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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0

       때는, 주유리가 떠난 직후였다.

         

       나는 폭풍우처럼 다가온 둘의 행보에 멍하니 넋을 놓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주나용과 닮은, 난생처음 보는 헌터의 등장에…

         

       스카우트 이야기에…

         

       갑자기 둘이 서로 싸우더니…

         

       그리곤 뭐라 뭐라 화를 내며 떠나버렸다.

         

       이건 뭐 상황을 파악할 시간이라도 있어야 대처하든가 하지.

         

       아무것도 모르니 나설 수도 없었다.

         

       나는 잠시 떠나버린 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직도 그녀의 뒷모습이 생각났다.

         

       ‘주유리라고 했던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외견에서도 그렇고, 이름에서도 그렇고…

         

       아마 십중팔구 주나용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겠지.

         

       ‘…끙 이것 참.’

         

       자주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주나용을 끝까지 육성한 지도관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개인 스토리는 물론, 서브 스토리까지 모두 보았다고.

         

       하지만 ‘고스라’애서 주나용의 개인적인 가족사 같은 건 전혀 언급이 되지 않았다.

         

       그저 돈에 궁핍한 모습이 없어, 금수저라고 추측하는 정도였다.

         

       그렇기에, 주유리라는 인물에 대해 전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이건 그저 나의 감이다.

         

       그저 직감에 가까운 무언가일 뿐이다.

         

       근래, [미증유의 감]을 off 하였기에 느끼는 예지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필시 머지않은 미래.

         

       ‘…적으로 만날 것 같은데.’

       

       그런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나는 뒤늦게라도 달려가서 붙잡고 대화라도 해봐야 하나? 하는 그런 오지랖에 가까운 고민을 하였다.

         

       “유세하님?”

         

       하지만, 곧 다가와 말을 건네는 팀장의 말에 그럴 수 없었다.

         

       “어, 그…”

       

        “다시 한번 무례를 사과드립니다. 늦었지만, 정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용검미르> 소속, <레드 와이번>팀의 리더이자 팀장. 초설화라고 합니다. 헌터로서는 A급에 들었습니다.”

         

       “아, 네. 우리 구면이지요?”

         

       “기억해 주셨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경완을 경질하기 위해 모였던 촌극에 가까운 시험.

         

       거기에 참석한 <용검미르>내 팀의 리더였던 여자이다.

         

       비록 말을 섞어보지는 않았지만, 주나용의 요청으로 날 도와주러 온 사람이었다.

         

       일종의 은인이라는 소리였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올렸다.

         

       그러자 초설화는 손을 저었다.

         

       “개의치 마십시오. 애초에 감사를 받을 일은 아닙니다. 저희 또한 노경완, 그 작자의 노골적인 접근이 거북해서 나름대로 조처해야겠다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다 유세하님의 상황을 듣고 겸사겸사 무너트리기 위해 온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서 한 것. 그러니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하, 그래도 고맙습니다. 저로서는 어떻게 할 상대가 아니라서…”

        “그리 말해줘서 감사합니다.”

         

       각자의 말이 끝나자, 미묘한 침묵이 이어졌다.

         

       “……”

       “……”

         

       절로 숨이 막힐듯한 고요.

         

       10초도 안 되지만, 나로서는 마른침을 삼키기도 망설여지는 시간이었다.

         

       ‘으음…’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없는 말재주라도 끌어내 뭐라도 이어 나가려 하였다.

       

       그리고 그때였다.

         

       초설화는 치고 들어오듯 훅하고 말을 내뱉었다.

         

       “…아가씨…아, 아니 주나용 클랜원은 좋은 사람입니다.”

       “…네?”

         

       아니, 뭐…?

       갑자기?

         

       나는 정말 밑도 끝도 없이 들어오는 한마디에 눈을 끔벅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초설화는 자기 할 말만 이어 나갔다.

         

       여기에 은근슬쩍 한 걸음씩 거리를 좁히며, 마치 나를 압박(?)하듯 조여왔다.

