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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9

       갑작스럽게 펼쳐진 커다란 판에 도박사들이 도박을 멈추고 호천안의 판으로 몰려들었다.

         

       사적 역시 연초를 마저 태우고 합류할 생각이었다.

         

       ‘유희인가.’

         

       도박사들에게 있어 판이 열린 이유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있는 자들의 돈지랄이야 도박사들에게는 일상이니까.

         

       ‘저 사람의 도박실력을 확인하고 싶은 건지, 증명하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어중이 떠중이는 아닌 것 같군.’

         

       판을 둘러 싼 도박사들에게 나가 떨어지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사적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도박을 하다 보면 운에 기대는 일이 매우 많고 도박사로서 오래 살아가면 극단적인 행운이나 극단적인 불운을 자주 경험한다.

         

       무르익은 도박사일수록 운이라는 요소에 크게 실망하거나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도박장 안쪽에서 연초를 피고 있던 것도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었으니까.

         

       ‘음?’

         

       도박사 모두가 호천안의 판을 구경하기 위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으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청서였다.

         

       사적은 청서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니 형님. 저런 큰 판을 구경하지 않는다니 형님답지 않군. 거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천하의 청서가 저 큰 판을 그냥 보내오? 그렇지 않다면 내가 먹겠…”

         

       사적은 청서에게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돌연 청서가 손을 뻗어서 사적의 팔을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청서는 아무 말 없이 사적을 올려다보았지만 사적은 청서의 눈 안에 담긴 감정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

         

       두려움.

         

       사적은 무엇이 청서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네는 운이 좋았어.”

         

       “아니 쉬벌 뭔 소리요? 그 도박사들 잡혀 갈 때 안 걸리는 것 말하는거요?”

         

        사적은 와락 인상을 찡그렸다. 잡혀갔던 도박사들이 다 이상해진 것을 확인한 지금에서야 안 잡혀가길 잘했다고 여기고 있었지만 사실 사적은 자신을 내버려 둔 관청 놈들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다.

         

       낙양의 난다긴다 하는 도박사들을 죄다 잡아가놓고는 왜 자신만 남겨 두었단 말인가. 이럼 마치 별 거 없는 잔챙이라 남겨진 것 같지 않은가. 나보다 명성도 낮고 도박도 못 하는 놈들까지 잡아가고는 나를 남겨놔?

         

       “저 자와 붙지 말게.”

         

       사적은 청서가 쥔 팔뚝을 내려다보았다. 어찌나 힘을 주고 있는지 팔뚝이 아릴 지경이었다. 손아귀 힘을 통해 청서가 얼마나 공포를 느끼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적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아니 저 자가 뭐길래…?”

         

       청서는 입을 꾹 다문채 고개만을 좌우로 저었다. 입을 열지 못하는 청서를 바라보며 사적은 청서의 손을 떼어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자와 청서, 아니 끌려갔던 도박사들의 상태가 이상해진 것은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 모양이었다.

         

       “자, 자네!” 

       

       

       “걱정 마소 형님들. 저놈이 구체적으로 뭘 해서 형님들을 저리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도 저 놈 맛을 좀 봐야겠소. 기회가 되면 형님들 원한도 좀 갚고.”

         

       빠아아악!!

         

       “으아아악!”

         

       청명한 소리와 함께 도박사가 이마를 쥐고 바닥을 뒹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란 도박사들이 항의했다.

         

       “사람 잡는군!”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호천안은 그런 도박사들의 항의를 한 귀로 흘렸다.

         

       “금화 수십 냥 짜리 판돈으로는 이보다 쌀 수가 없을 텐데?”

       “자네 괜찮나? 어디 좀 보게!”

         

       도박사들이 쓰러진 도박사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니 이마 정중앙에 엄지손가락만한 혹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푸훕..!”

         

       “큽..!”

