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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0

       아카데미는 교수의 수 자체가 적다. 이는 굳이 많을 필요가 없다에 가깝다.

       

       학생들이 각 학년끼리 엄격하게 분리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강 과목이 겹치는 부분이 있는 데다가, 그마저도 구태여 나눠 들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난다긴다하는 놈들이 모인 아카데미다. 귀족은 대부분 자기들 가문의 가전 무술을 전수받았을 테니 기술이 필요가 없고, 평민 또한 낮은 신분으로 아카데미 입장 컷을 뚫으려거든 뭐든 하나 배웠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아카데미 학생들은 이미 자기네들의 스타일, 싸우는 방식이 어느 정도 잡힌 채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함께 따라 해봐요 재미있고 쉬운 삼재검법』같은 강의가 필요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교수들이 대체 무엇을 가르치느냐? 경험을 가르친다. 겪어보지 못한 시야가 있다는 것을 뼈에 새겨서 알려준다. 아카데미 강의는 주로 실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렇기에 『근접 전투의 모든 것』 과목 담당 알렉손 교수가 전 학년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이명 중 하나는 웨펀 마스터로, 손에 집히는 무기는 달인급으로 휘두를 줄 알았으니까.

       

       어제는 창으로 패고 오늘은 도끼로 패는 식으로, 혼자서 다양한 경험을 충족시켜 줄 수 있으니까.

       

       『기초 원소 개론』을 가르치는 실버따리도 마찬가지다. 그는 금색 마탑의 마법사이지만, 손에 집히는 마법은 달인급으로 휘두를 줄 알았다.

       

       어제는 불로 패고 오늘은 물로 패는 식으로, 혼자서 다양한 경험을 충족시켜 줄 수 있었다.

       

       그리고 『환상 마법 대응』을 가르치는 나도 마찬가지다. 환상 마법으로 아주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었다. 촉수미궁이라든지, 코뿔소대탈출이라든지⋯⋯.

       

       반대로 말하면.

       

       이렇게 적폐 세력 셋이서 다양하고 폭 넓은 강의 범위를 꽉 잡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교수가 들어올 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한술 더 떠서 이미 있던 교수들을 사임시키는 데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언제는 이런 일이 한 번 있었다.

       

       대검을 잘 쓰기로 소문난 퇴역 기사 영감재이 하나가 교수로 있었는데, 가만 보니까 알렉손이 더 대검을 잘 다루었던 거다. 학생들은 영감 대신에 알렉손의 강의로 몰렸고⋯⋯.

       

       분노한 퇴역기사는 알렉손에게 일기토를 신청했다가 패배하고, 결국 눈물의 사표를 냈다.

       

       나도 말은 안 했지만 한두 놈 정도 보냈던 것 같다.

       

       그래서⋯⋯ 교수진들 사이에서 우리들 평가가 좀 안 좋다. 원래 밥그릇이 엮이기 시작하면 다들 예민해지고 하지 않겠는가.

       

       그 결과가 바로 전체 회식(아님) 이다.

       

       “쩝쩝. 알레한드로, 팔씨름이라도 하겠나?”

       

       “그 근육덩어리와 내 컴팩트한 미형압축근육을 비교해 보고 말해보게. 내 근육은 관상용에 가치가 있는 예술 작품이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해서는 안 될 일이지. 대신 뇌세포를 써 보는 건 어떤가? 이번에 마탑에 새로운 난제가 올라왔는데⋯⋯.”

       

       “사내들끼리 모였는데 무슨 머리를 쓴다고! 머리 아픈 얘기는 그만하지. 자네 또 30분 동안 으스댈 걸 알아. 상상만 해도 재수가 없군.”

       

       “내 영민한 지성에 겁을 먹는 건 이해할 수 있다네. 하지만 가끔은 좀 더 똑똑한 사람에게 지혜로운 가르침을 받는 것이 좋을 수가 있어. 왜냐하면 그것은 결국 지혜의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러니 지지리도 안 맞는 양반들끼리 이렇게 모여서 술이나 까고 있는 것이다. 알렉손은 기승전나잘남 화법을 구사하는 실버따리에게 질색을 하면서 맥주를 들이켰다.

