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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

       티포노마키아 이후의 이야기 – (1)

       

       

       

       낑! 끼이이잉! 깽깽!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

       필사적으로 꼬리를 흔들며 배를 보이는 삼두견(三頭犬)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보니 조금 귀엽긴 하지만.. 음..

       

       “하데스 님, 괴물의 씨앗인데 없애야 하지 않겠습니까요? 지금도 충분히 강한 놈인데..”

       

       벌써부터 판이 가볍게 날린 공격을 받아낼 정도면은 후환이 조금 꺼림칙하긴 하다.

       그런데 판의 전해주는 말을 들어보면 흉폭성보다는 생존본능이 우선인 듯 싶은데.

       

       “좋아, 저승으로 따라와라.”

       

       끼이이잉! 깨애애앵! 

       

       말이 끝나자마자 거품을 물고 발광하는 마물.

       작달만한 꼬리가 풍차처럼 마구 휘둘러지고 세 머리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온다. 

       

       “나는 저승의 왕, 하데스다. 너를 죽여서 데려간다는 뜻이 아니고..”

       

       깽깽! 왈왈! 

       

       “충성을 다 바치겠습니다.. 라고 합니다요..”

       

       어느새 눈물은 사라지고 내 주변을 돌며 꼬리를 흔드는 강약약강의 괴물. 

       판이 어이를 상실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을 통역한다. 

       

       뭐랄까, 배신을 참 잘할 것 같은 괴물이다.

       

       

       

       * * *

       

       

       

       케르베로스(Cerberus)라고 이름 붙인 삼두견(三頭犬)을 데리고 저승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도망치지 않을까 싶었는데 얌전히 따라오더라.

       

       이놈에게 무슨 일을 맡길까 생각해봤는데 역시 경비견으로 써먹는게 좋겠다.

       종종 저승을 탈출해 이승으로 돌아가려는 영혼들이 있으니까.

       

       “몰래 나가는 영혼은 모조리 물어뜯어라. 잡아먹어도 상관없다.”

       

       크르르르..

       

       내 말을 알아듣고 머리들을 끄덕이는 케르베로스.

       몸체도 거무스름하고, 나름 흉측한데다 힘도 강하고, 이빨에는 독도 있으니 저승에 걸맞는 경비견이네.

       

       “일단 저승 구경이나 시켜주마. 계속 따라와라.”

       “헥헥!”

       

       머리 세 개가 바쁘게 움직이며 주변의 풍경을 열심히 살펴본다. 저승의 분위기가 괴물인 케르베로스에게는 그리 나쁘지 않은 모양. 

       

       이제 레테 강과 스틱스 강만 건너면 내 성채로 돌아갈 수 있다. 

       

       “하데스가 온다.. 안온다.. 온..”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누가 감히 신성한 망각의 강에서 멍하니 중얼거리며 앉아 있는.. 레테 여신?

       

       “하.. 하데스으..”

       

       망각의 강, 레테의 강가에서 쪼그려 앉아 중얼거리던 레테 여신이 날 발견하고 달려온다.

       

       포옥.

       

       “여기서 계속 기다렸어요.. 죽어서 온 거 아니죠..?”

       

       가슴팍에 부드러운 여신의 피부가 와닿는다. 

       그렇게 갑자기 껴안으시면… 쿨럭!

       

       “지금 죽을 것 같습니다만.”

       “아아앗.. 미안해요!”

       

       신이라서 불로불사고, 그냥 티폰 놈에게 얻어맞아 조금 아픈 상태입니다. 

       특히 가슴팍이 많이 아픈데 조금만 떨어져 주신다면.. 큭!

       

       “이..입에서 이코르가..!”

       

       

       

       * * *

       

       

       

       그리하여 다시 돌아온 저승의 성채.

       나는 옥좌에 앉아 티폰과 싸우는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었다. 

       

       티폰과 싸우느라 올림포스 인근이 완전히 박살나 생명들이 많이 죽었고.

       그 여파로 저승의 업무 역시도 일시적으로 불어났다. 

       

       업무는 늘어나는데 최고 결정권자인 내가 자리에 없어서 신들의 피로는 늘어만 갔고..

       결국 퀭한 눈빛의 스틱스 여신이 내게 따지는 사태를 불러왔다.

