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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

        내 이야기를 하던 중 나는 눈을 떴다.

       

        “주인님.”

       

        = 자예…….

       

        마그마에서 머리를 꺼내 자예를 내려다본다.

        권속이 생긴 이후로 나를 직접 돌보는 시녀의 역할은 사실상 내려놓은 자예였기에, 그녀가 이렇게 내 침소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몇 가지 없다.

        그러므로 그녀가 내 침소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라면…….

       

        = 무슨 일이냐.

       

        “침입자입니다.”

       

        침입자라…….

        자예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이 차원에 오고, 게이트에 들어온 이후로 내 게이트에 들어온 존재는 없었다.

        일단 나의 게이트는 내 기운이 뿜어져 나오다 보니 어지간한 놈들은 들어오지 않는다. 설사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나에 의해 강화된 몬스터들의 한 끼 식사가 되었을 테고.

        게다가 인간들이라면 더더욱 들어올 리가 없다.

       

        그러므로 내가 게이트에 자리 잡은 이후로 들어온 이들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줄 알았는데…….

       

        = 누구냐?

       

        “인간들이옵니다.”

       

        = 인간?

       

        자예의 말에 천룡안을 뜨고 게이트 내부를 살핀다.

        그러자 자예의 말대로 여러 장비를 걸친 십수 명의 인간들이 조심스럽게 게이트 내부로 들어온 것이 보였다.

       

        = 흠…….

       

        천룡안을 더욱 크게 뜬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선을 넘어, 그 건너편까지 엿볼 수 있는 용의 눈이 그 인간들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의 과거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 북한?

       

        뭐야? 얘네들이 왜 여기로 와?

        아니 뭐…… 거기서 올 수 없는 것도 아니니 이상한 일은 아니다.

        내 게이트가 위치한 곳은 백두산의 정상이고, 위치적으로 보면 내 게이트와 직접 닿은 인간들의 나라는 총 4개다.

       

        남한, 북한, 중국, 러시아의 4개국.

       

        당연히 내 게이트에 들어오지 못할 것도 아닌 일이긴 하다.

        하지만 가장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 곳이 나타나니 조금 놀랐달까?

       

        = 북한이라…… 그곳은 지금 여유가 없을 터인데.

       

        내가 이 세계에 도착한 이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게이트 사태가 일어난 후 북한은 평양과 그 주변 일대를 제외하곤 영토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버렸다.

        제때 처리하지 못한 게이트가 터지며 북한의 땅은 몬스터들의 차지가 되었고, 북한은 남아 있던 국력을 모아 겨우겨우 평양을 포함한 인근의 땅만을 수호하는 데 그쳤던 것이다.

        그리고 남한은 북한이 포기한 땅을 조금씩 개척하며, 길을 뚫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중국과 러시아도 무주공산이 된 북한 땅에 손을 뻗을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중국과 러시아도 게이트 사태 때 큰 홍역을 치른 상태였다고 한다.

        게다가 여유가 생겼을 때는 하필 내 게이트가 백두산에 생겨난 터라……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땅을 차지했을 때의 이득과 내 게이트가 터졌을 때의 손해를 계산해 보곤 손을 뗐다고 한다.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것이 바로 남한이고.

       

        결국 이탈리아에 존재하는 로마와 비슷한 꼴이 되어 버린 북한, 몬스터들 때문에 길만 겨우 뚫은 남한, 백두산에 존재하는 내 게이트 때문에 눈치만 보는 중국, 몬스터 천국이 되어 버린 시베리아 때문에 여유가 없는 러시아의 대치 구도가 되며 현재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즉, 북한이라는 나라는 남아 있는 영토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허덕이고 있어야 한다는 소리인데…….

       

        “아마도 주인님께서 하신 일들로 인한 영향이라고 생각됩니다.”

       

        = 그래. 그렇겠지.

       

        이 차원에서 최초로 인간들과 소통하는 EX급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

        인간에게 우호적인 측정 불가 등급의 몬스터.

        황금을 무한히 만들어 내는 부의 화신.

       

        이것이 현재 인간들 사이에 퍼진 나의 긍정적인 인식이다.

        부정적인 인식도 있긴 하지만 지금은 해당 사항이 없으니 잠시 치워두자.

       

        아마 저들은 인간에게 우호적인 나의 모습을 보고, 어떻게든 나의 힘을 얻기 위해서 찾아온 것일 가능성이 크다.

       

        = 흠. 어찌할까…….

       

        북한이라면 이미 조사를 끝냈다.

        그야말로 백성들을 착취하던 폭군의 나라를 보는 듯하던 나라였다.

       

        같은 동족을 착취하는 것으로 무리의 힘을 약화시키고, 결국 무너져 버린 어리석은 인간들의 나라.

        그것이 북한을 바라보는 나의 시야였다.

       

        민주주의든 공산주의든, 인간의 이념은 나한테는 별다른 생각은 없다.

        하지만 개인의 욕망으로 인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무리의 힘’을 약화시킨 부분은 좋게 볼 수가 없다.

        본래라면 북한이라는 나라의 소리는 딱히 들을 생각은 없었겠지만…….

       

        = 그래. 그들을 이곳으로 데려오거라.

       

        “……괜찮으시겠습니까 주인님?”

       

        = 그 누구도 들어오지 않았던 나의 게이트에 직접 들어온 용기 있는 이들이 아니냐. 그런 인간들이라면 이야기 정도는 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아무리 내가 인간에게 우호적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만이 해당하는 이야기다. 내 밑의 수하들은 대부분이 인간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게다가 저들은 어디까지나 내 게이트에 침입한 침입자다.

        차라리 무장 해제한 상태로 선물을 지참해서 들어왔다면 방문 요청이라고 생각해서 손님으로 대우해 줄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저들에게 그 정도까지 용기가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즉, 본래라면 내 수하들 선에서 정리가 되었을 이들이라는 소리다.

