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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

       17. 드래곤과 공룡은 친척이다

       

       

       드래곤 관찰 일지.

       알에서 깨어난 드래곤들이 모두 폴리모프에 성공했다.

       하지만, 녀석들을 인간이라 부르기에는 문제가 있다.

       

       ‘빨강, 파랑, 초록. 머리 색깔이랑 눈은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뿔이랑 꼬리는 어떻게 하지?’

       

       정수리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는 두 개의 뿔.

       허리와 엉덩이 사이에 떡하니 자리 잡은 비늘이 박힌 기다란 꼬리.

       그것들을 제외하면 조금 특별하고 예쁘게 생긴 6세에서 7세 사이의 소녀처럼 보인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싶어 물어보기로 했다.

       

       “화련아.”

       “왜!”

       “뿔이랑 꼬리. 그거 안 보이게 숨길 수 있어?”

       “집주인. 내가 말했잖아! 드래곤은 못 하는 게 없다고!”

       

       역시 드래곤.

       화련이는 곧바로 뿔과 꼬리를 숨기기 위해 두손을 앞으로 뻗고 기합을 넣었다.

       

       “이얍!”

       “…”

       “이야압!”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얼굴이 머리처럼 붉어진 화련이에게 물었다.

       

       “할 수 있다며.”

       “하, 할 수 있어! 내가 못 하는 건 세상에 없어!”

       “근데 왜 안 숨겨?”

       “그건… 지, 집주인 말을 듣기 싫어서야! 알겠어?! 네가 숨기라고 해서 안 숨기는 거야! 이제 나한테 말 걸지 마!”

       

       호다다닥-

       화련이는 그리 외치고는 짧은 다리로 도망쳤다.

       집이 좁아서 그리 멀리 도망가진 못했다.

       아무래도 뿔이랑 꼬리는 숨길 수 없는 모양이다.

       

       “저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바깥에 데려가는 건 힘들겠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자, 수련이가 다가와서 설명해줬다.

       

       “우리가 뿔이랑 꼬리를 숨길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야. 우리가 폴리모프를 완전히 터득한 게 아니니까.”

       “그런 거야?”

       “얼떨결에 인간의 모습을 하게 된 것뿐이야. 우리는 아직 원하는 대로 모습을 바꿀 수 없어. 애초에 폴리모프라는 마법 자체는 드래곤의 마법 중에서 상위급에 속해.”

       “오오…”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됐다.

       

       “지금 우리는 모습을 마음대로 바꾼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원래 드래곤의 모습을 인간의 모습으로 바꾼 거야.”

       

       변신이 아닌 변환.

       그렇기에 뿔과 꼬리를 숨길 수 없다.

       드래곤 1타 강사 수련이가 아주 잘 설명해줬다.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아직 실력이 딸린다는 소리네.”

       “…사실이긴 하지만 마음에 안 들어.”

       

       찌릿-

       수련이를 나를 차가운 눈으로 노려봤다.

       아무튼 뿔과 꼬리는 숨길 수 없다는 것 같다.

       그렇다면.

       

       “다시 드래곤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건.”

       “가능해.”

       

       수련이는 대답과 동시에 푸른 빛을 내뿜었다.

       푸른 빛이 잠시 시야를 가리고, 수련이가 서 있던 자리에는 트레이닝 점퍼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드래곤의 모습을 한 수련이가 기어 나왔다.

       

       “샤아-“

       

       드래곤 폼 상태에서는 말을 못 하는 모양이다.

       나는 이만하면 됐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수련이가 다시 푸른 빛을 내고는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런 느낌이야. 이해했지, 집주인?”

       “그래, 그런데 수련아.”

       “응.”

       “일단 옷부터 입고 얘기하자.”

       

       변신은 좋은데.

       옷이 떨어지네.

       수련이는 귀찮다는 얼굴로 허리까지 내려오는 파란 긴 머리를 휘날리며 트레이닝 점퍼를 입었다.

