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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9

       텅.

         

       “음…?”

         

       기자는 자신의 차에 타려다가 이를 막는 손길에 신경질적으로 뒤를 돌았다.

         

       “아이 씨 뭐….”

         

       그리고….

         

       “……어?”

         

       “…….”

         

       “…….”

         

       자신을 매서운 눈으로 쳐다보는 검은 양복의 두 남자를 보고 그대로 공손해졌다.

         

       “…….”

         

       한 사람은 거구의 덩치에 대머리. 심지어 이마에는 흉터까지 있고…, 그 뒤에 상관처럼 보이는 남자는 까만 표범 같이 생긴 것이 남자답게 잘 생기긴 했지만 인상이 무척 사나웠다.

         

       기자는 두 사람의 외적인 모습을 보자마자 깨달았다.

         

       이 사람들….

         

       ‘깡패다….’

         

       21세기 대한민국에 아직 깡패라는 족속들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긴 했지만 외적인 모습만으로 봤을 땐 정말 완벽한 깡패들이었다.

         

       ‘까, 깡패들이 나한테는 무슨 일로….’

         

       기자 일을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어 봤다 생각했지만 이런 원초적인 공포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자는 그렇게 맹수 앞 먹잇감이 된 기분으로 앞의 남자들에게 물었다.

         

       “누, 누구세요…?”

         

       “…….”

         

       그의 질문에 둘 중 상관으로 보이는 남자가 기자를 매섭게 보다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

         

       “명함.”

         

       “……예?”

         

       “그쪽 명함 주시라고.”

         

       “…아, 네넵….”

         

       스스슥.

         

       명함을 달라는 말에 기자는 영문도 모른 채 재빨리 명함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남자는 기자의 명함을 건네 받고는 스윽 훑어보다가 살벌하게 말을 이었다.

         

       “연예가 데일리 김철수 기자님…?”

         

       “아…, 네 맞습니다…. 제가 김철수….”

         

       “오늘 하예린 관련해서 이상한 기사가 나간다면…, 저와 한 번 더 마주하게 될 겁니다.”

         

       “……예?”

         

       갑자기 하예린 이야기가 나와서 기자는 잠시 어벙했다.

         

       이에….

         

       꾸깃.

         

       ‘히익…!’

         

       남자가 더 이상 참지 않는다는 듯 기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어마어마한 힘으로 누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번만 더 그따위 질문을 하면 나는 더 이상 참지 않을 거요.”

         

       “으그그그극…!! 아, 알겠습니다…!!”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는 기자의 사명감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기자는 그렇게 남자에게 굴복하고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본 후에야 남자는 어깨에서 손을 놔주고 턱짓으로 기자의 차를 가리켰다.

         

       “알겠으면 이제 꺼지십쇼.”

         

       “네, 넵…!”

         

       그 말에 기자는 혼비백산하여 차에 탔다.

         

       하지만 차에 타면서도 그가 기자가 된 이유 중 가장 큰 것 중 하나인 호기심이 작용했다.

         

       이에 그는 용기를 내어 차 창문을 내리고 남자에게 물었다.

         

       “그, 그런데…, 두 분은 뭐 하시는 분들인지…?”

         

       “…우리?”

         

       남자는 정체가 뭐냐는 질문에 피식 웃고는 답했다.

         

       “루키즈 특히 하예린의 광팬들이오.”

         

       “……예?”

         

       “팬. 팬이라니까? 왜 삼촌들은 아이돌 팬하면 안 돼?”

         

       “아, 아니…, 그, 그게 아니라…. 예, 예…! 알겠습니다!”

         

       루키즈 팬은 지랄.

         

       어디 8090 나이트 가드나 할 것같이 생긴 것들이.

         

       하지만 당연하게도 기자는 그 생각을 입에 담지 못하고 그대로 차를 타고 도망쳤다.

         

       그리고….

         

       ‘오늘 하예린 관련해서 이상한 기사가 나간다면…, 저와 한 번 더 마주하게 될 겁니다.’

         

       깡패들의 말이 두려워 끝내 하예린 부모 관련 기사를 내보내지 못했다.

         

         

         

         

       **

       

         

         

         

       “후우….”

         

       강형만은 떠나가는 기자의 차를 보며 한숨을 내쉬는 것으로 겨우 화를 삭혔다.

         

       예린이는 안 그래도 지금 많이 예민한 상태다.

         

       그런 애한테 하필이면….

         

       ‘그렇다면 하예린 양. 이번에 예린 양의 부모님께서 사기, 문서 위조,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일 취약한 이야기를 꺼내다니.

