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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9

       “……하아.”

       

       올리비아는 얼굴을 감싸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하필 그곳에서 아리아를 만날 줄이야.

         

       원래 계획은 아리아의 인지 범위 바깥에서 시간만 대충 때우고 단서에서 빠져나올 생각이었는데, 아리아를 만나는 바람에 계획이 꼬여버렸다.

         

       그래도 어찌저찌 핑계를 대고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아리아가 요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누운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일어나느냐?”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멜리나가 넌지시 말했다. 작은 돋보기 안경을 쓰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꽤나 그럴듯했다.

         

       인자해보인다고나 할까.

         

       올리비아는 슬쩍 천막 바깥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말이 천막이지, 멜리나가 직접 설계한 공간 결계답게 바깥에서 보초를 서는 병사들은 올리비아의 기척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못해도 수 만명 단위. 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전장에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갈수록 강한 마수들이 나타날테고, 황녀와 전면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병력을 최대한 온존해야하는 만큼, 언제까지고 이 결계 안에 숨어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암주의 단서 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잘 때 하면 그만이니까.

         

       그런 생각을 읽었는지, 멜리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게 우리를 도와주고 싶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단다.”

       “그게 뭔데요?”

        “첫 번째는 내 시종인 척 날 따라다니며 보조하는 방법이란다. 하지만 너는 정체를 숨겨야 하니 광학 왜곡이 걸린 두꺼운 로브를 항상 쓰고 다녀야 할테고, 네 주 속성 또한 사용할 수 없겠지.”

         

       물론 그렇게 해도 의심하는 사람은 생겨날 것이다.

         

       “두 번째는 동부로 가서 두 모지리들을 데려 오는거란다.”

        “……모지리요?”

        “나잇값도 못하고 강가나 유영하며 노는 것들을 모지리라고 부르지, 그럼 뭐라고 부르겠느냐?”

         

       멜리나가 누굴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파도잡이 에스티와 무왕 아쉐 발타르.

         

       조용히 아틸라 산맥에 처박혀 있으라고 그렇게나 당부를 했는데, 그 새를 못참고 강가를 유영하고 다녔던 모양이다.

         

       사실 둘의 성향을 생각하면 5년 동안 조용히 말을 듣고 있었던게 더 이상하긴 하지만서도…….

         

       ‘그래도 모지리는 조금 심하지 않나?’

         

       물론 올리비아는 그 의견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나이를 백 단위로 처먹은 년놈들 답지 않게 하는 짓은 영 백수 한량이다만, 그래도 능력은 출중하니 데려오면 어찌저찌 도움은 될거란다.”

       “……아.”

         

       오랜만에 듣는 멜리나의 독설에, 올리비아는 입을 연 채로 굳어버렸다.

         

       “…….”

         

       너무 노골적이었나? 멜리나는 올리비아의 벙찐 표정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몇 년 동안 전쟁터를 오가다 보니……저도 모르게 험한 말투가 전염된 모양이었다.

         

       “흠, 으흠…….”

         

       멜리나는 괜히 헛기침을 반복했다…….

         

       생각해보면 그리 심한 말을 한 것도 아니다. 그녀가 한창 금탑에서 일할 때는 이보다 원색적인 비난들도 마음껏 쏟아내지 않았던가. 물론 올리비아를 만난 이후 고쳤다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멜리나는 제 제자가 이 정도 발언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넘길 유연한 사고를 가졌을 거라고 믿었다.

         

       그 생각대로, 올리비아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혹시 예전에 싸우기라도 한 걸까? 셋의 성향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싸움에 미친 근육몬, 그리고 자살 희망자 파도잡이까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올리비아와의 만남은, 아리아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끝나버렸다.

         

       ‘그, 내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미안. 먼저 가볼게.’

         

       누가봐도 핑계에 불과했지만, 아리아는 제 친우를 붙잡는 대신 후일을 기약했다. 올리비아가 대륙 곳곳을 유랑하며 지역의 강자들과 친분을 쌓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리아에게 기다림은 익숙했다. 그녀가 무엇보다 중요시 하는 가치는 인연이었고, 황좌에 앉을 능력이 있음에도 우둔한 행세를 하는 것 또한 그 일환이었다.

         

       그렇지만 아쉽다. 그 감정을 빨리 털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가장 깊숙한 비밀을 공유하는 유일한 친구. 차라도 한 잔 마시고 갔으면 했건만.

         

       “황녀님.”

       

       몇 달 전 새로 고용한 시녀가 다가왔다. 자안(紫眼)을 가진 시녀는 황태자가 직접 추천해준 엘리트였다. 남부의 헤인 남작가의 삼녀라고 했었나.

         

       “또 친구분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시녀는 아리아의 삐죽거리는 입술을 보았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홍차를 타 아리아에게 건넸다.

         

       “티 많이 나니?”

