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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

       던전에 입장한 지 30분.

         

        꽤나 잘 해쳐나가고 있었다.

         

        60명에 달하는 인원들은 부상자 몇 명을 제외하고는 사망자 한 명 없이, 어두운 던전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따금씩 튀어나오는 해골 형태의 몬스터.

         

        그들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위협은 없었다.

         

        하물며 몬스터들 조차, 간단하게 썰어버리면 그만.

         

        물론, 곳곳에 함정이 있는 미로 형태였지만 회귀자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앞으로 좀만 더.’

         

        곧.

         

        클리어가 목전이었다.

         

        이시현은 그리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60명.

         

        비록 범죄자 무리를 마주쳐 10명을 잃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포함해 60명이 살아남았다는 것은 꽤나 좋은 성적이었다.

         

        무엇보다.

         

        13일.

         

        이 인원을 데리고 13일 만에 클리어를 하는 것이었다.

         

        이것 역시 좋은 성적.

         

        다만.

         

        상황 상황이 뒤지게 안 풀리는 것이 문제였다.

         

        바로 지금처럼.

         

        투쾅-!!!

         

        ‘끄윽…!!’

         

        갑작스럽게 던전의 미로 벽을 뚫고 달려온 커다란 스켈레톤.

         

        일반 스켈레톤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걸친 무구가 더 단단해 보였다.

         

        무엇보다.

         

        스스승-!!!

         

        휘두른 그 검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했다.

         

        이걸 막고 있는 이시현이 고전할 정도로 말이다.

         

        그녀는 이 몬스터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데스나이트…!’

         

        튜토리얼 던전의 중간 보스이자, 문지기.

         

        분명 보스 방 앞에서 문을 지켜야 할 놈이 직접 미로 벽을 뚫고 이곳에 당도한 것이었다.

         

        실로 어이가 없는 상황.

         

        하지만, 이제는 당황할 것도 없었다.

         

        이번의 망할 나비 효과는 뭐 때문에 발생했는지 알겠으니까.

         

        [‘숨은 기억의 회고자’가 당신에게 계약을 제안합니다!]

         

        [‘숨은 기억의 회고자’가 당신이 계약을 하지 않을 시, 몬스터를 강화 시키겠다 말합니다!]

       

       

       

        “할까 보냐!!”

         

        스쾅-!

         

        그녀는 그리 외치며 데스나이트의 일격을 옆으로 흘렸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녀석의 칼날.

         

        부서져 날아간 바닥의 파편의 뒤쪽의 생존자들을 덮쳤다.

         

        “으악!!!”

         

        “끅!”

         

        그 상황에서.

         

        이시현은 다급하게 외쳤다.

         

        “아현 씨! 생존자들 뒤로 보내세요!!”

         

        “알겠어요!! 전부 뒤로 들어가시고 버프 사용 가능하신 마법사 분들은 빠르게 시현 씨에게 마법 걸어주세요!!”

         

        그리 상황을 다듬고 있는 사이, 데스나이트의 공격이 들어왔다.

         

        이격.

         

        스쾅!

         

        옆으로 피해냈다.

         

        한 대라도 맞으면 치명상일 정도의 저릿한 공격.

         

        삼격.

         

        다시 들어오는 녀석의 대검을 검으로 받아 바닥으로 내려 찍은 채, 녀석의 품으로 파고 들어갔다.

         

        동시에 느껴지는 강력한 힘.

         

        마법사들의 버프였다.

         

        비록 초보자들의 간단한 버프 마법이라고는 하나, 10명 이상의 인원이 걸어준 마법의 중첩은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 힘을 느끼며 검으로 녀석의 단단한 팔을 베어냈다.

         

        서걱!

         

        너무나도 부드럽게 잘리는 팔뼈.

         

        그리고 힘이 빠져 떨어지는 녀석의 대검.

         

        그때였다.