       

       알렉손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여주지 않자, 실버따리는 표적을 나로 바꿨다.

       

       “아, 자네도 비록 우화를 달성하지 못한 마법사이지만⋯⋯ 마법사지. 금색 마탑의 난제를 풀어보겠나?”

       

       “줘 보시죠.”

       

       “그래, 흠흠⋯⋯ 너무 어려울 것 같으면 내가 힌트를 줄 수도 있다네. 물론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버릇을 들여야 성장을 할 수 있으니, 두 번은 거절할 것이네. 세 번째로 힌트를 달라고 했을 때는 내가 절묘한 힌트를 주지. 지적 희열을 훼손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나는 실버따리가 양피지에 복사해 온 마법-퍼즐을 쓱 보았다. 그리고 예의상 10초는 텀을 두었다. 고민하는 척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잘 모르겠나? 이 마법진은 참고로 말하자면 왼쪽 귀퉁이부터 접근했을 때⋯⋯.”

       

       “사마귀네요. 정답이.”

       

       “⋯⋯사술을 쓰다니⋯⋯!!”

       

       실버따리는 난제 10초컷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품에서 여신의 성표를 꺼내 이리저리 휘둘렀다. 

       

       그러나 흑마술의 정황이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자, 실버따리는 급격하게 침울한 표정으로 맥주를 홀짝거렸다. 자기는 일주일 걸렸는데 억울하다며 중얼거리면서.

       

       알렉손은 속이 다 시원하다는 듯이 개운한 얼굴로 껄껄껄 웃어젖혔다.

       

       “너무 좋군. 그러게 하늘 위에는 하늘이 있는 법이야. 어찌 그리 교만했나 이 사람아! 이봐, 건배 한번 하겠나?”

       

       “많이 시달리셨나 봅니다?”

       

       “말해 뭐하나. 술만 마시면 그놈의 지적 희열인지 뭔지 떠드는 통에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 도끼로 머리를 반으로 쪼개 놓으면 고쳐질까 싶어서 휘둘러도 봤는데, 대판 싸우고도 안 고쳐지더군.”

       

       대판 싸웠구나.

       

       “그래도 이제는 좀 적응이 됐어! 다루는 법을 익혔다고 해야 하나⋯⋯ 잘 보게나.”

       

       알렉손은 개구장이 같은 표정으로 알레한드로에게 말했다.

       

       “자네는 아카데미 최고의 마법사야!”

       

       “⋯⋯⋯⋯!!”

       

       “사실 아니야.”

       

       “⋯⋯⋯⋯.”

       

       어떻게 사람 표정이 on/off 스위치 넣은 것마냥 저렇게 바뀌지. 신기할 정도로 타인의 칭찬에 대한 저항력이 0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경지에 이른 마법사들은 머리에 나사가 하나씩 빠져 있을 거라는 내 선입견이 조금 더 공고해졌다.

       

       “자네도 아마 곧 듣게 될 텐데, 실연의 상처를 이겨내지 못하고 저런 성격이 되었다더군. 딱한 사람이야.”

       

       “흥, 살면서 한 번도 연애를 못 해본 사람 쪽이 더 불쌍하지 않겠나?”

       

       “⋯⋯⋯⋯.”

       

       “⋯⋯⋯⋯.”

       

       애잔하고 서글픈 분위기가 흐른다. 두 교수는 씁쓸하게 맥주잔을 기울였다. 눈동자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아린 상처를 보건대, 둘 모두 연애와는 거리가 멀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보통은,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인연이 생기지 않던가? 둘 다 아카데미 교수로 부임할 정도의 강자인데⋯⋯.

       

       “⋯⋯젊었을 적에는 복수를 위해 살았지! 그래서 연애니 가정이니 하는 것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어. 하지만 모두 이루고 나니까 옆구리가 시리더군⋯⋯.”

       

       “마법사는 고독한 직업이라네. 자신의 연구와 무한히 투쟁해야 하는 삶. 그런 내게도 언젠가 봄날이 찾아왔건만, 그녀는 덧없이 떠나고 말았어. 나를 어느 아름다운 계절에 못 박아 두고 말이네⋯⋯.”

