 내던졌다.

카드득,콰득!

창문 모서리와 난간이 순식간에 너덜너덜해졌으며 벽 일부가 부서져 무너져내렸다.

‘…안 쓰다듬길 잘했다.’

리안은 속으로 안도하며 황급히 제 몸이 누워있는 방 안으로 얼굴을 밀어 넣었다.

[ ….! ]

검은 색 제단 위 알 수 없는 검은 액체로 축축하게 젖은 제 육체가 멍한 얼굴로 상체를 일으킨 채 앉아있었다.

“이리되면 새로운 육체를 다시 구해야겠군요.”

당황한 리안의 귓속에 낯선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자, 검은 로브의 후드를 깊게 눌러쓴 이가 착잡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나마 육체를 버리지 않게 된 건 다행이지만…”

“…”

“아무래도 이지가 사라져 버린 것 같군요.”

리안은 상황을 더 자세히 파악하고자 슬금슬금 방 안으로 들어섰다. 다행히 검은 로브 무리는 리안의 존재를 인지할 수 없는지 별 반응이 없었다.

‘놈의 시선도 사라졌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선명하게 느껴지던 무거운 존재감이 지금은 씻은 듯이 전부 사라진 상태였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존재가 자리를 비웠다는 사실만큼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리안은 허공에 둥둥 뜬 상태로 눈을 느리게 깜빡이는 제 육체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젠장, 이게 대체 어떻게 되먹은 몸이야! ]

제 몸 안쪽에서 잔뜩 겁에 질린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