         

        [‘숨은 기억의 회고자’가 ‘데스나이트’를 강화시킵니다!]

         

        [‘데스나이트’가 일시적으로 ‘알파 데스나이트’가 됩니다!]

         

        ‘이 미친 성좌새끼!!’

         

        녀석이 떨어져 나간 대검을 반대 손으로 허공에서 잡아챈 뒤, 그녀를 향해 휘둘렀다.

         

        이전과 다르게 확연히 빨라진 공격.

         

        투쾅-!

         

        다행히 막아냈지만, 힘이 부족했다.

         

        쾅-!

         

        “커헉…!”

         

        그대로 나가떨어지며 벽에 충돌하는 이시현.

         

        그녀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녀석을 바라볼 때였다.

         

        데스나이트가.

         

        이쪽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아.

         

        죽는다.

         

        이번 회차는 이렇게 실패한 건가.

         

        씨발.

         

        그리 생각할 때였다.

         

        “시현 씨!!”

         

        콰광-!!

         

        강력한 놈의 공격이 도중에 가로 막혔다.

         

        보이는 건, 검이 아니었다.

         

        긴 흑발의 포니테일.

         

        숏소드를 들고, 방패로 알파 데스나이트의 공격을 막은 박지원이었다.

         

        “시현 씨! 피해요!”

         

        박지원이 외쳤다.

         

        이시현의 행동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버티기 힘들었는지, 옆으로 공격을 흘리는 박지원.

         

        그녀의 방패에 금이 가는 것을 보며 이시현은 벽에서 벗어났다.

         

        스쾅-!

         

        강렬하게 바닥을 내리 찍는 녀석의 대검에 박지원이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는 사이, 이시현은 어느새 놈의 사각으로 들어가 다리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챙-!

         

        ‘제기랄…!’

         

        그녀의 검은 녀석의 다리뼈를 절반쯤 들어가다 막혀버렸다.

         

        ‘방어력까지 높아졌나…!’

         

        이 무슨 사기인가.

         

        속도에 공격력에 방어력까지 올라가다니.

         

        튜토리얼에서 이딴 버프?

         

       그것도 아군이 아니라 적한테?

       

       

       

       

        보지도 못했다.

         

        [‘숨은 기억의 회고자’가 당신에게 계약을 제안합니다!]

         

        [‘숨은 기억의 회고자’가 자신과 계약한다면 분명히 강해질 것이라 말합니다!]

         

        [‘숨은 기억의 회고자’가 몬스터의 강화를 철회해 주겠다고도 말합니다!]

         

        ‘닥쳐…!’

         

        이시현은 머릿속에 들려오는 그 메시지를 씹으며 검을 빼냈다.

         

        다시 들어오는 녀석의 공격.

         

        이번에는 발차기였다.

         

        쾅-!!!

         

        빼낸 검으로 발차기를 막았지만, 그녀의 몸은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이어서 녀석이 연격을 해왔다.

         

        챙-!

         

        하나.

         

        챙-!

         

        둘.

         

        챙-!

         

        셋.

         

        챙챙챙-!!

         

        하나밖에 남지 않은 손으로 대검을 장난감처럼 휘둘러 오는 살벌한 공격을 이시현은 이를 악물어 가며 막아냈다.

         

        이렇게 고전하는데도 아직까지 자신에게 계약 제안을 하지 않는 ‘그 성좌’에게 원망감이 생길 찰나.

         

        퍼걱!

         

        공격 도중, 녀석의 몸이 갑자기 휘청거렸다.

         

        박지원이 방패로 녀석을 밀친 것이었다.

         

        그 덕에 방패는 망가졌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숏소드를 놈의 다리에 휘둘렀다.

         

        이시현이 베다 실패한 그 부분이었다.

         

        그리고.

         

        스컹-!

         

        그 공격은 성공했다.

         

        녀석의 다리가 부러졌다.

         

        ‘역시 박지원…!’

