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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0

       * * *

       

       

       미국 켄터키주

       

       

       이 시각 켄터키에서는 트로츠키가 신문을 든 두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광분하고 있었다.

       

       

       “미쳤군. 제 4 인터내셔널을 감히 치킨이나 튀기고 싶어 하는 집단으로 만들어?”

       

       

       신문에 실린 한 기사. KFC의 진실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사인데.

       

       그 내용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

       

       ‘FC의 수장 레온은 미합중국을 치킨 국가로 만들려는 광인. 1일 1치킨 공동분배를 공약으로 세웠으며 흑인들은 호응했다.’

       

       트로츠키는 얼굴이 잘 익은 사과 마냥 빨갛게 달아올랐다.

       

       KFC는 공산주의가 아닌 치킨혁명을 이루려는 광기 어린 세력이라고.

       

       수장인 레온은 온 국민 1인 1닭. 그리고 닭을 키우게 만들겠다는 의지로 가득 찬 미친놈으로 알려져 있었다.

       

       심지어 KFC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의 줄임말이라고 까지.

       

       이런 소문이 미대륙에 퍼지고 있었다.

       

       즉, 미국판 볼셰비키는 그냥 치킨사업을 위해 투신한 세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동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게 소문이 퍼지면 우리에게 합류하고 싶어 할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네. 그렇다면 답은 하나겠지.”

       

       

       전쟁에 직접 뛰어들지 않는다고 해도 최소한 이쪽도 정부는 만들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정말 KFC는 치킨에 미친 광인 집단으로 취급당할 것이다.

       

       트로츠키는 신문을 분노를 담아 갈기갈기 찢고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우리도 정부를 수립해야지.”

       

       

       때가 이르렀다.

       

       어떻게든 정부를 수립해야 한다.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연방을 수립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쿨리크의 멍청한 말에 트로츠키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불룩불룩 튀어나왔다.

       

       정말 지금까지 KFC가 그런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

       

       진짜 저 망할 제국주의 수괴 황녀가 볼셰비키들을 악랄하게 다 죽여서 써 먹는 거지. 좀 더 볼셰비키들이 이쪽으로 합류했다면 이 쿨리크 같은 놈은 바로 추방했을 터인데.

       

       

       “쿨리크 동지. KFC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의 약자가 아니야! 제 4 인터내셔널이지!”

       “아.아하. 알고 있었죠. 농담 한번 해봤습니다. 그럼 이름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름이야 뭐 뻔하지.

       

       

       “그렇군. 아메리카 공산주의 합중국. 이 정도면 되겠군.”

       

       

       트로츠키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이렇게 되면 결국 후일 내전에 참여해야 하고 바다가 없는 이상 지원도 받기 힘든 처지에 놓일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걸 바라고 혁명을 했던가.

       

       혁명을 직접 행동으로 보이면 많은 아메리카 인민들이 트로츠키를 따를 것이다.

       

       북미의 중부에 아메리카 공산주의 합중국이 출범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공산 정부를 인정할 수 없었던 맥아더와 휴이 롱은 KFC를 치킨 기업으로 취급해 버렸다.

       

       

       * * *

       

       

       최근 러시아에 많은 것들이 새롭게 생겼다.

       

       특히 음식 종류 같은 게 많이 들어왔지. 러시아판 맥도날드 같은 것도 들어왔고. 그중 대표적인 것은 아이스크림 공장이다.

       

       

       “이 민트초코 진짜 맛있네.”

       

       

       역시 민트초코는 어느 시대에도 맛있는 법이구나.

       

       한국에서의 민초는 너무 호불호 갈렸었지.

       

       먹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이들이 많았다.

       

       핵전쟁 이후의 세상에서는 절대 먹지 못한 음식이었지.

       

       하지만 의외로 이 시대에도 민트초코가 있더라고.

       

       정확히 말하면 애초에 꽤 역사가 길었고, 현대의 아이스크림 수준이 없을 뿐이지, 꿩 대신 닭이라고 못 먹을 건 아니었다.

