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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

       

        

        

        

        

        

       “…여러분, 진짜 이 게임 너무 무서워요…정신나갈것같애….”

        

        

        

        뉴욕 시청, 무장안전가옥.

        

        주변에 널린 야전침대 위, 민트빛 고양이 한 명이 말 그대로 벌러덩 누워있었다.

        

        눈의 초점은 나가고, 총기조차 적당히 주변에 내려놓은 채, 천장을 바라보며 힘없이 숨을 뱉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몽땅 떠먹여주는 여타 가상현실게임들과는 다른 아찔한 매운 맛에, 하모니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침대와 하나가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걸 드러눕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벌기가 그렇게 쉬운 줄 알았습니까 캣휴먼? 빨리일어나!!!!

       -다크존…오늘도 안정적인 뉴비제초 성공….

       -씨1발 헨슬로우 좃같은색기야 튜토리얼 난이도좀 제발 내리라고!!!!!!!!!

        

        

        

       “…아니. 그건 그렇다고 쳐도, 사실 그 부분은 크게 상관없어요.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니까. 근데 왜 안전가옥에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이거 니네들이 다 로그아웃시킨거지!”

        

        

        

        물론, 채팅창의 반응은 ‘선생님 실례지만 무슨 개소리 중이신가요?’에 한없이 수렴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게 어쨌든 간에, 시간 상의 문제인지, 또는 재수없게 주변에 스폰한 유저들이 한 명도 없었던 탓인지, 안전가옥은 그야말로 먼지만 풀풀 날리는 수준이었다.

        

        온갖 난관을 뚫으며, 사람과 걸레짝 그 사이 어딘가의 물체가 되었음에도 꾸역꾸역 안전가옥까지 온 건 성공했지만, 아직 갈 길이 너무 멀었다.

        

        

        

       <김피아노 님이 1,000원 후원!>

       -부캐 여러번 키워봤는데 단 한번도 안이런거 보면 그냥 재수가 없는거임 ㅋㅋ

        

       “김피아노 님, 천 원 후원 감사합니다…아니, 진짜? 이렇게 나서서 하는데도 우주가 날 안 도와줘? 이야….”

        

        

        

       -?????????????

       -갑자기 빠꾸업는 드립 미쳐버렸고 ㅋㅋㅋㅋㅋㅋ

       -더 간절히 원했어야지 ㅋㅋ

       -이러다 폐사하게 생겼네 ㅅㅂㅋㅋ 녹냥단 다 뒤짐?

       -닼크리트들아 정신이 들어?닼크리트들아 정신이 들어?닼크리트들아 정신이 들어?

        

        

        

       “안 되겠다…잠깐 물이나 좀 마시고 오겠습니다. 수분 부족 경고 떴네.”

        

        

        

        그와 동시에, 모든 시청자들이 보고 있는 화면으로 AFK – Away From Keyboard 문구가 떠오른다.

        

        접속기의 특징 중 하나로, 인게임 중 안전한 상황일 때, 언제든지 초커형 차단기의 신호를 복구하여 즉각 실제 신체를 움직이게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잠시 신호를 끊고, 그대로 침대에서 일어서 물을 마시러 간 상황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채팅창은 평소에는 할 수 없었던 수많은 채팅들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한편 그러는 와중, 필름이 끊긴 하모니의 아바타가 낡은 야전침대의 구조적 결함에 의해 슬며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심상찮은 소리와 함께 살그머니 회전하는 시야. 콘크리트 천장 아래 이리저리 교차하는 각양각색의 파이프가 사라지고, 시선은 입구를 조망한다.

        

        거기서부터 한 명의 인영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오

       -오뭐임? 유저온거아니냐?

       -와 뱀꼬리 오졌다 ㅋㅋㅋㅋ 피탄반경 존나넓을듯

       -개쌉고수 냄새나는데

       -ㅅㅂ 하모니 어디감 ㅋㅋㅋㅋㅋ 파티안걸고 뭐해

       -잤어….

        

        

        

        생동감 있게 꿈틀대는 꼬리.

        

        길게 늘어진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슬쩍 보이는 뾰족한 귀. 두텁게 갖춰입은 복장 너머로도 얼핏 보이는 상당한 볼륨.

        

        그 누가 보더라도 단박에 유저임을 짐작할 수 있는 독특한 외형이었다.

        

        

        그러나.

        

        

        UI 한쪽에 떠올라있는 두 개의 미션 하단, 두 시간 가량 남은 숫자 카운트가 애처롭게 깜빡이는 와중에도, 그녀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곧 오겠거니 하는 모두의 생각은, 한참이 지나도 여전히 침대 위에 드러누운 상태를 유지 중인 하모니로 인해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다.

        

        

        눈 앞의 유저가 안정적으로 총기를 점검하고 있는 사이에도.

        

        영점이 틀어졌는지를 확인키 위해 조준을 하는 와중에도.

        

        탄창을 빼고 약실을 확인한 후, 남은 탄환 수를 체크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에도.

        

        그녀는 오브젝트마냥 움직이지 않았다.

        

        그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한 것은 수천 명 가량의 시청자들이었다.

