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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

       “죽어요….?”

       

       아이린의 당황한 눈동자가 나에게로 향했다.

       

       두 영감들 역시 조금 딱딱해진 얼굴이었다.

       

       “기다려 봐. 좀 더 봐야 해.”

       

       딸랑 –

       

       눈을 감고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들에 집중했다.

       

       “큰 나무가 있네.”

       

       아이린의 뒤로 나무가 보였다.

       

       그 존재감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푸른 잎사귀들이 하늘을 가렸으며, 또한 햇빛을 가져다주었다.

       

       “도대체 이 시커먼 것들이 무엇일꼬?”

       

       이것들이 아이린에게 까지 뻗어 있는 게 보였다.

       

       무엇이길래 이렇게 큰 횡액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불길하기 그지없는 모양새였다.

       

       “아주 꽉 막아 놨구나. 절대 들키지 않게 몸을 숨겼어.”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시커먼 어둠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무를 쉴 새 없이 갉아 먹고 있었다.

       

       이미 푸른나무의 속은 대부분이 썩어 있었다.

       

       “잎사귀가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좋아하고 있었구만…”

       

       몸을 숨긴 어둠을 더 들여다보았다.

       

       그 속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점사마저도 꽉 막힌 듯 풀려나오지 않았다.

       

       “허어….”

       

       점사마저 틀어막는 흉이라니.

       

       보통 것이 아니었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많은 것들을 집어삼킬 흉악한 놈이었다.

       

       “고얀놈이로다.”

       

       딸랑 –

       

       방울을 따라 영기가 흘렀다.

       

       온몸에 있던 영기가 내 머리로 모여 들고, 나는 마침내 시커먼 어둠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자…자네!!”

       

       “이봐요!”

       

       나는 정신을 잃었다.

       

       ***

       

       여기가 어디일까?

       

       그보다 내가 언제 여기로 왔을까?

       

       마법진의 위에 클로셀이 서 있었다.

       

       그 주위는 안개가 낀 듯 보이지 않았다.

       

       “얼른 올라오시게들. 도착까지는 한순간일게야.”

       

       “껄껄. 워프 마법진은 오랜만일세.”

       

       어라···?

       

       파라몬 영감의 상태가 이상했다.

       

       왜 거꾸로 서 있는 것일까?

       

       아이린이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나를 바라보는 얼굴엔 친근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크리스, 멍하게 서서 뭐 하세요? 얼른 출발하도록 하죠.”

       

       참 이상한 일이다.

       

       나는 분명 아이린과 만났고 점사를 봐주다가····.

       

       어떻게 됐었지?

       

       머릿속이 희뿌연 안개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의 업도 횡액도 염도 그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왜 안 움직이시죠?”

       

       음···?

       

       내 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가 않는다.

       

       그때 영혼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영혼은 얼굴이 없었다.

       

       몸의 형태도 희미했다.

       

       하지만 그 표정이 보였다.

       

       나는 말을 건네려 했다.

       

       무어라 말을 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뻐끔.

       

       뻐끔.

       

       망자가 산자에게 말하면 이런 느낌일까.

       

       그 어떤것도 전달되지 않았다.

       

       아이린이 다시 나를 잡아끌며 마법진 위로 올라섰다.

       

       나를 보는 영혼이 고개를 젓는 게 보였다.

       

       안타까워하며 슬퍼하고 있었다.

       

       이것이 아니라는 듯 안타깝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그 영혼이 손을 휘젓는 순간.

       

       눈앞이 시커멓게 물들었다가 밝아졌다.

       

       – 커헉!

       

       갑자기 비명이 들렸다.

       

       분명히 나는 마법진 위에 섰는데 눈앞에 보이는 이게 다 뭐란 말인가?

       

       파라몬 영감의 오른팔이 잘려 나가 있었다.

       

       “미안하네….미안하네…이번에도 지키지 못했네…”

       

       웃음을 짓던 그 얼굴은 또 딱딱하게 굳어 슬픔을 막아 내고 있었다.

       

       남은 한쪽 팔은 심장을 관통한 검을 잡고 있었다.

       

       “행복하게 살지 못해 미안하네….”

       

       맥 없이 쓰러지는 파라몬의 옆에서 클로셀 영감이 절규하고 있었다.

       

       “어찌하여…!! 어찌하여 또 …!!”