       

       애초에 민트초코는 천조국이자 지구 대장인 미국에서는 꽤 인기 있는 아이스크림이라고.

       

       오죽하면 랭킹 손가락 다섯 개에 들어간다니까?

       

       한국인들은 이 맛을 모르는 게 정말 아쉽다.

       

       

       “으음 저도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계속 먹으면 맛있을 거야.”

       

       

       마리아도 이 맛을 모른다니. 안쓰럽군. 아,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해방으로 새롭게 태어날 한국은 아마 다양한 음식이 유입되겠지.

       

       일단 러시아 내에 임시정부를 꾸렸었으니, 러시아 음식이 퍼지는 게 대표적일 테고, 만주나 유대인 음식도 퍼질 것이다.

       

       그럼 당연히 민트초코도 퍼트리는 건 어떨까?

       

       원래 이런 건 시작부터 잘해야지.

       

       새로 태어날 한국에는 지원 명목으로 민트초코도 퍼트리는 거다.

       

       그렇게 하면 현대에 내가 태어날 한국은 민트초코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겠지?

       

       사실 민트초코는 그냥 내 사적인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러시아 아이스크림의 발전을 위해 개발하다보니 다양한 맛이 나왔는데, 민트초코 아이스크림도 이 와중에 함께 만든 거지.

       

       나 천재 아니냐?

       

       핵전쟁으로 죽은 많은 민트초코 빌런. 아니,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나로 인해 행복한 미래를 맞이할 거다.

       

       

       “그래도 아이스크림 사업은 제법 괜찮은 모양입니다.”

       “그래야지. 내가 직접 시작한 거니까.”

       

       

       물론 직접 만든 건 아니다.

       

       아이스크림 공장은 미국에서 들인 것이 크거든.

       

       미국에서 인수해온 아이스크림 공장이 꽤 반응이 좋았다.

       

       아직 다양성은 없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러시아의 합중국 국민들을 위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합중국 국민들이 즐길 수 있게 서방의 다양한 것들을 들였다.

       

       내가 개인적으로 재미 들린 것도 있다.

       

       차르도 먹는 아이스크림! 이렇게 해서 아이스크림 구매율도 늘렸다.

       

       아이스크림 개발도 많이 하는 편이고.

       

       

       “그런데. 미국에서는 어떠려나.”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겠습니까?”

       “결국 미국이 게임체인저가 되는 존재거든. 절대 공산주의로 넘어가면 안 된다고.”

       

       

       미국이 공산주의가 된다. 그처럼 끔찍한 것이 있을까.

       

       공산화된 미국이라면 원래 역사의 미국 같은 느낌은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적화한 미국이라도 무시 못 할 것이다.

       

       공산 미국이 독일과 편들면 최악이지.

       

       다른 건 몰라도 KFC가미국을 통일하는 건 좀 그래.

       

       슬슬 터스키기도 터트려도 될 거 같은데, 언제 하는 게 좋을까.

       

       그리고 얼마 후, 미국에서 소식이 도착했다.

       

       

       “폐하. 중부에 아메리카 공산주의 합중국이 들어섰습니다.”

       

       

       두마에 출석하고 펜을 돌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내무부 장관이 그런 말을 해왔다.

       

       중부, 아메리카 공산주의 합중국.

       

       이거 딱 봐도 느낌이 우리 트로츠키가 아닐까 싶은데?

       

       지도를 보면 켄터키에서부터 중부로 뻗어갔고. 이거 상대적으로 맥아더의 영역이 작은 편 아닌가.

       

       KFC만 아니었어도 이 정도는 감당이 될 텐데 말이다.

       

       그래. 뭐 KFC가 아니었으면 맥아더가 들고 일어날 일도 없었겠지.

       

       

       “들어 보니 아마 KFC인데 맞습니까?”

