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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

    “보호자라…….”

    “네, 예르나선배도 알다시피, 임시보호가 너무 길어지면 결국 강제로 시설에 들어가야하잖아요.”

    “나도 알아. 아는데…….”

    임시보호. 

    말 그대로, 임시라는건 어디까지나 임시였다.

    임시보호절차에는 따로 필요한 서류가 별로 없지만,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정부에서 정해주는 시설로 꼭 가야만 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의, 식, 주가 주어지겠지. 

    성인이 될 때 까지는.

    아마도 그게 루크에게도 더 좋은 일일까 생각이 드는 예르나였지만, 마냥 그렇다고 볼 수도 없었다.

    당장 자신이 루크가 지내도 괜찮을법한 시설은 죄다 연락을 돌려보았으나, 모조리 퇴짜를 맞지 않았던가?

    게다가 루크는 심장에 서클이있는 아이였다.

    그것도 엄청나게 강력한.

    아무리 루크가 귀엽다고해도 세상에 언제 죽을지 모를 아이를 입양하려는 사람들은 없으며, 일반적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소비 마나량도 문제가 될게 뻔하다.

    분명 감옥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삶을 겨우 유지만 하다가 어른이되면 밖으로 내치게 되겠지.

    “그래서 아예 보호자로 신청하라는거에요.”

    다프네가 강력하게 주장했다.

    확실히, 점점 임시가 끝나는 기간은 다가오고있고, 만약 시간이 지나면 루크는 강제로 지정된 시설에 수용되고 만다.

    갓 노예에서 벗어난 아이에겐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루크도 예르나언니가 좋은것 같던데, 뭐가 문제에요?”

    “그게…….”

    확실히, 그렇기는 하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루크는 자신을 참 잘 따른다.

    게다가, 예르나가 생각하기에 루크를 데리고 살기엔 숲 말고는 적당한 곳이 없었다.

    그러니 숲지기인 자신의 직업에도 너무 잘 맞다.

    마치, 운명과도 같은게 느껴지기는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이것이었다.

    “그런데, 보호자 신청을 하려면……. 혼자서는 안되는거 알잖아.”

    예르나가 한숨을 쉬면서 주차해둔 오프로드차량의 문에 기댔다.

    “아. 그렇겠네요.”

    다프네는 과연, 그런 문제가 있었네.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보호자.

    사실상 입양이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자신이 아이를 기를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야하는 심사가 있었다.

    또한 그 심사에는 반드시, 기혼 여성이어야함을 강조하고 있었고.

    예르나는 짝이 없었다.

    “하아…….”

    반백년을 살아온 그녀지만, 그동안 마땅한 남자가 없었다.

    일에 치여서 그런것도 있기는 하지만, 애초에 번듯한 엘프남성이란게 세상에 흔히 있는것도 아니고.

    직업도 조금 숲지기이니, 여자로서의 매력도 그닥…….

    “언니, 눈을 좀 낮춰봐요. 세상에 반이 남잔데.”

    “다프네, 그 반에서 엘프를 또 쳐내야지.”

    “아. 그러네. 언니는 희소종족이라는게 문제네요.”

    머리가 복잡해진 예르나는 두손으로 얼굴을 덮고선 앓는 소리를 냈다.

    세상에 엘프인구는 작년기준으론 약 12%.

    그중에서도 결혼 적령기인 남성을 찾는다면 너무나도 인구가 적다.

    엘프는 그만큼 희소한 종족이라는 것이다.

    애초에 평균적으로 250년을 살아갈 수 있는 엘프는 그 수명탓인지 번식욕이 다른 종족에 비해 그다지 크지 않기에 짝을 찾는다는건 더욱 어려웠다.

    실제로, 연령이 겨우 반백년밖에 안된 예르나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기는 했다.

    ‘결혼은 아직 이르다’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연애한번 하지 못한게 맞는건가 싶기는 했지만, 예르나는 그 생각이 떠오르기 전에 먼저 생각을 멈추는것이 보통이다.

    그녀가 묻는다.

    “누군가 믿을만한 사람이 없을까?”

    “글쎄요……. 일단 제 친구중엔 루크를 받아줄만한 사람이 없네요.”

