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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

        

       “누군가 했더니…….”

       

       올리비아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눈보라 너머를 투시했다. 

       

       검은 복면을 둘러쓴 사내였다. 마치 암살자를 연상시키는 복장이었지만, 그 속에 숨겨진 두꺼운 근육이 그 사실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올리비아는 차가운 눈으로 옆에 있는 여자를 보았다.

       

       화염을 연상시키는 붉은 머리카락. 저것이 남부인들의 특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올리비아는 그녀의 정체가 누구인지 단숨에 알아차렸다.

       

       “칼리오페…….”

       

       밤까마귀의 수장 칼리오페. 아마 그 옆에 있는 근육질의 남성은 세트일 것이다. 

       

       ‘분명 황녀궁에 있어야 할 놈들이.’

       

       그들이 미쳤다고 황명을 어기고 여기까지 도망쳐 왔을리는 없다. 오히려 아리아가 그들을 구워삶았다는 쪽이 더 설득력 있었다.

       

       ‘걸렸나.’

       

       올리비아가 눈가를 찌푸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리아가 ‘올리비아도 회귀했다.’ 라고 착각하게 되면 일이 거하게 틀어진다.

       

       황궁은 금색 마탑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니, 금탑주인 멜리나에게도 이 소식이 전해질테고, 그러면 멜리나는 전 마탑에 수배령을 내릴거고, 마탑이 동분서주하는 것이 외부로 알려진다면 다른 회귀자들도 상황 파악을 마치고…….

       

       ‘이렇게 생각해봐야 끝도 없다.’

       

       올리비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빙의하고 이틀도 채 되지 않았다. 그 잠깐 새에 시작의 도시를 샅샅이 뒤지고 북부까지 올라온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칼리오페는 감이 좋은 여자다. 실력은 황궁의 다른 단장들에 비해 부족할지언정, 절대 약하지는 않다. 압도적인 직감에서 나오는 타고난 전투 센스는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도 남는다.

       

       아마 북부로 온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칼리오페는 망설임 없이 레어를 향해 직진하고 있었다. 

       

       ‘안 돼.’

       

       단순히 레어만 생각하면 글레이시아와 함께 도망가면 그만이다. 드래곤은 때때로 레어를 비워두고 유희를 떠나니, 그들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길 중간에서 키엘을 맞닥뜨리게 된다.

       

       하필 레어로 가는 도중에 키엘이 덤벼든 탓이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좀 더 외딴 곳에 둘 걸 그랬다.

       

       이런 폭설 속에서 얼음 속에 파뭍인 사람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만, 하필 그 탐색자가 칼리오페였다.

       

       그녀의 직감이라면 격렬한 전투의 흔적은 물론이고, 쓰러져있는 키엘까지 발견해낼 것이다.

       

       그리고 그 즉시 황궁으로 돌아가 아리아에게 보고하겠지.

       

       ‘백탑의 마법사 셋을 납치한 마녀’와 ‘검성 키엘을 쓰러뜨린 마녀’는 그 울림부터 다르다.

       

       그렇게 되면 아리아는 올리비아가 힘까지 되찾은 채 돌아왔다고 여길 것이다.

       

       걸리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젠장.”

       

       올리비아의 결심은 빨랐다.

       

       올리비아의 몸이 지면으로 천천히 하강했다. 두 발이 땅에 닿았을 땐, 어느새 커다란 마녀 모자가 씌워져 있었다.

       

       휘오오오.

       

       머리카락이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휘날렸다.

       

       짙은 푸른색 로브와 새하얀 피부가 대비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푸른 달 모자]

       – 가장 차가운 달의 기운을 머금은 모자다.

       – 착용 시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푸른 달 로브]

       – 가장 차가운 달의 기운을 머금은 로브다.

       – 착용 시 위엄이 상승한다.

       

       [푸른 달 망토]

       – 가장 차가운 달의 기운을 머금은 망토다.

       – 착용 시 기품이 상승한다.

       

       오로지 외형에 몰빵한 캐시 아이템. 흔한 스탯 증가 효과조차 붙어있지 않았지만, 올리비아가 이를 착용한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일단 예전에 입었던 것과 색깔이 달랐다. 먼젓번 것이 연한 초록색이었다면, 푸른 달 세트는 짙은 푸른색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푸른 달 세트는 ‘마녀’ 느낌을 물씬 풍겼다.

       

       ‘차라리 이 편이 나아.’