       “네. KFC의 수장 레온이 설립한 아메리카 공산주의 합중국입니다. 물론 휴이 롱 정부나 맥아더 정부는 인정하지 않는듯합니다만.”

       

       

       아메리카 공산주의 합중국. 그 이름 진짜 복잡 기괴하네.

       

       그래. 휴이 롱이나 맥아더 둘 다 서로를 정부로 인정하지 않는데, 사태의 원인이 된 빨갱이를 인정할 수 없겠지.

       

       이거 정말 트로츠키가 우리의 행동에 꼴 받았다고 볼 수 있을까.

       

       안쓰러운데. 어쩌겠어.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고,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흠, 아무래도 치킨 혁명에 트로츠키가 화난 모양이군요.”

       

       

       우리의 치킨 혁명을 위해 그 누구보다 앞서는 트로츠키.

       

       21세기 한국에서 만일 정말로 트로츠키가 치킨혁명을 이루겠다면 나는 기립 박수를 치며 트로츠키를 지지할 것이다.

       

       1일 1치킨. 한국인이라면 참을 수 있을까?

       

       물론 실제 트로츠키가 나의 말을 들으면 혁명이고 뭐고 총을 들고 모스크바로 달려올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애초에 정부 수립을 목표로 두고 있었으니 시간문제긴 했지만, 이것으로 미국은 삼파전의 가능성을 보여준 격이다.

       

       이렇게 되면 2차대전은 미국에서 터질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겠지.

       

       굳이 독일이 그렇게 노리지는 않을 거 같다.

       

       아닌가. 반대로 영프가 휴이 롱을 지원할 때를 노릴 수 있나?

       

       식민지와 휴이 롱에게 분산된 영프의 힘을 이용해서. 공산 독일이 노릴 수 있지 않을까.

       

       정말 그놈들 생각을 모르겠다는 말이지. 역시 다양한 가능성을 둬야 한다.

       

       

       “그런 모양입니다.”

       “트로츠키 측근으로 가 있는 오흐라나와는 계속 연락을 해두세요.”

       

       

       계속 원활하게 통신망은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일단은 언제고 트로츠키를 잡지.

       

       

       “영국이 우리에게 군사적 개입을 우려한다고 합니다.”

       “우려하면 제 놈들이 어쩌겠습니까?”

       

       

       꼬우면 자기들이 어쩔 것인가?

       

       거의 해군 원툴인 놈들이 우리가 미국에 개입하겠다면 어쩔 것인데?

       

       식민지 관리도 힘들고 브리튼 섬에 공산주의 퍼지는 것도 막아야 하는 놈들이 글쎄?

       

       

       “그럼 확답은 주지 않는 쪽으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어차피 이도 저도 못 하는 놈들입니다. 오히려 처칠 경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서라도 실책을 범하게 만들어야죠.”

       “예, 폐하.”

       

       

       어차피 영국과의 관계는 미묘한 평행선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유럽의 균형자. 유일한 패권국의 지위를 노리는 영국이다.

       

       미국이 이렇게 분열되었다면 영국으로서도 늙은 사자에서 탈피할 생각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래서 그게 문제다.

       

       

       “아니지.”

       “왜 그러시는지요?”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린다.

       

       이거 말이야. 영국이 과연 가만히 있을까?

       

       그놈들 처지에서 군대를 직접 움직이지는 못하겠지만, 새로운 방식을 채택할 수도 있다.

       

       그래. 예를 들면 말이야. 공산 독일이 KFC를 지원하고 싶다고 길을 열어달라고 하면 들어 주지 않을까?

       

       대서양을 건너고, 맥아더를 지나 KFC를 지원할 수는 없다.

       

       태평양으로 가자니 너무 멀고, 때마침 영국은 공산 독일과 싸우기 싫어하니. 어느 정도 물밑 작업으로 협상한 후에, 캐나다를 통해 밀어 넣겠다. 이런 것이 가능한 전개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 세상천지 악의 축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이라면 우리를 어떻게든 한 방 먹이려고 하겠죠. 당장 공산 독일에도 지원을 한 영국입니다.”