         

        이시현은 쾌재를 부르며 기우뚱 하는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였다.

         

        서걱-!

         

        “아.”

         

        갑작스럽게 검은 든 팔을 치켜들어 박지원을 밴 검.

         

        박지원의 왼쪽 허리부터 어깨까지 커다란 상처가 나며 피를 뿜어댔다.

         

        ‘이이! 씨발!!’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지금 달려들지 않는다면, 박지원의 그 희생이 무효가 되어버리는 꼴이었기에, 회귀자의 행동은 냉정했다.

         

        그렇기에.

         

        서걱!

         

        남은 놈의 팔뼈를 베어낼 수 있었고.

         

        이내.

         

        푹!!

         

        놈의 텅 빈 눈구멍에 칼을 쑤셔 박을 수 있었다.

       

       

       동시에.

       

       

       가가각-!

       

       박은 그 검을 일자로 세우고.

       

       푸욱-!

       

       놈의 가슴팍 부위까지 찔러넣었다.

         

        덜커덩-!

         

        큰 소리를 내며 넘어지는 알파 데스나이트.

         

        죽은 것이었다.

         

        하지만 회귀자는 그딴 건 살피지 않았다.

         

        그녀의 신경은 온통 박지원을 향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원 씨!!”

         

        “쿨럭! 끄윽… 시현 씨… 노, 놈은…”

         

        “쓰러뜨렸습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박지원은 자신의 커다란 상처를 손으로 붙잡았다.

         

        피가 줄줄 새며 그녀의 흉갑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시현 씨… 다 들리니까 작게 말해주세요… 다른 몬스터 몰려오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지원 씨…!”

         

        “포션… 포션이라도…”

         

        이시현은 자신의 포션을 꺼내 그녀의 입에 부어 넣었다.

         

        이내 부글거리며 연기가 나은 그녀의 상처.

         

        “끄하악…! 흐윽…!”

         

        박지원이 고통스러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너무 커다란 그녀의 상처는 포션으로도 아물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더 이상 포션이 없었다.

         

        “포션!!! 포션 없습니까!!!”

         

        뒤에서 가만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생존자들에게 외쳤다.

         

        하지만, 그들은 고개만 저을 뿐 그 누구도 포션을 가져오는 이는 없었다.

         

        몇몇은 분명 남은 포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안전을 먼저 생각했기에, 포션을 가져오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이… 이 씨발…!!’

         

        망할 놈들이.

         

        밤낮 가리지 않고 지켜줬는데.

         

        은혜를 이따구로 갚아?

         

        그녀는 그리 생각하며 손에 쥔 검을 꽉 붙들었지만 이내 박지원의 손에 가로 막혔다.

         

        위협해서라도 포션을 가져올 심산이었지만, 막혀버렸다.

         

        “시현 씨… 그러지 마세요…”

         

        그렇게 조용히 중얼거리는 박지원.

         

        이시현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댔다.

         

        안 돼.

         

        안 된다고.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고?

         

        그 ‘박지원’이?

         

        523회차 동안 거의 막바지까지 살아있던 그녀가 이렇게 죽는다고?

         

        그럴 수는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됐다.

         

        항상 모두의 앞에 서서 적을 섬멸하던 그녀가 고작 이딴 것에 죽으면 안 됐다.

         

        생각해라 이시현.

         

        생각해라.

         

        방법을.

         

        치료할 방법을…!

         

        아.

         

        하나 있구나.

         

        “이세린!!!”

         

        강하게 외쳐 던전에서 메아리 치는 이시현의 목소리.

         

        모두가 그 말에 이세린과 이시현 사이의 길을 터줬다.

         

        그 덕에 이시현은 볼 수 있었다.

         

        이곳에 갈지 말지 망설이며 안절부절하는 이세린을.

         

        왜.

         

        왜.

         

        도대체 뭘 고민하는 거냐.

