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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0

        

        

        

        

        

        

       단언컨대, 무녀 미야는 아이작보다 강했다.

        

       마력량의 차이, 마법 숙련도의 차이. 모두 미야가 우세하다는 사실은 자명했다.

        

       웬만큼 마나 감지력이 개판 난 수준이 아닌 이상 모두가 그리 느꼈으리라.

        

       하지만 대련은 많은 이의 예상을 뒤엎고 완전히 다른 형국을 보였다.

        

        

       “굉장한데….”

        

        

       클로버 팔라딘은 감탄했다.

        

       대련이 시작되었을 때, 아이작의 마력 밀도가 돌연 짙어졌다.

        

       필시 저 마도무기 지팡이 때문일 터. 2티어는 되어 보인다. 저만한 지팡이를 다룬다는 건 아이작이 상당한 실력자라는 방증이었다.

        

       물론 그가 마력량을 조절할 줄 아는 대마법사, 검은 괴물일 가능성도 있겠으나.

        

       화가 났던 게 분명한데도 마도무기 정도로 납득 될 만한 수준의 전력 강화만 보인 데다.

        

       여전히 미야의 전력에도 미치지 못했잖은가.

        

       단지 기교로 미야를 압도했다. 그렇기에 그가 검은 괴물일 가능성은 보류해 두기로 했다.

        

       지금은, 그저 그 전투 감각이 놀라울 뿐이었다.

        

       클로버 팔라딘은 눈치챘다. 아이작은 미야라는 강자를 제 손 안에서 갖고 놀고 있었다. 격분을 느끼고 있음에도 차분하게 전황을 살피고 전술을 다졌던 것이다.

        

       물론, 미야에게는 아직 숨겨진 힘이 있었다.

        

       구미호-마에. 그 사역마의 힘을 사용했다면 아이작의 기교는 무용지물이 되었을 터.

        

       압도적인 전력 차이로 그가 패배했으리라.

        

       하지만 놀랍게도, 아이작이 그조차도 읽어냈다는 걸 클로버 팔라딘은 알아챘다.

        

       아이작은 미야가 구미호를 꺼내는 순간 끝이라고 여겼을 테고, 그녀의 자만심을 이용했다. 그녀의 행동을 자기 의도대로 끌어내고, 훌륭하게 대처했다.

        

       그렇게, 미야는 구미호의 힘을 쓰지도 못하고 패배해 버렸다.

        

       무슨 힘이건 결국엔 써먹지 못하면 소용이 없거늘.

        

       대련은 전투 능력을 보는 자리다. 상대의 전력을 가늠하고, 상대를 이기기 위해 자기 능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가장 유용하게 발휘할 줄 아는 사람이 좋은 점수를 받기 마련.

        

       그런 의미에서도 이번 대련은 아이작의 압승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대, 대련 종료…! B 클래스 아이작 승!”

        

        

       심판이 한쪽 팔을 번쩍 들고 큰 소리로 선언하자, 아이작은 미야에게서 손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련장을 지켜보던 학생들은 놀란 얼굴로 갈채를 보냈다. 많은 학생이 ‘아이작이 이겼어…’하고 감탄하며 수군거렸다.

        

       나라멸망급 사역마의 주인이자 명실상부한 천재. 동방국의 무녀. 그녀가 한때 마력량 E급 최약체로 평가받던 사내에게 패배해 버렸다.

        

       비록 그가 지금은 2학년 B 클래스 1등이라고 해도 전력 차이는 컸을 텐데.

        

       학생들로선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의료반이 달려왔다. 그들은 무녀-미야를 들 것에 싣고 갔고.

        

       아이작은 심사관들에게 양해를 구해 대련 피드백조차 듣지 않고 곧장 대련장 통로로 뛰쳐나갔다.

        

       모두 그의 사정을 헤아리는 분위기였다. 스노우화이트의 멘토로서, 그녀가 걱정되어서 얼른 떠난 것이리라.

        

        

       “…….”

        

        

       아이작이 이름 없는 영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마테오 조르다나와 시엘 카르네다스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분명 화냈던 것 같은데….”

        

        

       살짝 쥔 주먹을 입술에 대고, 고개를 숙인 채 나지막이 독백하는 시엘.

        

       아이작은 분명히 미야를 상대로 분노했다.

        

       그 탓에 전력의 일부를 꺼낸 듯했으나, 미야를 상대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었다. 마도무기의 효과로 전력을 강화했다고 속이기 위함이었을까.

        

       성능이 뛰어난 마도무기를 잘 다룰 수록 마력의 밀도가 올라가는 건 당연지사.

       

       합동 전술 평가에서 아이작이 최대 마력량 변화를 마도무기로 속일 수 있었던 연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이작의 대련을 보고, 시엘은 의구심을 더욱 강하게 느꼈다.

        

       화를 낸 상황이었음에도, 이 아카데미에 있는 누구도 자기 상대가 못 될 텐데도….

        

       아이작은, 힘을 온전히 개방하지 않았다.

        

        

       ‘꼭 뭔가에 들키면 안 되는 사람처럼….’

