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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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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분’이라 불리는 존재의 존재감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다크 판타지 세계가 감당할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그 탓에 세계에 침투한 존재의 크기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 말은 곧, 제힘의 절반도 사용할 수 없다는 말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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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는 현재의 제힘으로는 리안의 몸을 차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했다. 이는 리안의 육체가 존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특별하다는 말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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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몸은 당장 존재가 사용할 순 없지만, 테두리가 무지개색으로 번쩍거리는 히든 아이템 같은 물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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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는 그런 물건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인과율을 끌어와 억지로 리안의 몸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알 수 없어 제 추종자 중 하나를 리안의 육체에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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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과율까지 사용한 덕분인지 존재의 추종자이자 꽤 능력 있는 외신이 어렵지 않게 리안의 몸에 쑥 들어갔다. 존재의 몸을 갉아먹던 미지의 것이 입마개라도 한 것처럼 외신을 공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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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런 준비 없이 인과율을 소모한 대가로 잠시 잠들어야 할 터지만, 그 정도의 대가로 스폐셜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다면 남는 장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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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가 기쁜 마음으로 짧은 낮잠 속에 빠져드는 것과 동시에 리안이 방으로 들어섰고, 리안의 몸을 차지한 외신이 욕설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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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려 그분께서 인과율을 소모하였는데도 완전히 지배할 수 없는 몸뚱어리라니! 대체 어떻게 되먹은 몸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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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은 몸이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자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마치 거대한 사슬에 몸이 꽁꽁 묶여있는 것만 같았다. 한참을 무어라 씩씩거리던 놈은 이내 체념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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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래선 언데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원래 쓰던 몸을 그대로 쓰는 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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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은 바닥에 널브러진 원래 쓰던 육체를 흘긋 바라보았다. 눈동자를 굴리는 것조차 거대한 바위를 밀어내는 것만큼 무겁고 힘겹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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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우… 한치도 움직이지 못하는 건 아니니 천천히 길을 들여보자. 그만한 인과율을 사용해야 겨우 차지할 수 있는 몸뚱어리니 특별한 점이 하나라도 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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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은 애써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을 마무리한 후 제 기운을 리안의 몸 곳곳에 퍼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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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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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와 동시에 끔찍한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영혼에 직접 타격을 주는 공격인지 멍하게 풀린 표정으로 앉아있는 리안의 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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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흑..어째서 이런 고통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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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은 곳바로 고통이 시작된 부분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상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널찍한 통로에 선 인간 형태의 세포들이 슬라임 형태로 변한 기운들을 구석에 몰아놓고 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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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처음 들어왔으면 선배한테 인사부터 박아야지, 뭐? 이제부터 이 몸은 내겁니다? 이게 미쳤나?”
    “야야, 진정해. 신입이 뭘 알고 그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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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게 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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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을 떠나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외신이 멍한 얼굴로 눈앞에 떠오르는 장면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가 마주한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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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원래 있던 주인은 어디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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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외신에게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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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누가 주인이건 상관없긴 하지. 그럼 바로 전달하겠다. 위장이 비어 북을 울릴 예정인데 어느 정도의 크기로 울려도 될지 문의가 올라왔다. 얼마까지 허용이 되는지 정해주고, 심장과 폐 사이에 싸움이 발생했으니 이를 말릴 방법을 빨리 생각해라. 아, 이번에 처음 보는 이상한 놈들이 몸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그 때문에 여기저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
    [ 뭐..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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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가 멍해지는 이야기에 외신이 굳어버리자 혀를 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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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살아 숨 쉬는’게 쉬울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육체 하나를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빨리빨리 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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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의라고는 하나 리안의 몸은 이미 개그 주민화가 되어, 일반적인 인간과는 다른 구조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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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인 인간의 몸은 무의식중에 몸 곳곳에서 들어오는 신호를 뇌로 전달하고 그에 맞는 명령을 내려주지만, 리안의 몸은 지금처럼 하나하나 직접 명령을 내려 육체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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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뇌 속에 존재하던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미니 리안들의 그 역할을 수행해 왔기에 겉으로는 일반 인간과 다를 바 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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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은 수천 만명의 직원이 운영하던 기업을 덜렁 혼자 운영하게 된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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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 저대로 두면 죽겠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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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상황을 기민하게 눈치챈 리안이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제 육체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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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쓸모없는 걸 주인으로 모실 수는 없다!”