       

       그 옆에는 두 눈을 시퍼렇게 뜬 아이린의 머리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뻐끔.

       

       뻐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저들을 구해야 할 텐데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간신히 돌아간 눈알에 충격적인 광경이 보였다.

       

       허공에 목이 매달린채로 축 늘어져 있는 사람.

       

       얼마나 피를 토한 건지 옷 앞섬이 모두 피에 물들어 있었다.

       

       아니, 피는 아직 까지 흐르고 있었다.

       

       물줄기 처럼 입에서 계속 뿜어져 나오며.

       

       그것은 나였다.

        

       ***

       

       “허어억!”

       

       눈앞이 밝아지며 천장이 보였다.

       

       “이…이게 뭐야…!”

       

       다급하게 온몸을 더듬어 보니 멀쩡했다.

       

       피도 없었고 목도 정상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집 안이 분명했다.

       

       “꿈…?”

       

       악몽이다.

       

       그것도 흉몽중의 흉몽.

       

       이제야 모든 것이 기억이 났다.

       

       나는 점사를 봐주다가 쓰러졌다.

       

       감당하기 힘든 것을 들여다본 대가였다.

       

       이리 멀쩡하게 일어난 것이 다행일 정도로.

       

       “불길하구나, 불길해. 이럴 때가 아니지.”

       

       몸을 일으킨 나는 곧장 신당으로 향했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모든 초 들이 꺼져 있었다.

       

       신당을 밝히는 초와 행복을 기원하는 초가 모두 꺼져 있었다.

       

       “이게 꺼져서 흉몽을 꾼 거야? 아니면 흉몽 때문에 꺼진 거야?”

       

       머리가 지끈거리는 게 아직도 꿈의 여파에서 헤어나오기가 힘들었다.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는 흉몽이었다.

       

       “초부터 밝혀야겠네.”

       

       경건한 마음으로 부싯돌을 들었다.

       

       타닥.

       

       “신당을 밝히니 이곳을 살펴 봐 주시고…”

       

       화르륵 –

       

       “길 잃은 망자들을 위로하니 이 또한 살펴주시고…”

       

       타닥.

       

       화르륵 –

       

       “새 길을 가는 영혼 역시 살펴주소서.”

       

       타닥.

       

       “음…?”

       

       불이 붙지 않았다.

       

       파라몬 영감의 행복을 기원하는 초 였다.

       

       “하아…무슨 일이 생기려고…”

       

       초에 불이 붙지 않는다?

       

       나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다.

       

       간혹 신빨이 약한 무당들이 이런 경우가 생기곤 한다.

       

       자기보다 기가 센 사람이 들어오거나 더 큰 신을 모시는 사람의 점사를 봐주는 경우.

       

       그리고 능력이 닿지 않는 점사를 보려 할 경우.

       

       파라몬 영감의 앞날에 무슨 일이 생긴 게 확실했다.

       

       “쯧쯧….”

       

       고개를 숙이고 더 간절한 염원을 담았다.

       

       방울을 손에 쥐고 빌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행복을 기원한 나는 그제야 불을 붙일 수 있었다.

       

       “미치겠네…진짜. 도대체 이게 무슨 꿈이야.”

       

       꿈이라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은 크게 신경 쓸 것이 없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그 의미가 달랐다.

       

       이렇게 선명한 꿈들은 예지몽일 확률이 컸다.

       

       그것이 길몽이든 흉몽이든 해몽을 해 봐야 알겠지만, 이번 꿈은 무조건 흉몽이었다.

       

       “보통, 사람이 죽으면 길몽인데…”

       

       그 모습이 너무 불길해서 잊혀지지가 않았다.

       

       괜히 목이 서늘한 느낌이랄까?

       

       “근데 대가리 이 새끼는 어디로 간 거야?”

       

       대가리는 무려 불침번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신당에 무슨 일이 있거나 초가 꺼지려 하면 나에게 알려주는 역할이었다.

       

       신에게 봉사하며 죄업을 씻으라는 의미에서 맡겼는데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무얼 했단 말인가?

       

       “야! 대가리!!”

       

       음···?

       

       천장에서든 벽에서든 미끄러져 들어와야 할 대가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가리!!!”

       

       설마···.

       

       괜스레 불길한 꿈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혹시나 악몽을 불러 온 것이 그 시커먼 어둠이라면···.

       

       “야! 대가리!!”