         

        니 친구가 죽어가고 있는데 왜 고민하고 있는 거냐고!!

         

        “이 미친 년아 빨리 와서 치료하라고!!”

         

        “아아… 아으…!”

         

        발만 동동 구르는 이세린.

         

        그녀는 이곳 대신 불안하고 다급한 눈빛으로 옆에 있는 존재, 이 설을 바라볼 뿐이었다.

         

        도대체.

         

        도대체 왜?

         

        어이가 없는 걸 넘어서 돌아버릴 지경.

         

        지금도 박지원은 죽어가고 있는데, 이세린은 이 설에게 꿀이라도 발라놓은 것 마냥 그새끼 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세린!!!”

         

        그렇게.

         

        던전에는 다급한 회귀자의 메아리가 울려퍼질 수밖에 없었다.

         

        ***

         

        아.

         

        아아…

         

        어떻게.

         

        어떻게 하지…!

         

        박지원이 다쳤다.

         

        박지원이 크게 다쳤다.

         

        죽을 것 같았다.

         

        박지원이 곧 죽을 것 같았다.

         

        가서 치료를 해주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한 약속.

         

        이 치료 마법을 그에게만 사용하고 그 만을 지킬 것이라는 약속.

         

        그걸 어겨야 했다.

         

        “이 미친 년아 빨리 와서 치료하라고!!”

         

        다급한 이시현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이세린의 머릿속은 점점 하얗게 변할 뿐이었다.

         

        약속을 어긴다는 것.

         

        그건 곧 속죄를 포기하겠다는 말과 동일했다.

         

        자신의 손으로 고통스럽게 만든 그 작은 존재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버리겠다는 것과 동일했다.

         

        어떻게 하지…!!!

         

        하지만.

         

        하지만.

         

        자신의 친구가.

         

        가장 친한 친구가.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친구가 죽어가고 있다.

         

        너무나도.

         

        치료를 하고 싶었다.

         

        “이세린!!!”

         

        이시현의 목소리가 점점 거세졌다.

         

        이세린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봤다.

         

        아직도 남아있는, 그 느낌.

         

        생생하게 맥동하는 그 얇고 하얀 목을 조르던 느낌.

         

        직접 그 작은 손톱을 분리하며 살을 찢던 그 느낌.

         

        아직도 그 역겨움이 남아있었다.

         

        이 손으로.

         

        이 용서 받지 못한 손으로.

         

        친구를 치료해야 한다고?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그녀는 계속해서 이 설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고통을 준, 그 무표정한 인형을.

         

        그 소중한 인형을.

         

        자신에게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벌벌 떠는 그 인형을.

         

        죄악감이 들었다.

         

        너무나 큰 덩어리가 심장을 옥죄는 것 같았다.

         

        모순.

         

        약속과 우정.

         

        속죄와 치료 사이에서의 그 모순들이 그녀를 더 강렬하게 얽매었다.

         

        단 하나.

         

        이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단 하나의 방법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무례하고.

         

        너무나도 미안하고.

         

        너무나도 쓰라린 단 하나의 방법.

         

        이 설에게.

         

        허락을 구하는 것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독자님들을 댓글을 보다 보면 독자님들이 제 생각보다 훨씬 더 똑똑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 작품의 허점을 잘 찾아 짚고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도 계시고…

    이래서 눈치 빠른 독자님들은 당해낼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그 ‘허점’이나 ‘의문’은 최대한 적절하게 매꾸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물론 다 떡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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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gret of the Regressor Who Killed Me 523 Times

The Regret of the Regressor Who Killed Me 523 Times

나를 523번 죽인 회귀자가 후회한다
Status: Ongoing Author:
After being falsely accused of being a sex crime murderer and serving time, I was summoned to another world. There, I awakened the ability to read minds and found out there was a regressor. But that regressor was regretting something about me. Why is he acting this way towards me? I don't under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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