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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8

   “에에♡ 바닥에 엎드려서 개처럼 헥헥대는 꼴이라니♡ 자괴감 들지 않으세요?♡ 자기보다 머리 두 개는 작을 여자애보다 쓰레기 같은 체력이라니 말이 안 되잖아요♡ 왕자 이전에 남자로서 탈락이네요♡ 이제부터는 공주님이라고 불러드릴까요?♡ 개허접 불쌍 공주님♡”

   

   바닥에 널부러진 아서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도발을 해보았지만 그의 몸은 일어서지 못했다.

   

   땅을 짚은 팔이 부들거리고 있는 걸 보면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페이비 쪽으로 고갤 돌렸더니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이 이상 억지로 일으켜 세우면 무리가 갈 거에요.”

   

   으음. 그런가? 이상하다. 나 알른 가문에서 수련을 할 때는 이것보다 더 빡세게 굴렀었는데.

   

   포셀은 내 육신의 한계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창 죽어라 단련을 거듭할 때는 포셀하고 같이 움직이다 기절하고 눈을 떴더니 침대였던 적이 있을 정도로.

   

   그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나?

   

   <여아야. 항상 하는 말이지만 그대를 기준으로 잡으면 안 된다.>

   ‘그런가요? 다들 이 정도는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내가 뭐 특별하게 시작한 것도 아니고. 폐급이었던 몸을 영악을 사용해서 정상으로 만든 후 수련을 거듭했을 뿐이잖아.

   

   이외에는 죽어라 구르면서 체급을 올린 것밖에 없다고.

   

   고인물답게 빌드를 짜서 실천하긴 했지만 그 과정은 그저 노력과 노력. 그리고 또 노력일 뿐이었다.

   

   현대에서 판타지 세상으로 떨어진 나도 이 정도로 구를 수 있는데 소울 아카데미의 공인 천재인 아서면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거 아냐?

   

   얘는 나처럼 베이스가 없는 것도 아니잖아.

   

   <내 한 때 여러 재능 있는 기사들을 가르쳐 본 입장에서 이야기 하겠다. 그대는 특이 케이스다.>

   ‘그런가요.’

   

   잘은 모르겠지만 할배가 이렇게까지 말하고 또 치료의 전문가인 페이비가 저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아서를 쉬게 해주는 게 맞는 거겠지.

   

   ‘잠시 쉬어요. 아서.’

   “어쩔 수 없네요. 불쌍 왕자님은 체력도 허접하고 불쌍한 모양이니까. 벌레마냥 쉬고 계세요.”

   

   “…루시이이이!”

   

   메스가키 스킬의 도발에 아서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전혀 무섭지 않았다.

   

   바닥에서 부들거리면서 소리를 쳐봐야 웃길 뿐이라서.

   

   그를 더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비웃음을 흘릴 것 같아서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디를 보더라도 멀쩡한 사람이 없었다.

   

   프레이는 나랑 대련을 거듭하느라고 너덜너덜해져 있었고, 조이는 없는 마력을 쥐어 짜내며 수련을 하는 중이었으며, 페이비도 아서를 치료하기 위해 최소한의 신성력을 남겨 두었을 뿐 한계에 가까웠다.

   

   하긴 지금 이른 아침부터 수련을 시작하고서 대충 8시간 정도가 지났으니까. 다들 지치는 게 정상이지.

   

   개인적으로는 좀 더 몸을 움직이고 싶기는 한데 내 기준을 남들에게 적용시키는 건 가혹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참이기도 하니. 으음.

   

   ‘여러분들!…’

   “허접들! 오늘은 여기까지!”

   

   내가 목소리를 높이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몰려들었다.

   

   그 시선에 담긴 감정은 분명 당혹이었다.

   

   아니 뭔데. 내가 너희들을 배려해서 쉬자 그런 거잖아.

   

   왜 기뻐하는 게 아니라 눈을 끔뻑이고만 있는 거냐고.

   

   갑작스레 형성된 침묵 속에서 먼저 움직인 것은 프레이였다.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내 근처까지 걸어와서는 내 이마에다가 손을 올리더니 고갤 갸웃거렸다.

   

   “열은 없는데?”

   

   ‘저 멀쩡하거든요.’

   “바보 검사. 멍청한 네 눈에는 내가 아파 보여?”

   

   “그치만 아픈 게 아니라면 루시가 쉬자는 이야기 할 리가 없는 걸.”

   

   프레이가 무덤덤하게 내뱉은 말에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아서까지도.

   

   …너네들한테 내 이미지가 어떤지는 아주 잘 알겠어.

   

   좋아. 그런 걸 원한다면 어쩔 수 없지. 너희들이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주는 수밖에.

