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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

       펠리컨장어가 정말 펠리컨 같은 입을 갖고 있듯이, 풍선장어도 몸에 정말 풍선을 가지고 있다.

         

        그 크기가 자그마치 몸의 70%. 끝까지 부풀면 제 몸 크기의 다섯 배 되는 먹이까지도 넣을 수 있다.

         

        그러니까, 몸길이가 100m인 래셔스는 이론상 450m짜리 향고래를 먹을 수 있다.

         

        실제로도 식성이 매우 강하니 둘을 조우시키면 아마 래셔스가 진짜로 향고래를 먹을 거다.

         

        소화시킬 수 있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어쨌든.

         

        파랑이 래셔스의 안으로 들어왔다.

         

        당연히 사방이 깜깜하니, 후레쉬 불빛을 켜 줬다.

         

        그러자 눈앞이 밝아져 안쪽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 안은 생각보다 깨끗한데?

       

        안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그야 당연하다. 아까 밖에서 보았을 때 주머니가 홀쭉했으니. 아마 공복인 상태였을 거다.

       

        그리고 공복 상태인 괴어의 위 안에 파랑은 들어온 것이다. 왜?

         

        오브제가 여기 있으니까. 본래 래셔스는 몸길이가 30m를 넘지 않는 종이다. 그런데 100m면 뭐, 말 다 했지.

         

        아마 오브제를 삼켜서 몸 안에 지니고 있을 거다. 마주치는 모든 걸 멋대로 삼키다보니. 다른 것도 아니고 아가리에 스탯을 올인해버린 풍선장어의 슬픈 습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아니 고래도 삼킨다면서 왜캐 비좁음 근데

        – ㄹㅇ 숨막혀 뒤지겠네

       

        “지금은 바람 빠진 풍선 안에 들어온 격이라 그래요. 안에 들어 있는 먹이의 크기에 따라서 조절되는 식이니까요.”

         

        그리고 100m짜리 래셔는 1.6m 남짓 되는 파랑 따위 먹이로 쳐주지도 않는다.

         

        그 증거로 래셔스의 주머니 안에서는 소화액조차 분비되지 않고 있었다.

       

        파랑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지만.

         

        그녀가 후레쉬를 켜고 설명을 이어갔다.

         

        온통 새카만 암흑 속에서 둥그런 불빛이 닿는 한없이 작은 공간만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래셔스의 주머니는 신축성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부피가 클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너무 크다면 수영에 방해되기만 하죠.”

         

        실제로 주머니가 부풀지 않은 풍선장어는 그냥 평범하게 입 큰 장어처럼 생겼다. 수영에 관한 이야기는 좀 다르지만. 원판이 되는 풍선장어는 아가리에 스탯을 올인한 것 때문에 수영 능력이 처참하다.

         

        그래서 보통은 여타 갈치나 장어류 생선처럼 세로로 꼿꼿이 서서 꼬리에 달린 발광기관으로 먹이를 유인해 잡아먹는다.

         

        하지만 그건 풍선장어의 이야기고. 래셔스는 명실상부 괴어계의 상위 포식자 중 하나다. 수영 속도는 심해 평균 수준.

         

        그러니 파랑처럼 안에 탈 수만 있다면 심해에서 공짜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몇 번 해보기도 했다. 방향이 랜덤이라 큰 실효는 없었지만.

       

        – 그걸 왜 해보는건데 대체

        – “함 타죠”

        – 진짜 이 무친련…

       

        파랑이 흐뭇하게 웃으며 채팅창을 잠깐 구경했다.

         

        잠수를 그만두겠다는 채팅이 보이지 않았다. 조금 기분이 나쁜데.

         

        정말 구호라도 만들어서 부르게 해야 하나 싶다. 무서워요 바다바다, 하지마요 잠수잠수 정도면 딱 적당할 것 같은데.

         

        파랑은 채팅창이 잠깐 괘씸해졌다.

         

        “그럼 이번에는 래셔스 속에서 소화되는 기분을 한 번 체험해볼게요. asmr처럼 생각하시고 들어보시면 될 것 같아요.”

         

        – ?

        – ?

        – ???

        – 뭔

        – 뭣

         

        파랑이 주위를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앗, 여기 있네요. 라고 말하며 구석으로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얼핏 보면 사람의 목젖과 닮은 것 같기도.