         

       예린 부모가 경찰에 입건된 건 최근에 생긴 일이었다.

         

       그리고 강형만은 하예린에게 이 소식을 전해주지 않았다.

         

       웬만하면 영원히 말을 전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안 그래도 데뷔 준비로 힘들어할 예린이에게 또다시 부모 이야기로 발목을 잡는 것은 너무도 잔인한 일이었으니까.

         

       ‘근데 감히 저 기레기 새끼가….’

         

       강형만은 마음 같아선 저 기자를 아작내고 싶었지만…, 이 또한 예린이에게 폐가 될까 싶어 그러지 않았다.

         

       “형님.”

         

       “그래, 상구야.”

         

       “이제 슬슬 쇼케이스도 끝날 텐데 예린이 얼굴 한 번 안 보고 가셔도 되겠습니까.”

         

       상구의 물음에 강형만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알잖니? NAS와 계약 기간 동안에는 우리가 루키즈 활동에 전혀 관여할 수 없는 거. 괜히 인사하러 갔다가 NAS 측에 오해의 여지를 부를 수도 있다.”

         

       “…….”

         

       그래서 두 사람은 예린이를 보기 위해 쇼케이스 티켓도 직접 예매해서 온 참이었다.

         

       강형만과 상구 모두 예린이를 만나고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쇼케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 같아. 다행이구나. 우리도 일이 바쁘니 돌아가자. 예린이는 이렇게 몰래 종종 보러 오자고.”

         

       “넵.”

         

       사실은 업무가 많았던 두 사람은…, 조기 퇴장당한 기자에게 야지를 주기 위해 나온 김에 이대로 회사에 복귀하기로 했다.

         

       두 사람의 업무가 많은 이유는….

         

       형제기획도 이제 예린이 말고 새로운 연습생들을 뽑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예린이 한 명만을 위한 회사처럼 보였지만 사실 형제기획도 대한민국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로 발돋움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진 회사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1년 후 예린이가 다시 돌아왔을 때 자랑스럽게 여길 만한 형제기획을 만들기 위해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

       

         

         

       이틀.

         

       정확히 따지면 총 42시간의 휴가를 부여받은 우리가 휴가 기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쿨….”

         

       …당연히 수면이었다.

         

       지난 2주 동안 3시간씩 자면서 미친 듯이 일만 했던 우리는 그야말로 기절한 것처럼 잠만 잤다.

         

       자고…, 자고, 또 자고….

         

       잠깐 일어났다가 미리 회사 측에서 전해준 샐러드를 씹다가 또 자고.

         

       하지만 이틀 내리 잠에 빠진 우리도 결국 눈을 비비며 일어나야 할 때가 있었으니….

         

       “얘들아, 얼른 일어나. 이제 곧 우리 음원 발매야.”

         

       바로 <비밀소녀> 음원이 발매되는 순간이었다.

         

       “예린아, 유진아. 응? 얼른 일어나~.”

         

       “우웅….”

         

       이혜정의 부름에 한 침대에서 꼭 껴안고 자던 나와 서유진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시간은 오후 11시 30분.

         

       <비밀소녀> 음원이 발매되기까지 30분 남은 시간이었다.

         

       이에 아직도 비몽사몽한 서유진을 데리고 거실로 나가니 모든 멤버들이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한 얼굴로 발매시간인 자정이 오기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그 사이에 끼어 앉아 있으니 박유정이 기쁜 목소리로 소리쳤다.

         

       “헐…! 저희 뮤비 조회수 600만 회 넘었어요!”

         

       “…진짜?”

         

       “정확히는 6,687,561 회요!”

         

       박유정의 말에 잠이 깬 나는 서둘러 너튜브 루키즈 채널로 들어갔다.

         

       “와…, 진짜네.”

         

       뮤비가 업로드 된 지 이제 대략 27시간 됐는데 660만 회….

         

       ‘나아아 인기가 대단하긴 했구나.’

         

       이제 갓 데뷔한 걸그룹의 뮤비 조회수가 이 정도라니…, 나는 새삼 오디션 프로그램의 사기성을 깨달으며 댓글창으로 들어갔다.

         

         

       -진짜 미쳤다 미쳤어

         

       -처음에 이혜정 음색 무엇?

         

       -와 ㅠㅠ 우리 애들 노래 왤케 잘해 ㅠㅠ

         

       -확실히 루키즈는 재능러들만 모였다

         

       -바로 플리에 넣었다 진짜 곡 너무 좋아 ㅠㅠ

         

         

       티저 때와 마찬가지로 댓글 반응들은 매우 좋았다.