       

       “저건 사별했다는 소리가 아니라 차였다는 소리야. 첫사랑을 못 잊고 연연하다가 있던 기회도 다 놓쳤다는 소리고. 너무 신경 쓰지 말게.”

       

       “이해합니다. 연애⋯⋯ 힘들죠. 저도 아직은 연이 없습니다.”

       

       나도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공감을 표했다. 이번 생에는 연애다운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자 실버따리와 알렉손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알렉손이 물었다.

       

       “옆에 여자들 끼고 다닌다는 얘기가 있던데. 그 핑크머리 정장녀라든가.”

       

       “아, 그녀와 저는 친구입니다. 가끔 한 이불 덮고 같이 자긴 하는데, 서로 친구라고 여기고 있어요.”

       

       “자네, 연구실에서 목소리가 귀여운 여인과 노닥거리는 소리를 들었다는 풍문이 들려오고 있다네. 아주 목소리에서 꿀이 떨어진다던데. 이 건은⋯⋯?”

       

       “아, 그녀와 저는 약간 복잡합니다. 가끔은 그렇고 그렇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좀 더 뭐랄까, 가족에 가까운 듯한⋯⋯?”

       

       알렉손이 주먹에 살살 힘을 불어넣으면서 물었다.

       

       “그 여자랑도 자고?”

       

       “예, 매일 같이 함께 자죠. 그런데 그게 연애는 아니잖아요.”

       

       나는 과거를 반추해 보았다. 나를 TRPG의 길로 인도한 여자친구에 대해서 말이다. 고백을 거절하면 내 대학 평판을 조져놓을 것 같아서 시작한 연애라지만, 무척이나 힘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새벽에도 부르면 재깍 나가야 하고, 쇼핑몰에서도 짐꾼으로 활동해야 하고, 여자친구의 친구 모임에 따라가서 내가 그녀의 남자친구이며 얼마나 잘났는지를 어필해 여자친구의 사회적 지위를 높여야 하고⋯⋯.

       

       아주 피곤한 일이다. 연애라는 건. 

       

       그런 의미에서 핑발레즈와 유나와 함께하는 시간은 즐겁기만 하다. 그녀들이라면 ‘연애’가 그렇게 피곤할 것 같지 않지만, 굳이 위험부담을 감수하기보다는 이대로도 괜찮지 않겠는가?

       

       나는 조용히 결론을 냈다.

       

       “차라리 안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연애는.”

       

       “이 개새끼 이거.”

       

       “따라 나오게!”

       

       몇 대 맞았다.

       

       ===============================================================

       

       술이 좀 들어가니까 분위기가 풀렸다. 나도 알코올이 체내를 돌기 시작하자 신경줄이 느슨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대화의 화제는 빙빙 돌았다. 가장 강력한 병장기가 무엇이겠냐는 vs놀이 한 번 하고 (실버따리와 나는 마법만능론으로 알렉손을 밀어붙였다), 아카데미에서 제일 예쁜 교수가 누구겠느냐도 의논했다 (나는 나를 추천했다).

       

       그러다가 제자 이야기가 나왔다. 알렉손은 호두를 으득거리면서 푸념했다.

       

       “나도 나이가 들었고, 슬슬 직전제자를 들일 때가 되었는데 말이야.”

       

       “너무 이르지 않은가? 한 60 먹은 뒤에 고민해 볼 주제인 것 같네.”

       

       “마법사들은 눈과 입으로 전수하니까 그렇겠지. 우리 같은 전사들은 근육에 기술을 새겨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내 뒤를 베네트가 이어줄 줄 알았는데⋯⋯.”

       

       그래, 베네트는 알렉손의 제자였지.

       

       나에게 접근하게 된 것도, 알렉손이 ‘살검을 잘 다루는 마법사가 있다’며 추천해 줘서 그랬었다. 그는 그러다가 TRPG를 겪었고, 결과론적으로는 성기사가 됐다.

       

       “혹시 사과해야 됩니까?”

       

       “아니, 아니지. 덕분에 베네트는 자기 갈 길을 찾은 것 같던데⋯⋯ 오히려 고마워 해야 할 일이야. 검에서 살기도 싹 빠졌더군. 그냥, 아쉽다는 거지.”