         

        “래셔스의 주머니 속에는 이런 기둥이 여럿 있어요. 주머니가 꽉 차면 배 안에 가득 찬 먹이가 기둥을 건드리고, 그렇게 기둥이 젖혀지면 그걸 감지하고 소화액을 분비하죠.”

       

        파랑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이걸 건드려서 직접 소화되는 기분을 체험시켜드릴 거예요. 그 정도로 무서운 경험이라면 잠수할 마음이 사라지지 않을까요?”

         

        – 아니 이미 없어요

       

        “늦었어요.”

         

        파랑이 고기기둥의 꼭대기로 향해 그것을 붙잡고 땅바닥에 패대기쳤다.

         

        그러자 고기기둥이 쑤우욱 뒤로 넘어가, 거의 바닥에 눕는다.

         

        이걸 계속 눕혀놓고 있는 한 소화액은 지속적으로 분출될 것이다.

         

        “이제 안쪽에 있는 물이 서서히 빠지면서 생긴 자리를 강산성의 소화액이 채울 거예요. 인간의 위액보다 열 배 정도 산성이 강해요.”

         

        – ㅅㅂ 그러면 ph가 0.5임?

       

        “그 정도였던 것 같네요.”

         

        베르테아 피셜이니 뭐. 믿을만할 것이다.

         

        아무튼. 파랑이 괴어 속에서 소화되기 시작했다.

         

        부그르르르-

         

        “소화액이 나오는 소리예요.”

         

        파랑이 속삭였다.

         

        그리고는 적막. 위액 때문인지 물속이 점점 흐려진다.

         

        [ 스킬, ‘명경지수’가 발동 중입니다. ]

         

        헌터 생활 상식 하나. 헌터는 자기 스킬의 위력을 조절할 수 있다.

       

        인간이 팔 휘두르는 힘을 조절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파랑은 현재 자신 피부 위로 5cm 공간에 있는 물만을 정화중이다. 되도록 실감나는 경험을 위해서다.

         

        이윽고 정말 물이 탁해져, 마치 흙탕물 속에 들어온 것만 같다. 기분나쁜 회색과 녹색 사이 어딘가의 빛을 띠는 구정물.

         

        후레쉬는 이제 거의 무용하다. 시야 확보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다.

         

        곳곳에서는 샤아아아- 나 치이이이- 같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풍선 안에 있던 다른 괴어 찌꺼기가 녹아내리는 소리다.

         

        파랑이 핸드폰을 조작해 ‘수중 음성 최적화’옵션을 껐다.

         

        그러자 한순간, 음성마저도 없어졌다. 정말 물속에 들어갔을 때 주변에서 들리는 멍멍한 소리. 올라오는 물방울과 소화액이 내뿜어지는 소리만.

         

        부그르르- 부그르-

       

       

       

        슈아아아-

         

        물의 색은 더 이상 변하지 않고 있다. 아마 소화액이 100% 들어찼다는 거겠지.

         

        툭- 툭-

         

        무언가 둥둥 떠다니던 것이 파랑의 왼팔에 닿아 툭툭거렸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반쯤 녹아내려 형체를 알 수 없는 고깃조각이 있다.

         

        선홍빛을 띄었을 고깃조각은 실시간으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30분이 흘렀다.

         

        솔직히 파랑도 30분이나 그러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냥 딴생각을 하다 보니 좀.

         

        “음, 이쯤 했으면 된 것 같아요.”

         

        사실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30분이나 이러고 있었다고?

         

        끽해야 5분 정도 지난 줄 알았다.

         

        – ‘아연맨’ 님이 10000원 후원! –

        [ 선생님 다시는 잠수 안 할테니 살려주십쇼 ]

         

        – ‘하늘편지’ 님이 25000원 후원! –

        [ 여기는…어디…?나는…누구…? ]

         

        – ‘장백순은’ 님이 1000원 후원! –

        [ 방장님 제발 자비를 ]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후원 알람까지 꺼두었었기에, 그제야 밀렸던 메시지들이 마구마구 올라오기 시작했다.

         

        “음, 죄송해요. 원래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딴생각을 좀 하느라.”

         

        이건 진심이었다.