       

       

       어차피 이건 군부나 외교부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나보다 직접 영국을 겪은 자들이 이 자리에 수두룩하다. 알 만한 것은 알고 있을 거라는 거지.

       

       저 봐 두마의 의원들 몇 사람도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긍정하잖아.

       

       

       “그렇다면 폐하께서는 캐나다를 통해 그놈들이 KFC를 지원할 수 있다는 소리군요.”

       

       

       그래. 영국이 직접 지원할 수도 있다.

       

       우리가 맥아더와 친하게 지내서 미국을 어떻게 해 보려 한다면 방해할 것이 뻔한 거 아닌가.

       

       지원받기 힘든 트로츠키 처지에서는 가뭄의 단비겠지.

       

       

       “그게 아니더라도 공산 독일에게 캐나다를 통한 KFC 지원을 할 수도 있겠죠.”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만.”

       “앞서간다뇨. 제가 말하는 것은 곧 진실입니다. 영국은 휴이 롱 정부를 이기게 하고자, 우리를 한 방 먹이고자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트로츠키를 지원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어야만하고 그럴 것입니다.”

       

       

       즉, 내가 말하는 건 그거다.

       

       설령 영국이 진짜 온전히 적당선에서 불개입을 천명한다고 해도, 그렇게 조작해야만 한다고.

       

       내가 하는 말은 반드시 진실이 되어야 한다.

       

       감히 휴이 롱 정부를 지원하면서 공산 독일도 돕는다.

       

       러시아 견제를 위해서 말이지. 조작이든 뭐든 상관없다.

       

       그럴싸한 명분을 만들어 주고, 처칠이 내각을 뒤집을 만한 환경을 조성한다.

       

       볼드윈을 비롯한 내각은 어이가 없겠지만. 처칠이 충분히 이용할 수 있겠지.

       

       

       “명분을 차곡차곡 만들어 둬야죠. 앵글로섹슨의 의리를 끊어버려야 합니다. 마치 트로츠키의 치킨 혁명처럼요.”

       

       

       물론 맥아더라고 우리가 통제할 수는 없을 터다.

       

       그 사람 성격을 생각하면 우리가 하라는 대로 할 생각도 없을 테고, 그럼 최대한 돕는 선에서 호감을 쌓아야지.

       

       

       “알겠습니다.”

       “영국은 러시아가 미국과 친해지는 것을 싫어할 테니,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휴이  롱이든 KFC든 지원은 분명할 터. 그것을 살짝 꼬을 뿐이죠.”

       

       

       물론 소문의 출처가 러시아가 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처칠도 내각을 뒤집기 위해서 소문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입만 잘 다물고 있으면 된다는 것.

       

       지금까지 영국이 해온 혐성질을 반대로 써 먹어 주는 것. 더해서 선동은 오로지 공산주의자만의 특권이 아니라는 걸 보여 줘야지.

       

       

       “알겠습니다. 폐하.”

       

       

       솔직히 처칠이 외친 아메리카 식민지 회복.

       

       이거 러시아버전으로 해 보고 싶은데, 아쉽네.

       

       

       “그러고 보니 동물보호법이 통과되었군요?”

       

       

       총리가 내 앞에 올린 채점할 것들(서류더미)를 보니 그중 한 서류는 동물보호법이 통과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예. 원래는 오스트리아에서 먼저 통과된 법입니다만. 괜찮을 듯해서 저희 역시 그렇게 했습니다.”

       

       

       아, 그래 그 동물보호법?

       

       나치 독일의 동물보호법은 괜찮았었지. 받아들일 수 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0화 안에 스페인 내전 또는 미국 내전이 나올 것 같네요!

    아나스타샤 팬클럽의 TINFH 독자님! 50코인 소매넣기 정말 감사합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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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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