       

       애써 마법사라고 설명해봤자 믿지도 않을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대놓고 마녀 행세를 하는 편이 낫다.

       

       ‘이러면 거리낄 게 없어지지.’

       

       깽판 몇 번 쳐주면 알아서들 마녀라는 프레임을 씌울테니 말이다.

       

       이렇게 하면 회귀자들은 몰라도, 그렇지 않은 일반인들의 접근은 확실히 줄일 수 있다.

       

       ‘마치 드래곤 레어처럼 말이지.’

       

       드래곤들이 제 레어가 있는 산맥에 출입을 통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산 하나를 통째로 점유하고 있는 드래곤을 어떤 인간이 좋게 보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어로 쳐들어가는 미친 인간도 없다.

       

       주제도 모르고 덤비는 놈들을 차근차근 박살내다 보면, 그녀도 자연스럽게 그런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얼씬도 못할 때까지 팬다.’

       

       앞으로의 행동방식을 정한 올리비아가 앞으로 나아갔다.

       

       

       

       ***

       

       

       

       “대장. 맞게 가고 있는거요?”

       

       세트가 의심스러운 어투로 물었다. 

       

       평소라면 몰라도, 눈보라가 몰아치는 이런 날에는 길을 찾기는 커녕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도 벅차다. 당장 뒤쪽의 발자국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럴 불평할 시간에 주변이나 살펴.”

       “뭐가 보여야 살필 것 아니오.”

       

       눈을 똑바로 뜨기도 벅찬 바람이다. 이런 날에는 몬스터도 돌아다니지 못한다.

       

       레어는 무슨 레어.

       

       애초에 마녀가 드래곤을 조종한다는게 말이 되나?

       

       솔직히 마녀가 맞는지도 의심스럽다.

       

       박살난 백탑에서 그들이 가장 먼저 조사한게 잔존 마력이었다.

       

       악마에게 마력을 빌려쓰는 마녀라면 필히 그 흔적이 남을 수 밖에 없으니.

       

       하지만 그런 흔적 따윈 없었다.

       

       고로 침입자는 마녀가 아니다. 그것이 세트가 내린 결론이었다.

       

       ‘아니, 의미 없다니까. 들어보니까 그냥 드래곤이 한바탕 한 것 같은데.’

       

       도대체 대장은 무슨 생각으로…….

       

       세트의 생각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그의 동물적인 감각이 뒤를 돌아보라고 말하고 있었다.

       

       “대장! 저 앞에…….”

       “나도 느꼈다.”

       

       촤아악!

       

       칼리오페는 어느새 레이피어를 꺼내든 상태였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으로 쉴새없이 주변을 살폈다.

       

       ‘뭐지?’

       

       살기는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이쪽을 탐색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건 몬스터는 할 수 없는 짓이다.

       

       몬스터들은 탐색할지언정, 살기를 숨기지는 못한다.

       

       “거기 누구냐!”

       “나 말하는거니?”

       “…….”

       

       등 뒤에서 들려오는 위엄 있는 목소리에 칼리오페의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눈보라 너머로 흐릿한 인영이 보였다. 인영은 천천히 눈보라를 헤치며 다가오다가,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멈춰섰다.

       

       툭. 툭. 툭.

       

       폭풍 속에서 청명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잠시 후 마법처럼 폭풍이 잦아들었다.

       

       순식간에 주변이 고요해졌다. 그 압도적인 광경에 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폭풍을 만들어내는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게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마법사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 정도 크기의 폭풍을 단숨에 잠재우는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심지어 직접 캐스팅한 마법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발생한 폭풍인 경우엔 더더욱.

       

       폭풍을 잠재운 장본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현기(賢氣)를 머금은 푸른 눈동자는 빨려들어갈 듯 아름다웠다. 때때로 빛을 머금은 채 휘날리는 백발은 보는 이로 하여금 환상에 빠지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의 아름다움에 순순히 감탄하지 못했다.

       

       ‘왜 백탑주가 마녀라고 불렀는지 알 것 같군.’

       

       마녀. 그보다 이 상황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이렇게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거부감이 드는 존재는 그들 밖에 없다. 더러운 마기는 어떻게 숨겨냈는지 몰라도, 그 본질은 감추지 못한 모양이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세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음 순간, 무언가 깨달은 세트가 손뼉을 쳤다.

       

       “대장! 이거 보시오!”

       

       촤아악!