        

        

        

       <기상나팔 님이 1000원 후원!>

       -아니 도대체 물을 언제까지 마시는거야? 빨리일어나 버스기사왔어!!!!!!!!!!!!!

        

        

        

        짤막하게만 느껴지는 시간.

        

        눈 앞의 유저가 이곳에서 적잖이 시간을 소비했음에도, 시청자들에겐 결코 충분치 않았다.

        

        하모니의 시야 너머로 움직임이 이어진다. 확인할 건 전부 확인했고, 이젠 출발하면 된다는 확고하기 그지없는 발걸음….

        

        

        하지만 이들의 도네이션에 담긴 철학이 충분했던 탓일까,

        

        

        

       “…어, 으, 나 왜 이렇게 누워있냐…?”

        

        

        

        그녀가 왔다.

        

        아주 태평한 목소리와 함께.

        

        채팅창은 이미 폭주 상태였다.

        

        

        

       -그게 중요한게아니라고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빨리잡아!빨리잡아!빨리잡아!빨리잡아!빨리잡아!빨리잡아!빨리잡아!빨리잡아!

       -눈앞에 유저 가잖아 제발 좀

       -눈나제발나속터져죽는꼴보고싶어!?!?!?!?

        

        

        

       “어, 어? 뭐야, 왜요? 누구, 사람 왔어요? 어디?”

        

        

        

        그렇게, 시청자들의 인내심을 한계까지 건드리는 아찔한 상황과 함께───

        

        

        

       “잠깐만요───!!!”

        

        

        

        만남이 성사되었다.

        

        

        

        

        

        

        

        

        

        

        

        

        

        

       -유진. 앞으로의 네 일과를 간단히 알려주겠다. 기상한 후 식사를 하고, 08시까지 사격장으로 와라.

        

       -네.

        

       -거기에 가서 13시까지 사격Flat range shooting을 진행하고, 14시까지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사격장으로 가라. 그리고 18시까지 또 사격해라. 전부 실전사격을 기준으로 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19시까지 식사를 끝마친 다음, 킬하우스 훈련을 23시 30분까지 계속 반복한다. 이 일과는 네가 총기에 완전히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겠다.

        

        전담 건스미스 배정이 가능할 정도까지의 실력이 되면, 킬하우스 훈련의 비중을 높일 거다.

        

       -…넵.

        

       -체력과 신체능력이 상당히 인상깊더군. 하지만 바깥은 현재도 실전 상황이다. 이 모든 것들에 빠르게 익숙해져서 스스로를 증명하거나, 아니면 죽거나. 선택은 네 몫이다.

        

        

        

        …이건 내가 훈련을 받기 시작한 첫날, 나의 작전대 선임관이기도 했던 제1특수행동단1st Special Actions Group, 즉 델타 포스의 원사였던 안토니 오웬스가 내게 한 말이었다.

        

        갑자기 이런 기억을 떠올린 이유는 별 것 없었고…음, 잠깐 옛날 기억을 떠올리자면, 나는 저때 내가 왜 저만큼이나 뺑이를 쳤어야 하는지를 몰랐다.

        

        하지만….

        

        

        

       “와, 파티한 것만으로 이렇게나 편해질 줄이야. 진짜 감사합니다….”

        

       “…비전투 상태일 때는 총 겨누면 안 돼요. 주변에 인기척 있는지 경계 확실히 하시고.”

        

       “앗, 네네.”

        

        

        

        …지금 내가 이 상황에 처해본 결과, 그때 욕으로 끝난 게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는 당시 교관들이 왜 온갖 험한 말을 박아가며 나를 가르쳤었는지도 아주 자동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일반인에 장구류만 입혀놓으면 오퍼레이터가 될 리가 없었으니까….

        

        매 초마다 이 녹색 고양이의 정강이를 까버리고 싶었지만, 몇 번이고 이건 실제가 아닌 게임이라며 되뇌여야만 했다.

        

        그나마 외관이 귀여워서 참는다.

        

        

        

       “…이런 쪽에 상당히 관심이 많으신가봐요. 하시는 행동들이 진짜 전문적이고 막, 뭔가 대단하시네요. 혹시 보정은 어떻게 설정하셨나요?”

        

       “보정이요?”

        

       “아, 따로 건드리지는 않으셨나봐요?”

        

       “…그렇다고 해야겠죠.”

        

        

        

        아니.

        

        뜬 적이 없으니 건드린 적도 없는 게 맞긴 한데….

        

        분명 그 단어를 몇 시간 전, 로그인 때 잠깐 봤던 것 같은데 – 하며 조금 더 기억을 뒤져보자, 슬며시 떠오르는 몇몇 기억들.

        

        내가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확실히…보정과 슬라이드가 몽땅 생략되었다고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게다가 이카루스의 약자와 오퍼레이터 유효 코드를 제시하란 문구에 너무 정신이 팔려있었기도 하고, 관련 설명도 없었다.

        

        음…

        

        뭐어, 크게 문제는 없겠지. 게임 플레이에 지장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으니까.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도시는 어둠에 감싸였음에도 여전히 시끄러웠다. 꽤나 먼 거리에서 들리는 콩 볶는 듯한 소리, 쓸데없이 증식한 동물들….

