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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

       막말을 내뱉은 이.

       폴렛 백작가의 차남 데미안은 저 혼자 중얼거린다고 중얼거리다가 목소리가 무척이나 크게 울린 것에 당황했다.

       어쩌면 정적이던 주변 상황 때문에 더욱 크게 목소리가 울린 것일지도 몰랐다.

         

       허나 지금 중요한 건 목소리가 컸던 것이 아니다.

       그가 타인을 대상으로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었다가, 이를 모두가 알게 됐다는 것이 문제였지.

         

       ‘이런, 내 아카데미 생활이….’

         

       그는 초창부터 이미지에 타격이 생겼음을 알며 속이 쓰려졌다.

         

       기사를 모욕한 것?

         

       그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어차피 좌천된 기사지 않은가.

       놈이 제게 욕을 먹었다고 해서 대들 수 있는 것도 아닐 테고.

       백작가와 감히 대항할 생각이 아니라면 절대로….

         

       “너냐-?”

         

       “……어?”

         

       단상에 있던 기사가 확신을 담아 그에게 말을 걸었고, 한 박자 늦게 대항한 데미안은.

         

       “어는 반말이고, 이 싸가지 없는 새끼야.”

         

       다음 순간 데미안의 시야는 까맣게 물들었다.

       그의 몸으로 날아오는 교탁이 보였기에.

         

       콰아앙!

         

       한순간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 * *

         

       ……일순 다른 의미로 사람들은 어처구니가 없었으며, 동시에 벙 찌고 말았다.

         

       지금 뭐가 날아간 거지?

         

       아니, 그보다 저 큰 교탁을 공처럼 날릴 수 있는 거였나?

         

       사람들은 할 말은 많았지만,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할 여러 심정을 숨긴 채 단상 위에 선 교관을 보았다.

         

       “이런, 장갑을 날린다는 게 교탁이 날아갔군. 실수다.”

         

       – …….

         

       “정말이다. 난 모욕을 당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장갑을 날리려고 했는데, 이것까지 같이 날아갔군. 흠, 교탁이 좀 가벼운 재질인가?”

         

       그는 제 진심을 알아달라는 듯 교탁 탓을 했으며, 일순 사람들은 뭐라 형용 못할 표정을 지었다.

       뭐지, 저 미친놈은?

         

       모두가 공통된 생각을 떠올릴 때, 여전히 교탁에 맞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데미안이었고, 폴렛 가의 사람들은 움직였다.

         

       “데미안!”

       “이 어찌! 이런 무도한 자를 봤나!”

         

       귀빈석에 있던 폴렛 가의 사람들은 당장이라도 교관을 찢어죽일 듯 노려보았고, 이한을 향해 살기를 피웠다.

       그런 상황에서 이한은.

         

       “지랄.”

         

       그는 비웃었고, 그것이 안 그래도 크게 타오르던 분노에 기름을 들붓는 것이 당연했다.

         

       “이노오오오옴!”

         

       사아아아!

         

       폴렛 가의 기사가 검을 뽑아들었고, 일순 그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기세가 일어났다.

       넘실거리는 아지랑이는 뜨거운 불길의 아지랑이를 보는 듯했다.

         

       유형화한 살기.

         

       투기법의 극의를 깨우친 무인이 보이는 기예(技藝).

       전날 요르드가 보였던 검명보다 한 단계 높은 경지가 아닐 수 없었고, 기사의 실력이 얼마나 출중한지 알려주는 단락이었다.

       한데 그러한 기사의 검이 미친 교관을 향했고, 사람들이 말릴 새도 없이 기사의 검이 상대를 꿰뚫으려 들었다.

         

       다만.

         

       후욱!

         

       “흐읍?!”

         

       기사의 검이 상대를 꿰뚫기도 전, 집중력을 꿰뚫는 손도끼가 날아오며 기사의 몸짓을 잠시 주춤거리게 하였다.

       그리고 기사는 알아야 했다.

       결코 주춤거려선 안 되었다고.

         

       화아아악!

         

       “네가 먼저 시작했다?”

         

       파아아앗!

         

       언제 움직인 것일까?

       새가 가속도를 내어 떨어지듯 이한은 순식간에 다가와 기사의 품을 파고들며 목덜미를 움켜잡았고, 그대로 기사의 몸을 위로 치켜들었다.