       

       “저승의 왕이라는 주신이 전쟁터로 직접 가시면 어떡..”

       

       올림포스의 일은 그쪽에서 알아서 해도 되는 것 아니냐.. 굳이 꼭 내가 위험한 전투에 참여할 필요가 있었냐, 입에서 이코르를 쏟아낼 전투면 제우스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지.. 힘줄을 되찾아준 걸로 체면치레도 했고 충분히 나선 것이 아니냐… 아무리 형제라지만 대가는 제대로 받기로 한 것인지..

       

       아.. 일이 바빠서 이러는게 아니구나. 나를 생각해주시는 마음은 고맙지만..

       

       끊임없는 잔소리에 귀가 따가워져 내 얼굴도 퀭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예예.. 죄송합니다요.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후우”

       

       드디어 멈췄나?

       

       “그래도 무사하셔서 다행이네요. 제가 여기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흑.”

       

       스틱스 여신의 얼굴이 점차 빨개지더니 입을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에서 맑고 투명한 액체가 나와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이 보인다. 

       

       아니, 왜 또 우시는 겁니까.

       따끔거리는 주변의 시선에 못 이겨 자리에서 일어나 스틱스 여신을 달래주었다. 

       

       “허어.. 하데스 자네, 부인을 걱정하게 만드면 쓰나.”

       “저승의 안주인을 화나게 만들다니 주신다운 배포군요. 저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겠습니다..”

       “저기 다른 쪽도 한번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만..”

       

       레테 여신이 뾰로통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것은 둘째치고 다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결혼은 고사하고 만나는 이성도 없는 신이라고, 왜 저리들 남에게 관심이 많은지 원..

       

       근데 타나토스, 그쪽은 친한 여신도 없지 않습니까?

       

       “그 눈빛은 뭔가? 어쩐지 기분이 나쁜데.”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것보다 하데스 님, 저 괴물은 대체 왜 데려오신 겁니까?”

       

       모르페우스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얌전히 앉아 내 명령을 기다리는 케르베로스가 있었다. 

       

       음.. 어디보자. 지하세계로 통하는 문을 지키게 하면 되겠군.

       이제 저승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건 괴물입니다. 저런 위험한 놈은 언젠가 자신이 강해졌다 싶으면 배신을..”

       “아,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케르베로스에게는 저승의 힘을 조금 부여해 놈이 마물보다는 신수에 가깝도록 바꿔놓았다. 

       비록 마물의 흉폭성은 여전하지만 저승을 탈출한다던가 내 명을 어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티폰은 어떻게 되었나요?”

       

       팔짱을 낀 레테 여신의 질문.

       

       티폰의 몸은 제우스가 직접 에트나 산에 봉인시켰다.

       그리고 잘린 머리는 내가 타르타로스에 냅다 던져두고 왔다. 

       

       “하데스! 이 빌어먹을 쥐새끼야! 내 몸은 어디에 있느냐!”

       “에트나 산 밑바닥.”

       “크아아! 당장 내 몸에 머리를 붙이지 못하..아아악!!!”

       

       에트나(Etna)산 밑에 깔린 티폰의 몸뚱이가 난동을 부리지 않을까 걱정되긴 하지만,

       내가 가끔 이승 구경이라도 할 겸 순찰을 돌면 상관없는 일.

       

       하늘의 올림포스 신들 역시 티폰이 깔린 곳을 주시하기 때문에 그의 몸뚱이는 절대로 풀려날 수 없다. 

       기껏해야 난동을 부려 지상에 피해를 입히는 정도에서 끝나겠지.

       

       “세상에.. 몸뚱이는 산에 깔리고 머리는 타르타로스라니..”

       “이럴 때 보면 자네는 역시 저승의 신이 맞는 것 같구먼.. 헌데 왜 가끔씩은..”

       

       가끔씩은 뭘 말하는 겁니까..

       나와 눈이 마주친 타나토스가 슬며시 눈길을 피한다. 

       

       “험. 험. 헤르메스 신의 상처가 다 나아 올림포스로 돌아가려 한다는군. 자네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고 싶다는데 한번 들르는 건 어떻겠나?”

       

       맞다, 헤르메스. 

       

       

       

       * * *

       

       

       

       저승의 입구에서 쓰러진 헤르메스가 치료받던 장소로 들어가자 사지 멀쩡하게 웃고 있는 전령신이 보였다. 