       

       “대충 근육 크고 머리 빈 녀석 하나를 데려오면 되지 않겠나? 빈민 중에 하나 고르면 수업도 열정적으로 들을 것 같네만.”

       

       “그런 식으로 전수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나? 아, 그렇지. 베네트가 종종 편지를 보내 주는데 말이야. 묘한 일에 얽혔다던데.”

       

       묘한 일이라?

       

       “용사에 대해서 아나?”

       

       “그, 용감하고 의로운 사람 아닙니까?”

       

       “그렇게도 쓰지만,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을 의미하기도 해. 주로 세상에 개 같은 일이 터졌을 때 나타나지. 아마 가장 최근의 용사가 몇백 년 전이었을 텐데⋯⋯.”

       

       위급상황에 신이 딱 집어줘서 탄생하는 게 용사라는 존재인 것 같다. 어지간한 위기에만 등장하는 터라 지금처럼 평화의 시기에는 나타나지 않고. 

       

       그래서 지금처럼 신이 고른 용사가 없는 시즌에는, 여신교에서 자체적으로 용사를 뽑는다는 모양인데.

       

       “베네트와 타라 성녀님이 함께 다니잖나. 그런데 여신교에서는 성녀가 용사 파티에 합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것 같아. 그래서 까딱하면 성녀님을 빼앗기게 생겼다던데.”

       

       “그게 무슨 지랄이랍니까?”

       

       “내 말이. 다행히도 현재는 여신교에 용사가 없고, 이번 해 중순 즈음에 용사선발대회를 연다고 하니. 베네트가 타라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대회에서 우승해 용사가 되어야 하는 셈이지.”

       

       “허.”

       

       인생이 아주 파란만장하구나 베네트.

       

       그런데, 알렉손에게는 그런 근황 보고까지 재깍재깍 편지로 보내는 거냐. 물론 그렇지⋯⋯ 내가 뭐 걔랑 돈독하게 사이를 다진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일방적으로 내적 친밀감을 품고 있는 것뿐이긴 한데.

       

       그래도 좀 섭섭하긴 하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아닌가, 차원 마법이 아니라 환상 마법이었어용 하면 호원 들고 내 머리를 쪼개러 오려나. 아니지, 마탑주가 그랬던 거니까 베네트 머리가 사라지겠지.

       

       먼저 잘 지내냐고 선톡을 넣어 볼까. 저번에 들어보니까 베네트가 동부전선으로 간다 뭐다 그러던데, 그러면 일레인도 만났을 것 아니냐.

       

       내가 모르는 구석에서 이야기가 쭉쭉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서 궁금하다.

       

       그리고, 여신교라⋯⋯.

       

       여신교에 대해서는 미심쩍은 구석이 꽤 있다. 좀 더 중요한 일이 있었으니까 신경 끄고 살았지만, 알아보면 세션 소재가 나올 것 같기도 하고.

       

       “딸꾹.”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자니, 얼굴이 벌겋게 익은 실버따리가 딸꾹질을 시작했다. 저거 성별만 딱 반대였어도 캐릭터성이 히로인으로 쓰기 참 좋은데.

       

       그때, 알렉손이 다급하게 자리를 마무리하고 일어났다.

       

       “음! 나는 이만 가 보지.”

       

       “예? 잔에 맥주 남았는데요.”

       

       “급한 일이 생각나서. 이만!”

       

       뭔데 그러지.

       

       부리나케 도망가는 알렉손의 뒷모습을 게슴츠레 쳐다보았다. 나도 좀 취해 있어가지고 머리가 잘 안 돌아간다. 뭐길래?

       

       “자네, 이 알레한드로가 청년일 시절에 있었던 일인데⋯⋯. 딸꾹. 내가 참으로 좋아했던 숙녀가 있었네. 그 이름이 뭐냐면, 그러니까, 이사, 이사벨인데. 마탑에서 처음 만났네.”

       

       “오.”

       

       “자네, 이 알레한드로가 청년일 시절에 있었던⋯⋯.”

       

       “?”

       

       아.