         

       “착하고 순하며 순수합니다. 특유의 송곳니가 보이는 해맑은 미소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지요. 거의 반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옆에서 지켜보신 유세하님이라면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알거라 생각됩니다.”

         

       “아, 네 그, 그쵸. 요, 용용이가 착하긴 하죠.”

         

       “…용용이?”

         

       찰나, 아차 싶었다.

         

       너무 당황해서, 단둘이만 있을 때 내뱉던 별명을 말해버리고 말았다.

         

       ―아니, 너무 촌스러운 건데 괜찮겠어?

       ―괜찮아!

         

       한 달 전 같이 놀이공원으로 놀러 갔던 그날.

         

       관람차에서 별명을 지어달라는 요청에 대충 만들어 준 별명이었다.

         

       주나용 본인은 좋아하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 거지만, 지금 생각해도 너무 성의가 없었다.

         

       그걸, 상사로 추측되는 사람에게 말해버렸으니…

         

       나는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고민하였다.

         

       허나, 초설화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었다.

         

       아니 오히려 좋아하였다……

         

       “애칭인가 보군요. 좋네요. 그런 말을 할 정도로 서로 친하다는 소리니까요. 오랫동안 주나용 클랜원을 보아왔던 사람으로서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저기…”

         

       “마저 이어 나가죠. 주나용 클랜원은 남성 경험이 일절 없는 인물입니다. 그 흔한 유치원 시절에도 이성과 손을 잡아본 적이 없습니다. 확실한 심기체(心技體) 모두 처녀입니다.”

         

       갑작스러운 모태솔로 선언.

         

       여기에 이 여자가 미쳤나? 싶을 정도의 브레이크 없는 처녀 발언.

         

       나도 몰랐던 정보(?)를 밝힌 초설화는 이것이 오히려 장점이라고 어필하였다.

         

       “사실상 유세하님이 그녀와 처음으로 접촉한, 그리고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나온 유일한 남성이지요. 첫 남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남자일 겁니다.”

         

       “어, 어, 그, 그 정도인가요?”

         

       “그렇습니다. 그 정도입니다. 주나용 클랜원에게 유세하님은 너무나도 큰 의미입니다.”

         

       어, 음…

       그, 그런가?

       흠, 그 정도인가?

       그렇게 큰 의미인가…?

       진짜로…?

         

       “유세하님.”

         

       “…네?”

         

       “다시 말하지만 주나용 클랜원은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초설화는 점점 거리를 좁혔다.

         

       너무 좁혀서 그녀의 가슴이 나에게 닿을 정도로 좁혔다.

         

       차가워 보이는 외견과 다르게 불처럼 뜨거운 여자였다.

         

       거의 광기에 가까운 열망에 나는 오랜만에 공포라는 감정을 가졌다.

         

       “특히 신붓감으로는 1등 상이지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참하고, 지고지순하고, 돈도 많고, 능력도 좋고, 나이 차이도 2살밖에 안 나는 데다. 알게 모르게 음탕해서 잘만 알려주면-“

         

       “-자, 자, 잠시만요. 잠시만!”

         

       이 여자가 지금 뭐라고 말하는 거야?

         

       아니 이런 이미지였어!?

         

         

       *

         

         

       초설화의 ‘주나용은 좋은 여자예요~’하는 무언의 압박에, 유세하가 식은땀을 흘리던 그때였다.

         

       특유의 날쌔고, 재빠르며, 용다다한 발걸음이 울려 퍼졌다.

       

       ‘용아아아아앙-!’하는 우렁찬 비명도 터져 나왔다.

         

       정체는 바로 주나용.

         

       그녀는 붉은 섬광처럼 둘 사이를 가로질렀다.

         

       “주, 주나용?”

       “유세하. 잠시만!”

         

       그리곤 초설화의 어깨를 붙잡고 구석으로 슝-! 하고 끌고 가버렸다.

         

       마치 짐짝처럼 가볍게 들린 초설화가, 아무런 저항이 없이 끌려가 벽에 처박혔다.