         

       간신히 웃음을 삼키는 도박사들을 보면서 얼굴을 벌겋게 물들인 도박사가 주변의 부축을 뿌리치고 사라졌다. 아픔보다도 더 강렬한 창피함!

         

       한바탕 웃음이 지나가고 도박사들은 눈치를 보았다. 방금 전 도박사가 순식간에 털리는 모습과 망신당하는 모습을 보니 마구잡이로 덤벼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두 번째 도전자가 나타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번엔 내가 도전하겠소!”

         

       두 번째 도박사 역시 골패를 선택했고 순식간에 패배했다.

         

       따악!

         

       “악!”

         

       세 번째 도박사는 대항사위로 도전을 신청했다.

         

       따악!

         

       “으억!”

         

       세 번째 도박사까지 바닥에 나뒹굴기 시작하자 도박사들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항사위에서 저리 일방적으로…”

         

       “저런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리고 추가로 도전한 네 번째 도박사와 다섯 번째 도박사까지 순식간에 박살이 나버리자 더 이상 호천안 앞에 나서려는 도박사가 없었다.

         

       웅성거리며 우물쭈물거리는 도박사들을 보며 흑묘는 인상을 찡그렸다. 낙양에서 제일 가는 도박사들이 모인다는 도박장을 찾아 왔건만…호천안의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만한 실력자 한 명이 없단 말인가?

         

       그렇게 지지부진하던 찰나.

         

       “자, 그럼 나랑 한 판 하지!”

         

       사적이 도박사들을 뚫고 나와 호천안 앞에 섰다.

         

       “보아하니 도박 좀 하는 모양이더군. 그래도 나름 실력이 있는 자들인데 그리 손쉽게 이기다니.”

         

       “할 거면 판이나 깔아.”

         

       호천안은 사적이 뭐라 하든 관심이 없었다. 그냥 빨리 끝내고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호천안의 심정이었으니까.

         

       호천안이 노골적으로 푸대접을 했지만 사적은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잔을 흔들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보아하니 며칠 전 도박사들이 관아에 끌려간 일과 연관이 있는 자 같은데 우리 내기 하나…”

         

       “안할 거냐? 안 할 거면 꺼져.”

         

       사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런 사적을 보며 호천안 역시 이죽거렸다.

         

       “금화 수십 냥을 따갈 수 있는 판에 끼면 감지덕지해야지. 감히 조건을 가져다 붙여?”

         

       “….좋다.”

         

       사적이 이를 갈며 잔과 주사위를 내려놓았다. 한없이 유리한 판에 끼는 것이 사적의 입장인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러니 저 금화를 모조리 따낸 뒤에 다시 판을 여는 조건으로 질문을 하리라 마음 먹었다.

         

       처음부터 대충할 생각은 없었지만 사적은 완전히 의욕을 불태우며 주먹을 불끈 쥐웠다.

         

       “가전 스물 다섯 개. 종목은 야바위다. 선공은?”

         

       “너부터 해라.”

         

       사적은 말없이 곧바로 야바위를 시작했다.

         

       “오오, 드디어 사적이 나서는군.”

         

       “낙양 제일의 야바위꾼이 드디어..”

         

       “저 건방진 녀석!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야지!”

         

       드디어 제대로 된 자가 나왔는가. 흑묘는 눈을 반짝이며 호천안의 반응에 집중했다. 흑묘가 가장 많이 본 호천안의 도박기술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야바위였다. 당도경이 낭인객잔에 왔을 때 매일 한 시간씩 야바위 승부를 했으니까.

         

       초절정 고수 당도경을 시간 단위로 농락하던 호천안의 야바위술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방금 전까지 나섰던 도박사들과는 수준이 달라 보였다.

         

       흑묘는 아까 사적이 주워 섬긴 말로 상황을 파악했다.

         

       ‘혁기린의 오라버니가 호천안을 상대하기 위한 도박사들을 모았다고 했던가. 그때 많은 도박사들이 동원되었고 그 이후 어떤 문제가 있는 모양이네.’