       

       세트가 단번에 두루마리를 펼쳤다. 그러고는 아리아가 그려준 그림과 눈 앞의 마녀를 대조했다.

       

       ‘……실물이 더 이쁜데?’

       

       가 아니고.

       

       세트가 머리를 긁적였다.

       

       “……닮았는뎁쇼?”

       “닮은게 아니라 아예 똑같은데?”

       “그게 무슨 말이오. 아무리 봐도 저짝이 더 이쁘잖소. 아무래도 황녀님은 미술에는 영 재능이…….”

       “정신 안 차려! 어딜 적을 앞에 두고 그런 멍청한 소리를!”

       

       퍼억!

       

       칼리오페가 벼락같이 세트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침을 줄줄 흘리며 엎어진 세트가 신음소리를 냈다.

       

       “끄, 끄윽. 적을 앞에 두고 동료를 패는건 말이 되오?”

       “네가 마녀에게 현혹 당한거 같아서 팬거다.”

       “……그런거요?”

       “네가 아무리 멍청해도 이런 상황에서 그럴 놈은 아니니까.”

       

       세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게 욕이야 칭찬이야?’

       

       그래도 일단은 정신을 차리라는 말 같았다.

       

       하긴, 적을 앞에 두고 외모 품평이나 하는 것 만큼 미련한 짓도 없으니까.

       

       “별로 세게 때리지도 않았다. 일어나.”

       “아, 알겠소.”

       

       칼리오페는 세트를 일으켜 세운 다음 고개를 돌렸다. 마녀는 여전히 생각을 알 수 없는 얼굴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일부러 빈틈을 보여봤는데…….’

       

       적어도 먼저 공격할 의사는 없는 듯 했다.

       

       그래도 마녀는 마녀다. 결국은 다른 인간들의 피와 살로 힘을 쌓은 이들.

       

       지금은 단순히 흥미 때문에 지켜보고 있는 것일지 몰라도, 언제 생각을 바꿀지 모른다.

       

       세트가 손가락을 들어 올리비아를 가리켰다.

       

       “네가 백탑의 마법사들을 납치한 마녀냐?”

       “아니?”

       “……아니라는뎁쇼?”

       

       세트의 말에 칼리오페가 미간을 거하게 찌푸렸다.

       

       어찌 폐하는 이렇게 미련한 놈을 기사로 임명할 생각을 하셨을까.

       

       아무리 밤까마귀들 대부분이 뒷골목 출신이라고 할지라도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너 나와.”

       “아니라는데 굳이…….”

       “나와!”

       “옙.”

       

       세트가 뒤로 물러나기 무섭게 칼리오페가 고개를 홱 돌리며 헛기침했다. 

       

       “크흠, 흠. 못 볼 꼴을 보였군.”

       “…….”

       

       칼리오페가 일전과는 다른 진중한 얼굴로 물었다.

       

       “나는 칼리오페라고 한다. 네 이름은 뭐지?”

       “올리비아.”

       “그래, 네게 질문할 것이 있다. 혹시 백탑이 무너진 것과…….”

       “잠깐.”

       “……음?”

       

       올리비아가 히죽 웃으며 손가락을 까닥였다.

       

       “너 나 언제 봤다고 반말이냐?”

       “…….”

       “존댓말로 해. 존댓말로. 이 나이도 어린 것아.”

       

       칼리오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순간 살의가 끓어올랐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그쪽은 몇 살이나 먹었길래 그러시나?”

       

       잠시 생각하던 올리비아가 답했다.

       

       “……스물 셋?”

       “난 스물 아홉이다.”

       “내년이면 서른이네. 거, 나이 많아서 좋겠다.”

       “…….”

       

       세트와 몇 년동안 함께 다닐 때도 무너지지 않았던 평정심이 지금 이 순간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참자, 참아.

       

       죽이면 안된다. 일단 정보부터 캐야 해.

       

       “다시 묻지. 백탑이 무너진 것과 관련이 있…….”

       “아니, 방금 내 말 못 들었니? 왜 반말하냐니까?”

       “내가 나이가 더 많…….”

       “스물 셋이 아니라. 만 스물 세살이라고. 쯧쯧. 젊은 놈이 귀까지 먹었나.”

       

       만 살?

       

       백 살, 천 살도 아니고 만 살?

       

       칼리오페의 머리에서 빠직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촤륵!

       

       레이피어가 올리비아를 향해 겨눠졌다.

       

       “……네놈이 자초한 일이다. 마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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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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