        

        게다가 주변에 적이 없음을 확인한, 자신을 하모니라고 소개한 이 녹차-떼껄룩은 기회가 되자마자 쉴틈없이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이 게임 진짜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적응이 안 되서 그럴 수도 있죠.”

        

       “근데, 제가 진짜 온갖 게임들은 죄다 깨봤거든요? 막 항아리랑 스카이콩콩 타고 등산도 해보고, 점프 원툴로 등반도 했고 막 그랬는데….”

        

        

        

        …이 사람은 사서 고생을 하는 취미 같은 게 있는 건가?

        

        그럼에도 그녀가 하는 말들은 나름의 흥미가 생기긴 했다. 입에서 나오는 설명들이, 하나같이 내가 여지껏 들어보지 못한 온갖 장르의 게임에 대한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이건 똥겜은 아니어도 그만큼 힘드네요. 어떻게 이 세상에는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어려움이 있는 건지….”

        

       “세상이 원래 그렇죠.”

        

       “그쵸? 역시 잘못된 건 제가 아니라 이 세상이었어요.”

        

        

        

        아주 자연스럽게, 이 사람은 돌고 돌아 어쩌면 내게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그러나 그 와중, 그녀는 잠시 공중을 향해 고개를 힐끗 돌리고는,

        

        

        

       “아니, 무슨 소리냐뇨. 생각을 해봐요. 이 세상에 쓰레기 게임들이 안 넘쳐났으면 님들이 그걸 저한테 시켰겠어요?”

        

        

        

        뭐지?

        

        그 보정이란 거에 상상친구 기능도 첨부되어있다거나, 뭐 그런 건가?

        

        이상한 걸 봤다는 표정을 연출하지 않으려 최대한 무표정을 유지하자, 그녀는 뭔가를 까먹고 있었다는 듯 내게 황급히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 죄송해요. 미처 말을 못 했는데, 스트리밍 중이었어요. 미리 말했어야 하는데, 그, 아까는 상황이 너무 급해서 그만 따로 이야기를 못 했네요.”

        

       “상황요?”

        

       “네네. 파티 플레이를 좀 하려고 했는데 사람이 이상하게 아무도 없어서요. 이대로 가다간 튜토리얼도 못 깰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아까 심하게 다급한 표정으로 파티를 갈구했던 거였구나.

        

        아무튼 그건 그렇고, 스트리밍이라. 언제나 그렇듯, 집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 그 세계에 떨어지기 전의 내 기억들을 뒤졌고, 뒤져야만 했다.

        

        그러니까…쉽게 말해서, 방송하는 사람들이었나?

        

        남이 게임하는 걸 구경하는 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쳐지나갔지만, 원래 세상엔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하나둘씩 맞춰지는 퍼즐을 토대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 아까 말했던 이상한 게임들도, 전부 방송의 일환으로….”

        

       “그렇죠. 세상의 어느 사람이 게임하면서 고통받고 싶겠어요? 물론 깨면 성취감이야 있지만, 어으….”

        

       “하마터면 조금 독특한 취향이 있는 사람이라고 오해할 뻔했네요.”

        

       “네!?”

        

        

        

        아니, 잠깐.

        

        무슨 짓거리야.

        

        

        

        텁.

        

        싸늘한 겨울의 공기를 타고, 빌딩의 벽면에 부딪혀 잘게 부서진 날카로운 목소리가 어그로의 형태로 사방팔방 퍼져나갔다.

        

        황급히 입을 막았지만 이미 늦은 듯했다.

        

        그와 동시에 근처 공원에서부터 들려오는 부스럭거리는 소리들.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입을 틀어막았던 손을 떼며 나지막히 덧붙였다.

        

        

        

       “…전투 준비하세요.”

        

       “네, 넷!”

        

        

        

        그녀는 어설픈 몸놀림으로 근처의 엄폐물 뒤에 숨은 내 근처로 와 소리가 나는 방향을 조준하였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제발 교전 중 내 사선만 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마음 속으로 기도하고 있자,

        

        

        

       -달칵.

        

       “앗…!”

        

       “…!”

        

        

        

        망할.

        

        저게 왜 떨어져.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순간 내가 뭔가를 잘못 본 게 아닌가 했지만, 내가 눈을 씻고 볼 기회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저건 탄창이었다.

        

        하모니가 견착 중이었던 총의 탄창 멈치가 눌리며, 떨어지지 말아야 할 매거진이 바닥으로 자유낙하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것을 황급히 꼬리로 캐치하고선,

        

        

        

       “………….”

        

       “앗, 아니, 그게, 어….”

        

        

        

        …굳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 표정은 확실히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을 터였다.

        

        나는 레드 도트에 눈을 둔 채, 꼬리로 감싸쥔 탄창을 다시금 제 위치에 꽂아주었다.

        

        이번 교전이 끝난 후, 이 사람의 뚝배기를 어떻게 하면 찰지게 깔 수 있을까 하는 무수한 미래를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첫 교전에선 사실 저게 평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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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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