         

       “티, 티, 티, 팀장 어, 어, 언니 미쳤어어엇!?”

         

       초설화를 향해 용우에, 용그르르, 용하악, 용우와아앙! 하는 모습을 보이는 주나용.

         

       초설화는 익숙한지 어깨에 물은 먼지를 털며 대답하였다.

         

       “뭘 말입니까? 아 걱정하지 마십시오. 후계자인 건 들키지 않게 일부러 클랜원-”

         

       “-그,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무, 무, 무슨 부끄러운 소리를 하고 있어!”

         

       <헌터>답게 주나용의 신체 능력은 좋았다.

         

       그렇기에 끄트머리지만, 신붓감 어쩌고 하는 말을 대충 들었다.

         

       주나용으로서는 너무나도 부끄러운 상황이었다.

         

       천만다행히, <심기체(心技體) 처녀>라는 입이 쩍 벌어질 단어는 듣지 못하였다.

         

       반응에, 초설화는 오히려 무르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미리미리 기회가 있을 때 계속 어필해야 합니다. 유세하님의 마음속 깊숙이 들어가겠다고 다짐한 건 아가씨 아닙니까?”

         

       “……윽.”

         

       그렇다.

         

       놀이공원의 데이트 이후, 주나용은 초설화에게 어느 정도 본심을 털어놓았다.

         

       유세하를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더 나아가……그와 이어지고 싶다고.

         

       이는 주나용이 너무나도 연애 고자라서,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는 심정에 내뱉은 고백이었다.

         

       물론, 초설화의 실체를 뒤늦게 알자, 땅을 치고 후회했지만 말이다.

         

       “아가씨.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연애는 경쟁이라고, 승자가 모든 걸 가진다고.”

         

       초설화는 유세하를 바라보았다.

         

       이번 시험에서 알게 모르게 그를 바라보며 애정 어린 시선을 선사하던 수많은 여자 생도를 떠올렸다.

         

       “제아무리 아가씨라도 뺏기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용으윽!”

         

       “특히, <설빙>은 여러모로 위험합니다.”

         

       초설화는 이번에 다시금 <설빙> 문보라를 확인하였다.

         

       초설화의 기억만큼이나 아름다운, 마치 절벽 위의 꽃 같은 여자였다.

         

       여기에…

         

       “…같은 여자로서 그 몸매. 도저히 그 나이대에 가질 법한 농후함이 아니더군요.”

         

       “내, 내 친구한테 무슨 성희롱이야!”

         

       “아가씨도 비록 만만치 않지만, 역시 크기와 엉덩이 살집에서 차이가-“

         

       “-용우아아아!”

         

       “아무튼, 부디 노력해 주세요. 평생 후회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내, 내가 알아서 해 그런 건!”

         

       주나용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리곤 초설화를 데꿀멍시킬 발언을 내뱉었다.

         

       “그, 그러는 언니도…여, 연애 경험 한 번도 없잖아!”

         

       “……!!!”

         

       초설화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다.

         

       당연히 스타일 좋고, 인기도 많기에 연애가 많을 거라고 여기었던 초설화는 마찬가지로 연애 고자였다.

         

       그럼, 대체 그동안의 전문적인(?) 지식은 무엇이었는가.

         

       “다, 다 만화랑 소설에서 본 거면서!”

       “아가씨! 그 두 개를 무시하지 마십시오. 모든 빅데이터가 집결된 보고서란 말입니다.”

       “아 몰라 몰라! 내가 알아서 해! 바보바보바보바보! 용바보!!!”

         

       주나용은 고개를 휙휙 저었다.

         

       초설화의 어깨를 향해 ‘용다다-!’ 펀치를 날렸다.

         

       “…아가씨.”

       “용아?”

       “좀만 더 세게 쳐주시죠. 마사지로 좋네요.”

       “용이이이이잇!”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절로 당황스러웠던 그날의 저녁.