    [ 크아아악! 대,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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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예상대로 몸을 차지한 외신이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않자 몸 곳곳의 문제를 전달하던 신경이 하극상을 벌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외신의 비명이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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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아…몸의 주도권을 뺏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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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은 온몸이 꽁꽁 묶인 채 눈과 귀가 가려진 상태로 꼭두각시가 되어 육체를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 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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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그대로 겪고 있는 이를 보고 있자니 어느새 과몰입을 한 채 바라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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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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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게 정신이 번쩍든 리안은 황급히 제 몸으로 다가가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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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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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투명한 영혼은 육체를 통과할 뿐 들어가지지 않았다. 몇 번이고 안으로 들어가려 해봤지만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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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명령은 곧잘 따르는 것 같으니 써먹을 만한지 테스트하고 적당한 곳에 사용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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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제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 허우적거리는 사이 검은 로브들 사이에선 결론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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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제가 안 되는 거라면 모를까, 명령을 내리는 대로 움직이는 상태라면 쓸모가 있을 터였다. 뭣보다 ‘그분’이 인과율까지 사용하여 얻어낸 몸이니 특별한 점이 하나라도 존재할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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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곧바로 리안에게 여러 가지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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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닌 건가? 꽤 쓸만해 보이는데?”
    “적어도 골렘보다는 쓸모 있어 보이네.”
    “뭐? 지금 시비 거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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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 명령을 내렸을 때 상황에 맞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만족하는 반응이 연신 터져 나왔다. 허공에 둥둥 떠서 그 꼴을 내려다보던 리안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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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르간도아도 신성력도 사용할 수 없나 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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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등에 새겨져 있던 인장들은 모두 먹통이라도 된 것처럼 흐릿한 회색으로 변한 상태였다. 그 사실에 리안은 작게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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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행이다. 그 두 개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으면…. 으…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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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써 밝은 목소리로 중얼거려 보지만 상황이 나아지는 건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로브 무리는 리안을 데리고 방을 빠져나왔다. 리안의 몸은 수많은 관이 놓여있는 방으로 옮겨진 후 관 안에 눕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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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비와 직책을 준비해야 하니, 준비가 끝날 때까지만 이곳에 보관해두도록 하지.”
    “그분께서 돌아오시기 전에 일을 끝내놓아야 할 거야.”
    “당연히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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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그 대화를 끝으로 방을 떠났다. 쿠웅! 하고 방문이 닫히자 방 안엔 리안과 수많은 관들만이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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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끙.. 우선 여기가 어딘지부터 알아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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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몸으로 돌아갈 방법은 알 수 없었기에, 장소라도 파악해 놓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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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왕이면 노아랑 가까운 곳이었으면 좋겠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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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줄리아나를 볼 수 있는 만큼 영혼 상태인 제 모습도 눈에 담을 수 있을 터였다. 잘만 하면 상황을 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행복회로를 돌려보며 위로 날아올라 천장을 뚫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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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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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묘한 효과음과 함께 한참을 위로 올라가자 건물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뾰족한 검은 탑 지붕 위에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암울한 현실이 리안을 덮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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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마 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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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멍하게 입을 벌린 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마왕성의 풍경을 시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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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왕성…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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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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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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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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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렀냐고 묻는다면 한 마디로 설명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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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 수 있는 게 없어! 단 하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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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제 위치가 마왕성 내부, 그것도 마왕성의 중심 이라는 걸 깨달은 후 리안은 부지런하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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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다니며 깨달은 점이 두 가지 있었는데, 첫 번째는 방금 말했던 것처럼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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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가진 영적 힘이 약하기라도 한 건지 물건을 들어 올리는 것조차 버거웠다. 다른 이의 눈에 보이지도 않았고 모든 물건과 생물은 전부 통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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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번째로 깨달은 점은… 제 육체와 일정 이상 멀어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대로 노아가 있는 제국까지 날아갈까라는 생각에 무작정 앞으로 쭉 나아가다가 정신을 차리니 제 몸 곁으로 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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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탓에 리안은 일주일 내내 둥둥 날아다니며 마왕성 내부를 구경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처음에는 꽤 재미있고 흥미로웠지만, 어느 순간부터 질려버린 탓에 허공에 축 늘어져 있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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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우… 오늘은 저 저쪽 구역이나 구경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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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고 뭔가 해결되는 건 없었기에 리안은 늘어졌던 몸을 추스른 후 아직 가보지 않았던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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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모든 방을 다 탐사한 것도 아니면서 왜 벌써 질렸냐 묻는다면 답은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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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시 비어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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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왕성 심부에 존재하는 방은 대부분이 텅 비어있어 구경할만한 공간을 찾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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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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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모든 방이 비어있는 건 아니었기에 운이 좋으면 누군가가 사용 중인 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 리안의 눈앞에 있는 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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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리안이 놀란 건 이 때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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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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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왕성에선 단 한 번도 들어볼 수 없었던 구슬픈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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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개그 주민을 삼켜버리나 그 안에 들어가나… 모두 끝이 좋지 않죠(절레절레)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그분’이라 불리는 존재의 존재감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다크 판타지 세계가 감당할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그 탓에 세계에 침투한 존재의 크기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 말은 곧, 제힘의 절반도 사용할 수 없다는 말과 같았다.