       

        = 그래. 이렇게 된 거, 방송 콘텐츠로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문득 이것도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당첨된 이들은 총 2,400명 정도.

        남은 당첨 인원들이 2,600명 정도 남았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것을 콘텐츠로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본인들이 동의한다면, 콘텐츠로 사용해 봐야겠구나.

       

        인터넷 방송에 관해 공부할 때,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과 재미라고 했다.

        시청자들이 자기 방송을 꼭 찾아봐야 할 이유, 자기 방송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재미와 매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 어떤 인터넷 방송에서 북한 헌터들을 보여주겠는가?

        다른 방송에서도 다 하는 ‘저스트 채팅’이나 ‘먹방’보다도 이런 것들이 더 유니크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            *            *

       

       

        “그러니 옛이야기는 잠시 멈추고, 화면을 돌리려 한단다.”

       

        – 아니…… 존나 뜬금없는데요?

        – 북한이요?

        – 그것들이 미쳤나?

        – 아 왜 자꾸 끊는데요!!!

       

        채팅창의 반응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북한의 헌터들을 욕하고, 동시에 그들을 구경하는 것보다는 내 이야기가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

       

        ……왜지?

        나는 의아한 얼굴로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아이들아. 싫은 것이냐?”

       

        – 네

        – ㅇ

        – ㅇㅇ

        – ㄹㅇㅋㅋ

        – 넹

        – 그냥 하던 거나 하죠?

       

        “어찌하여? 저스트 채팅이나 먹방은 다른 방송에서도 많이 보지 않느냐?”

       

        – 하찮은 닌겐보다 라나님 저챗이 더 맛나요.

        – 같은 먹방이 아님.

        – 아, 뒷내용이 궁금하다고요ㅋㅋㅋㅋ

        – ㄹㅇㅋㅋ

       

        “으음…….”

       

        인간들이란 참으로 어렵구나.

        자신만의 유니크한 개성과 콘텐츠가 좋다고 배워서 그대로 하려고 했을 뿐인데…… 인간들이 좋아한다고 했던 고유 콘텐츠보다도, 다른 방송인들도 다 하는 저스트 채팅과 먹방이 더 재미있다니 말이다.

       

        – 멸천룡 그랑 라그나님.

        –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 부디 부탁드립니다.

       

        “음?”

       

        그때 익숙한 이들이 채팅창에 모습을 드러냈다.

        뭐였더라…… 아! 맞아. 대한민국 헌터 협회라는 곳이었던가?

        그들이 내가 생각한 고유 콘텐츠를 열렬하게 지지해 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반칙을 저질러서 좋지 않게 보았지만…… 이렇게 좋은 면도 보이는구나. 이래서 인간들이 재미있다니까.

       

        ‘그래도 좋아하는 인간들이 소수지만 존재하고 있구나.’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열심히 생각한 나의 노력이 배신당하지 않았다는 기분일까?

       

        – 헉!

        – 헌터 협회가 아직 있었구나.

        – 하긴. 공무원들에겐 신경 쓰일 일이긴 할듯.

        – 북한이 측정 불가급 몬스터와 접선한다? 이건 불안하긴 함.

        – 나도 궁금하긴 하네.

        – ㄹㅇㅋㅋ

        – ㅇㄱㄹㅇ

       

        그리고 시청자들의 의견이 점점 보고 싶다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비록 재미있어서라기보다는, 경쟁자들의 행동에 경계심이 발동했다는 쪽에 더 가까워 보였지만 말이다.

       

        ‘이런. 그러고 보니 서로 다른 무리의 인간들이었지.’

       

        그제야 내가 무슨 실수를 저지른 것인지 깨달았다.

        나는 그저 콘텐츠로서의 재미와 유니크함만을 보았지만, 생각해 보면 북한이라는 무리…… 아니, 나라의 인간들과 내 시청자들은 서로 다른 무리에 속한 이들이다.

        아무리 같은 종족이라고 하더라도, 서로 무리가 다르면 경쟁을 하는 것이 자연의 순리다.

       

        그런데 나와 같은 강대한 포식자, 혹은 자연재해에 다른 무리가 접촉하려 한다?

        인간들의 처지에서는 재미보다는 걱정이 더 앞섰을 것이다.

       

        ‘이건 내 실수로구나.’

       

        드래곤으로 살면서 무리, 나라에 대한 개념 없이 지내다 보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취소해야 할 것인가?’

       

        하지만 이미 말을 꺼내버린 상황이다.

        인제 와서 말을 취소한다고 해 봤자, 이미 꺼낸 말을 주워 담을 수 없는 노릇이다.

       

        “실수를 했구나. 너희 인간들의 처지에서는 민감한 주제였을 터인데…….”

       

        – ㄱㅊ

        – 종족이 다르시니 이해가 돼요.

        – 라나님도 실수를 하시는군요?

        – 우리가 이해해드림.

        – 그러니까 하던 이야기 좀 계속…….

        – ㄹㅇㅋㅋ

       

        시청자들이 즐겁다는 감정을 드러내며 채팅을 친다.

        기회를 잡았다고 신나게 나를 놀리는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하려던 그때였다.

       

        “……음?”

       

        – ?

        – ?

        –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는데?

        – 라나님?

        – 라나님. 왜 갑자기 얼굴 굳히셨어요?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며 나의 안부를 묻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그 채팅창에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왜냐고?

       

       

        *            *            *

       

       

        = ……뭐라 했느냐?

       

        무겁게 기세를 흘리는 나의 앞에서, 무기를 쥔 남자가 소리쳤다.

       

        “위, 위대한 수령 동지께 항복하시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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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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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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