         

       흑묘는 혁기린을 통해 들었던 황궁에서 있었던 일과 지금의 상황을 연결해 분석했다. 그때 정말 낙양에서 난다긴다 하는 도박사들이 다 동원되었다면 지금 쭉정이만 남아 있는 이유도 설명이 된다.

         

       ‘그렇다면 이 자가 유일한 희망인가.’

         

       사적이 남아 있던 이유도 단번에 이해되었다. 야바위의 고수니까. 황실에서 일을 직접 꾸몄으니 내관부나 동창을 통해 일이 진행되었을 테고 호천안의 도박기술 역시 분석했을 터였다.

         

       ‘도박사로서 선배의 주종목은 누가 봐도 야바위지.’

         

       당가의 초절정고수 당도경, 점창파의 초절정고수 여일예와 더불어 수많은 관객을 완벽히 속여넘긴 황금가 앞에서의 야바위. 그 정보를 접했다면 야바위에 한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여기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이다.

         

       그러니 야바위가 주 종목인 도박사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내버려 두었던 것이다.

         

       ‘결국 이 도박장에서 호 선배의 진심을 끌어낼 만한 이는 저 사람 하나뿐일까.’

         

       모두의 기대감 어린 시선과 함께 사적의 야바위술은 절정을 향해 나아가고 끝내 멈추었다.

         

       “역시! 사적의 야바위는 언제 봐도 일품일세!”

         

       “중간부터 넋 놓고 바라보게 된다니까!”

         

       사적의 야바위를 감상한 도박사들은 탄성을 터트리며 감탄했다. 사적의 야바위에는 그러한 힘이 있었다. 주사위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국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사적의 열정어린 손짓에 어느 순간 정신을 빼앗겨 주사위의 행방 대신 잔을 섞고 있는 사적에 더욱이 집중하게 된다.

         

       혁기린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닮았군요.”

         

       “확실히 그래요.”

         

       흑묘 역시 혁기린의 평가에 동의했다. 사적의 야바위는 호천안의 야바위와는 느낌이 달랐지만 방향성은 비슷했다. 호천안의 야바위는 긴장감의 연속이다. 완급 조절과 끊임없이 사각을 통과하는 주사위는 사람의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손으로 달을 가리켰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뻗는 손에 시선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 호천안의 야바위. 낚일 수 밖에 없는 먹음직스러운 미끼를 걸며 호천안은 그 사이에 대담한 수를 몇 번이고 전개한다.

         

       진짜 도박을 처음 보는 혁기린은 도박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기에 알 수 없었지만 흑묘는 사적의 야바위를 보며 직감했다. 이건 호천안이 평소에 보여주던 야바위에 필적한 수준의 기술이었다.

         

       만약 도박에도 경지가 있다면 적어도 이 야바위에 한해서는 사적과 호천안은 같은 경지에 있었다.

         

       흑묘 역시 사적의 야바위를 놓쳤으니까.

         

       ‘두 사람의 실력이나 기량 차이가 얼마나 날지 모르겠지만…적어도 호 선배와 대적이 가능한 자는 나타났군.’

         

       흑묘는 사적에게 쏠렸던 신경을 모두 호천안에게 집중시켰다. 이제 흑묘가 보고 싶었던 호천안의 진짜 모습이 나올 수 있었으니까.

         

       호천안은 주변의 환호성과 소란이 잦아들자 가전을 하나 던지며 심드렁한 어조로 말했다.

         

       “왼쪽.”

         

       사적의 표정이 굳었다. 호천안이 성의 없는 태도로 손을 뻗어 왼쪽 잔을 넘어뜨렸고 그 안에는 주사위가 들어 있었다.

         

       “아니…?”

         

       “우연인가? 정말 본 것인가?”