   

   프레이는 나랑 대련하고, 마력이 다 떨어진 조이는 아서와 같이 체력 단련을…

   

   “마침 잘 됐네요. 안 그래도 함께 가면 좋겠다고 생각한 곳이 있었는데.”

   

   다른 녀석들이 살려달라는 말을 내뱉을 때까지 굴려줄 계획을 짜고 있으려니 불온한 분위기를 느낀 조이가 다급하게 목소리를 냈다.

   

   “어떤 곳인가요? 조이?”

   “아주 멋진 빵집이에요.”

   

   그리고 그 위에 페이비가 편성하더니.

   

   “와아. 디저트. 맛있겠다.”

   

   내 옆에서 재빠르게 도주한 프레이가 두 사람의 옆에 달라붙어서는 영혼 없는 목소리를 냈고.

   

   “그렇담 그 돈은 내가 내도록 하지.”

   

   비틀거리며 일어난 아서가 대화에 마무리를 지었다.

   

   그런 후에 네 사람은 대놓고 내 눈치를 봤다.

   

   설마 여기서 수련을 더 하자 그럴 거냐는 것처럼.

   

   아니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나쁜 사람인 것 같잖아!

   

   정작 먼저 쉬자는 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나인데!

   

   으으. 열 받네? 진짜 눈치 없는 새끼가 돼서 저질러 버려?

   

   억지를 부리면 저 대화를 뭉개버리는 거야 어렵지 않다.

   

   어렵지는 않지만.

   

   …그럴 수는 없지.

   

   소울 아카데미에서 주요한 캐릭터들이었던 쟤들하고 같이 단 걸 먹으면서 학생 토크를 나눌 수 있는 거잖아.

   

   그 게임을 너무도 좋아해서 썩은물이 된 내가 어떻게 그 기회를 거부하겠어!

   

   ‘가죠. 빵집.’

   “얼빵 영애. 빵이 너처럼 얼빵하면 가만 안 둘 거야. 알아둬.”

   

   “후후. 파트란 가문의 명예를 걸도록 하죠.”

   

   *

   

   조이가 자신만만하게 이야기를 했던 대로 그녀가 안내해 준 빵집은 내게 익숙한 장소였다.

   

   소울 아카데미의 주말에 방문하면 어설프게 변장한 얼빵 영애를 만날 수 있었던 곳.

   

   그러니까 얼빵 영애가 가장 사랑하는 빵집이었다.

   

   와아. 언젠가 조이와 함께 여기에 오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설마 조이가 먼저 권유해서 오게 될 줄이야!

   

   단 둘이 아니라는 건 조금 아쉽지만 왁자지껄한 분위기도 마음에 드니까.

   

   뭣보다 여기는 나중에도 조이랑 같이 올 수 있는 장소인 걸!

   

   내가 신이 나서 안을 구경하는 동안 종업원이 몇 가지 빵을 가져다주었다.

   

   따로 주문한 적도 없는데 자연스레 가져다 준 걸 보면 조이가 평소에 항상 주문하는 빵들인 걸까?

   

   방금 전에 막 구워서 나온 듯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에 제일 먼저 손을 댄 것은 아서였다.

   

   저건 크로아상이네. 갈색의 껍질만 보더라도 잘 만들어졌다는 게 느껴져.

   

   아서가 빵을 입에 물자 바삭하며 껍질이 무너지는 소리가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무덤덤한 얼굴로 한 입을 삼킨 그는 가벼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꽤 괜찮군.”

   “꽤요?”

   “…엄청나게 맛있다는 소리였다.”

   “그쵸?”

   

   두 사람이 만담을 하는 동안에 나도 빵에 손을 가져다댔다.

   

   내가 고른 것도 아서와 마찬가지로 크로아상.

   

   아서가 먹는 거 보니까 엄청 맛있어 보이더라고.

   

   공작 영애로써 수많은 미식을 접해보았던 조이가 언제나 최고라 이야기하는 빵집의 빵은 어떤 느낌일까.

   

   두근대는 마음으로 크로아상을 한 입 베어문 나는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껍질의 바삭함은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허나 그 너머에 있는 속살의 부드러움은 예상하지 못했다.

   

   입 안에서 빵이 녹아내리고 그를 따라 버터의 고소함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은근한 단 맛. 기분 좋은 고소한 향. 약간의 짭짤함.

   

   어느 하나 모자란 게 없어.

   

   아아. 확실해. 이건 내 인생에서 먹어본 빵 중에 가장 맛있는 빵이야.

   

   정신을 차리고 재차 빵을 먹기 위해 입을 연 나는 어느새 내 손이 텅 비어있는 걸 보고는 깜짝 놀랐다.

   

   어라? 왜 빵이 사라졌지?

   

   분명 방금 전까지 내 손 안에 크로아상이 있었는데?!

