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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0

    <170 – 설명해도 넌 몰라>

     

    교장의 허가를 받아 시간이 날 때마다 먼 거리에서 몰래 조용히 오크노디를 지켜보던 명호스님.

    그는 오명을 무릅쓰고 아동성애자가 된 싱의 숭고한 희생에 딱한 감정을 느꼈다.

     

    ‘시주께서는 위악을 무릅쓰고 선을 추구하니, 그 손속에 자비 없음을 지탄받을지언정 아카데미 생활평가점수만큼은 가산점이 있을 것이오.’

     

    사실 학생들의 우려는 괜한 우려였다.

    유령이 위험하니 토벌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아카데미는 학생들이 벌이는 대부분의 사태에는 생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전까지는 쉬이 개입하지 않는다.

    아끼는 제자가 위기에 처한다면 먼저 나서서 힌트를 주거나 도움을 청하라고 권할 수는 있지.

    그러나 교장의 방침으로 인해 직접 도움을 주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새끼들이 날갯짓 한다고 붙잡고 도와주면 지 날개로 나는 시기만 느려진다. 2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범죄만 아니면 꼴리는 대로 하게 두어라.

     

    헤츨링은 방에 꼭 감금해서 500살이 될 때까지 감싸고돌며 키운다는 드래곤의 육아법이 실은 인간세계에 와전된 거짓소문은 아니었을까.

    드래곤의 가정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의심이 가는 드래곤 교장의 교육철학!

    덕분에 명호스님도 지금껏 오크노디를 둘러싼 수많은 사건을 지켜보기만 하고 직접 개입은 하지 않았다.

     

    ‘아카데미의 미래가 참으로 어둡구나.’

     

    오크노디를 보면서 그가 가장 많이 느낀 생각이었다.

    재능부터 보통이 아니다.

    단순히 한 분야에 뛰어난 이는 많이 있다.

    오크노디는 그런 분야가 너무 많았다.

    독보적인 1등을 뛰어넘지는 못하지만 다른 이들도 따라잡을 수 없는 압도적인 2등의 실력을 궁술, 검술, 자연마법에서 보인다.

    은신술, 암기술, 안목, 야간행동, 암흑마법에서는 독보적인 1등의 자질을 보이고 있다.

     

    ‘처음엔 이 소승도 단순히 브론즈 교수의 안목대로 타고난 도둑놈이거나 사다코 교수의 안목대로 타고난 흑마법사, 위어드 교수의 안목대로 자연마법의 대가가 될 아이라고만 생각했었지.’

     

    가르치는 교수마다 제자로 삼고 싶어 하는 아이.

    그저 그 정도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땡중. 오크노디는 그런 단순한 재목이 아니오. 그 아이는 용사의 자질이 있지. 그것도 ‘도적’클래스로.”

    “그런 재능은 하나가 아닙니다.”

    “그 모두를 아울러서 도적클래스의 재능이 있다고 단언한 것이오.”

     

    디스트로이어 교수는 그 모든 재능의 가능성을 하나로 모으는데 성공했다.

     

    “안목과 손재주의 뛰어남은 다양한 보물을 감정하는 도적의 역할에 걸맞고, 밤눈이 밝고 자연과 암흑마법에 능한 것은 마법적 함정에도 능함을 의미하오.”

    “하지만 저 아이는 습관처럼 마검사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하고 다니지 않습니까.”

    “싸울 줄 아는 도적은 가치가 더욱 귀하지. 다른 동료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니 진열조성이 편할 것이고, 약점을 자신이 직접 만들어 노리니 다양한 전투환경에서 그 가치가 폭등할 것이오.”

     

    비좁은 토굴이나 길이 복잡한 광산, 발을 잘못 디디면 추락해 죽는 벼랑길이나 화산, 많은 이가 드나들기 벅찬 해저동굴 등등.

    험지에 숨어든 인류를 위협하는 몬스터나 그들의 재보, 몬스터를 가디언 삼아 보물을 숨긴 악의조직과 선조들의 유산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가뜩이나 데려갈 사람도 적은데 싸울 때마다 지켜주고 약점 찾는데 한 세월을 버텨야 하는 허접도적과 지 혼자 길도 찾고 보물도 따고 마법도 해제하고 전투도 하고 약점도 찾는 다재다능한 도적이 있다면 당연히 후자를 고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도적은 극히 드물다.

    괜히 용사의 재목이라 여겨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디스트로이어 교수도 미처 저 아이의 일상은 보지 못했지. 지금껏 오크노디의 일상을 가장 많이, 가장 오래 지켜본 교수는 소승이오.’