       일순 기사의 몸은 실 끊어진 인형처럼 위로 훌쩍 떠올랐다.

         

       강렬한 부유감과 함께 기사가 어찌 대항할 새도 없이.

         

       콰직!

         

       머리부터 그대로 고공낙하 하며 바닥에 박혔다.

         

       “끄어어어억!”

         

       끔찍한 비명.

       목이 단련되지 않았다면 그대로 꺾여도 이상할 것이 없는 충격.

       허나 단련되어 꺾이지 않았을 뿐, 이미 상대는 고공에서 내려찍히며 온몸이 마비되는 듯한 충격에 실신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우웅!

         

       그는, 이한은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기사의 목덜미를 잡은 채 놓지 않고 그대로 들어 올리더니 재차 찍어버린 것이다.

         

       “크으윽!”

         

       목이 잡힌 기사는 생존의지를 발현하며 반항하듯 검을 역수로 쥐어 휘둘렀다.

       죽더라도 그냥 죽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현이 아닐 수 없었으나.

         

       투욱.

         

       “…이럴 수가.”

       “내가 몸을 허약하게 단련한 게 아니라서.”

         

       기사는 그의 배를 찌르려 했으나 뚫을 수가 없었다.

         

       당연한 노릇이다.

       그의 근육과 뼈가 얼마나 질기고 단단한지를 기사는 모를 테니까.

       살갗은 좀 까질 수 있을지언정, 그의 살은 뚫리지 않는다.

         

       오러 유저와 3년 동안 싸우고도 몸이 왜 멀쩡하겠는가.

         

       그러니.

         

       “제법 괜찮았다.”

         

       후우우우웅!

         

       이한은 놈의 의지를 칭찬해주며 이번에말로 놈을 내리찍었다.

         

       콰앙!

         

       한 번, 두 번, 세 번….

         

       총 다섯 번을 내리 그는 기사의 목덜미를 쥔 채 수차례 벽과 바닥에 찍었다.

       상대가 꺾이나, 제가 먼저 지치나 시험해보려는 듯.

       보통 사람이었다면 지칠 법도 하건만, 이한은 전혀 지치지 않았다.

         

       도리어 지금껏 쌓인 스트레스를 풀 듯 그는 날뛰었고,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죽일 듯 지금까지와 다른 기세를 발산하며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흐름이 남다르다.

         

       아무리 단련된 기사의 몸이 단단할지언정 이번에는 절대로 버틸 수 없다.

         

       날 선 검조차 뚫지 못한 그의 몸은, 전신 근력은 무쇠라 할지언정 구부릴 수 있다 자신하기에.

         

       그렇게-!

         

       “그만-!!!”

         

       콰아앙!!

         

       * * *

         

       “커헉….”

         

       후두둑…!

         

       …천만 다행으로, 기사는 죽지 않았다.

       이한의 마지막 낙하를 온몸으로 막아선 기사가 있었기에.

         

       다만 막았다고 해서 그가 무사한 건 아니었다.

         

       “…멈춰주어서 고맙네.”

       “설명해야 할 거다. 감히 기사의 ‘결투’에 끼어든 책임을 져야 할 거니까.”

       “……맞는 말일세.”

         

       중년의 남성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실수건 뭐건, 결국 먼저 기사의 명예를 건드린 건 폴렛 백작가였다.

       그리고 검을 뽑은 것도 폴렛 가의 기사였고.

         

       이 순간 결투는 성립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목이 떨어져야 끝날 결투.

         

       기사들의 결투는 그러했다.

       승자는 기꺼이 패자의 목숨을 가진다.

       이는 오랫동안 암묵적으로 지켜온 기사들의 철칙이니.

         

       비록 가라 기사 소리 듣는 이한이지만, 이때만큼은 진짜 기사로 빙의라도 했는지 그는 명예를 명분삼아 모든 일을 합리화시켰다.

       막무가내 같지만, 이게 먹힌다는 점이 재밌으리라.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건 지금 이한이 보인 압도적인 무력 덕이었다.

         

       만약 그가 강하지 않았으면 성립되지 않았을 장면이니까.

         

       “…폴렛 가의 가주를 맡은 로던 백작이라고 하네.”

       “이한이다. 좌천당한 기사지.”