존재는 현재의 제힘으로는 리안의 몸을 차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했다. 이는 리안의 육체가 존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특별하다는 말과 같았다.

리안의 몸은 당장 존재가 사용할 순 없지만, 테두리가 무지개색으로 번쩍거리는 히든 아이템 같은 물건인 것이다.

존재는 그런 물건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인과율을 끌어와 억지로 리안의 몸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알 수 없어 제 추종자 중 하나를 리안의 육체에 밀어 넣었다.

인과율까지 사용한 덕분인지 존재의 추종자이자 꽤 능력 있는 외신이 어렵지 않게 리안의 몸에 쑥 들어갔다. 존재의 몸을 갉아먹던 미지의 것이 입마개라도 한 것처럼 외신을 공격하지 않았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인과율을 소모한 대가로 잠시 잠들어야 할 터지만, 그 정도의 대가로 스폐셜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다면 남는 장사였다.

존재가 기쁜 마음으로 짧은 낮잠 속에 빠져드는 것과 동시에 리안이 방으로 들어섰고, 리안의 몸을 차지한 외신이 욕설을 내뱉었다.

[ 무려 그분께서 인과율을 소모하였는데도 완전히 지배할 수 없는 몸뚱어리라니! 대체 어떻게 되먹은 몸이야?! ]

외신은 몸이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자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마치 거대한 사슬에 몸이 꽁꽁 묶여있는 것만 같았다. 한참을 무어라 씩씩거리던 놈은 이내 체념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이래선 언데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원래 쓰던 몸을 그대로 쓰는 건데… ]

외신은 바닥에 널브러진 원래 쓰던 육체를 흘긋 바라보았다. 눈동자를 굴리는 것조차 거대한 바위를 밀어내는 것만큼 무겁고 힘겹게 느껴졌다.

[ 후우… 한치도 움직이지 못하는 건 아니니 천천히 길을 들여보자. 그만한 인과율을 사용해야 겨우 차지할 수 있는 몸뚱어리니 특별한 점이 하나라도 있겠지. ]

외신은 애써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을 마무리한 후 제 기운을 리안의 몸 곳곳에 퍼뜨리기 시작했다.