       

       고장 난 레코드처럼 간간이 구간반복이 걸리는 알레한드로의 연애 썰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이래서 알렉손이 도망갔구나.

       

       나도 급하게 자리를 마무리하고 일어서려 했는데, 그러자 이 실버따리 술주정뱅이 마법사가 펑펑 울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차마 중년 마법사의 대성통곡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도로 앉았다.

       

       그렇게 세 바퀴쯤 같은 얘기를 들으니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답답하고 그랬다. 환상 마법으로 재워버리고 자리를 뜰까도 싶었는데, 아주 악질인 부분이 뭐였냐면.

       

       회차를 반복할수록 없었던 이야기들이 생겨난다는 거다. 다회차 컨텐츠 술주정이라니. 나는 모든 퍼즐을 맞추고 진실을 확인하고 싶다는 욕구에 못 이겨, 지루한 반복을 견뎠다.

       

       그렇게 사실 이사벨의 정체가 연쇄살조사건의 진범이고 위장잠입한 서큐버스는 아니었을까라는 의심에 닿을 무렵, 나는 취기를 못 이기고 거꾸러졌다.

       

       전생 기준으로 주량을 가늠했던 게 패착이었다. 이 새로운 몸은 술에 약했다.

       

       자는 도중에, 누군가 나를 업어다 옮겼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술 냄새.

       

       유리 랜스터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술 냄새를 느끼면서 달밤의 도로를 걸었다. 그녀의 뒤에는 인사불성이 된 미친 마법사가 업혀 있었다.

       

       돌아오는 시간이 늦다 싶어 아카데미의 술집을 다 뒤져서 찾았다. 현장에는 엎드려서 자는 미친 마법사와, 35회차의 연애 이야기를 떠드는 알레한드로 교수가 있었다.

       

       알레한드로는 꿀밤으로 재웠고, 미친 마법사는 데리고 나왔다. 

       

       유리 랜스터는 한숨을 푹 쉬면서 타박했다. 

       

       “주량 조절도 못 하십니까?”

       

       “⋯⋯⋯⋯했어. 안, 안 취함.”

       

       “무슨 담소를 하셨길래 그렇게 많이 드셨습니까. 재미있는 이야기였다면 제게도 알려주시죠.”

       

       “연, 연애⋯⋯ 연애 얘기.”

       

       연애라.

       

       “뭐, 누구와 사귀고 싶다든가. 그런 걸로 떠든 겁니까?”

       

       “⋯⋯어, 대충 맞어.”

       

       장난기가 돌았다. 잔뜩 취해서 순순히, 고분고분 대답을 토해내는 상태라면, 여러 재미있는 흑역사를 이 자리에서 만들어낼 수 있을 터. 유리 랜스터는 은근하게 물었다. 

       

       “저는 어떻습니까, 연애 대상으로.”

       

       “연애는, 싫지⋯⋯.”

       

       턱.

       

       유리 랜스터는 잠깐 발걸음을 멈췄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예상 범주 내의 대답이다.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었다.

       

       업무로 만난 사이고, 서로 친구로 줄곧 지내온 데다가, 유리 랜스터 쪽에서도 어디까지나 장난으로 물어본 것이었으니. 놀라지 않았다. 정말로.

       

       “뭐, 이해합니다. 그럴 만도 하죠. 몽마니까요. 연인으로는 하자가 있으니까.”

       

       “연애⋯⋯ 연애는 건너뛰고, 결혼부터 했음 좋겠다⋯⋯.”

       

       “⋯⋯예?”

       

       턱.

       

       유리 랜스터의 발걸음이 다시 한번 멈췄다. 그리고 살짝 음정이 올라가, 삑사리가 섞인 목소리가 야밤에 울려 퍼졌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

       

       “⋯⋯머리 개아파.”

       

       “아이구 바보야. 꿀물 타 줄 테니까 쫌만 기다려!”

       

       “넹.”

       

       나는 유나의 말을 듣고 얌전히 누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좋은 아침입니다 마이 프렌즈. 저는 오늘 찜닭을 먹을 겁니다⋯⋯.
    비 안 오고 날이 좋으니 참 좋네요. 제발 이대로만 쭉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내일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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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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