        

        

       아마도 아이작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척’을 하는 건, 계속 약해 빠진 채로 있으면 행동에 제약이 걸리기 때문일 터.

        

       이러한 행위를 하는 건 ‘무언가를 속이기 위해서’라고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소중한 사람이 끔찍한 일을 당하더라도, 화가 나더라도, 저런 압도적인 강자가 힘을 드러내선 안 되는 이유란 게 대체 뭘까.

        

       그런 게 존재할 수나 있는가?

        

        

       “…….”

        

        

       시엘의 의문이 깊어져만 갔다.

        

        

        

       * * *

        

        

        

       [ 상 태 ]

       

       이름 : 아이작

       Lv : 116

       성별 : 남

       학년 : 2

       칭호 : 능숙한 2학년

       마력량 : 27550 / 37700

       – 마력 회복 속도(A)

        

        

       미야의 행동 패턴을 읽는 건 <메르헨의 마법 기사> 고인물로서 간단한 일이었다.

        

       그에 맞춰 전술을 짰고, 다행히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만약 내가 조금이라도 실수했거나 한순간이라도 공격이 막혔다면.

        

        

       ‘무조건 졌겠지.’

        

        

       <메르헨의 마법 기사> 「8막, 홍련의 무녀」가 떠오른다.

        

       구미호의 힘을 쓴 미야 상대로는 이번 대련처럼 알량한 전술 따윈 먹히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다행히 미야는 날 무시했고, 방심했고, 끝내 대련에서 패배했다. 서브 이벤트 「타오르는 꽃잎」에서처럼.

        

        

       ‘레벨은 이제 116으로 올랐고.’

       

        

       115 찍은지 얼마 안 됐는데 바로 레벨 하나가 더 올랐다. 경험치가 쏠쏠했다.

       

       업적 [무녀 격파]도 달성했다. 보상으로 [불 속성 원소 저항력] 10을 얻었다.

        

       레벨이 오르면서 얻은 스탯은 앨리스와 팔라딘을 생각해서 [대 인간 전투력]에만 투자했다.

        

        

       ◆ 원소 저항력

       – 불 속성 원소 저항력(D+) : 20/100

        

       ◆ 대 종족 전투력

       – 대 인간 전투력(B) : 44/100

        

        

       슬슬 [대 천족 전투력]과 [대 이종족 전투력]에도 투자해야 할 텐데. 「천상 강림」과 「요정 대전」에도 대비해야 하니까.

        

       특히 천족은 원소 마법 저항력이 굉장히 높아서 웬만해선 강한 육체의 도움이 필수였다.

        

       즉,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도로시도 있으니 [대 인간 전투력]에만 몰빵하지 않았을 텐데.

        

       당장의 위험 요소, 팔라딘 때문에 계획이 꼬인 셈이었지만.

        

       적당히 걔들을 이길 만한 수준이 된다면 [대 인간 전투력]에 투자하는 것도 자제할 필요가 있으리라.

        

       

       ‘일단 그것보다.’

       

        

       나는 급하게 달리면서 아카데미 병원으로 향했다.

        

       화이트가 걱정되었으니까.

        

        

        

       * * *

        

        

        

       꿈속.

        

       탐스럽게 익은 새빨간 사과가 화이트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맛있어 보여서 그것을 집어 먹으려니, 문득 눈앞에 호화로운 드레스를 차려입은 엄마가 보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했다던 엄마. 오로지 미모 하나로 카를로스 황제의 환심을 샀다고 전해들었다.

        

       그녀는 언제나 목까지 가리는 드레스를 입고 다녔다. 이곳, 꿈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입이 귀까지 찢어진 채로 기괴하게 웃으면서, 상냥한 목소리로 어서 사과를 먹으라고 했다.

        

       화이트는 그 모습을 빤히 응시했다.

        

       엄마가 어떻게 이 사과가 뭔지 아느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 떠오르려 하고, 공포심이 화이트를 잠식하려 들었기에.

        

       그녀는 차마 입을 뗄 수 없었다.

        

       왜 안 먹느냐며, 당장 먹으라고 엄마가 커다란 입으로 채근했다.

           

       화이트는 겁에 질렸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이 사과를 먹어 본 적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사과는 죽음으로 인도하는 독사과.

        

       그걸 먹으라고 보채는 엄마의 찢어진 입속에는, 사악한 무언가가 화이트를 향해 활짝 미소 짓고 있었다.

        

        

        

       –

        

        

        

       “……!”

        

        

       스노우화이트는 번뜩 눈을 떴다.

        

       뒤통수 너머 푹신한 감각을 느끼기도 전에 두 사람의 얼굴이 시야에 내비쳤다.

        

       담녹색 포니테일 머리의 호위 기사, 메를린 아스트레앙.

        

       반곱슬 청은발의 선배, 아이작.

        

       모두 화이트가 눈을 뜨자 놀란 분위기였다.

        

        

       “화이트! 괜찮아?”

       “황녀님!”

       

       “아이작 선배, 메를린…?”

        

        

       화이트는 상체를 일으켰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그녀.

        

       이곳은 아카데미 개인 병실인 듯했다.