         

       도박사들이 술렁거렸다. 야바위의 첫 판이라는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는 도박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적이 수를 아낀 것인가 아니면 사적이 부린 수를 모두 호천안이 간파한 것일까?

         

       “보여줄 건 다 보여 준 것 같으니 다음 공격 때는 가전 스무 개를 걸어 끝내버릴테니 잘 해보라고.”

         

       호천안의 선언에 사적의 눈에서 불이 튀었다. 야바위는 다른 도박에 비해 규칙이 투박했다. 열 개고 스무 개고 걸고 싶으면 얼마든지 걸 수 있다. 주로 다른 도박들은 배팅 과정을 거치며 서로가 판돈을 제어할 수 있지만 야바위는 그렇지 않았다.

         

       “입만 산 녀석이군. 방금 네가 한 말은 너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잊지 마라.”

         

       호천안은 콧방귀를 뀌고는 중앙의 잔으로 주사위를 돌렸다. 시작의 의미로 잔을 높이 들어 중앙에 주사위가 들었음을 확인시켜 준 호천안은 한 손으로 중앙과 왼쪽의 잔을 잡고 서로의 위치를 바꾸었다.

         

       그러고는 다시 중앙의 잔과 오른쪽의 잔을 한 손으로 잡고 반 바퀴 굴렸다.

         

       “끝.”

         

       “저, 저…!”

         

       “미친 자식인가?”

         

       몇몇 도박사들이 성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호천안의 잔 섞기에 분통을 터트렸다. 저게 뭔가? 심지어 놓은 잔들의 간격도 일정하지 않고 전후좌우로도 삐뚤빼뚤하게 놓여져 있었다. 잔을 정갈히 놓으라는 규칙은 없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앞에 두고하는 행동이니만큼 기본적인 예의라는 것이 있는 법이거늘!

         

       그러나 가장 모욕감을 느꼈어야 할 사적은 분통을 터트리지 않았다.

         

       사적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히 있었다.’

         

       저딴 성의 없는 모습으로 섞었기에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분명 호천안의 손동작에서는 사각(死角)이 존재했다.

         

       한 손으로 두 개의 잔을 잡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각이 있었다. 동작이 빨랐다면 사각이라 말할 수 없는 단순한 틈이었지만 한 손으로 잔을 느리게 섞음으로 그 틈은 사각으로 완성되었다.

         

       중앙과 왼쪽 잔이 섞였고 그렇게 섞인 중앙과 오른쪽 잔이 섞였다. 그 두 번의 행동은 모두 사각이 발생했으니 결과적으로 주사위는 세 곳 어디에도 있을 수 있었다.

         

       사적은 가전 세 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왼쪽이다.”

         

       호천안은 어깨를 으쓱하며 손짓을 해 보였을 뿐이고 사적은 그런 호천안의 태도를 보며 왼쪽의 잔을 잡았다.

         

       호천안의 건들거리는 태도는 뭐 도박판에서는 흠 잡을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거나 욕설을 퍼붓는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심리적 도발이나 압박을 허용하는 것이 도박판이니까.

         

       한 손으로 잔을 섞는 것은 정말 최소한의 한 수였다. 그리고 쓸일 없는 죽은 패이기도 했다. 점차 진심을 발휘할수록 어디 한손만으로 야바위를 풀어나갈 수 있겠는가? 그 죽은 패만으로 첫 판을 넘겼으니 수싸움에서는 사적이 패배했다 할 수 있었다.

         

       사적은 확인의 의미로 왼쪽에 걸었다. 사각이 발생한 것과 그 사각을 이용해서 완벽하게 패를 섞은 것은 별개의 문제다. 호천안이 사각만을 만들 수 있는 자인지 아니면 그 사각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자인지 확실하게 해야 했다.

         

       만약 호천안이 잔 속 주사위를 옮기지 못했다면 주사위는 왼쪽에 있어야 했다.

         

       “없어?”