    다프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쩌지, 이제는 진짜 일주일밖에 안 남았는걸.”

    “일주일이요? 벌써 그렇게 되었던거에요? 그럼 진짜 얼마 안 남았네요…….”

    엘프가 아닌 인간의 기준으로도, 일주일만에 누군가를 찾아서 결혼도장을 찍는다는건 너무나도 빨랐다.

    적어도 한달 이상은 사귀어봐야 사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데 말이다.

    “내게는 시간이 더 필요해.”

    예르나의 중얼거림에 다프네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면 일단은 연장심사를 받아보세요.”

    “연장심사?”

    “임시보호가 길어지면, 그 심사에 따라서 연장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걸로 알고 있어요. 만약 타당한 사유가 있으면 지원금도 신청할 수 있고요.”

    “그게 정말이야?”

    예르나는 고개를 팩 들어올리면서 다프네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사람좋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제가 예전에 아직 행정쪽이었을때엔 그런것도 있었거든요.”

    “그렇구나!”

    그러고보니 다프네는 원래 행정직 공무원이었으나, 진급이 빠르다는 이유로 현장직으로 부서변경을 신청한 공무원이었다.

    그래선지 이런 정보에 빠삭하구나하고 생각한 예르나는 다프네의 손을 붙잡고 기쁜듯이 외쳤다.

    “역시 내 ‘길잡이’야! 정말 고마워, 다프네! 나중에 언니가 한턱 쏠게!”

    “별말씀을요, 아. 혹시 나중에 루크 귀엽게 찍은 사진 있으면 몇장 보내주세요.”

    “그럼, 물론이지!”

    ———–

    “그렇구나, 임시보호기간 연장심사라.”

    예르나의 설명을 들은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임시보호라.

    루크는 기간이 지나 시설에 보내진대도 딱히 상관은 없지만, 예르나와 너무 멀리 떨어지는것은 꺼려지는 일이었다.

    그 이유는 예르나가 너무 고마웠기에 은혜를 갚기위해서는 곁에 남는것이 가장 좋을것이라는게 첫번째이고, 두번째로는 예르나가 ‘시설’이라는 곳에 이토록이나 보내기 싫어한다는 데에서 오는 꺼림칙함,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루, 어때? 루는 언니가 싫은건 아니지?”

    “……. 그야 당연히, 싫을리가 없지 않겠는가. 오히려 그대에겐 미안할 뿐이니.”

    “나참, 미안할것 없대두!”

    예르나의 저런 반응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에겐 예르나가 원하는 일이라는 점에서는 선택지가 남지 않은 셈이었다.

    은인이 바란다면 마땅히 그리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루크는 턱을 쓰다듬으며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나는 대체 심사에서 뭘 해야하는겐가?”

    “아무것도! 루는 딱히 할게 없어. 아, 몇번 심사원이 찾아올텐데, 그때 대답만 잘 하면 될거야. 할 수 있겠지?”

    “그렇구나. 잘 알겠다. 걱정 말거라.”

    그냥 대답만 잘 하라니. 

    확실히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 언니는 떼야할 서류가 있어서. 아참, 여기는 숲이니까 절대 혼자서 나가지 말고, 꼭 누구를 불러서 같이 다니도록 해. 알겠지?”

    “그래. 그러도록 하지. 뭐, 나갈 일은 없을 것 같네만.”

    그렇게 예르나의 숙소에 다시 혼자 남게된 루크는 책을 펼쳐읽으며 시간을 때웠다.

    서클을 만든 지금은 마나의 축적보다는 지식의 축적이 우선이다.

    당장에 자신의 상식부족으로 예르나에게 큰 짐을 안기고 말았지 않은가.

    루크에게는 현재 마법에 관련된 책 보다도, 사회, 문화적인 책이 필요했다.

    무지함은 깨달았으나,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인 루크에게는 무차별적인, 그리고 포괄적인 상식을 주입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다.

    그리고 시대상을 은유적으로 압축한것은 소설이 제격이었다.

    루크는 책장에 있는 아무 책이나 뽑아들고는 본능에 따라 원하는 곳에 앉아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한동안 종이가 사락, 사락하고 넘어가는 소리만이 예르나의 숙소안을 가득 채운다.