[ 커헉…! ]

그와 동시에 끔찍한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영혼에 직접 타격을 주는 공격인지 멍하게 풀린 표정으로 앉아있는 리안의 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 크흑..어째서 이런 고통이…! ]

외신은 곳바로 고통이 시작된 부분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상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널찍한 통로에 선 인간 형태의 세포들이 슬라임 형태로 변한 기운들을 구석에 몰아놓고 패고 있었다.

“이게 처음 들어왔으면 선배한테 인사부터 박아야지, 뭐? 이제부터 이 몸은 내겁니다? 이게 미쳤나?”

“야야, 진정해. 신입이 뭘 알고 그랬겠어?”

[ 이게 뭐야…? ]

고통을 떠나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외신이 멍한 얼굴로 눈앞에 떠오르는 장면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가 마주한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뭐야? 원래 있던 주인은 어디 갔어?”

낯선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외신에게 말을 걸어왔다.

“뭐, 누가 주인이건 상관없긴 하지. 그럼 바로 전달하겠다. 위장이 비어 북을 울릴 예정인데 어느 정도의 크기로 울려도 될지 문의가 올라왔다. 얼마까지 허용이 되는지 정해주고, 심장과 폐 사이에 싸움이 발생했으니 이를 말릴 방법을 빨리 생각해라. 아, 이번에 처음 보는 이상한 놈들이 몸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그 때문에 여기저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

[ 뭐..뭐? ]

머리가 멍해지는 이야기에 외신이 굳어버리자 혀를 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살아 숨 쉬는’게 쉬울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육체 하나를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빨리빨리 일해라.”

빙의라고는 하나 리안의 몸은 이미 개그 주민화가 되어, 일반적인 인간과는 다른 구조로 움직였다.

일반적인 인간의 몸은 무의식중에 몸 곳곳에서 들어오는 신호를 뇌로 전달하고 그에 맞는 명령을 내려주지만, 리안의 몸은 지금처럼 하나하나 직접 명령을 내려 육체를 유지한다.

리안의 뇌 속에 존재하던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미니 리안들의 그 역할을 수행해 왔기에 겉으로는 일반 인간과 다를 바 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외신은 수천 만명의 직원이 운영하던 기업을 덜렁 혼자 운영하게 된 상황인 것이다.

[ ‘어.. 저대로 두면 죽겠는데?’ ]

이 같은 상황을 기민하게 눈치챈 리안이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제 육체를 바라보았다.

“이런 쓸모없는 걸 주인으로 모실 수는 없다!”

[ 크아아악! 대,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

리안의 예상대로 몸을 차지한 외신이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않자 몸 곳곳의 문제를 전달하던 신경이 하극상을 벌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외신의 비명이 잦아들었다.

[ ‘아아…몸의 주도권을 뺏겼네.’ ]

외신은 온몸이 꽁꽁 묶인 채 눈과 귀가 가려진 상태로 꼭두각시가 되어 육체를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 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그대로 겪고 있는 이를 보고 있자니 어느새 과몰입을 한 채 바라보게 되었다.

[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

뒤늦게 정신이 번쩍든 리안은 황급히 제 몸으로 다가가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후웅..

반투명한 영혼은 육체를 통과할 뿐 들어가지지 않았다. 몇 번이고 안으로 들어가려 해봤지만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

“다행히 명령은 곧잘 따르는 것 같으니 써먹을 만한지 테스트하고 적당한 곳에 사용하도록 하지.”

리안이 제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 허우적거리는 사이 검은 로브들 사이에선 결론이 내려졌다.

통제가 안 되는 거라면 모를까, 명령을 내리는 대로 움직이는 상태라면 쓸모가 있을 터였다. 뭣보다 ‘그분’이 인과율까지 사용하여 얻어낸 몸이니 특별한 점이 하나라도 존재할 거라 생각했다.

그들은 곧바로 리안에게 여러 가지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이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닌 건가? 꽤 쓸만해 보이는데?”

“적어도 골렘보다는 쓸모 있어 보이네.”

“뭐? 지금 시비 거는 거냐?”