       

       역시 신답게 진작 회복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다. 

       

       “하데스 큰아버지, 티폰을 격퇴하셨단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몸은 이제 다 나은 모양이구나.”

       

       두 마리의 뱀이 교차하는 카두케우스 지팡이와 날개달린 샌들을 착용한 그는 이제야 내가 알던 헤르메스가 되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실려왔을 때는 참..

       

       “올림포스를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버지께서도 분명 큰 보답을 해주실겁니다!”

       “아니 보답은 됐고 가는 김에 이 스퀴테나 가져가라.”

       

       제우스한테 돌려줘야 하는데 실수로 저승까지 들고 와버렸다. 

       

       “아.. 이것이 스퀴테. 저는 처음 봅니다.”

       “제우스한테 전달해주면 알아서 할거다.”

       

       헤르메스가 스퀴테를 양 손으로 받아 신기하다는 듯이 만져본다.

       그는 젊은 신, 아다마스로 만든 올림포스 최강의 무기를 볼 기회는 없었겠지. 

       

       “그런데 큰아버지가 직접 쓰시진 않는 겁니까?”

       “애초에 내 것도 아니다.”

       

       안타깝게도 낫은 내 손에 맞지 않는다. 

       물론 티탄 신족과의 긴 전쟁을 겪으며 어떤 무기든 사용할 수는 있지만 내게는 검이나 창이 잘 맞는 느낌.

       

       아무리 좋고 강한 무기라도 사용자의 숙련도가 낮으면 제 위력을 발휘하기 힘든 법, 이건 제우스가 쓰는게 맞다. 

       대충 고개를 저으며 턱짓을 하자 전령신이 저승을 떠날 준비를 한다. 

       

       “하하. 그럼 모두의 전령인 저 헤르메스는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저승으로 올 때에는 큰아버지께 드릴 선물이라도 준비해서..”

       

       그래, 어서 가봐라. 네 아들도 걱정하더라. 

       공중에 뜬 헤르메스를 바라보는데 한 영혼병이 내게 달려온다. 

       

       “하데스 님, 올림포스의 사자이신 무지개의 여신께서 저승의 입구에 오셨습니다!”

       

       요즘에 이리스가 자주 오네. 

       헤르메스가 다치고 저승에 누워있었으니 제우스로선 이리스를 보낼 수밖에 없으려나. 

       

       잠시 기다리자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무지개의 여신이 들어왔다. 

       

       “저승의 주인을 다시 뵙습니다. 제우스 님께서 티폰과의 전투에 참전해주신 하데스 님께 보답하고자 올림포스로 와주셨으면 한다는 것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나더러 올림포스로 오라고?

       귀찮게 오고 가라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나는 제우스의 신하가 아니다. 

       

       인상을 찌푸리자 이리스가 식은땀을 흘리며 설명을 덧붙인다. 

       

       “헤파이스토스 님이 말씀하시길 진상할 무기의 제작을 위해서는 전용 대장간에서 직접 맞춰야 한다고 하셔서.. 그리고 티폰을 물리쳤으니 올림포스에서 승전 연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부디 참석하셔서 자리를 빛내주신다면..”

       

       제우스가 헤파이스토스에게 명령해 내 무기를 하나 만들라고 한 것인가, 하지만 내게는 이미 스틱스 검이 존재한다. 

       

       그리고 올림포스의 연회라, 이건 좀 끌리는데?

       오랜만에 구름 위로 올라가서 즐기는 연회도 나쁘지는 않다. 

       

       대부분의 신들이 모이는 올림포스에서 무슨 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르니 분위기나 살펴볼 겸 가는것도..

       

       저승의 일이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대홍수가 일어났을 때에 비하면 충분히 체계도 잡혔고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니 자리를 잠깐 비워도 된다. 

        

       “좋아, 지금 바로 가지.”

       “그럼 모시겠습니다. 하데스 님.”

       

       이리스가 허락을 구하고 무지개를 생성해 올림포스와 연결되는 통로를 만들었다.

       

       정말 언제 봐도 탐나는 권능이 아닐 수 없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추천과 선작 감사합니다.

    오늘은 2편 올라갑니다!!

    연참이에요 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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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 of Underworld

King of Underworld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Score 3.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ades, the God of the Underworld from Greek and Roman Myt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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