        

       되도록 신분의 차별 없이 학생들을 평등하게 대하려는 아카데미라고 해도, 사실상 격차는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장에, 자신이 이 나라의 황녀이기에 좋은 개인 병실에 왔다는 사실을 그녀는 눈치챘다.

        

       몸의 고통은 아까보다 크게 나아졌다.

        

        

       “…별로 안 아프네요.”

       “다치자마자 치유 마법부터 받았으니까. 일단 화상은 나았어. 며칠만 쉬면 될 거야.”

        

        

       화이트는 옆 보호자석에 앉아서 설명하는 아이작을 쳐다보았다. 어째선지 그는 평소와는 다르게 안경을 벗은 채였다.

        

        

       “이거 먹을래?”

        

        

       아이작은 긴장한 얼굴로 마력 푸딩바를 꺼내 화이트에게 건넸다.

        

       메를린도 긴장한 얼굴로 “이번엔 조금만 먹겠습니다.”하고 화이트를 안심시켜 주었다.

        

       아까 전, 대련에서 화이트는 미야에게 패배하고 자신감을 잃어 버렸다. 그렇기에 그들은 화이트를 조심스레 대하는 것이었다.

        

        

       “…에헤헤.”

        

        

       대번에 그들의 배려심을 알아챈 화이트는 수줍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고마워요, 아이작 선배.”

        

        

       화이트가 싱긋 웃으면서 마력 푸딩바를 받자 안도하는 아이작과 메를린.

        

       그녀가 포장지를 뜯자마자 메를린이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화이트 황녀님. 하압.”하고 마력 푸딩바를 한 입 베어먹었고.

        

       마력 푸딩바가 3분의 1 가량 사라지자 다시 화이트의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다.

        

        

       “조금만 먹는다면서요오오….”

       “…예?”

        

        

       손을 부들부들 떠는 화이트. 그녀의 울먹임이 담긴 불평을 듣고 메를린은 당황했다.

        

       이게 ‘조금’ 아니었습니까? 메를린은 우물거리며 표정으로 그리 묻는 듯했다.

        

       어쩔 수 없었다. 잃은 것은 잃은 것. 화이트는 아쉬운 대로 남은 마력 푸딩바를 베어먹었다.

        

       감격의 눈물인지 서러움의 눈물인지, 화이트는 닭똥 같은 눈물을 찔끔 흘렸다.

        

        

       “마싯서어….”

       “그렇게 맛있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조금만 덜 먹을 걸 그랬군요…!”

        

        

       메를린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화이트는 “괜찮아요….”하고 눈물이 맺힌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포자기한 심정이었으니.

       

       이윽고, 화이트는 눈을 내리깔았다.

       

       여전히 울분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녀의 눈물도, 자신을 모욕한 미야가 떠올라서 흐르는 것이었다.

        

       힘의 격차는 극과 극. 남을 괴롭히는 건 상상조차 못 하는 화이트로선 미야가 그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단 한 대. 단 한 대라도 제대로 먹여줬다면…. 이토록 서럽지는 않았을 터였다.

        

        

       “아이작 선배….”

       “응.”

       “저, 사실 미야 씨한테 많이 화났었거든요…. 제게 정말… 심한 말을 해서요. 근데, 아무것도 못했어요….”

        

        

       화이트는 고개를 숙이고 솔직한 심정을 뱉어냈다.

        

       이불을 꽉 쥔 채, 어깨를 덜덜 떨면서.

        

        

       “미야 씨한테 한 대라도 먹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너무 분해요…. 근데, 그분은 강하잖아요. 아무한테도 쉽게 당하지 않겠죠…. 이렇게 화가 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서러워서….”

       “아, 무녀라면 아이작 공께서 처리하셨습니다.”

       “……?”

        

        

       메를린이 툭 내뱉듯 대답하자 화이트는 고개를 흠칫 떨었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메를린을 쳐다보는 화이트.

        

        

       “방금 뭐라고…?”

       “화이트 황녀님 대련이 끝나자마자, 아이작 공께서 바로 무녀에게 대련을 걸고 승리하셨습니다. 무녀는 처참한 꼴이 됐으니 현재 치유 중에 있을 겁니다.”

       “……???”

        

        

       화이트의 표정이 알쏭달쏭하게 변했다. 마치 수수께끼를 듣고 해답을 찾으려는 사람처럼.

        

       다시 들어봐도 메를린의 말뜻이 제대로 해석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강한 미야를, 아이작 선배가… 처참하게 박살 냈다고?

        

       화이트는 삐걱거리며 아이작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어색하게 웃었다. 평소와 같은 선한 미소였다.

        

        

       “어쩌다가, 그렇게 됐다….”

       “…….”

        

        

       한동안 화이트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박하향긔 님 27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제로콜라!!

    별자루 님 15코인 감사드립니다 ㅎㅎㅎㅎ!!!

    보스베이비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과찬이에요 ㅠㅠㅠ…!!

    (비공개)님 연속해서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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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AWBDLH,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the weakest character in my favorite game’s Hell Mode. I want to survive, but the way the main character is being controlled is atrocious. It can’t be helped. I have to stop the bad ending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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