   

   “알른 영애. 어떠신가요? 마음에 드셨나요?”

   

   내가 빵을 흡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던 걸까?

   

   조이는 내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으으. 얼빵 영애가 우쭐해 하는 건 짜증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

   

   ‘엄청 맛있었어요!’

   “흐응. 뭐. 얼빵 영애의 얼빵한 입맛으로 추천한 곳치고는 나쁘지 않네.”

   

   “후후. 그쵸?”

   

   메스가키 스킬의 퉁명스러운 반응에 날 선 반응이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조이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뭐지? 아서한테 그랬던 것처럼 뭐라 할 줄 알았는데.

   

   “뭐냐. 왜 루시 알른에게는 관대한 것이냐.”

   

   아서도 그게 의문스러웠는지 조이를 향해 투덜거렸지만 조이는 어깨를 피고 당당하게 대답을 할 뿐이었다.

   

   “그야 알른 영애는 보고 있으면 흐뭇하지만 3왕자님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맛있게 먹는 걸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다는 거구나. 하긴 나는 입만 안 열면 인형 같은 여자애니까.

   

   입을 열 때마다 재앙이 일어나는 게 문제지만.

   

   아서도 그 부분에 대해선 반박할 수 없었던 듯 투덜대며 다시 빵을 집어들뿐이었다.

   

   그러고 나서부터는 다들 빵을 먹는 데 여념이 없었다.

   

   아침부터 시작해서 8시간 동안 구르느라 여념이 없었던 우리다.

   

   무엇을 주더라도 맛있게 먹을 상황이거늘 극상의 맛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어찌 그걸 참겠는가.

   

   전투적으로 주린 배를 채우던 우리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여유를 되찾았다.

   

   페이비는 향이 좋은 차로 입을 축이는 우리를 보고서 쿡쿡 웃더니 슬며시 목소리를 냈다.

   

   “다들 많이 힘드셨나 보네요.”

   “성녀시여. 며칠 동안 보았으니 아시지 않습니까. 그 고된 수련이 힘들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최근 기숙사에 들어가면 자는 것 이외의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며 울분을 토하는 아서의 모습에 페이비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며칠 뒤에 방학이 시작되면 쉴 수 있잖아요?”

   

   ‘아뇨. 못 쉬어요.’

   “뭐래는 거야 허접 성녀. 방학 때 쉬면 안 그래도 허접한 불쌍 왕자가 더 허접해지잖아.”

   

   아서는 내 이상의 마검사가 되어야 할 사람이라고.

   

   괜히 여유를 부리다 어중간한 마검사가 되는 걸 내가 허락할 것 같아?!

   

   “네?”

   “방학 때도 계획이 짜여 있어 쉴 수 없단 소리입니다. 성녀시여.”

   “그런…”

   

   물론 난 방학 때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아서를 계속 감시할 수는 없다.

   

   그러니 아서의 양심에 맡겨야 하지.

   

   근데 아마 괜찮을 거야. 쟤 자존심이 얼마나 강한데. 아서는 스스로가 어설프게 쉬는 걸 허락할 인간이 아냐.

   

   뭣보다 2학기때 허접하다 싶으면 죽어라 굴리겠다고 경고해놨으니까. 알아서 잘 하겠지.

   

   페이비는 침울해진 아서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눈을 끔뻑이다가 조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조이. 조이는 방학 동안 뭘 할 건가요?”

   “저요? 따로 계획은 없어요. 일단 가문으로 돌아가긴 하겠지만.”

   

   조이는 그리 이야기를 하면서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뭔데? 말할 거 있어?

   

   “…아마 공부와 수련을 병행하지 않을까요?”

   

   별 말 안하는 걸 보면 내 착각이었나 보네.

   

   “켄트 영애께서는?”

   

   쉬지 않고 빵을 먹던 프레이는 페이비가 질문을 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우물우물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나도 수련.”

   

   그리곤 너무도 투박하게 단답을 던지더니 다시 빵을 입 안에 던져 넣었다.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상대가 성녀인데 너무 예의 없는 거 아니냐. 프레이.

   

   그러다가 나처럼 평판이 나락에 떨어질지도 모른다?

   

   아. 쟤라면 그런 거 신경 안 쓰겠구나. 항상 마이웨이니까.

   

   “알른 영애는요?”

   

   페이비가 꺼낸 질문의 화두는 결국 나에게까지 돌아왔다.

   

   방학 동안에 뭐 할 거냐고? 계획을 해 둔 것은 몇 개가 있다.

   

   필수로 해야 할 일은 대충 두 개 정도고 나머지는 하면 좋고 아니고 말고인 수준이긴 하지만.

   

   일단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하나다.

   

   ‘던전 공략하러 갈 거에요.’

   “허접한 던전을 박살내러 갈 거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인물은 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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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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