     

    그런 그가 단언컨대 오크노디의 두려움은 사람을 모으는 재능에 있었다.

    싱과 헤스티아.

    상급반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두 실력자들이 어느새 자신들도 모르게 오크노디의 뜻대로 놀아나고 있다.

     

    ‘사람의 속마음을 무서운 속도로 간파하며 본질을 간파하는 악마적인 관찰력. 저 아이의 마음의 빗장을 풀고 파고드는 속도는 불가해할 정도이지.’

     

    그들은 재단의 아이를 충분히 이해했다고 여겼지만 오크노디의 진정한 특기는 그만이 알고 있다.

    그리고 그 특기의 위험성은 다른 모든 재능을 합친 것 이상으로 위험했다.

     

    ‘재단이 지금껏 그랬듯이 뛰어난 재능을 지닌 학생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압박을 넣는다면 이번에는 981기 전체가 오크노디의 뜻을 따를 날도 머지않았도다.’

     

    당장만 해도 상급반의 삼분지 일이 오크노디와 직접적인 친분을 만들었다.

    그 면면들도 대단하다.

    A그룹 리더 아카디아 공녀와 안데르센 대공자.

    암흑상인 지젤일파와 독고다이형 실력자는 헤스티아, 지고쿠, 싱을 포함한 거의 전원.

    B그룹 리더 매스각키 2황녀와는 서로 싸움도 하면서 친해졌고 당대용사 이슈타르는 영입을 꾀하고 있다.

    C그룹에서 그나마 조장 노릇을 하는 융합생물체 카시아마저도 사적인 교류를 한 적이 있으니 981기 실력자들과는 완전히 인맥을 튼 상태다.

     

    ‘물론 소녀의 재능을 시기하는 이들도 없지는 않지만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명령계통 최상위에는 모두 오크노디의 인맥이 있지.’

     

    이러니 어찌 두려움을 품지 않을 수 있는가.

     

    ‘그래도 큰 영향을 받은 학생은 둘 뿐이오.’

     

    헤스티아와 싱.

    이 둘뿐이라면 아직 괜찮다.

    애써 그렇게 마음에 위안을 삼으며 자신의 강의를 맡고자 돌아가던 명호스님.

    그의 눈에 웅성거리는 한 무리의 학생들이 보였다.

     

    “저 깡통 녀석들, 저주가 두렵지도 않은가봐.”

    “왼쪽은 신진3강으로 손꼽히는 서부삼국에 명성을 떨친 성기사 제이다스잖아. 제이다스는 하급반 치고는 엄청난 실력자라고 쳐도 다른 쪽은 누군데?”

    “너 소문이 느리구나? 저 녀석, 다크프린세스가 친히 고른 하수인이잖아.”

    “인간의 영혼을 뽑는다던 그 무서운 아이?”

    “맞아. 같은 방을 쓰는 애들한테 듣기로는 잘 때도 절대로 갑옷을 벗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독종이래. 저주 따위도 갑옷과 함께 이겨내려는 거겠지.”

    “갑옷 위를 긁는 것 같은데?”

    “아니야. 손을 핀 동작을 보면 살을 쥐어뜯고 싶을 정도로 피와 폭력에 굶주린 것 같아.”

    “그렇게 들으니… 정말로 그렇게 보여!!”

    “쟤 이름이 뭐였지?”

    “모브라고 들었어.”

    “흑기사 모브. 성기사 제이다스만큼 만만찮은 인내심을 지닌 녀석이네. 앞으로 기억해둬야겠어.”

    “그럼 투구를 때리는 건 왜 저래?”

    “누군가의 골통을 때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려고 자제하는 동작이 아닐까?”

    “흑기사 모브. 정말 무서운 호전성을 숨기고 있는 녀석이었구나.”

    “…….”

     

    강의장으로 향하는 명호스님의 발걸음이 조금 더 무거워졌다.

     

     

    * *

     

     

    저주주간을 맞이한 학생들은 대부분 저주를 피해 도망다니기 바쁘지만 몇몇 학생들은 역으로 저주에 몸을 던지고 다녔다.

     

    “쟤들 왜 저래?”

    “몰라. 저주로 무슨 내성작을 한다더라고.”

    “미친 거 아니야?”

    “학년수석도 한다니까 지들도 학년수석인줄 아는 거겠지.”

    “애초에 학년수석은 다크프린세스잖아. 981기 내에서도 암흑마법 최고권위자니까 저주를 능숙하게 견디는 거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죽지 않을까?”

     

    오크노디의 기행은 하급반 학생들 사이에도 널리 퍼질 정도로 교내를 떠들썩하게 했다.