       

       “왜 인간들은 옷을 입지? 전혀 효율적이지 않아.”

       

       수련이는 투덜거리며 후줄근한 트레이닝 복을 입었다.

       알몸이 기본 복장인 드래곤의 입장에서는 이해를 못 하나 보다.

       

       “의식주.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필수 3요소야. 투덜거려도 입어야 해.”

       “귀찮아.”

       “그래도 입어.”

       “…”

       

       수련이는 아무 말 없이 TV 앞에 앉았다.

       나도 딱히 더 말을 하기 애매했다.

       그렇기에, 녀석들과 같이 TV나 보기로 했다.

       

       “무슨 애들이 다큐를 보고 있어.”

       

       TV에서는 다큐 하나가 나오고 있었다.

       공룡들의 역사를 읊어주며, 어떤 종류의 공룡들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드래곤과 유사한 점이 있기 때문일까.

       녀석들은 각자 편한 자세로 꼬리를 흔들고 시청 중이었다.

       

       “공룡이라. 생각해보니 드래곤이랑 비슷하네. 지구에 드래곤이 있기 전에 공룡이 있었지.”

       

       어린 시절에 다양한 공룡들의 종류를 외웠던 적이 있다.

       그리고, 둘 중에 어떤 공룡이 더 강한지 친구들과 함께 심도 깊은 토론을 하기도 했다.

       

       “티라노사우르스가 세냐. 기가노토사우르스가 세냐.”

       

       트리케라톱스가 세냐. 스테고사우르스가 세냐.

       이런 방식의 공룡 갈드컵을 열고는 했다.

       그리고, 그건 드래곤도 마찬가지인지.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딱 봐도 티라노가 세 보이잖아!”

       “흠, 그런가? 기가노토가 더 크지 않나?”

       “뭔 소리야! 티라노가 더 멋지잖아! 크다고 좋은 게 아니야!”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해도 세기의 매치업은 답이 갈리나 보다.

       그렇게 녀석들은 심도 깊은 토론을 이어가던 도중.

       화련이가 의문점을 하나 가졌다.

       

       “근데 자세히 보면 저 공룡들 드래곤이랑 너무 닮았는데?!”

       “그러게. 동족의 향기가 느껴져.”

       

       드래곤들은 TV 화면을 집중하며 쳐다봤다.

       

       “으음!”

       “흐음.”

       

       그리고 수련이는 뭔가를 알아냈다는 듯.

       확신을 담아서 말했다.

       

       “저 공룡들. 아마 드래곤의 피가 섞인 것 같아.”

       “그게 뭔 소리야? 어떻게 공룡에 드래곤의 피가 섞여 있어?”

       “초식 공룡은 몰라도. 육식 공룡 중 몇몇에게 드래곤의 피가 흐르고 있어. 느껴져.”

       

       시간으로 따져도 엄청 오래전에 이야기다.

       1억년도 더 된 이야기 같은데.

       어떻게 공룡에 드래곤의 피가 섞였다는 거지?

       그런 의문을 가지자, 초련이가 명료하게 답을 내놨다.

       

       “그때도 드래곤은 존재했어요! 아마, 엄청 옛날에 지구에 왔던 드래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

       “네, 드래곤은 차원문을 통해 유희를 다니니까요! 1억년 전이라고 해도, 시간대가 달라서 드래곤은 존재하고 있었을 거에요! 아마 지금도 지구에 유희를 즐기고 있는 드래곤이 있을 거에요!”

       

       드래곤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숨어들어 있을 수도 있다는 건가.

       존댓말을 사용하는 초련이의 말은 은근 설득력이 있었다.

       그런데 아직 한 가지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공룡에게 드래곤의 피가 흐른다고 했잖아.”

       “맞아요!”

       “그럼, 드래곤의 자손이라는 소리인데. 드래곤은 그럼 누구랑 같이…”

       “그, 그건…”

       

       초련이는 말문이 막혔는지, 잠깐 당황하더니 헤헤- 웃음을 흘렸다.