         

       한참을 떠들던 주나용은 ‘아, 아는 언니야’라는 말로 초설화를 애들에게 소개해 주었다.

         

       여기에 원래라면 국밥집에 갔어야 했을 것을, 자신이 밥을 사겠다고 말하는 초설화 팀장.

         

       차를 타고 안내해 준 고오급 레스토랑에서 배불리 먹고 기분 좋게 헤어졌다.

         

       문보라가 말하길 정말 비싼 데라 예약해야 올 수 있는 곳이라고.

         

       아, 여담으로 초설화는 떠나기 전.

       애들의 손을 잡고 고개를 숙였다.

         

       ―마하나, 문보라님?

       ―므아?, 네?

       ―우리 주나용 클랜원 잘 부탁드립니다. 착한 아이입니다.

       ―용아아아! 부끄럽게 그런 거 하지 말라고!

         

       뭐, 대충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찾아온 마지막 시험…’

         

       정신없이 지나가는 시간 속.

         

       어느새 우리들은 <괴수 소환> 시험이라는 최종 관문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마법제> 아멜리아가 창조한 환상법진의 힘으로 구현되는 보스급 괴수를 쓰러트리는 것.

         

       여기에 최소 4인 이상 파티를 짜는 레이드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여담으로, 이번 시험은 <아카데미> 내 시스템의 기밀에 더해 생도들의 스트레스 차원 관리에서 외부인들에게 공개되지는 않았다.

         

       “므냥아. 위쪽에서 온다. 조심해!”

       “므앗!”

       “나용씨! 나무뿌리가 다가오고 있어요. 저지 부탁드려요!”

        “나만 맡기라고!”

         

       그렇게 현재…

         

       나를 포함한 전원, 시험에 응하고 있었다.

         

       인원은 평소 같이 다니는 4인방.

         

       나, 므냥이, 문보라, 그리고 주나용이었다.

         

       <괴수 소환> 시험은 참석하는 생도들의 평균적인 수준에 기반하여 보스의 수준이 판가름 났다.

         

       그저 강한 파티원을 영입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소리였다.

         

       ‘…따라서 다른 이들이랑 같이 협력할까, 싶었지만…’

         

       성가시기도 했고…

       내가 우리 애들 말고는 그리 친한건 아니라서 걍 넘어갔는데…

         

       아무래도 약간의 안일함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듯싶었다.

         

       콰콰콰-!

       쾅-! 콰드득-!

         

       거대한 굉음.

       흔들리는 지축.

       터져나오는 살벌한 나무 뿌리들까지.

         

       탁-!

         

       [거침없는 질주]로 빠르게 회피한 주나용이 나를 보며 소리쳤다.

         

       “유세하! 역시 [타오르는 화염] 쓰자! 이대로는 위험해.”

         

       “안돼!”

         

       안된다.

         

       확실히 <불>을 쓰면 이 성가신 나무뿌리들을 모두 태워버릴 수 있겠지만.

         

       그래서는 더더욱 힘들어질 뿐이다.

         

       눈앞의 저 괴수를 가장 안정적으로 공략하려면, 첫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했다.

         

       -쿠이이이이이익!!

         

       이런, 본격적으로 짖뭉갤 준비를 하는걸까.

         

       고목 나무 같은 괴수는 안 그래도 컸던 크기를 더더욱 부풀렸다.

         

       나뭇가지에서 마치, 뱀의 머리와 같은 흉흉한 파충류의 형상이 여러 개 튀어나왔다.

         

       [참가자 4인의 수준이 너무나도 높습니다. 자동으로 소환되는 괴수의 수준이 증폭됩니다.]

       [오랫동안 대지에서 에너지를 흡수해 온 고목이 신화의 전설을 삼킵니다.]

       [‘트렌트 히드라’가 적의를 표합니다.]

         

       <트렌트 히드라>.

         

       <트윈 헤드 트롤>처럼 어중간하게 A급 턱걸이에 들어가는 녀석과는 다른, 틀림없이 완숙한 A급의 강함을 가진 보스의 등장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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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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