    ——–

    “흐음…….”

    하필 꺼내든 것이 색정소설이었다.

    제목과 표지는 꽤나 건전한 모양새였는데, 내용물은 별로 그렇지는 않았다.

    물론 소설인이상, 그 이야기에 준비과정이 존재하였는데, 초반부분은 단순한 로맨스소설인줄 알았던 것이 꽤나 당혹스러울 정도의 고수위였다.

    무엇보다, 쓰여진 단어가 너무나도 직설적이라 놀랐다.

    그의 시대엔 아무리 성애적인 묘사가 들어가는 서적이라고해도, 당시엔 책이 굉장히 비쌌기에 대부분 책을 구매해서 보는 자들은 귀족이었던 시대였다.

    따라서 귀족의 입맛에 맞춰 고급스럽고 은유적인 표현으로 포장된 일련의 행위묘사에 익숙한 루크에게는, 눈앞에 그려내는 듯이 직설적인 표현으로 점철된 현대의 로맨스소설엔 면역력이 별로 없었다.

    “아무래도 다른걸 찾아봐야겠군.”

    루크는 살짝 얼굴에 열이 달아오른것이 느껴졌다.

    마법사로써 상상력도 출중한 탓에, 루크는 자신이 마치 남의 성관계를 훔쳐본것같은 죄책감까지도 느껴졌다.

    “예르나는 평소에 이런것을 보는것인가…….”

    ‘엘프라고해서 성욕이 없는것은 아닌게로군.’

    그렇게 생각한 루크는 얌전히 그것을 책장에 잘 끼워넣은 뒤, 이번엔 중간부분을 조금 펼쳐서 무슨 책인지를 먼저 확인했다.

    ‘이것도 비슷한 느낌이로고…….’

    두번째로 집어든 것조차 그러니, 루크는 생각했다.

    이 시대엔 설마 이런 표현이 흔한것인가?

    아니, 그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운이 좋지 않았을 뿐이겠지.

    루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세번째 책을 꺼내들었으나,

    벌컥!

    “루크, 여기 있나?!”

    “으,으앗!”

    문을 갑자기 열어젖히고 들어온 한 남성에 의해 새된 소리를 질러버리고 말았다.

    곧 들어온 인물을 확인한 루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대였는가…….”

    들어온것은 붉은머리의 남성.

    다이튼 게네퍼였다.

    “응? 뭐야, 왜 그렇게 놀라냐.”

    이상하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는 그의 모습에, 루크는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대는 원래 그렇게 갑작스러운가? 노크를 좀 하는게 어떤가 싶구나.”

    나이에 맞지않게 당황했다는걸 깨달은 루크는 도리어 약간 탓하는 목소리를 그에게 향했으나, 다이튼은 그런건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것보다 루크, 듣기로는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들었는데.”

    “아, 그렇지.”

    임시보호 연장은 결국엔 자신이 보호자가 되기위한 준비라고 들었다.

    어떻게해야 보호자가 될 수 있는지는 말해주지 않았지마는.

    다이튼은 갑자기 무릎을 꿇으며 두 손을 모았다.

    그의 기행에 루크는 아연실색하며 외쳤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 어찌 사내가되어서 그리 가볍게 무릎을 꿇는단 말인가!”

    황급히 일으켜세우려했지만, 완전히 꿈쩍도 하지 않는다.

    연약한 10살남짓의 완력으로는 일으킬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법사라지만, 1서클이라는것은 기초적인 권한만이 해제된 상태다.

    따라서 아직 육체강화는 요원하다는 사실이 루크로써는 한이었다.

    다이튼은 그렇게 자신을 일으키려 낑낑대는 루크를 깔끔히 무시한채 말했다.

    “부탁인데, 예르나한테 나좀 잘 말해주라.”

    “그대는 날더러 뭘 말해달란 말인가?”

    “보호자 신청을 하려면 배우자가 있어야 한다면서? 서류상이라도 좋으니까, 한번만 이어주라.”

    “뭐?”

    루크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배우자란 말인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이튼의 개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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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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