       “황녀님은 표정을 읽기 쉬우시니까요. 며칠 전에 2황자께서 북방으로 떠나셨을 때도 그런 표정을 짓지 않으셨습니까?”

         

       아리아는 찻잔을 집어든 다음 언제나처럼 홍차를 마셨다. 시녀는 자연스럽게 다과를 꺼내 아리아의 옆에 놓았다.

         

       “가까운 사람이 먼 곳으로 떠나면……누구나 그럴 거라고 생각해.”

       

       그 중에서도 아리아는 유독 심한 편이었지만.

         

       “그래, 심심한데 체스나 한 판 두자.”

         

       아리아는 말을 쥐면서 말했다.

         

       “이제 조금 괜찮게 두네. 처음보다 훨씬 늘었어.”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운 아리아가 말을 옮겼다.

         

       “올리비아만큼은 아니지만, 배우는 속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라. 이제 스무 번 안에 끝내기는 힘들겠어.”

        “……저보다는 집사장께서 훨씬 잘 두시지 않겠습니까?”

       “아니. 집사장은 네 상대가 안 돼.”

         

       집사장, 수호기사장, 2황자, 황태자……심지어는 황제까지.

         

       상대가 체스를 둘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사이라면 아리아는 망설이지 않고 대국을 신청했다. 그 때 아리아의 나이가 여섯 살. 체스라는 게임에 막 입문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패배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아리아를 처음으로 패배시킨 사람이, 올리비아였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바쁠까.”

       

       아리아는 말을 움직이며 말했다.

         

       “충분히 호의호식 할 수 있는데도, 힘든 길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파와.”

       “…….”

       “하지만 어쩌겠어. 그런 점이 더 올리비아다운걸. 지금처럼 뒤에서 조용히 도와주는게 최선이겠지.”

         

       시녀는 그런 아리아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황녀님께서는 운명을 믿으십니까?”

       “……?”

       “제 가문이 있는 남부에서는, 마법사보다 주술사들의 영향력이 더 강합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알게 모르게 그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요.”

         

       탁!

         

       판 위를 돌아다니는 말의 수는 어느새 현저히 줄어 있다.

         

       “황녀님께서는 여왕의 운명을 타고 나셨습니다.”

       “후후, 그럴리가. 나는 황위에 관심이 없는걸.”

       

       시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황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이 세계가 체스 판이고, 모두가 하나의 역할을 지녔을 때.”

       

        시녀의 손에는, 어느새 퀸이 들려 있었다.

         

       체스에서, 가장 강력한 기물.

         

       “황녀께서는, 여왕이십니다.”

        “……재미있는 소리네. 이 세계가 게임이나 마찬가지라는 거니까.”

         

       아리아의 눈빛이 달라졌다. 조금만 삐끗해도 황족 모욕죄로 처형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영민한 시녀가 모를 리 없었다.

         

       “쫓겨나고 싶지 않다면 말 조심하렴. 나는 너를, 내후년에도 내 시녀로 두고 싶으니.”

         

       하지만 시녀는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려온 사람처럼 말을 이어나갔다.

       

       “언젠가는 선택하게 될 날이 오실 겁니다.”

       “…….”

         

       시녀는 깊은 눈으로 아리아를 바라보다가, 다시 체스판으로 고개를 돌렸다.

         

       “황녀님께서 즐겨 사용하시는 수가 있지요. 범인(凡人)들은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는……하지만 통하기만 한다면 상대를 그 즉시 외통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확신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수.

         

       시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리아는 이해했다.

         

       이해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녀의 영민한 두뇌는 그러지 못했다.

         

       탁.

         

       마지막으로 남은 말을 집어든 시녀가 말했다.

         

       “이번에도 제가 졌군요.”

       “…….”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 있었던 대화는,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테니까요. 물론……저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파아앗!

         

       시녀의 자안이 빛을 발함과 동시에, 아리아는 감고 있는 눈을 떴다.

         

       익숙한 책상.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서류들.

         

       꿈에서 깨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후욱……!

         

       다음 순간, 아리아의 코앞에서 검은 그림자가 솟구쳐 올라왔다. 하지만 아리아는 익숙한 듯 아무렇지 않게 서류를 처리하는데 집중했다.

         

       그림자 틈에서 튀어나온 장본인, 암주 또한 아리아의 태도를 신경쓰지 않았다.

         

       “동부 해안에서 제국의 깃발을 단 선박들의 침몰 빈도수가 유독 높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제국이 건조한 선박은 구획이 여러 개로 나누어져 있어 쉽게 침수되지 않는다. 게다가 마법 회로가 새겨진 선체와 갑판은 어찌나 단단한지, 어중간한 포탄조차 막아낼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선박들이 침몰하고 있다?

         

       다른 왕국들의 선박들은 멀쩡한데.

         

       아리아가 피식 웃었다.

         

       “파도잡이의 소행이겠네요.”

        “우리 중 한 명이 다녀와야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네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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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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