특정 명령을 내렸을 때 상황에 맞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만족하는 반응이 연신 터져 나왔다. 허공에 둥둥 떠서 그 꼴을 내려다보던 리안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가르간도아도 신성력도 사용할 수 없나 보네? ]

손등에 새겨져 있던 인장들은 모두 먹통이라도 된 것처럼 흐릿한 회색으로 변한 상태였다. 그 사실에 리안은 작게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 다행이다. 그 두 개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으면…. 으…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 ]

애써 밝은 목소리로 중얼거려 보지만 상황이 나아지는 건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로브 무리는 리안을 데리고 방을 빠져나왔다. 리안의 몸은 수많은 관이 놓여있는 방으로 옮겨진 후 관 안에 눕혀졌다.

“장비와 직책을 준비해야 하니, 준비가 끝날 때까지만 이곳에 보관해두도록 하지.”

“그분께서 돌아오시기 전에 일을 끝내놓아야 할 거야.”

“당연히 그래야지.”

그들은 그 대화를 끝으로 방을 떠났다. 쿠웅! 하고 방문이 닫히자 방 안엔 리안과 수많은 관들만이 남게 되었다.

[ ‘끙.. 우선 여기가 어딘지부터 알아보자.’ ]

당장 몸으로 돌아갈 방법은 알 수 없었기에, 장소라도 파악해 놓을 생각이었다.

[ ‘이왕이면 노아랑 가까운 곳이었으면 좋겠는데….’ ]

노아는 줄리아나를 볼 수 있는 만큼 영혼 상태인 제 모습도 눈에 담을 수 있을 터였다. 잘만 하면 상황을 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행복회로를 돌려보며 위로 날아올라 천장을 뚫고 지나갔다.

휘우웅.

기묘한 효과음과 함께 한참을 위로 올라가자 건물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뾰족한 검은 탑 지붕 위에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암울한 현실이 리안을 덮쳐왔다.

[ 설마 여기… ]

리안은 멍하게 입을 벌린 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마왕성의 풍경을 시야에 담았다.

[ 마왕성…이야? ]

리안은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왜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렀냐고 묻는다면 한 마디로 설명해줄 수 있다.

[ ‘할 수 있는 게 없어! 단 하나도!’ ]

현재 제 위치가 마왕성 내부, 그것도 마왕성의 중심 이라는 걸 깨달은 후 리안은 부지런하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돌아다니며 깨달은 점이 두 가지 있었는데, 첫 번째는 방금 말했던 것처럼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리안이 가진 영적 힘이 약하기라도 한 건지 물건을 들어 올리는 것조차 버거웠다. 다른 이의 눈에 보이지도 않았고 모든 물건과 생물은 전부 통과되었다.

두 번째로 깨달은 점은… 제 육체와 일정 이상 멀어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대로 노아가 있는 제국까지 날아갈까라는 생각에 무작정 앞으로 쭉 나아가다가 정신을 차리니 제 몸 곁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 탓에 리안은 일주일 내내 둥둥 날아다니며 마왕성 내부를 구경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처음에는 꽤 재미있고 흥미로웠지만, 어느 순간부터 질려버린 탓에 허공에 축 늘어져 있기만 했다.

[ 후우… 오늘은 저 저쪽 구역이나 구경할까? ]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고 뭔가 해결되는 건 없었기에 리안은 늘어졌던 몸을 추스른 후 아직 가보지 않았던 방으로 향했다.

아직 모든 방을 다 탐사한 것도 아니면서 왜 벌써 질렸냐 묻는다면 답은 간단했다.

[ 역시 비어있네… ]

마왕성 심부에 존재하는 방은 대부분이 텅 비어있어 구경할만한 공간을 찾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 어? ]

그래도 모든 방이 비어있는 건 아니었기에 운이 좋으면 누군가가 사용 중인 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 리안의 눈앞에 있는 방처럼.

다만 리안이 놀란 건 이 때문이 아니었다.

“흐윽…”

마왕성에선 단 한 번도 들어볼 수 없었던 구슬픈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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