         

        – 살다살다 물고기 뱃속에서 소화되는 방송을 다 보네

        – ㄹㅇㅋㅋㅋㅋ

       

        “이제 잠수하고 싶은 마음이 좀 사라졌나요? 여러분이 잠수했다간 방금 같은 경험을 마지막으로 생을 마치실 수도 있어요.”

         

        – 내 생애 들은 것중 가장 무서운 협박이었다

        – 직접 체험시켜주고 말하는 게 협박이 아주 수준급이십니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파랑이 작살을 휘둘러 래셔스의 배를 가르고 나왔다.

         

        그러자 소화액이 물속에서 물감이 퍼지듯 주변으로 흘러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래셔스는 죽을 맛이겠지.

         

       

        ㅡㅡㅡㅡㅡㅡ!!!!!!!!!!

       

        어느새 래셔스의 풍선은 빵빵하게 부풀어, 거의 풍선에 몸이 달라붙은 수준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저 빵빵한 풍선 안에는 고기는커녕 지독한 산성의 위산만 가득가득 들어차 있는 상태.

         

        위산 과다 증상을 겪어본 사람들이라면 이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경험인지 알 거다.

         

        게다가 파랑은 막 래셔스의 배를 가르고 나온 참이다.

         

        “많이 아파 보여요.”

         

        – 알보칠 발라주면 딱일 듯.

         

        좋은 아이디어 같았다. 다음엔 한 번 챙겨와 봐야지.

       

        파랑이 물방울 폭탄을 만들어 래셔스의 뱃속에 쑤셔넣었다.

         

        그녀는 팬 데 또 패기에 자질이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퍼벙 퍼벙 경쾌한 소리와 함께 래셔스가 절명했다.

       

        오브제야 뭐. 사체 째로 가라앉은 다음 이 근처 어딘가를 떠돌다가 다른 괴어에게 먹힐 것이다. 오브제치고는 굉장히 작아서 엘비라가 만든 추적기를 붙여 놓았다.

         

        파랑이 점점 멀어지는 동중국해 2번 오브제의 위치를 핸드폰으로 확인했다.

         

        아마 1개월에서 2개월정도 지나면 다시 토벌하러 와야 할 것이다.

         

        아니, 저런 걸리적거리는 걸 왜 안 부수냐고?

         

        오브제는 파괴도 불가능하다. 엘비라의 기뢰로도 터트려보고, 디에고가 깔아뭉개보기도 했지만 실패했다. 러셀은 이빨이 부러질 뻔했다.

         

        그럼 작다고 했으니 지상으로 들고 올라와서 격리시키는 건?

         

        어불성설이다. 애초에 작다는 것도 오브제 기준이다. 동중국해 2번 오브제는 반지름 30m짜리 거대한 구체다. 지름이 60m. 자유의 여신상의 높이가 93m. 이걸 대체 어디에 격리하란 말인가.

         

        그리고 설령 정말 지상에 갖고 올라와 격리시키더라도 문제다. 어떤 현상을 일으킬 줄 알고.

         

        100m짜리 드래곤이 지속적으로 출몰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어떡해. 그냥 이렇게 이질적인 오브제들만 당번 정해서 관리하는 형편이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파랑의 배가 슬슬 고파 오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부터 한 끼도 못 먹은 탓이다.

       

       얼른 처리하고 샤오네로 가서 배 터지게 얻어먹어야지.

       

       파랑이 속도를 높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공지에도 올렸지만 오늘 13화에 대화가 추가, 14화의 내용이 수정되었습니다. 스토리 흐름에 중요하니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추후 올라갈 회차에서 엥? 이런 내용이 있었어?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귀찮으신 분들은 공지에 추가된 대화문을 잘라서 올려놨으니 그걸 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미 읽은 걸 또 읽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작가 올림

    +) 6/26. 마지막 부분의 묘사를 살짝 수정하였습니다.

    다음화 보기


           


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심해어 사냥 전문방송
Score 4.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He reincarnated into a hunter world and became an underwater hunter.

There were only 20 people in the entire country in this minor profession, but it didn’t matter. He liked the sea.

“Crazy! There’s a real artifact?!”

“Ahahaha!! How much is all this worth!!”

But then, the Great Diving Era began.

“Ah, it’s so beautiful… I want to see more, more…”

“W-What is that!! Save me!!!”

“Aaaargh!!! My head!! It feels like my head is going to explode!!”

…It would be better not to go in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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