         

       “정말 옮겼단 말인가?”

         

       도박사들이 눈을 크게 뜨며 놀라워했다. 왼쪽의 잔에는 정말로 주사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손으로 어설프게 잔을 돌리던 그 성의 없는 동작 속에서 주사위가 실제로 잔을 오갔다.

         

       터무니없는 실력! 호천안이 여지껏 도박사들을 다섯 명이나 격파했지만 지금 보여준 야바위 기술은 그야말로 격이 달랐다.

         

       사적은 호천안이 자신과 동등 혹은 그 이상의 실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장기전이 되겠군.’

         

       사적은 그렇게 생각하며 잔을 쥐었다. 상대방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첫 판은 적당히 기술을 보였지만 이번 판부터는 완전히 전력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차하아압!”

         

       듣는 사람조차도 절로 힘이 들어가는 열정 어린 기합과 동시에 사적의 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손과 잔에 불이 붙은 것만 같은 뜨거운 움직임!

         

       ‘불놀이 같네요.’

         

       흑묘는 곡예단이 횃불을 돌리며 화려한 볼거리를 선보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것이 상위 도박사들이 선보일 수 있는 경지일까. 지금 사적이 섞는 잔은 야바위 기술을 넘어선 무언가가 깃들어 있었다.

         

       무림고수가 자신의 무공에 혼을 담는 것을 무혼(武魂)이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사적이 보여주는 이 야바위는 도혼(賭魂)이 담겨 있었다!

         

       오직 호천안의 반응을 살피기로 결심한 흑묘의 시선조차도 빨아들이는 사적의 움직임! 흑묘는 잔 속의 주사위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며 사적의 몸놀림에 열중했다. 춤사위와 같은 경쾌함에 빨려들고 손끝에서 보이는 열정에 집중했다.

         

       탁!

         

       ‘이런…’

         

       흑묘는 쓴웃음을 지었다. 잔이 멈추는 순간까지 그저 빨려들어 지켜보기만 했다. 흑묘는 사적의 움직임에 약간의 감탄을 느끼며 다시 호천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오오오!”

         

       “이것 낙양제일의 야바위꾼의 손놀림인가!”

         

       “저 녀석도 이런 것은 어쩔 수 없지!”

         

       “자네야말로 최고의 야바위꾼일세!”

         

       사적은 주변의 반응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잔에서 손을 떼었다. 어쩐지 오늘은 기술이 잘 먹히는 날이었다. 사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이렇게 수준 높은 야바위꾼을 만나본 것이 언제인지.

         

       ‘최근의 그 녀석도 나쁘지 않은 상대였지만 역시 주종목끼리의 대결이 주는 느낌과는 다르지.’

         

       호천안은 한줌의 동요도 그러내지 않았지만 사적은 확신했다. 적어도 눈으로 주사위를 쫒은 기색은 없었고 그 기색이 없음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 최선을 다했다. 건방진 녀석 이번 판에 단번에 끝내겠다고? 꺼내놓은 말이 네 목을 조를 것이다.

         

       사적은 호천안이 주사위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확신했고 호천안이 미리 말했던 대로 높은 판돈을 걸지도 못하리락 확신했다. 저 정도 도박사가 확신도 없이 무리수를 둘 리가 없었으니까.

         

       결국 호천안의 체면만 구겨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사적이 웃음 짓는 찰나였다.

         

       “가전 이십 개. 중앙.”

         

       달아오른 분위기를 단번에 끌어내리는 차가운 목소리.

         

       호천안은 막 사적의 손이 떨어진 중앙 잔을 손을 퉁겨 넘어뜨렸다.

         

       그 잔 안에는 주사위가 들어 있었다.

         

       사적의 야바위에 열광했던 도박사들은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고 사적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빠악!

         

       그렇게 서늘해진 분위기 속으로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구와악 많이 늦었습니다.

    고봉밥이니 봐주시는겁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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