       

       “저도 모르겠어요!”

       

       아마 드래곤의 수치를 알리고 싶지 않았겠지.

       초련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건 그렇고.

       

       “지구에서 드래곤이 유희를 즐기고 있을 수도 있다니. 그건 좀 재미있네.”

       

       이 녀석들 말고 드래곤이 있다면.

       정보를 알려달라 해서 좀 제대로 키울 수 있을 텐데.

       나는 아직도 이 녀석들을 어떤 방식으로 키워야 할 지를 모른다.

       그래서, 그냥 어린아이처럼 키우고 있는 중이다.

       

       ‘이게 맞는 방법인지, 틀린 방법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이 방식대로.

       최대한 인간의 방식대로 키워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나는 드래곤이 아니라 인간이니까.

       

       “그런데 말이야. 집주인.”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수련이가 나를 보며 한 마디를 건넸다.

       

       “모든 드래곤이 우리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다른 드래곤도 안 만나봤으면서. 네가 어떻게 알아?”

       “드래곤은 다 알아. 그리고, 다른 종족에 대한 지식도 전달받았어. 퍼플 드래곤. 특히 블랙 드래곤 같은 녀석들은 조심해야 해.”

       

       모든 드래곤이 인간에게 호의적이지는 않으니까.

       

       “그 녀석은 드래곤이 모여있는 차원. 드래곤 소사이어티에서도 추방받은 존재니까.”

       

       수련이는 그리 말하고는 다시 TV 화면에 집중했다.

       대충 수련이가 내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수련아. 아빠를 걱정해주는 거지?”

       “내가 언제 걱정을-“

       “걱정되면 그렇다고 하지. 아빠는 감동이란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괜찮아. 네 마음이 뭔지 다 알아. 아빠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단다.”

       “…”

       

       수련이는 말문이 막혀 답답한지 꼬리를 쾅쾅- 내려쳤다.

       그 작은 투정은 내 눈에 아주 귀엽게 보였다.

       

       “인간 세상에 숨어든 드래곤이라…”

       

       녀석들은 어떤 모습으로 숨어들어 있을까.

       그건 드래곤을 키우고 있는 내 입장에서 굉장히 궁금했다.

       내가 키우고 있는 녀석들은 자기 모습을 꾸미지 않고, 완전히 자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

       

       

       늦은 새벽.

       모두가 잠든 밤.

       초련이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다들 잘 자고 있네요.”

       

       화련이는 이하준의 머리에 발을 올리고, 수련이는 옆으로 돌아누워 벽을 바라보며 잠을 자고 있었다.

       이하준은 그 중앙에서 편히 잠에 들어 있었다.

       

       “보기 좋아요!”

       

       헤헤-

       초련이는 웃음을 흘리고, 현관으로 향했다.

       모두가 잠든 밤.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을 이렇게 여는 거였죠…?”

       

       딸깍-

       초련이는 들키지 않게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밖으로 향했다.

       식탁에 올려둔 옥상 열쇠를 빼먹지 않고.

       초련이는 그렇게 옥상으로 올라가, 새벽 공기를 들이 마시었다.

       

       “아으음- 좋지 않아요. 공기가 너무 별로에요!”

       

       아쉽게도 이 세상에는 자연이 없어요.

       이러다가 지구가 먼저 무너지고 말 거에요.

       우리는 자연과 함께 공존해야 해요.

       초련이는 그리 말하며 옥상에 놓여진 화단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화단을 향해 녹색의 숨결을 불어 넣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화단들에 피어난 식물들은 초련이의 숨결에 움찔거렸다.

       초련이는 그 모습을 보며,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잘 자라는 거예요. 잘 자라서. 이 근처를 자연으로 만드는 거예요! 여러분들 아시겠죠?”

       

       초련이는 채식주의에 이어 환경 보호 운동까지 시도하고 있었다.

       그린 드래곤의 고유 본능과 같은 것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느린 다르팽이입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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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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