         

       <비밀소녀>는 대한민국 탑 프로듀서인 한시우가 공을 들여 작업한 곡이니까.

         

       소수의 루키즈 억까들도 듣는 귀가 있으니 함부로 곡을 까내리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클린한 댓글창에서 내 눈에 돋보였던 것은….

         

         

       -Yerin ♡♡♡♡♡

         

       -rookies so good ♡

         

         

       아직 적긴 했지만 종종 있는 외국인들의 댓글들이었다.

         

       ‘해외 팬이 거의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드문드문 보이네.’

         

       뭐가 어쨌든 이것은 긍정적인 신호였다.

         

       나는 이 부분에 만족하며 다음으로는 인터넷 기사란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하예린 양. 이번에 예린 양의 부모님께서 사기, 문서 위조,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분들은 이제 제 부모가 아니에요.’

         

       그때 내가 쇼케이스에서 했던 대답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부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답변이었다.

         

       이에 나는 혹여 나 때문에 루키즈에 부정적인 기사들이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지만…!

         

       “음…?”

         

       인터넷 기사…, 심지어 아주 작은 신문사가 낸 기사 중에서도 우리 루키즈를 안 좋게 보는 곳은 없었다.

         

       굳이 굳이 부정적인 것을 하나 꼽자면….

         

       [하예린 삼촌 팬들 극성 논란]

         

       “……에?”

         

       이런 엉뚱한 기사 하나가 있었다.

         

       “삼촌 팬들은 뭔….”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쇼케이스에서 얼추 보았을 때 루키즈의 가장 주요한 팬층은 10, 20대 여자들이고 다음이 10, 20대 남자들이다.

         

       삼촌 팬들이라….

         

       당연히 없는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 극성부린다고 표현할 만큼 유의미하게 많지는 않을 텐데?

         

       다른 팬들도 그걸 알아서인지 그 인터넷 기사를 단순 찌라시 취급하고 잘 보지 않은 듯했다.

         

       이에 나도 다음 인터넷 기사로 넘어가던 그때였다.

         

       “…정각 됐다.”

         

       “……!”

         

       유 설의 나긋한 한 마디에 서로 딴짓하고 있던 멤버들이 모두 한곳으로 모였다.

         

       그리고 곧….

         

       “오오!”

         

       “저희 노래 음원 사이트에 떠요!”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비밀소녀>가 검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 이혜정이 불안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근데 왜 차트에 안 뜨지?”

         

       “언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차트는 1시간마다 갱신이잖아요. 저희 노래는 정각에 떴으니 최소 새벽 1시는 돼야 업데이트 되죠.”

         

       “아, 그, 그렇지….”

         

       이혜정이 이런 간단한 것을 모를 리가 없는데…. 아무래도 긴장을 많이 했나보다.

         

       사실 이혜정만 긴장을 한 건 아니긴 했다.

         

       서유진도, 박유정도, 나한나도, 천하의 유 설도.

         

       그리고….

         

       덜덜.

         

       …나도.

         

       우리 루키즈 멤버들은 덜덜 떨며 각자 <비밀소녀>를 조용히 스트리밍했다.

         

       물론….

         

       “…다들 너무 기대하지마. ‘수박’ Top 100 차트는 새벽에는 24시간 조회수만 계산하니까. 우리가 차트인을 하지 못할 수도 있어.”

         

       “……네.”

         

       유 설의 말대로 새벽 1시에 우리가 차트인을 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았다.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수박’의 Top 100 차트는 24시간 조회수 50% + 1시간 조회수 50%를 더하여 계산된다.

         

       하지만 사재기와 차트 줄 세우기를 방지하기 위해 새벽에는 24시간 조회수만을 계산하여 차트를 정한다.

         

       즉, 다른 곡들은 24시간 조회수를 가지고 계산할 때 우리 루키즈의 <비밀소녀>는 1시간 조회수만으로 상대해야 한다.

         

       아무리 우리 루키즈가 인기여도 1시간 조회수 만으로는 새벽 1시에 Top 100 차트에 진입하지 못할 수 있었다.

         

       이에 우리는 큰 기대는 하지 말자고 되뇌었다.

         

       그리고 새벽 1시가 되자….

         

       “1시 됐어요….”

         

       “다들 이리 와. 다 같이 확인해 보자.”

         

       우리는 실질적 리더인 (나는 허수아비) 유 설의 폰 앞에 모여 다 같이 순위를 확인하기로 했다.

         

       그리고 차트를 새로고침 한 순간…!

         

       “……!!”

         

       우리는 결과를 보고 두 눈을 크게 뜰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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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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