    안 그래도 한동안 그녀 주변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는 소문과 더해지니, 급기야 일각에서는 이런 주장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저주 이벤트 말이야. 실은 오크노디가 뭔가를 저질러서 만든 거 아닐까?”

    “그 애가? 겨우 11살인데?”

    “보통 애가 아니지. 인간의 영혼을 뽑아 사탕으로 만들고 간식처럼 씹어 먹는 애잖아.”

    “하긴…”

    “자쿠라던 녀석만 불쌍하지. 영혼이 뽑혔으니 남은 평생을 식물인간으로 살아야할지도 몰라.”

    “누가 식물인간이 됐다고?”

    “헉! 시, 시, 식물인간이다!! 식물인간이 걸어!!”

     

    목발을 짚고 교정을 걷던 자쿠가 벌레를 보듯이 하찮게 여기는 감정을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

     

    “그래, 나는 걷는 식물인간이다. 당장 꺼지지 않으면 널 비료로 삼아주마.”

    “으아악 너무 무서워!”

    “도망쳐. 잡히면 땅에 파묻힐 거야!”

     

    멍청한 소리를 하면서 달아나는 하급반 학생들.

    워낙 아카데미에서 이상한 일을 많이 겪은 탓에 정신이 조금 이상해진 모양이다.

    모처럼 병동에서 나왔더니 사방이 머저리뿐이다.

     

    “쯧.”

     

    모브가 흑기사 소리를 들으며 성기사 제이다스에 비견되지를 않나.

    멀쩡한 자기 영혼이 뽑혔다는 소문이 돌지를 않나.

    세상 참 말세다.

    조금이라도 상식적인 동급생은 없는 걸까?

    오크노디 덕분에 큰 사고를 치지 않고 시험을 끝마쳤던 자쿠는 학점은 여유가 있지만 자기가 병동신세를 지니던 사이의 일을 들려줄 이가 필요했다.

    오랜 친구 녀석이라도 찾아볼까.

    모브를 찾아 목발을 짚으며 절뚝거리던 그의 눈에 모브는 아니지만 나름 하급반에서도 똑똑하고 실력이 있는 상식적인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어이, 프라이머.”

    “자쿠? 너 멀쩡하네?”

    “그렇게 됐다. 그보다 모브가 흑기사네 내 영혼이 뽑혔네 별 같잖은 소리가 다 들리던데. 그 사이에 뭐가 어떻게 된 거냐?”

    “모브 녀석이 오크노디의 멘토를 받아 힘을 얻고 강해진 건 알지?”

    “알고 있다.”

    “수련장비로 성과를 내자 갑옷과 투구까지 받았는데 이제는 그것도 안 벗고 24시간을 지낸다더라고. 힘을 얻기 전까진 수련을 멈추지 않으려는 거겠지.”

    “음. 모브는 재능도 재능이지만 승부욕도 보통이 아닌 녀석이었지.”

     

    딱히 라이벌이라고 올려치기를 한 것은 아니다.

    자쿠는 모브를 진심으로 그런 친구라고 여겼다.

     

    “그래서 요즘 걱정들이 많아.”

    “걱정?”

    “영혼을 뽑고 어쩌고 하는 것이 전부 진짜는 아니겠지만 오크노디 그 여자 때문에 저주숙련작을 한다고 설치는 녀석들이 많거든.”

    “바보 같은 짓거리기는 하지.”

    “그래서 말인데. 같이 상급반 구역에 가서 강한 저주가 담긴 물질을 받아서 놈들 근처에 뿌려두지 않을래? 호된 꼴을 한 번 보여주면 못 나대겠지.”

    “모브한테 원한이 있냐?”

    “흑기사? 딱히. 원한이 있다면 학년수석 쪽이지.”

    “오크노디, 그 괴물꼬맹이를? 네가 걔를 왜?”

     

    특별히 성격이 모난 녀석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프라이머는 깜짝 놀랄 정도로 이유를 알 수 없는 깊은 증오심을 두 눈에 내비쳤다.

     

    “넌 모르겠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그 아이는 내가 설 자리를 빼앗았거든.”

     

    그렇다.

    프라이머는 정체를 숨긴 재단의 장학생 중 하나.

    일전에도 오크노디를 노렸던…

     

    “병신아. 니 성적에 학년수석을 뺏긴 거냐? 그럼 난 뭐 소드마스터 자리도 뺏기고 국왕 자리도 뺏기고 미녀의 남편자리도 뺏겼게?”

    “…설명해도 넌 몰라.”

    “정신병 걸린 놈의 헛소리인데 당연히 모르지.”

     

    자쿠의 상식적인 비난에 프라이머의 표정만 썩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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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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