       

       소리를 지르며 집안을 뒤져 봤지만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자리를 떠날 리가 없다.

       

       아직 성불하기에도 원념이 짙은 영혼이다.

       

       “….”

       

       눈을 감고 집중을 시작했다.

       

       희미한 떨림이 느껴졌다.

       

       신당을 차린 테이블의 밑 이었다.

       

       “하아…식겁했네.”

       

       테이블 밑을 들여다보니 대가리가 몸을 떨고 있었다.

       

       자기 머리를 품에 안고 바짝 엎드려 겁에 질려 있었다.

       

       얼마나 영혼이 흔들린 건지 느껴지는 기운이 많이도 희미해져 있었다.

       

       “야! 일어나!”

       

       – ······.

       

       대가리가 몸을 움직이며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쯧쯧…”

       

       그래도 영혼이 상하지는 않은 걸 보니 큰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저 잠깐 영혼이 흔들렸을 뿐.

       

       오히려 업이 씻겨나간 흔적 마저 보였다.

       

       “너, 내가 모시는 신을 만났구나.”

       

       이제야 정리가 됐다.

       

       내 꿈은 예지몽이 맞다.

       

       내가 모시는 신이 알려 준 꿈일 것이다.

       

       잠깐 내 꿈에 다녀가는걸 대가리가 느낀 것일 테고.

       

       영격에 겁을 먹고 엎드려 있던 것이겠지.

       

       그렇다는 건 초가 꺼진 것은 경고였다.

       

       파라몬의 초에 불이 붙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기 위한.

       

       “후우…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귀인 인 줄 알고 점사를 봤더니 끔찍한 것과 마주 해 버렸다.

       

       “일을 참 많이 시키시네.”

       

       몸소 꿈속에까지 다녀가신걸 보면 이 또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영감들은 어디 계시는 거야?”

       

       문을 열고 나가니 조금 떨어진 곳에 모여 있는 세 사람이 보였다.

       

       “자네! 일어났는가?”

       

       “갑자기 쓰러져서 놀랐어요.”

       

       “껄껄. 안 그래도 일어난 것 같길래 부르려고 했네.”

       

       나는 빠르게 다가가서 파라몬 영감의 몸을 살폈다.

       

       다친곳은 없었고 오른쪽 팔도 멀쩡했다.

       

       “영감님, 무슨 일 없어요?”

       

       “음? 아무 일도 없네.”

       

       “아니, 그게 아니라.”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나는 당장 방울을 손에 쥐고 흔들었다.

       

       딸랑 –

       

       딸랑 –

       

       “이런….”

       

       점사가 나오지 않았다.

       

       딸랑 –

       

       다시 흔들어도 나오지 않았다.

       

       꽉 막힌 듯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지금의 능력으로는 들여다볼 수 없는 천기였으며, 신이 내려주는 공수도 받을 수 없었다.

       

       “아직 애동제자라는 건가…”

       

       막 신을 받은 무당들을 애동이라 칭한다.

       

       그 점사는 영험하지만 미숙한 제자들.

       

       나 역시 애동이라는 걸 깊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영감님, 잘 들으세요.”

       

       “말해 보게.”

       

       “제 꿈에 영감님이 거꾸로 서 계셨어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

       

       내 말을 끊고 클로셀과 아이린의 음성이 끼어들었다.

       

       “다 되었네.”

       

       “역시 그때보다 경지가 깊어지셨네요.”

       

       “엘프만 하겠는가?”

       

       클로셀 영감이 허리를 부여잡으며 뿌듯하게 웃고 있었다.

       

       “크리스, 자네도 보겠는가? 남작 이상이 아니고서야 이런 걸 구경하기는 힘들다네.”

       

       손을 뻗어 가리키는 그곳에는 넓은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이게 바로 7써클 마법사들만이 다룰 수 있다는…”

       

       어디서 본 것 같은 장면이었다.

       

       클로셀과 파라몬, 그리고 아이린 까지.

       

       “설마….”

       

       클로셀 영감이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워프 마법진 일세. 엘프들의 숲까지 순식간일세.”

       

       꿈 하나는 끝내주게 꾸었던 것 같다.

       

       이렇게 바로 보이는걸 보면 말이다.

       

       파라몬 영감을 한번 바라본 나는 클로셀 영감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거 타면 다 죽어요. 영감님 빼고.”

       

       이 영감탱이가 사람들을 다 죽이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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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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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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