       “……일단 사죄부터 하겠네. 내 못난 아들이 자네를, 더 나아가 백은사자를 모욕한 것을.”

       “그건 이 새끼가 덤비기 전에 말했어야지, 안 그래?”

         

       이한의 손에 여전히 잡혀 덜렁거리고 있는 기사.

       눈이 뒤집혀진 상태였고, 언제 숨이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았다.

       로던 백작은 그를 안쓰럽게 지켜보며 말하였다.

         

       “알고 있네. 내가 말렸어야 했거늘.”

       “아니지, 말렸어야가 아니라, 진작 말렸어야지. 만약 내가 이놈 칼에 꿰뚫렸으면 안 나섰겠지. 이놈이 죽을 것 같으니까 끼어든 거고.”

         

       뿌드득.

         

       불온한 소리가 난다.

       기사의 목에서 들린 소리였고, 만약 살아난다 한들 한동안 정양해야만 하리라.

       그러나 살아만 있으면 희망은 있다.

         

       “우리 부단장이라네. 내 제자이기도 하다네. 성정은 거칠지만 이곳에서 으스러지기엔 아까운 인재라네. 부디 모든 잘못을 내가 받고 목을 내놓을 테니, 선처를 부탁하네.”

         

       쿠웅.

         

       로던은 그대로 검을 내려놓고 무릎을 찍었다.

       백작이 제 목을 주고 젊은 목숨을 살리려는 것이었다.

         

       숭고한 모습이었고, 갑작스러운 결투에 당혹스러워하고 아연실색하던 장내의 생도들과 귀빈들은 고결한 백작의 숭고함에 감읍했다.

       만약 명예와 숭고함을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기사와 귀족들이라면 이 모습에 그를 칭송하고 모든 잘잘못을 용서하였을지 모르겠으나….

         

       “-싫어.”

         

       – …….

         

       이한에게 명예니 숭고함이니 하는 건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번에야말로 할 말을 잃었다.

         

       * * *

         

       “…저거 완전 미친 인간 아니야.”

       “아니, 대체….”

       “저게 인간이야 오우거야.”

       “어우….”

         

       대체로 질린 기색이 한 가득인 것이다.

       허나 그 질린 기색에는 백작이 저토록 숭고함을 내비치는데도 봐주지 않는 악질적인 행위에 대한 반감도 서렸다.

         

       대부분이 그러했고.

         

       …그러나 대부분이 그렇다는 건.

         

       “…대단하군.”

         

       몇몇은 그렇지 않다는 말도 되었다.

         

       “주군?”

       “저 기사, 훌륭하군. 후환이 될 이는 철저히 짓밟아야 하는 법이지.”

       “…?”

       “실전에도 능하군. 보았나, 잭? 저 기사 처음 도끼를 던지면서 상대의 리듬을 완전히 빼앗아버렸네. 저런 건 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야. 무수한 실전과 훈련으로 다져진 능숙함이 있어야 한다네, 저 기사 머리가 좋군.”

       “그, 그 정돕니까? 그냥 힘만 무식한 것 같은데.”

       “모르는 소리. 보이는 사람은 알 걸세. 일정한 경지에 이른 검사의 대결에서 더욱 중요해지는 건 심리전이며, 어찌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느냐지. 훌륭해.”

       “……허어.”

         

       잭은 놀랐다.

       기사의 솜씨가 어떠했는지를 듣고 놀란 게 아니라, 자신의 젊은 주군이 이토록 상대를 찬사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게 제 주군은 상대를 놀라게 하면 놀라게 했지, 타인에게서 놀라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벌써부터 보물을 찾았구나, 잭.”

         

       그의 주군. 로엔 드미트리 드 라이오넬이 보석을 찾은 듯 눈을 반짝였다.

         

       뿐만 아니라….

         

         

       [대박….]

         

       “아이린?”

         

       [완전 내 취향…!]

         

       “응??”

         

       [헤헤!]

         

       “???”

         

       곱상한 놈보다 짐승 같은 남자를 선호하는, 남들과 좀 남다른 취향을 가진 유령 여성은 군침을 흘렸다.

         

         

       ─본의 아니게 첫날 만에 감시대상에게 관심을 끌게 된 것을, 이한은 아직 몰랐다.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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